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36화 (236/265)

“발기력에 자신이 없기에 이성에 대한 그리움이 더 강했는지도 모르죠. 여체에 대한 욕정을 실전으로 풀지 못하다 보니 정액이 저절로 나오는 병에 걸린 겁니다.”

병이야.

니 생각이 변태거나 야해서 그런 게 아니라고.

윤도의 말은 남편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거기에 더해 환자분은 심장의 열이 높습니다. 심장의 열이 높아도 성욕이 왕성해지게 됩니다. 즉 선천적인 요인에 더불어 오장의 부조화로 인해 여자를 밝히는 병이 된 거죠. 그게 자연스러운 섹스를 할 수 있었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못하다보니...”

“아기는 힘들겠죠? 어머니께서 성화시지만 저는 사실 포기한 지 오래 되었습니다. 누구보다 제 몸의 꼬라지를 잘 아니까요. 물론 아내도 이런 제 사정을 잘 모릅니다. 정액이 새는 것과 여체에 대한 욕망이 바글거린다는 건 차마 말하지 못했거든요.”

“실험관 아기도 시도해 봤다고요?”

“예,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하는 사업이 있다고 하더군요. 어머니 성화로 하게 되었는데 모두 실패했습니다.”

남편의 미소는 늘어진 고추처럼 맥이 없었다.

“이게 병이라면... 치료는 되나요? 머리 속에 바글거리는 헛된 욕정이 사라질 수 있게?”

“먼 길 왔는데 해봐야죠. 솔직히 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제 아내에게는...”

“당연히 비밀로 해드리겠습니다. 대신 치료가 되면 아내만 사랑하세요.”

“그럼요. 그렇잖아도 착한 사람이라 얼굴 마주보기도 떳떳하지 못합니다. 저는 불임의 원인이 제 쪽에 있는 걸 알거든요. 병원에서는 둘 다의 문제라고 했지만...”

“양식장에서 일한다고 했죠?”

“예...”

“그럼 치료 시작할까요? 저도 섬 생활 해봤는데 자리 오래 비워두시면 안 되잖아요?”

윤도가 장침통을 집어들었다.

올챙이(?)가 줄줄줄-2

올챙이가 줄줄줄-2

일침이구삼약.

사람들은 말한다. 윤도에게도 그랬다. 그러나 매번 어렵다. 그 대상이 사람이고 목숨이기 때문이었다.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명침. 거꾸로 말하면 죽일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불임.

시험관 아기조차 실패한 케이스였다. 물론 불가능하다는 진단은 나오지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시도도 하지 않았을 일. 그러나 환자는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다. 작은 시골집에 정부지원금까지 받고 사는 형편이다. 거기에 더해 자신 몸의 이상을 잘 알고 있었다. 꼭지 열리 수도관처럼 줄줄 흐르는 정액. 그 안에 좋은 씨가 들었을 리 없었다.

<기산>

<백음>

<간기와 간허>

<심장의 열>

오장육부로 말하면 신장과 간, 그리고 심장의 문제였다. 인간의 목숨을 관장하는 정(精)으로 보면 선천적인 이상이었다. 선천과 후천이 척박하게 얽히고 꼬이면서 생산능력이 사라진 남자. 그가 가져온 병원 검사를 보니 정자의 절대 숫자가 적었다.

일반적인 남자의 정자수는 약 2억 마리 이상이다. 이놈은 정말이지 올챙이의 축소판인데 볼륨, 운동성, 기형 정자 등을 참고한다. 사정되는 정자가 2억이 넘는다고 무조건 임신하는 것도 아니지만 숫자가 적다고, 예를 들어 5천만 마리라고 임신이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어쨌든 환자의 정자수는 약 1-2천만에 불과했다. 정상적인 부부관계로는 불임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수치였다.

치료방향은 정해졌다. 선천적으로 뭉쳐버린 신장의 기를 푸는 게 지상과제였다. 다음으로 간허를 치료하고 심장의 열을 잡아 성욕으로 쏠린 본능의 오감을 풀어야했다.

뿌리부터냐 가지치기부터냐?

윤도가 잠시 골똘해졌다.

