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34화 (234/265)

무려...

무려 노벨의학상이었다.

노벨 의학상을 향한 진군-2

노벨 의학상을 향한 진군-2

“성 기자.”

글로벌 제약사 써라원의 한국 본부 세미나실에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그중 하나인 HH방송의 의학전문 백재규 기자가 성수혁을 불렀다.

“백 차장도 왔네?”

성수혁이 다가왔다.

“뭐야? 성 차장도 몰랐어?”

“뭘?”

“미국 최고 의학자이자 바이러스학자인 앤드류의 방한.”“솔직히 몰랐어. 그러는 백 차장은?”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보도자료 보니까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대해 굉장한 성과를 올린 모양인데 이걸 왜 한국에서 발표한다는 거지?”

“글쎄... 이 친구들이 한국시장부터 먹으려고 그러나?”

“말이 돼? 북미시장도 있고 중국도 있는데...”

“그래서? 백 차장 판단은?”

“나 참, 지금 내가 묻고 있잖아? 이거 뭔가 있는 게 확실하다고.”

“그러니까 그 뭔가가 뭐겠냐고?”

“젠장, 만약 앤드류가 한국 의학자와 공동연구를 했다면 그건 S대나 Y의대, 아니면 KKST 쪽 아니겠어?”

“은근 내공 있는 GGST일 수도 있지.”

“정말 소스 없어?”

“글쎄, 한의학 쪽이라면 채윤도 선생일 테지만...”“미치겠군. 우리나라 바이러스 학자는 아무리 꼽아도 앤드류의 파트너급 인물이 나오질 않으니...”

“시작하려나본데? 일단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고.”

성수혁이 연단을 가리켰다.

연단 끝에서 사회자가 나왔다. 그 뒤로 써라원의 연구실장과 바이러스 전문가 둘이 배석했다. 앤드류는 그 끝에 있었다. 연단의 대형화면에 불이 들어오면서 앤드류의 기자회견이 시작되었다. 내용은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관한 것이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이 연구에 매진해온 앤드류. 그러다 연구를 접었다지만 다시 재개한 후에 첫 기자회견이니 의학계가 촉각을 세울 수 밖에 없었다.

‘징그럽게도 몰려왔네?’

주변을 돌아본 성수혁이 혼자 중얼거렸다. 한국보다 외신기자들이 더 많았다. 앤드류의 위상을 말해주는 풍경이었다.

“인유두종 바이러스...”

앤드류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몇 가지 연구과정을 보여준 그가 핵심 봉인을 풀었다.

“마침내 저는 HPV의 정복에 다가섰고 유의미한 결과까지 얻었기에 이 자리를 빌어 공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감히 천명하건대 앞으로 인류는 HPV에 의한 공포를 내려놓아도 될 것입니다.”

“우!”

의학전문기자들을 필두로 신음이 새어나왔다. 인유두종 바이러스의 정복, 사실이라면 엄청난 개가가 될 일이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실험실 수준의 실험 하나 가지고 이목을 끌려는 수작. 그러나 발표자는 인기몰이에 관심 없는 최고의 학자 앤드류였다.

“그런데 미국에 기반을 둔 제가 왜 한국에서 기자회견을 하느냐? 의문이 있으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습니까?”

앤드류가 고개를 들자 기자들이 벼락처럼 반응했다. 손을 들어 웅성거림을 막은 앤드류가 뒷말을 이어갔다.

“그건 바로 제 연구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공동연구자가 한국에 있기 때문입니다.”

“우우!”

이번 신음은 비명에 가까웠다. 성수혁과 백 차장도 그 무리에 끼었다.

세계 최고의 바이러스학자 앤드류. 원래도 노벨의학상 후보로 꼽혀왔었다. 그런 차에 방금 발표한 연구가 사실이라면 올해나 내년노벨상은 따놓은 당상이었다. 그건 다만 연구의 공식발표일에 달린 일. 그런데 그 공동연구자가 한국 사람? 그렇다면 한국도 마침내 노벨의학상을 배출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 학자가 누굽니까?”

성수혁이 먼저 소리쳤다.

“누굽니까?”

“의사입니까?”

“과학자입니까?”

그걸 기화로 여러 질문이 쏟아졌다. 다시 앤드류가 손을 들어 동요를 막았다.

“다시 말하지만 이 연구는 제 오랜 숙원이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관문에서 기전규명과 가설증명에 막혀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바로 이 사람이 등장했지요.”

“누굽니까?”

기자들이 입을 모았다.

“여기서 정정합니다만 어쩌면 이 분은 공동연구자가 아니라 주 연구자라고 칭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잔일은 제가 했지만 HPV의 치료기전과 백신의 핵심 해법은 이 분이 제공했으니까요. 즉, 이 분이 없었다면 제 연구는 중단되고 실험실에는 먼지가 쌓였을 일입니다.”

