“그거보다 아까 게 나은 거 같네요. 그 원피스에 이 숄을 걸치고 이 핸드백을 들면...”
윤도가 패션종결자로 나섰다.
“어머, 역시 우리 채 원장은 감이 다르네.”
거울 앞에 선 어머니 눈이 번쩍 띄었다.
“아버지는 지금 그 넥타이 하세요. 구두하고 깔맞춤 되니까 아버지 이미지하고 잘 어울려요.”
“그렇지?”
윤도의 의견은 무조건 수용되었다.
오늘은 윤도의 부모님들에게 ‘매우’ 특별한 날이었다. 청와대의 초청을 받은 것이다. 표면상의 주제는 대통령의 새 이빨에 대한 감사의 식사초대였다. 윤도가 요청한 것도 아니지만 부모님까지 초대해주니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까지 좋아할 줄 몰랐던 윤도였다.
“그까짓 청와대...”
“우리나라 대통령이 뭐 제대로 하는 게 있어야지.”
청와대와 대통령에 각을 세우던 두 분이기 때문이었다.
“아, 씨... 소외감 무한작렬하네.”
지켜보던 윤철이 볼멘소리를 냈다. 초대장에 윤철의 이름은 없었다.
“까불지 말고 조심운전해라.”윤도가 윤철을 쥐어박았다. 부모님과 함께 가다보니 스포츠카 일일소유권을 넘겨준 윤도였다. 혼자 남은 윤철에 대한 위로이기도 했다.
“타세요.”
주차장으로 내려온 윤도가 세단의 뒷문을 열어주었다. 아버지의 차였다. 늘 똥차만 끌고 다니던 아버지. 이제 회사 형편도 풀리고 규모도 확장되면서 세단을 마련하게 되었다. 검소한 아버지는 똥차 사수를 외쳤지만 다양한 거래처를 만나다보니 주변의 권유에 따랐다.
“아휴, 내가 십 년 묶은 체증이 싹 내려가네.”
세단이 출고된 날 어머니가 한 말이었다. 돈은 윤도가 내주려했지만 아버지가 막았다. 아버지의 ‘가오’를 위해 윤도가 양보했다.
청와대가 가까워졌다.
“아유, 점점 긴장되네.”어머니가 이마의 땀을 닦았다.
“긴장은... 아, 청와대는 사람 사는데 아니야?”
아버지가 핀잔을 날렸다.
“그러는 당신은? 나보다 더 긴장하고 있으면서...”
“어허, 내가 무슨 긴장? 난 미국 대통령 만나도 끄덕 않을 사람이야.”
티격태격 애정이 오갈 때 차가 청와대에 멈췄다.
“어머니!”
내리기 전에 윤도가 돌아보았다.
“응?”
“그냥 편안하게 하세요. 대통령이 아니라 아들이 병 고쳐준 사람 집에 식사 한 끼 초대받았다고 생각하시고...”
“알았어.”
“파이팅!”
“파이팅!”
윤도가 주먹을 쥐자 어머니도 따라 쥐었다.
“어서 오세요.”
대통령 부부가 나와 윤도네 가족을 맞아주었다. 간단한 인사와 차에 이어 식사가 나왔다. 메뉴는 한우갈비와 냉면이었다.
“많이들 드세요. 오늘 이 사람이 채 선생에게 고마움도 전할 겸 치료비방이 제대로 효과봤다는 걸 확인도 시킬 겸 준비했습니다.”
대통령이 말했다.
“고마워요. 덕분에 이 양반 갈비타령 안 듣게 되었어요.”
영부인이 슬쩍 대통령 핀잔을 주었다.
“이 사람이... 내가 언제 타령까지 했다고 이러시나?”
“아니면요? 갈비 한 번 원 없이 뜯어보면 좋겠다고 노래를 부른 게 누군데요?”
“그거야 워낙 이빨이 부실하다 보니 먹는 즐거움이 떨어져서...”
“한두 번이면 내가 말을 안 하죠. 내 귀 좀 보세요. 갈비타령에 못이 박혔지.”