고민하는 이유는 두 원인이 팽팽한 까닭이었다. 그건 환자의 상태가 말해주고 있었다. 환자는 움직이는 종합병원에 해당했다. 단지 병원에 누워있지 않을 뿐이다.

고환통에 무기력, 근육경련과 무기력, 현기증...

모든 기력은 거의 바닥. 환자에게 왕성한 건 마약과도 같은, 저주 받은 성적 욕망 뿐이었다.

‘가지치기.’

윤도가 결정을 내렸다. 보통은 원인제거부터 해왔지만 이 병은 선천적이면서도 고질이었다. 아무래도 쉽지 않은 병이니 부담을 털어내고 맞장 뜨는 게 좋았다.

간의 사기와 심장의 사기.

이 것들은 지금 어디에 똬리를 틀고 있을까? 거처불명의 사기(邪氣) 탐색에는 누가 뭐래도 대릉혈과 전중혈. 여길 찌르면 사기가 반응을 하게 되어있다.

“......!”

두 장침이 들어가자 사기의 은닉처가 나왔다. 보통 어려운 병은 역순으로 발병한다. 이 환자의 경우에는 한 번 더 꼬였다. 순행에서, 역행으로, 다시 순행과 역행의 혼합형이 된 것이다. 사기는 고황과 제8추 옆에 자리잡고 있었다. 고황은 본시 심장의 고장을 나타내는 법.

반응이 온 자리에 장침 세 개를 역 피라미드로 세웠다. 은닉처를 간파 당한 사기가 멋대로 뛰었다. 달아나는 방향의 혈문을 막았다. 뒤를 이어 관원혈에 장침을 넣었다. 단전으로 심장으로 조절하는 처방이었다. 마지막으로 삼초경의 양지혈과 중초의 중완혈에 침을 넣어 심장의 열을 식혔다. 삼음교를 대신한 선택이었다.

심장의 혈이 빠지고 있었다. 일단 고질병의 예봉은 꺾은 윤도였다.

‘다음은 간기와 간허...’

고환병의 원인이었다. 근육까지 당기고 입술에 푸른빛이 돌고 있다. 중증으로 봐야했다. 아마 윤도를 찾아오지 않았다면 3년 안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선천적으로 좋지 않았던 고환통이기에 간허가 겹친 줄도모르고 숙명으로만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간은 신장을 고치면 낳는다. 그러나 신장에 뭉친 선천 정의 해결이 만만치 않기에 작음 부담까지도 치우고 가려는 것이다. 여기 치료혈은 간경이 중심이었다. 간수혈, 곡천혈, 삼음교혈, 대돈혈, 신후혈과 차료혈 등이 대상이 되었다. 윤도의 침은 신후와 차료혈에 들어갔다. 생식기 질환에 두루 쓰는 혈자리였다. 허증은 기를 보하고 울혈은 기를 푸는 것. 고환통을 위해 대횡혈 부근의 아시혈과 지실혈도 함께 시침을 했다.

“고환 쪽 어때요?”

윤도가 허벅지 안 쪽을 건드리며 물었다.

“고환은... 응?”

대답하던 환자가 고개를 살짝 들었다.

“지금은 안 아픈 데요?”

“허리는요?”

“응? 허리도...”

“혈자리로 조절을 했습니다.”

“우와, 이게 진통제를 먹어도 잘 안 듣던 곳인데...”

“울거나 화를 내면 더 심했죠?”

“네.”

환자가 아이처럼 고개를 끄덕거렸다.

“저 이제 안 아픈 건가요?”

“이건 선천적인 병입니다. 우리 몸에는 정(精)이라고 목숨의 근원이 되는 신성한 물질이 있습니다. 그 원기가 오른쪽 신장에 저장되어 있죠. 환자 분은 그걸 너무 낭비했어요. 물론 간과 심장의 질병 때문이었지만 원래도 기가 뭉친 병을 지니고 나왔습니다. 바닥이 난 정을 채우고 태어난 이후로 쭉 뭉쳐 있는 기를 풀어야하는데 쉬운 일은 아닙니다.”

“네...”

“이제 준비운동을 한 겁니다. 마음 편하게 먹고 느긋하게 기다려보세요.”

“예.”

환자가 대답했다.