“......”

“소개합니다. 코리아 닥터, 채윤도. 이 연구 뿐만 아니라 제 생애에 가장 큰 도움과 일깨움을 준 공동연구자입니다.”

‘채-윤-도?’

앤드류의 선언과 함께 성수혁의 시계가 멈췄다. 기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앤드류의 손길을 따라갔다. 성수혁도 그랬다. 귀에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웅웅!

환청이다. 성수혁의 느낌은 분명 그랬다.

채윤도.

질병이 있는 곳이라면 그 어디에 나타나도 이상할 게 없는 사람이었다. 그가 이룬 신화와 기적을 차곡차곡 챙겨본 성수혁이었다. 그러나 이건 달랐다. 치료가 아니라 과학적 심층연구. 그것도 불치의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

‘채윤도...’

마침내 윤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앤드류가 다가가 윤도를 맞이했다. 두 학자가 포옹을 했다. 빛나는 성과처럼 두 사람의 몸에 오로라가 피어났다.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

성수혁의 뇌리에 세계 최강의 학술지가 스쳐갔다.

미국에서의 치매 치료와 나무인간 증후군 정복.

그 과정도 스쳐갔다.

‘그때였군.’

성수혁은 미친 듯이 중얼거렸다. 나무인간 증후군을 치료하고 잠시 사라졌었던 윤도. 바로 그때 앤드류와 인연을 맺은 것이다. 그럼에도 윤도는 내색하지 않았다. 세계적인 학자와의 연구를 진행하면서도 자랑하지 않았다. 그 또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진짜 명의로군. 아니, 천의라고 해야 하나...’

성수혁은 떨리는 어깨를 간신히 진정 시켰다. 이 정도면 조금 거만해도 되련만, 이 정도면 조금은 나대도 되려만, 윤도는 오만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래서 더 빛이 나는 사람이었다.

펑펑펑!

카메라 셔터에 불이 났다. 질문도 폭풍처럼 쏟아졌다. 그러나 성수혁만은 질문하지 않았다. 그는 기자들 무리에서 비껴서 윤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보물...

윤도는 보물이었다. 보물이기에 가까이보다 조금 떨어져서 보는 게 더 아름다웠다.

<채윤도>

<노벨의학상 수상후보 0순위.><인유두종 바이러스 정복 눈앞에.>

<완치 가능한 HPV 치료제와 백신, 대량생산 길 열려.>

<한국과 미국 최고 학자의 조인, 자궁경부암 환자들에게 낭보를 안기다.>

성시혁의 기사들이 숨 쉴 새 없이 타전되기 시작했다.

짝짝짝!

호텔 연회장에 박수소리가 울려퍼졌다. 박수의 주인공은 윤도였다. 윤도가 들어서자 한의학의 원로들이 반겨주었다. 장 박사에 더불어 길상구와 조수황, 나아가 김남우와 이창수 등의 거물들도 있었다.

“여러분, 우리 채윤도 선생이 왔습니다.”

한의사협회 회장이 목청을 높였다. 좌중에게서 한 번 더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이 자리는 한의사협회 차원에서 마련한 축하연이었다. 윤도가 공들인 법안이 마침내 국회를 통과된 것이다.

<한방원리에 따른 일반, 전문의약품에 한해 한의사도 처방할 수 있다.>

단 한 줄의 문구 삽입. 그것 하나를 이루는데 걸린 시간은 길고 또 길었다.

“안녕하세요.”

테이블을 돌며 인사를 챙겼다.

“채 원장.”

포옹하듯 끼어든 건 탁상명이었다. 그도 기꺼이 참석해 있었다.

“나중에 시간 좀 내주시죠. 제가 밥 한 끼 거하게 쏘고 싶습니다.”

“하핫, 딱히 그러시지 않아도...”

“이웃 사촌끼리 왜 이러십니까? 저도 면 좀 세우자고요. 덕분에 채 원장님의 신약을 쓸 수 있게 되었지 않습니까?”

탁상명이 속삭였다. 이제는 그의 마음을 알기에 수락해주었다.

“그럼 채윤도 선생의 소감 한 마디 청해 듣겠습니다.”

인사가 끝나자 회장이 바람을 잡았다. 머쓱했지만 좌중 앞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장 박사와 길상구의 시선까지 재촉하고 있었다. 윤도가 좌중을 향해 예를 갖췄다.

짝짝!

뜨거운 박수가 윤도를 맞았다.

