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38화 (238/265)

헤이싼시호?

그럼 너도?

발칙한 도발-2

발칙한 도발-2

헤이싼시호.

그 말에 윤도가 반응했다. 추이펑의 시선은 윤도에게 꽂혀 움직이지 않았다.

“헤이싼시호를 아십니까?”

윤도가 물었다.

“명의순례를 했거든요.”

추이펑의 눈가에 미세한 미소가 스쳐갔다. 기분 나쁜 표정이었다.

“침술 눈을 떴다는 건 무슨 뜻입니까?”

“모르십니까?”

“추 선생님.”

“헤이싼시호에는 전설이 있지요. 그곳에 빠졌다가 살아난 사람, 특히 소년 물귀신을 보고도 살아난 사람은 그가 꿈꾸던 분야의 재인이 된다는...”

“......”

“채 선생님은 그곳에 빠졌다 살아났지요. 그렇죠?”

“그건 맞습니다.”

“저도 거기 빠져보았습니다.”

“......!”

다시 윤도의 시선이 출렁거렸다. 추이펑. 무슨 말을 하려는 건가?

“명의순례 코스를 마치고 돌아가던 길이었습니다. 버스가 검은 호수를 끼고 돌다 휴게실에 멈췄지요. 거기서 이상한 노인을 만났어요.”

‘노인?’

윤도 혈관에 짜릿함이 스쳐갔다. 그 노인이 그 노인일까?

“중병에 걸린 가련한 아이를 업고 있더군요.”

“......!”

마침내 윤도 심장이 엇박자로 뛰었다. 노인과 병든 아이. 추이펑의 이야기는 점점 운명 속으로 치닫고 있었다.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노인이 다가왔습니다. 솔직히 역겨운 모습이었죠. 아이를 업고는 진료를 부탁했습니다. 그 몰골이 너무 흉해 우리 가이드가 쫓아냈지요.”

“......”

“명의의 마음가짐과 흔적을 돌아보자는 마당에 병자를 내치니 마음이 편치는 않았습니다. 식사를 서둘러 마치고 나왔지요. 노인은 담장 아래에 앉아 아이 이마를 닦아주고 있더군요. 우리에게 실망한 건지 제가 다가가도 냉소만 흘렸습니다.”

“......”

“용서를 구하고 침을 놔주었습니다. 소년에게.”

“진료를 했다는 건가요?”

윤도가 물었다.

“예.”

“어떤 병이던가요?”

“나병이었습니다.”

‘나병?’

“내 실력으로 어쩔 수 없는 병이기에 두 혈자리를 잡아 원천 기를 보강해주었죠. 태충혈과 태계혈.”

추이펑의 시선은 윤도의 눈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표정 역시 집요할 정도로 윤도를 쏘고 있었다.

태충혈과 태계혈.

요혈이다.

30여 년 전만 해도 응급환자에 대한 한의사의 왕진이 많았다. 이때 하는 일이 태충혈과 태계혈의 확인이었다. 태충혈은 간장에 딸린 경락이다. 12경맥의 하나로 꼽히는 간경의 원혈이다.

반면 태계혈은 신장 경락인 신경의 원혈이다. 원혈이라 하면 경략을 대표한다. 당해 경맥의 병을 치료하는 데 기본이 된다. 두 혈은 심장에서 가장 먼 곳에 있다. 발 뒤꿈치와 발등에 자리하는 것이다.

양방의 관점에서도 심장에서 먼 태충혈과 태계혈에 힘이 있다면 심장상태가 양호하다는 증거가 된다. 이 두 혈이 힘차게 뛴다는 것은 응급한 상태만 넘기면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는 신호였다.

“그때는 몰랐지만 나중에 알았습니다. 아이의 두 혈은 사람의 것이 아니라는 걸.”

“......?”