장침을 내려놓았다. 대신 뽑아든 건 나노 침이었다. 나노침을 가슴 중앙 부위의 전중혈에 넣었다. 그 끝을 잡고 신장의 사기를 추적했다. 날 때부터 뭉쳐서 나온 신장의 기. 과연 어디가 막힌 걸까? 원기를 담고 있는 오른쪽을 집중했다.

“......”

막힌 부분이 파악되는 순간 윤도가 잠시 전율했다. 양 말단의 두 곳이었다. 하나는 조금 거칠고 또 하나는 그나마 나았다. 그러나 신장의 원기가 흘러나가는 꼭지를 깔고 앉아 방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환자의 원기는 쫄쫄, 감질나게 흐를 뿐이었다.

‘진격.’

병소를 파악한 윤도가 진격의 나팔을 불었다. 운문혈을 열어 천기를 끌어들였다. 그걸 모아 정으로 만들어 기의 파워를 높일 생각이었다. 지원군을 겸해 전중혈을 강화했다. 이 또한 기병에 명혈로 꼽히는 혈자리. 기가 막히는 병에는 여기에 화침을 넣었으니 도움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닫혔던 기의 문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뜻밖에도 강철처럼 견고했다. 어쩌면 진단이 잘못된 것일까 싶을 정도로 요지부동...

약침을 동원했다. 몇 가지 약침으로 전중혈 주변을 찔렀다. 침감이 가지 않았다. 30년 이상 막힌 혈문. 봉인된 상태가 루틴이 된 모양이었다.

물방울로 강철 뚫기.

그 꼴이 되어버렸다.

‘까짓 거.’

엷은 미소로 긴장을 풀었다. 물방울로 강철 뚫기... 될까?

‘되지.’

윤도는 거침이 없었다. 이는 과학적으로도 증명이 되는 일이다. 터널 공사도 물줄기로 뚫고 다이아몬드도 물로 자를 수 있다. 다만 방법이 필요할 뿐이었다.

나노침을 뽑아냈다. 장침으로 바꾸었다. 혈자리의 입구까지만 장침을 넣었다. 혈자리 안으로 들어가 막힌 기를 뚫는 게 아니라 막힌 기의 병소를 향해 ‘발(發)’을 하는 것이다. 더하고 빼는 보사(補瀉)가 아니라 쏘는 발이었다.

침이 조여질 때까지 기를 모았다. 최대한 빡빡하게 조인 후에 침을 돌려 늦췄다. 늦추는 조작이 중요했다. 단숨에 늦춰 기의 가속도를 올린 것이다.

풋!

기가 신장의 봉인을 직격했다. 당연히, 뚫리지 않았다. 그 상태로 보사를 거듭했다. 태산을 옮기는 우공이산이었다.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드는 마부작침이었다. 무모해보이지만 그렇지 않았다. 고질병의 치료과정은 사실 과정을 되돌아가는 것과 같았다. 즉 아픈 기간이 길수록 회복도 늦는 법이다. 환자가 37여 년을 살았으니 그만큼 집중된 장침의 기혈이면 뚫을 수 있었다. 다행히 윤도는 신침이었다. 그 침 끝에는 약침액도 보태져 있었다.

풋!

한 시간이 흘렀다.

푸풋!

두 시간이 흘렀다.

‘밤을 새워야하는 걸까?’

차분하게 반응을 체크할 때였다. 침끝을 떠난 침감이 봉인에 제대로 닿았다.

‘응?’

윤도가 반응했다. 지금까지의 침감과 달랐다.

풋!

한 번 더...

“......!”

이번에는 미간을 찡그리는 윤도였다. 비로소 봉인의 반응을 감지한 것이다. 호흡을 고르며 침을 조였다. 지금까지의 침보다 훨씬 강한 조임이었다. 그런 다음 단숨에 침감을 늦춰버렸다.

슈웃!

침감이 벼락처럼 봉인을 향해 날아갔다. 그 침이 봉인에 뚫었다고 느끼는 순간, 환자의 몸 전체에서 검은 빛이 피어나왔다.

“원장님.”

놀란 환자가 몸을 뒤척였다.

“잠깐만 그대로요. 잠깐만...”