“바쁘신 가운데 자리를 빛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일은 저 또한 한의사로써 느끼던 한계에 더불어 한의사의 작은 권리를 위해 뛰었을 뿐입니다. 좋은 성과가 나오도록 주변에서 도와주신 선후배 제위 여러분께 영광을 돌립니다.”

짧은 인사로 소감을 대신했다. 굉장한 성과라지만 윤도의 나이는 어렸다. 수십 년 한의학에 종사해온 선배들 앞에서 일장연설 해봐야 좋을 거 하나도 없었다.

“드시게.”

장 박사가 잔을 채워주었다.

“내가 말했잖소? 여기 채 선생... 백 년에 하나 날까말까한 명의라고.”

장 박사는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은 모두 여섯. 다들 한의학의 일가를 이룬 사람들 앞이건만 장 박사는 거듭 폭주해 나갔다.

“우리가 처음 만난 게 갈매도였지?”

“예.”윤도가 답했다.

“그때 사실은 웬 선무당이 사기를 치는 게 아닌가 싶었지. 그런데 만나서 얘기를 해보니 그게 아니더라고.”

“제 얘기를 하시는군요?”

옆 자리의 길상구가 장단을 맞추고 나왔다.

“길 박사도 그러셨나?”

“당연하죠. 실은 선배님도 맛이 갔구나 싶었습니다. 요즘 세상에 신의(神醫) 타령을 하면서 연수생으로 쑤셔넣으니...”

“그건 이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이번에는 김남우가 나섰다. 그는 한의원까지 쳐들어갔던 경험담이었다.

“그 후로의 일은 어떤가? 일본으로 중국으로 미국으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더니 이제는 노벨의학상 후보에 우리 숙원이던 법안까지 고쳐놓았어.”

“아직 후보가 된 것은 아닙니다.”

윤도가 장 박사의 폭주에 슬쩍 제동을 걸었다.“그게 중요한 게 아니네. 솔직히 우리나라 안에서 활동하는 의학자 중에 노벨의학상에 거론된 적이라도 있었나? 한의사는 더욱 그렇지. 이건 거론 자체만으로도 굉장한 거라고.”

“너무 그러시면 제가 민망합니다. 다른 훌륭한 분들도 많은데...”“많지. 너무 많지. 솔직히 나부터 자기 주머니만 채우려고 해서 탈이지.”

“박사님이 너무 정곡을 찌르시는군요.”

회장이 뒷목을 긁었다. 사실 회장의 한의원은 비싼 탕약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덕분에 몇 번은 고소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쟁점은 가격이 아니었다. 탕약은 정해진 가격이 없다.

문제는 효과였다. 가격이 약간 비싸더라도 질병이 낫는다면 문제 삼을 사람은 없었다. 그 증거가 바로 윤도였다. 윤도의 탕약이야 말로 가격이 없었다. 가난한 사람에게는 원가보다 약간 비싼 값을 매겼고, 넉넉한 부자들에게는 질병의 무게만큼 가격을 매겼다. 그러나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잘 나갈 때 조심하라고 이럴 때 우리 한의학계도 쇄신과 변화의 모습을 보여야하네. 서울한방의료원도 그런 쪽으로 가닥을 잡을 생각이네.”

장 박사가 회장에게 당부했다.

“한의사협회도 국민 편에서 쇄신하는 성명을 낼 생각입니다. 그래야 최근 들어 눈에 띄게 개선된 한의사의 위상이 더 좋아질 것 같습니다.”“형식이 아니라 실질쇄신을 부탁하네. 이런 기회 못 살리면 한방은 영영 찬밥의학 신세를 벗어나지 못할 지도 몰라.”

“대의원들도 중지를 모았습니다. 원로분들께서 많이 도와주십시오. 그리고 우리 채윤도 선생도...”

회장이 윤도를 바라보았다.

“제가 감히 나설 자리가 됩니까?”“무슨 소리인가? 채 선생이 우리 선봉이야. 그 방향이 아름답기에 우리가 후광을 입는 거 아닌가? 아, 그리고 중의학중앙회에서 굉장한 제안이 들어왔다네.”

“중의학중앙회요?”

윤도가 고개를 들었다.

“그쪽에서 공식적으로 온 문의인데 채 선생에게 침술강좌를 듣고 싶다더군. 한 20여 명 남짓 보내고 싶다는데 가능하겠나?”

“그걸 제가 해야 하는 겁니까?”

“그쪽에서 채 선생을 지명했네. 어떤 케이스를 보여줘도 상관없다는 조건까지.”

“허어, 대단하군. 한방의 종주국을 주장하는 콧대 높은 대국에서 침술연수를 오겠다니?”

김남우가 감탄을 했다. 전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듣자니 중국 주석이 배후에 있는 모양입니다.”

“중국 주석?”