“시침을 마치니 노인이 말합니다. 진짜 명의가 되고 싶으면 헤이싼시호에 뛰어들라고. 그 호수의 산맥은 아홉 구침처럼 아홉 개의 영맥에서 흘러나온 영수(靈水)로 채워졌으니 진맥과 침술에 도움일 될 거라고.”

“......”

“다만 이런 말을 덧붙이더군요. 대신 조심하라. 거짓된 자들은 목숨을 잃을 수 있다. 그 안에는 선악을 판단하는 소년 귀신이 있으니 그걸 보고도 살아나면 의술의 명가를 이루리라.”

“......”

“뻔한 전설이겠지만 한의학의 명의들에게도 전설은 많잖습니까? 무심코 걸어가다 검은 호수에 닿았습니다. 그 검은 물결 안에 흰 빛이 보이더군요.”

‘흰빛...’

윤도의 날숨이 소리 없이 나왔다. 뇌리에 그날의 장면이 스쳐갔다. 그 아비규환과 절망의 순간들. 그리고 그때 만나게 된 한 줄기 숭고한 흰 빛.

“그 빛에 홀려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무릎 깊이까지 들어갔을까? 걷어올린 바지가 흘러내려 조금 더 걷으려하는데 물 속에 들어간 제 손 주변이 환하게 변하더군요. 순간, 너무 놀라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그 환한 빛. 조금 전에 침을 놔준 아이 같았거든요.”

“......!”

“겨우 정신을 수습하고 확인하려 할 때 호수 안전관리원들이 달려왔습니다. 결국 끌려나오고 말았죠.”

“......”

“저는 발목 위까지 밖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선생님은 사고 때문에 부득 물에 잠겼었지요?”

“그렇긴합니다만.”

“제 말이 너무 허황스럽나요?”

“그래서 추 선생님은 그 뒤로 진맥, 침술의 명의가 되었습니까?”

“그거야 호사가들이 지어낸 말이지만 명의순례 후에 깨달음은 얻었습니다. 침술이 질병을 고치는 게 아니라 마음이 병을 고치는 것이라는 것. 검은 절망 안에도 흰 희망이 있으니 눈에 보이는 대로 판단하지 말라는 것.”

“부럽군요. 그 깨달음에 더불어 병자에게 베풀어준 인술. 우리 팀도 사실 그 노인을 보았지만 누구도 손을 내밀지 못했습니다.”

“아직 기회는 많습니다. 그 노인과 아이, 아직도 그곳에 있더군요. 한국으로 오는 길에 들렀다가 만났거든요. 아이의 중병도 여전하고요.”

아직 거기?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 아이를 호수 속에서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말이 될 수도 있었다. 윤도가 겪은 일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까닭이었다.

“말이 길었습니다. 연수증을 보니 문득 생각이 나서...”

추이펑이 마무리를 했다. 기분이 편치 않지만 토는 달지 않았다. 설령 그가 윤도와 같은 체험을 했다고 해도 말로써 묻고 답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약제실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안미란도 함께 어울렸다. 다행히 그녀도 중국어를 조금 할 줄 알았다. 그러나 중의들의 관심은 무엇보다 침술이었다. 윤도가 쓰는 침을 보여주자 눈빛부터 달라졌다. 특히 장침과 망침, 나노침이 그랬다.

시침 받을 환자는 따로 준비하지 않고 예약 차례대로 진행했다. 그래도 일일이 환자들의 허락을 받았다. 윤도를 믿는 환자들은 취재와 중의의 참관, 그들의 시침 가능성을 흔쾌히 수락해주었다.

첫 환자는 미맹 환자였다. 가정불화로 빙초산 음독을 시도한 후유증이었다. 구급차에 실려가 위 세척을 받았다. 혀가 붓고 인후가 막혔다. 겨우 목숨을 구했지만 미각세포가 작살났다. 단맛을 제외하고는 맛을 느끼지 못하게 된 것이다.

어떻게 시침할 것인가?