대통령 부부를 보던 어머니 아버지, 바로 긴장이 풀렸다. 대통령 부부도 부부생활은 다를 게 없었던 것이다.
“소방관 말이에요, 기사를 읽었습니다.”
대통령이 윤도를 바라보았다.
“네...”
“저는 가슴이 먹먹했어요. 두 사람의 인연이 보통이 아니더군요.”영부인도 특별한 관심을 표했다.
“우리 채 선생이야 국민의 희망봉이시지. 이건 손길만 스치면 기적을 만들어내시니...”
“과찬이십니다.”
“의술은 인술이라고 하던데 채 선생님 보고서야 그 말을 실감했어요. 다 반듯한 부모님들 덕분이겠죠?”
영부인이 부모님을 대우해주었다.
“아유, 저희가 뭐 한 게 있나요? 우리 아들이지만 늘 고마운 마음 뿐이랍니다.”
어머니가 화답을 했다. 낯 뜨거워진 윤도가 화제를 돌렸다.
“한방약 처방권에 관심 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
“아, 그 일은 잘 되고 있나요?”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다행이군요.”
“대통령님께서 마음 써주신 덕분입니다.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윤도가 말했다. 명시적으로 말하지 않지만 ‘관심’으로 윤도를 지지한 대통령이었다. 그건 이심전심으로 느낄 수 있었다.
간단한 기념품을 받아들고 청와대를 나왔다.
“채 원장, 나 약국 앞에 좀 세워줘.”
표정관리에 여념이 없던 어머니가 말했다.
“어디 불편하세요?”
“체한 거 같아. 속이 좀...”
끼익!
차가 갓길에 멈췄다. 진맥을 하니 급체 증상이 있었다. 혈자리의 이상 반응은 중완과 족삼리, 내관혈에서 왔다. 제대로 체했다는 증거였다.
“에이, 촌스럽기는...”
윤도가 침을 찾을 때 아버지가 어머니 등을 두드렸다. 순간...
꾸르륵!
소리와 함께 음식 내려가는 소리가 요란했다. 윤도의 장침이 출격하기도 전이었다.
“어머, 싹 내려갔어.”
어머니가 고개를 들었다.
“당연하지. 내 손이 약손이잖아?”
아버지 목이 힘이 들어갔다.
“아유, 소 뒷걸음에 파리 잡은 격 가지고 뻐기기는...”
어머니가 눈을 흘겼다. 빈정이 아니라 애정이 그득한 눈길이었다.
바릉!
부모님을 집에 모셔두고 다시 도로로 나왔다. 이번에도 차는 세단이었다. 두 번째 중요한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장소는 청와대보다 조금 멀었다. 인천공항이었다.
“승주 씨.”
한의원에 전화를 걸었다. 쉬는 날이지만 직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만큼 중요한 일이었다.
“준비됐어요?”
윤도가 물었다.
“네, 저희는 준비완료입니다.”
승주가 대답했다. 사실 준비랄 것도 없었다. 그럼에도 긴장하는 건 손님의 격 때문이었다. 그 손님이 앤드류이기 때문이었다.
앤드류!
그가 미국에서 날아오고 있었다. 인유두종 바이러스 협의차였다. 미국에 다녀온 지도 꽤 되었다. 그동안에도 윤도와 앤드류는 주요 사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토론했다. 영상통화와 이메일이 있기에 어려운 것도 없었다.
앤드류의 연구는 광속 직진하고 있었다. 철통처럼 막혔던 과정을 윤도가 깨준 덕분이었다. 그는 매일 흥분하고 매순간 열정을 다했다. 노벨상 후보라는 거, 확실히 레벨 자체가 달랐다.
이번 방문에는 한 사람이 동행하기로 되어 있다. 브라질 출신의 30대 남자였다. 나무인간 증후군을 앓고 있었다. 연구성과가 오르자 앤드류는 자신이 파악하고 있던 나무인간 증후군 감염자들에게 적용하기 시작했다. 페드로로 불리는 이 남자가 첫 수혜자였다. 그 영역은 자궁경부암 환자들에게로 넓혀졌다.