테이블의 시선이 회장에게 쏠렸다.

“최근에 중국 주석이 중의학중앙회 만찬장에 참석한 모양입니다. 그 자리에서 채 선생 얘기를 한 모양이더군요. 중국의 진정한 굴기는 부족한 것을 인정하고 배우는 정신에더 있다. 그런 요지의 말이 나오기 무섭게 우리 협회에 타진을 해온 겁니다.”

“채 선생.”

조수황의 시선이 윤도에게 향했다.

“안 됩니다. 이창수 선생님도 계시고 김남우 선생님도 계신데 제가 어찌 한의를 대표한단 말입니까? 같이 시범을 보이는 거라면 몰라도...”

“허어, 저 사람, 이 늙은이를 들러리 세울 생각인가? 내 지난번에 채 선생 침술을 보았지만 뱁새와 황새의 차이였네. 우리 같은 조랑말이 백 년을 묶는다고 천리마가 될 수 있나? 괜히 늙은이들 상심들게 하지말고 한국 침술의 매운 맛을 보여주시게.”

“김 원장님 말에 백 번 공감이네.”

이창수도 공감을 표했다. 결국 중의들의 침술연수는 윤도가 맞게 되었다. 사실 원로들을 거론하고 나선 건 윤도의 전략이었다. 아직 한의학계 전반의 흐름은 원로들 중심이었다. 그런 차에 덥석 연수를 물어버리면? 싸가지 상실이네, 좀 나가니까 똥오줌 못 가리네, 제 놈이 언제부터 명의였다고... 등등의 온갖 구설수 종합세트를 안을 수 있었다. 그걸 모를 윤도가 아니었다.

“편하신 날을 택해 주시게. 저쪽에서는 채 선생 스케줄에 무조건 맞춰주겠다고 했네. 연수비도 이쪽에서 원하는 대로 치루겠다고 했고.”

회장이 말했다.

“연수비 문제가 있었군요. 그건 얼마를 받아야할까요?”

“저쪽 예산이 2억 정도 된다니 두당 천만 원 정도 씩 받게.”

“천만 원?”

“너무 비싼가? 하지만 저들도 선례가 있네. 전에 우리가 침술연수를 요청했을 때 3박 4일 일정에 800만원을 요구한 적이 있네. 지금은 물가도 많이 올랐으니 무리도 아니지.”

“제 생각은 반대입니다만.”

“반대라면 적다는 건가?”

“예산이 2억 뿐이라니 그건 어쩔 수가 없고... 대신 20여 명은 너무 정신없으니 천지인의 상징으로 3명만 보내라고 해주십시오. 기간은 이삼일이면 좋겠습니다.”

“3명에 이삼일?”

“숫자로 의술을 배우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한 사람이 한 번이라도 제대로 보고 가서 전파하면 될 일이지요.”

“저들이 수용할까?”

“이의 제기하면 이 말을 해주십시오. 채윤도가 기업에서 1회 강연으로 받은 강연비가 수억 원이었다고.”

“......!”

윤도의 역제의에 회장은 할 말을 잃었다. 수억 원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었다. TS의 강연이 그랬다. 아니, 그게 아니더라도 윤도가 강연을 뛰면 회당 수천만 원은 문제가 없었다.

돈보다 더 기막힌 건 윤도의 사고방식이었다. 윤도의 침술은 국제적으로 정평이 난 일. 양보다 질을 내세우는 것이었으니 중국 측에서도 할 말이 없을 일이었다.

게다가...

마지막 말은 더 아름다웠다.

“그 2억은 협회에 발전기금으로 쾌척하는 것으로 추진해 주시기 바랍니다.”

“협, 협회 발전기금?”

“예.”

“콜!”

회장은 닥치고 찬성을 외쳤다. 중국의 콧대도 꺾으면서 실질을 안겨줄 묘수. 거기에 협회발전기금이라니 앞뒤 잴 필요가 없었다.

올챙이(?)가 줄줄줄-1

올챙이(?)가 줄줄줄-1

수요일, 접수실에서 소란이 일었다. 환자들 틈에 앉아있던 90살 할머니였다.

“아유,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대요? 내가 제일 먼저 왔는데 다른 사람만 부르고... 시골에서 왔다고 사람을 우습게 보나?”

할머니의 이유 있는 항의(?)였다. 가방 끈 짧은 할머니는 안내문을 읽지 못했다. 예약손님 우선, 방문접수 손님은 번호표를 뽑을 것. 둘 중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았기에 호명되지 않은 것이다.

“예약하셨어요?”

정나현이 수습에 나섰다. 예약전화와 환자들, 방문 손님으로 붐비는 바람에 할머니를 간과한 직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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