각각 진맥을 한 후에 중의들과 토론을 벌였다.

<비장과 심장>

답은 금세 나왔다. 세 중의는 잘 나가는 수재들이었다. 중국에서 임상경험도 2-4년 차에 접어들어 초보 딱찌는 떼었다. 무엇보다 중의학중앙회에서 선발한 재원들이었으므로 이론은 윤도보다도 빠삭할 정도였다.

치료 혈에 대한 견해도 헐렁한 곳이 없었다.

“오미를 감별하기 위해서는 비장을 치료해야합니다.”

“심장부터 잡아야 혀의 기혈이 힘을 받고 그래야 음식 맛의 감별이 용이해집니다.”

윤도와 안미란도 진지했다. 열린 토론은 언제나 즐거웠다. 총론으로 보면 둘 다 맞았다. 그러나 각론으로 생각하면 둘은 조금 차이가 났다.

맛!

맛집이 유행이다. 먹방이 유행이다. 식욕은 인간의 본성이라지만 역사 이래 이처럼 맛과 먹거리가 삶의 유토피아로 대두된 시기도 없을 것 같았다. 그 맛은 입과 혀가 감별한다. 한의학으로 보자면 입은 오곡의 맛을 구분하고 혀는 음식의 맛을 구분한다. 비슷한 것 같지만 조금 다르다.

오곡이나 음식을 먹을 때 맛을 느끼지 못하거나 쓴맛이 올라오면 비장과 심장의 병이다. 모든 음식이 다 쓰다면 심장의 열 때문으로 판단한다. 시면 간장의 열이 비장을 침범한 것이고, 매우면 폐의 열이 원인이다. 짜면 신장에 열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비장과 심장.

하지만 윤도의 결론은 다르게 나왔다.

<폐>

그 한 마디에 우레이와 쑨시앙이 고개를 세웠다.

“비법 침이라 그렇습니까?”

우레이가 물었다. 신침을 놓는 명의라면 일반적인 혈자리와 다를 수 있었다. 그들은 그걸 알고 있었다.

“아닙니다. 원인이 거기 있을 뿐.”

윤도가 고개를 저었다.

“혀와 입의 문제가 아닙니까? 환자는 강한 빙초산을 마시는 바람에 혀와 입의 정기가 타버렸습니다. 그렇다면 비장과 심장이 고래의 처방입니다.”

쑨시앙은 쉽게 납득하지 않았다.

“혀와 입의 문제인 것 같지만 후각의 문제입니다. 코 때문에 냄새를 못 맡게 되고 그로 인해 미각이 다운된 걸로 보입니다.”

“......!”

“일단 시침부터 하죠. 환자를 오래 기다리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윤도가 일어섰다.

침구실 쪽은 이미 준비가 끝났다. 환자에게 장침이 들어갔다. 손가락의 상양혈이 시작이었다. 다음은 곡지혈을 찔렀고 얼굴의 화료를 거쳐 영향혈에서 마무리를 했다. 폐경에도 중부혈을 비롯해 두 곳의 아시혈을 찔렀다. 침의 부작용에 대한 시침은 곡지를 잡았으므로 생략했다.

후각은 중요하다. 흔히들 맛에 둔감해지면 혀를 탓하지만 그보다는 코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많았다. 냄새를 맡는 신경은 비강 위쪽에 위치한다. 염증이나 종양, 물혹 등이 생겨 비강 위쪽으로 가는 공기를 차단하면 냄새를 못 맡게 된다. 혹은 신경과 뇌에 연결되는 부위에 문제가 생겨도 그럴 수 있다. 비장이나 신장, 척추의 문제도 고려해야한다. 하지만 이 환자의 경우는 폐 쪽이었다. 상태는 심각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원인으로 야기된 병이었다.

침감은 먼 곳에서 넣었다. 손가락의 상양혈에서 사기를 뽑은 것이다. 고질병이 아니라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딱 두 번이었다.