윤도가 가슴을 환자를 눌렀다. 검은 빛은 점점 더 강해졌다. 하지만 오래 가지 않았다. 한 순간 안개가 걷히듯 말쑥하게 사라진 것이다.

“억!”

환자의 비명이 이어졌다. 손 때문이었다. 그의 손이 천지개벽을 했다. 마치 어린 아이의 피부처럼 뽀얀 빛을 내는 것이다.

“그대로, 그대로 계세요.”

시침에 박차를 가했다. 봉인의 철문이 뚫렸다. 이 또한 질병과의 전쟁. 기회가 왔을 때 몰아붙이지 않으면 적이 전열을 정비한다. 그렇게 되면 어려워진다. 장침이 반대편 봉인을 향해 들어갔다. 그 또한 방법은 같았다. 그러나 효과는 아주 달랐다. 사기의 한 축이 무너진 상황. 그렇기에 또 다른 축의 사기는 쉽게 뚫렸다.

“......!”

환자는 자신의 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검은 연기가 나면 손이 맑아졌다. 그 손은 믿기지 않게도 아기 피부처럼 되었다. 경악은 시작에 불과했다. 나이 40에 가까운 환자가 원하는 건 아기 피부가 아니었다. 그 바람을 윤도가 알았을까? 장침 하나가 강자극을 넣자 환자의 몸에도 강철의 자극이 들어왔다.

“어업!”

환자가 몸서리를 쳤다. 고통 때문이 아니었다. 시선은 자신의 중심부에 있었다. 거기 거대한 전봇대(?) 하나가 우뚝 서있었다. 그 자신이 오랫동안 보지 못한 강철의 전봇대. 어린 시절, 친구들과 비교할 때부터 기가 죽던 그 전봇대가 제대로 선 것이다.

“후우!”

환자의 전봇대를 확인한 윤도가 겨우 시침을 멈췄다.

“원장님...”

“고추 확인하세요. 정액이 새나요?”

윤도가 말했다. 환자는 떨리는 손을 사타구니에 밀어넣었다. 속옷 안에서 그것의 입술을 만졌다. 남자에게는 두 개의 입술이 있다. 하나는 먹고 말하는 입이고 또 하나는 생식기의 입술이었다. 둘은 같은 색이다. 그러나 환자의 입술은 늘 울고 있었다. 명칭은 비뇨생식기였지만 앞쪽의 두 글자 역할만 하던 반 쪽이었다.

생식기.

하지만 지금은 완전 달랐다. ‘비뇨생식기’로의 귀환이었다. 눈물을 그친 것은 물론, 모래성처럼 허무하게 무너지지도 않았다. 왕성해진 신장의 기혈이 증명하고 있었다.

“신장의 봉인, 해제된 모양입니다.”

윤도가 비로소 치료 선언을 했다.

“원장님!”

“병원에서 불임검사하신 거 기억하시죠?”

“네.”

“막힌 선천 기는 뚫은 거 같지만 씨는 어떨지 검사가 필요합니다.”

윤도가 검사용기를 내주었다. 정액을 받아오라는 것이다.

그 사이에 윤도는 대기실에 들러 아내를 만났다. 안미란의 시침도 끝나 있었다. 시간은 좀 걸렸지만 그녀는 소장혈을 제대로 잡고 신진대사에도 조화를 이루어 놓았다. 그렇기에 아내의 표정 또한 올 때와 달랐다.

“우리 그이는?”

아내가 물었다. 착한 여자였다. 그렇기에 남편 걱정부터 하고 있었다.

“치료 잘 끝났어요. 원장님 지시로 정액검사 준비하고 계세요.”

뒤 따라온 승주가 설명을 했다.

“치료가 되었나요?”

“네, 고환통도 사라졌고, 다른 고질병도 전부 잡았습니다. 그리고... 불임의 원인이 되는 것도 거의...”

승주는 차마 디테일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두루뭉술 넘어갔다. 당신 남편 고추가 정상으로 돌아왔어요. 대놓고 말하려니 얼굴이 붉어진 까닭이었다.

화장실로 간 남편은 바로 정액을 받았다. 그는 두 번 놀랐다. 우선은 발기시간이었다. 전에는 약을 먹어도 시들거렸다. 그러나 지금은 쇠뭉둥이에서 힘이 빠지지 않았다. 감각도 좋았다. 마치 첫 사정의 그날처럼 짜릿짜릿 하게 오르가즘을 느낀 것이다.