양방과의 협진.
처음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불치에 대한 공동연구는 처음이었다. 신침을 놓는 손을 지닌 윤도였지만 이론과 가설을 맞춰가는 일이 신기하지 않을 리 없었다. 게다가 이건 연구실 차원에서 대충 주제 하나 증명하는 석박사 논문 수준이 아니었다.
<인유두종 바이러스 정복.>
앤드류의 목표는 명쾌했다. 그렇기에 나무인간 증후군의 치료는 곁가지에 불과했다. 그의 핵심은 완전한 인유두종 바이러스의 정복에 있었다. 나무인간 증후군은 극소수지만 자궁경부암 등으로 고통 받는 사람이 더 많은 까닭이었다.
“어, 채윤도다!”
공항에 내리자 몇 사람이 알아보았다. 더러는 사인도 원했다. 서너 명에게 사인을 해줄 때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앤드류!”
윤도가 손을 들었다.
“닥터 채.”
캐주얼 차림의 앤드류가 반색을 했다.
“페드로?”
윤도가 옆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놀라는 눈빛에는 사연이 있었다. 3주 전에 보내온 사진보다 확연히 좋아진 나무껍질 피부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정글처럼 무성하기만 하던 나무껍질 피부. 이제는 옷이나 장갑을 이용해 조금 가리는 것으로 커버가 되고 있었다.
“인사하세요. 내가 귀에 딱지 앉도록 말한 한국의 닥터 채. 나무인간 증후군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의학자시지요.”
앤드류가 윤도를 소개했다. 그야말로 극찬이었다.
“하핫, 세계 최고는 아니고... 일단 가시죠. 차를 가져왔습니다.”윤도가 앞장을 섰다.
짝짝짝!
직원들로부터 가벼운 박수를 받으며 한의원에 들어섰다.
“흐음, 냄새부터 마음에 드는군요. 마치 마법사나 연금술사의 실험실에서 나는 신비향 같은...”
앤드류는 눈을 감은 채 한약재 향을 음미했다. 일단 약제실부터 구경 시켜주었다.
“원더플!”
앤드류는 한 마디로 뻑 가버렸다. 그의 실험실만은 못했지만 윤도의 약제실도 보통은 아니었다. 그는 탕약제조과정에 심취했다. 약재가 나오면 맛을 보고, 중탕 중인 약탕기 앞에서는 냄새를 먹었다.
윤도와 앤드류는 케미가 척척 맞았다. 앤드류가 호기심을 보이면 윤도가 약효와 오행의 원리를 설명했고 경락도를 보며 혈자리와의 연관성을 알려주었다.
페드로에게 휴식 시간을 준 후에도 그랬다. 둘은 경락도 앞에서 시간 가는 줄 몰았다. 때로는 치열한 토론으로 치닫기도 하고 의기투합한 합의를 도출하기도 했다. 앤드류의 과학적인 원리와 윤도의 음양오행 기혈순환론은 근본이 달랐지만 조금도 뻐걱거리지 않았다.
앤드류의 폭풍 흡입력 때문이었다. 그는 윤도가 설명하는 기혈과 음양오행론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였다. 그렇다고 맹목적 추종은 아니었다. 이해가 부족하면 윤도의 설명을 들었고 그때마다 해박한 이론을 들이대 실현 가능한 방법을 찾아냈다. 단언컨대 그의 모습에서 ‘대체의학 따위’라는 식의 무시는 한 치도 엿보이지 않았다.
윤도 역시 그의 박식한 이론과 치밀한 실험실 데이터를 신뢰했다. 나름 긴 시간 동안 한국과 미국에서 호흡을 맞춘 두 사람. 그 공감대가 이렇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
토론의 끝에 윤도가 고개를 들었다. 앤드류가 내놓은 실험내용 때문이었다. 앤드류가 친절한 설명을 덧붙여놓았다.
“HPV의 특이 구조를 선택적으로 깰 수 있는 신물질과 작용기전 원리의 규명실험입니다. 특히 E6, E7 발암 유전자들의 연관성과 더불어 수많은 아종에 대한 반응실험까지도 성공했습니다.”