그 사이에도 중의들의 눈빛은 면도날처럼 번쩍거렸다. 그들의 시선은 윤도의 손끝을 놓치지 않았고 보사의 각도까지 주목하고 있었다.

“침 뽑습니다.”

시침을 마친 윤도가 환자의 주의를 상기시켰다. 발침이 끝나자 환자가 입맛을 다셨다. 단맛만 겨우 느끼던 환자. 어떻게 변했을까?

“드셔보세요.”

정나현이 원액 커피를 내주었다. 한의원에 왔을 때의 그 커피였다. 아까는 그저 덤덤하게 한 모금 넘겼던 환자였다.

“왝!”

커피를 문 환자가 바로 토악질을 했다.

“퉤퉤, 이게 소태요 커피요?”

울상을 짓던 환자의 표정이 바로 천국으로 돌아갔다.

“쓴 맛이 느껴지네?”

환자가 반쯤 남은 커피를 바라보았다. 윤도가 권하자 다시 맛을 보는 환자. 이번에는 뱉지 않고 목안으로 넘겼다.

“써!”

원래 쓴 것을 반기지 않던 환자. 그러나 오늘의 쓴 맛은 반갑기 그지없었다. 이번에는 조금 덜 숙성된 키위를 깎아주었다.

“흐미, 신 거.”

한 입 베어 문 환자가 오만상과 함께 침을 흘렸다. 신맛까지 제대로 회복이었다. 소금과 매운 맛도 문제가 없었다. 환자의 표정이 오방색의 조화처럼 부드럽게 펴졌다.

“소문대로 명의시구만. 내 혀에 맛이 돌아왔어요.”

환자는 좋아 어쩔 줄을 몰랐다.

“누가 맥 좀 짚어주시겠어요? 전후가 어떻게 변했는지?”

윤도가 중의들을 돌아보았다. 쑨시앙이 나서 진맥을 했다. 두 번, 세 번, 거푸 진맥을 하고 일어난 그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아까의 진맥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 부조화를 보이던 비장과 심장이 조화를 이룬 것이다.

다음 환자 역시 미각세포의 이상이었다. 이번에는 쑨시앙과 우레이가 신중해졌다. 진맥을 하고도 섣불리 의견을 내지 않았다. 대신 추이펑이 나섰다.

“이 환자는 척추신경 이상입니다. 따라서 척추 혈자리를 잡아주면 맛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

추이펑의 말에 윤도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진단은 정확했다. 이 환자는 비장과 심장, 폐의 부조화가 엿보이는 케이스. 자칫 비장, 심장, 폐 혈자리의 동시 자침 유혹을 받을 수도 있었건만 적확하게 짚어낸 것이다.

“한 번 시침해 보겠습니까?”

윤도가 물었다.

“혈자리가 두 개쯤 될 것 같은데 명혈을 알려주시면 해보겠습니다.”

추이펑이 받아쳤다. 윤도에 대한 도발이었다.

“보아하니 혈자리를 파악하신 거 같은데 하나는 내가 먼저 하지요. 나머지는 추 선생님이 맡으세요.”

그 도발을 기꺼이 접수하는 윤도였다.

환자의 혈자리는 사실 많았다. 다다익선을 좋아하는 경우라면 침은 10개까지도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긴요하게 하면 두 방이면 될 일. 그걸 짚어낸 추이펑이 윤도를 간보는 게 분명했다.

“제가 배우러왔으니 차례를 바꾸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추이펑의 도발이 이어졌다. 눈치를 차린 중의들, 분위기가 훌쩍 달아올랐다. 그들은 사실 서로를 잘 몰랐다. 한국행으로 선택되면서 하루 전에 만났다. 통성명을 하고 서로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추이펑을 알게 되었다. 상하이 이남의 난다긴다하는 명침들의 콧대를 누르고 있는 천재 중의 추이펑.

“그러시죠.”