다음 것은 정액의 양이었다. 늘 찔끔거리던 정액이 소줏잔으로 하나는 되어 보였다. 알짜 없는 맹물 같던 농도도 진하고 진했다.

‘맙소사...’

남편은 정액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정액을 보고 감격하기는 태어난 후로 처음이었다.

응급검사를 보냈다. 가까운 전문검사기관과 거래하기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래지 않아 결과가 들어왔다.

지잉지잉!

원격으로 온 결과지가 출력되는 동안 부부는 숨도 쉬지 못했다. 결과 역시 대반전이었다. 정액량은 넉넉했고 활동성은 Very Active했으며 정자의 수 역시 4억 마리에 가까웠다.

“여보.”

결과를 설명 받은 아내가 남편 품에 안겼다. 불임의 원인이 남편 쪽에 월등하다는 설명을 들었던 아내. 남편의 문제가 해결되고 자신의 몸도 좋아졌으니 고민이 사라진 것이다.

“어머니, 아범이 고쳤어요. 여기 원장님이 싹 고쳐주셨다고요.”

아내가 여수에 전화를 때렸다. 그 전화는 윤도에게 건너왔다.

“어머니가 바꿔달라는 데요?”

윤도가 전화를 받았다.

“아이고, 우리 원장님.”

전화 속에서 여수 할머니가 꿈뻑 넘어갔다. 하지만 이 할머니, 어마무시한 청탁까지 해오고 말았다. 치료의 증거를 요청한 것이다. 결과지를 첨부사진으로 보냈다. 바로 문자가 왔다. 옆에 누군가 있어 할머니를 돕는 모양이었다.

<할머니가 말씀하시길...>

“......!”

문자를 본 윤도가 경기를 했다. 할머니가 원하는 증거는 검사결과가 아니라 실물이었다.

“아, 그 양반... 그거 안 해주면 우리 내려갈 때까지 애간장이 녹을 텐데...”

아들은 어머니를 잘 알았다. 별 수 없이 실물증거를 찍어보냈다. 할머니 쪽에서 문자 답이 날아왔다.

<아이고, 우리 아들, 이제야 사내 구실하겠네. 거시기가 장군감이야.>

할머니의 문자에서 해피엔딩이 엿보였다.

“뭐라고 감사를 드려야할지...”

“정말 고맙습니다. 원장님.”

“덕분에 이제 우리 어머니가 오매불망 원하는 손주를 안겨드리게 생겼습니다.”

부부가 입을 모아 말했다. 하지만 윤도는 아직 마지막 처방을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

“전용호 님.”

윤도가 그 처방을 꺼내들었다.

“네, 원장님.”

“아기 낳아야죠. 낳아서 잘 기르세요. 다만 선천 정의 고갈이었으니 신기(腎氣) 뚫렸다고 나오는 대로 펑펑 퍼 쓰면 안 됩니다. 그렇게 되면 처음보다 더 나쁜 상황이 올지 모릅니다.”

“네?”

“오늘부터 딱 100일. 100일만 금욕하세요. 그런 다음에도 오직 아내하고만 입니다. 아셨죠?”

100일!

금술 좋은 부부이기에 당장이라도 합방을 꿈꿨던 걸까? 놀라는 표정까지도 똑 같이 순박했다. 그 순박함에 마지막 처방을 선물(?)했다. 남편의 비대칭 얼굴에 무료성형 알선이었다.

남편의 정 고갈. 신장의 선천적 요인도 있었지만 뒤틀린 얼굴도 한몫을 했다. 자신감이 없다보니 이불 속에서 홀로 여체를 탐닉했고 그 욕망이 지나쳐 병이 되었던 것.

다행히 SS 병원의 이창승이 활약을 해주었다. SS병원에서는 사정이 딱한 사람을 뽑아 무료진료를 해주는 이벤트가 있었다. 그걸 주선해준 것이다.

“채 선생 부탁이라니까 그쪽 과장님이 무조건 콜이던데.”

소식을 전하는 창승의 목소리가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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