“아.”
윤도 입에서 감탄이 나왔다.
<성공.>
앤드류의 입에서 나왔으니 인사치레가 아니었다.
HPV.
그 형태는 원형의 이중나선 DNA 바이러스다. Major capsid protein과 Viral nucleic acid 등의 3차원 구조를 형성한다. 현재까지 발견된 것만 무려 120여 종. 그중에서도 HPV16, 18, 31, 33, 35, 45 등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자궁경부암에 걸린 여성 환자라면 거의 이 바이러스가 발견될 지경이다. 종류가 많기에 고위험군만 해결해도 어마무시할 판에 각종 아형에 대한 해결까지 OK라니?
“자궁경부암 쪽에서는 침윤과 전이과정을 거쳐 진행되는 숙주세포 내의 유전자 결합 해제반응에 대한 기전도 규명 직전입니다. 제가 헤매던 곳인데 닥터 채의 혈자리 자극으로 인한 면연세포 활성이론이 큰 도움이 되었지요. 거기서 역반응으로 가설을 세운 세포 내 초기 방어기전의 분석시도가 제대로 먹혔습니다.”
“앤드류...”
“거기 두 번째 실험요약집을 보세요. 닥터 채의 원리에 따라 만든 백신과 치료제의 신물질입니다. 일단 'CHYADR'로 명명했습니다. 백신을 맞은 환자군에서는 HPV가 침입하면 기저세포막에서부터 항체가 반응합니다. 치료 역시 같은 원리로써 감염된 상피세포를 선택적으로 저격합니다. 생식기형 HPV와 피부형 HPV에 공히 말입니다.”
“......”
“사진을 보세요. 자궁경부암에 걸린 환자들입니다만 일주일 투약으로 엄청난 성과를 보았습니다. 이전에 제가 수행하던 때의 면역체 분석과는 상대도 안 될 정도로 많은 면역물질들이 활성화되더군요. 그로 인해 기존의 항암제와 화학요법 치료제들의 단점 개선도 가능하고 효과적인 치료와 예방수행이 가능한 protocol 완성을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앤드류의 개가는 계속 이어졌다.
“특화된 E7에 의한 면역회피기전의 분자생물학적 응용과 난소암 세포에서 특이 유도체에 의해 HPV와 암세포의 성장이 강력하게 억제되는 기전, 그로 인한 암 세포의 전이기능 상실과 암 줄기세포의 사멸과제를 푸는 순간 닥터 채 얼굴이 먼저 떠오르더군요. 암세포의 성장과 분열과정인 DNA합성준비기-합성기-세포분열준비기-세포분열기의 체인을 끊어버린 겁니다.”
“......”
“이제 이 연구는 종착에 다다랐습니다. 기존의 연구를 분자학적 측면, 세포학적 측면, 동물실험과 환자치료의 안정성을 다양하게 점검하는 과정만 남은 셈입니다.”
“앤드류...”
“Icing on the cake!”
‘화룡점정?’
“그걸 닥터 채가 해주어야겠습니다.”
“앤드류...”
“지난 주말에 마무리된 성과입니다. 이 벅참을 미리 알려주고 싶어 참느라 혼났습니다. 제가 보기보다 클라이맥스를 좋아하거든요.”
“결국 해내셨군요. 그렇게 오랜 시간 공을 들이더니.”
“저 혼자 한 게 아니라 닥터 채와 공동입니다. 실험물질명 CHYADR 또한 우리 둘의 이니셜에서 가져온 명명이지요.”
앤드류가 강조했다.
의학자이자 바이러스학의 대가 앤드류.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매달린 게 10여 년이었다. 그러나 두 손을 들었던 연구. 꽉 막힌 한 과정을 풀지 못해 헤매던 그가 마침내 출구를 찾은 것이다.
앤드류가 약품을 꺼내놓았다. 치료와 백신의 근간이 될 실험시약들이었다.