윤도가 선공을 넘겨주었다.

추이펑은 자신의 장침을 꺼내놓았다. 그 침은 경추 5번의 혈자리로 들어갔다. 택개식 천피였다. 엄지와 검지로 자침 부위를 벌리며 혈자리를 꿰는 침법. 나비의 나래짓처럼 부드러운 시침 속에는 시침의 모든 과정이 녹아있었다.

목불외시-두리번거림 없이

심불잡의-잡념을 비우고

지신좌정-몸 가짐을 바로하고

여대귀인-귀인을 맞이하듯

수여악호-침은 호랑이를 잡은 듯 힘차게

세약금용-용을 움켜쥐듯 차분하게

심무의모-무심하게 무심하게...

함께 온 두 중의와 통신사 기자가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같은 중의지만 그들도 처음 보게 되는 추이펑의 시침. 순식간에 끝났음에도 가히 환상적인 시침이었다.

“선생님.”

추이펑이 윤도를 가리켰다.

“굉장한 힘이 실린 침이군요.”윤도가 말했다. 진심어린 인정이었다.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았다. 추이펑은 표정의 변화도 없이 자리를 비켜주었다.

윤도가 환자 앞에 섰다. 경추에 들어간 장침이 보였다. 도도하지만 폭력적이다. 이제는 침을 보면 사람의 성향을 알 수 있는 윤도였다. 침은 마치 한의사 마음의 투영과 같았다. 일반인들이 보면 다 같은 시침이지만 그렇지 않았다. 추이펑의 침은 과시적, 공세적이면서도 몽환이 서려있었다.

여기 내가 왔다.

알아서 기어라.

마치 질병에 찍는 낙관 같았다.

윤도가 혈자리를 잡았다. 위치는 경추 2번 자리였다. 진맥상으로 가장 요긴하게 파악된 두 개의 혈자리. 그러나 윤도는 침을 넣지 못했다. 왼손으로 주변의 긴장을 푸는 순간 그 사실을 알았다.

“......!”

시선이 추이펑의 장침으로 건너갔다. 거기 자신의 영토라도 알리는 듯 견고하게 선 장침. 그 침 하나가 윤도가 넣을 혈자리의 몫까지 다 끝낸 상태였다.

게임 오버.

진맥 상으로는 분명 두 곳의 혈자리가 아시혈. 그러나 전광석화 같은 한 방으로 매조지를 해버린 추이펑. 윤도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추이펑의 입가에 음산한 미소가 스쳐갔다.

윤도, 등골이 서늘해졌다.

발칙한 도발-3

발칙한 도발-3

어쩔 것인가?

추이펑의 시선은 윤도의 손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바둑으로 치면 유리한 포석을 선점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제 남은 혈자리는 경추 2번에 해당하는 곳. 그러나 찔러봤자 별 다른 효과는 보지 못할 혈자리. 다른 곳을 찌르면 혈자리를 잘못 잡는 것이오, 찌르면 헛발질이 될 일이었다.

‘제법이군.’

혈자리를 바라보던 윤도의 손이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했다. 침이 혈자리로 들어갔다.

“......!”

“......?”

추이펑의 시선에 불꽃이 튀었다. 우레이와 쑨시앙 역시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윤도의 장침이 들어간 곳은 추이펑이 선점한 혈자리였다. 같은 곳을 찔러버린 것이다. 우레이와 쑨이앙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윤도는 태연하게 타이머를 맞췄다. 추이펑과 같은 15분이었다.

‘15분.’

추이펑은 타이머를 주목했다. 15분 후면 환자는 맛을 느낄 수 있다. 그의 계산은 그랬다. 10분이 지나면 얼굴색이 달라질 것이다. 그 또한 추이펑의 계산이었다. 그런데... 9분이었다. 환자의 반응이 조금 더 빠르게 일어났다.

‘응?’

이제껏 없던 일이었다.

‘한국사람이라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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