“부탁합니다. 이걸 약침으로 삼아 시침해 주십시오. 닥터 채의 장침이 환자의 혈자리를 자극할 때, 저는 그 전후의 변화에 대한 시료를 모을 것입니다. 그 분석이 제 가설과 일치하는 데이터가 나오면 미국의 병원에서 대기 중인 자궁경부암 입원자들에게 같은 신물질 치료제가 투여될 겁니다. 많은 자원들에게 유의할 결과를 얻었지만 이제 공식화가 되는 겁니다. 여기서 별 이상이 나오지 않으면 우리 둘의 연구는 마무리가 됩니다. 닥터 채와 제가 지구에서 신음하는 수 많은 자궁경부암 환자와 난소암 환자, 나아가 나무인간 증후군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빛과 희망이 되는 겁니다. 한 마디로 인유두종 바이러스를 작살내는 거죠.”“앤드류...”
“다시 강조하건대 이 연구의 핵심은 당신입니다. 그렇기에 마무리 역시 당신 손으로 해야 합니다.”
앤드류의 눈빛이 심해의 진주처럼 반짝거렸다.
외부에서 연구원이 두 명 도착했다. 그들과 함께 자궁경부암 신물질 치료 자원자 두 명도 도착했다. 연구원들은 다국적 제약회사의 ‘써라원’의 핵심 과학자들이었다. 그 회사는 앤드류의 연구를 후원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필요한 장비사용과 환자 자원을 부탁한 앤드류였다.
“닥터 채.”
앤드류가 시료를 내밀었다.
사삿!
윤도가 장침을 뽑아들었다. 침구실이었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누운 페드로가 살짝 긴장을 했다. 손발과 목둘레, 무릎 부위 등 남은 나무피부가 보였다. 그러나 심각하지 않았다. 앤드류가 만든 치료제로 효과를 본 덕분이었다. 여러 차례 수술을 했지만 다시 재발을 반복하던 페드로. 앤드류의 연구 덕분에 살맛이 나고 있었다.
앤드류가 그를 데려온 건 설명한 바와 같았다. 신물질 시료의 혈자리 투여로 변화되는 세포활력이나 호르몬 변화, 기타 연관 발암유전자들의 결합과 전사활성도 등을 확인하려는 것. 그것으로 가설의 증명과 함께 치료효과를 봄으로써 연구의 매듭지으려는 의도였다.
자동분석.
윤도의 신성이 발휘되었다. 앤드류를 믿지만 시판되는 약이 아니었다. 혹시 모를 독성이나 부작용 있다면 걸러주어야했다.
[독성] 무
[중금속함유] 무
[곰팡이독소] 무
[투약여부] 가능
[부작용] 과량복용시 세포 괴사와 단백질 변형이 일어날 수 있음.
‘좋았어.’
큰 문제는 없었다. 확인을 끝낸 윤도가 시침을 시작했다. 자궁경부암 환자들부터 침을 넣었다. 앤드류가 전후의 샘플 채혈을 했다. 다음은 페드로였다. 혈자리의 응용은 나무인간 증후군에 준했지만 리사의 경우와는 조금 달랐다. 리사와 페드로의 체질과 질병상황이 같지 않은 까닭이었다.
“됐습니다.”
윤도가 첫 혈자리에서의 침감조화를 끝냈다. 앤드류가 또 채혈에 들어갔다. 그 피는 특수 운반용기에 넣어졌다. 세 사람에게 채취한 샘플은 모두 36개였다. 한 샘플 당 혈액양은 3ml 정도였으니 큰 부담이 될 일은 아니었다.
“오오, 오오!”
샘플을 채취하는 내내 페드로의 감탄이 이어졌다. 시침이 늘어날수록 그의 나무피부가 깨끗해졌기 때문이었다. 윤도가 마지막 침을 뽑자 페드로가 일어섰다. 그의 몸에 붙어있던 나무조각들이 우수수 쏟아졌다.
“오오!”
페드로는 그 조각들을 집어 들고 어쩔 줄을 몰랐다. 그를 괴롭히던 십수 년 고통이 허물처럼 떨어진 날이었다.
그와 함께 노벨의학상, 그 엄청난 영광이 사정권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