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3화 (243/265)

“대사님은 안 드십니까?”

정 비서관이 봉철기를 챙겼다.

“됐네.”

봉철기가 손사래를 친다. 소변이 잦거나 요실금이 있으면 수분을 꺼린다. 바지를 보니 사타구니가 풍성했다. 기저귀를 차고 있다는 뜻이었다. 크게 표시나지 않는 기저귀도 있지만 집안이다 보니 편한 대로 착용한 것 같았다.

“대통령의 뜻이 워낙 그렇습니다. 한 번만 더 나라를 위해 일 해주십시오.”

“허어, 내가 나랏일이 싫어서 그러나? 민간에서 이 나이면 명퇴를 해도 몇 번 했을 나이야.”

“황희 정승의 예를 보면 대사님은 아직 멀었습니다.”

“우리 대통령이 훌륭하지만 세종은 아니시네.”

“세종도 날 때부터 위대한 업적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그러고 보니 그 분도 병을 달고 살면서도 애민을 했다죠?”

“거 요즘 비서관들은 말빨로 임명되시나? 아주 청산유수로군.”

“혹시 기사 보셨습니까? 우리 채 선생님, 중국 중의들도 침을 배우러 오는 분입니다. 전에는 베이징 대첩이라고 베이징을 휩쓰는 악성 독감에서 어린이들을 구했고 그 일로 중국 주석으로부터 직접 훈장까지 받은 분입니다.”

“젊은 양반이 대단하군.”

“기왕 모시고 왔으니 진찰이나 받아보시죠. 이 일은 밖으로 새나가지 않을 겁니다.”

“거 ‘괜’‘한’ ‘일’‘이’‘시’‘래도.”

“아유, 고집 그만 부리시고 좀 받아보세요. 저도 소문 들었는데 진짜 명의라고 하더라고요. 혹시 또 알아요?”

주방 쪽에서 사모님이 힘을 실어주었다. 고위 각료출신의 은퇴자. 그래봤자 집에 들어앉으면 여자의 밥이다. 봉철기도 예외는 아닌 것 같았다.

윤도는 이미 몇 가지를 확인하고 있었다. 목소리 때문이었다. ㄴ과 ㅇ, ㅅ이 증거였다. 진맥만은 못하지만 소리로도 병을 유추할 수 있다. ㄴ으로 치면 화(火)에 해당하니 그 소리가 맑지 못하면 심장의 이상, ㅇ은 수(水)의 의미이니 신장이나 방광의 이상, ㅅ은 폐의 문제를 반영한다.

폐가 나온 건 방광과 형제 같은 장부이기에 그렇다. 방광의 기능이 떨어졌을 때 폐를 돌보는 것도 그런 이유였다.

이는 청진기의 원리이기도 했다. 만약 류머티즘열(rheumatic fever)로 심장의 밸브가 손상을 입으면 혈액의 흐름에 잡음이 생긴다. 몸속의 소리를 듣고 건강을 진단하는 청진(聽診)은 의학에 있어 가장 쉬우면서 고전적인 방법이다.

기원은 히포크라테스가 환자 몸에 귀를 밀착시켜 인체의 박동을 직접 청취한데서 비롯됐다. 서양의학의 맥은 심장 수축에 의한 혈관의 운동을 의미한다. 그러나 한의학에서 맥은 심장을 포함한 오장육부 전신의 상태를 파악하는 매개체다. 그렇기에 심장에 더불어 신장과 방광의 정보까지 얻는 것이다.

“맥을 좀 보겠습니다.”

분위기를 타고 윤도가 나섰다. 자존심이 강한 환자는 그 자존심을 지켜주는 게 좋았다.

“거, 참.”

봉철기가 마지못해 손을 내주었다.

늙은 손을 잡았다. 주중대사라면 성공한 외교관. 그러나 세월은 결코 비켜가지 않았다. 그런데 이 사람...

“......?”

맥이 잡히지 않았다.

응?

맥이 없어?

초보 한의사 때라면 경악을 했을 일. 하지만 산 목숨의 경우에도 맥이 잡히지 않는 경우가 있다. 바로 청렴하고 고귀한 사람이다. 예를 들면 아름다운 수행의 길을 간 스님들이 그렇고 과거의 청빈한 선비들이 그렇다. 이런 사람들은 양 손목에서 맥을 잡을 수 없다. 진맥 자리를 12경맥의 동맥으로 옮겼다. 맥을 누르자 뿌리가 느껴졌다. 뿌리가 잡히지 않으면 오래 살지 못한다. 요실금을 고치면 공무에 지장은 없을 것 같았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요실금은 알고 왔다. 방광과 신장에 문제가 있을 것은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봉철기는 고혈압도 있었다. 게다가 악성이었다. 그렇다면 혈압약을 먹었을 일. 그로 인해 방광과 요도가 많이 상해 있었다.

“좋네요.”

진맥을 끝낸 윤도가 웃었다.

“좋다고요?”

봉철기가 고개를 들었다. 오랜 기간 고질병을 달고 산 봉철기였다. 질금질금 나오는 요실금은 사실, 돌산도에서 온 환자의 정액 새는 병보다도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지린 악취 때문이었다.

“요실금에 악성 고혈압, 신장동맥 문제로 인한 2차성이네요. 게다가 심근경색 기미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한부 날짜 받아놓는 암은 아니지 않습니까?”

“......?”

“아까 두 분께서 황희 정승 말씀을 하시던데 그분은 눈이 안 보이고 걸음을 걸을 수 없을 때까지 국사를 보셨습니다. 그 분이 세종대왕에게 사직을 청하는 편지에 나오더군요.”

“허어, 이 양반...”

“우리 채 선생님이 괜히 명의겠습니까? TS의 이 회장도, 대통령도 채 선생에게서 배우는 게 많습니다. 수 년 내에 우리 대한민국에 노벨 의학상을 안겨줄 지도 모릅니다.”

정 비서관이 지원사격을 했다.

“아직은 괜찮지만 심근경색이 발병하면 어렵습니다. 국정은 나중 문제이고 기왕 뵈었으니 침을 좀 맞으시지요.”

“당신 정말 자신이 있는 거요?”

봉철기가 물었다.

“어렵지만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이봐요. 내가 왜 요실금을 고치지 못한 건지 압니까? 나 마취 알레르기도 있어요. 게다가 악성 고혈압이라 함부로 손을 댈 수도 없는 몸이고.”

마취!

요실금 수술을 받지 못한 이유가 확인되었다. 고혈압 때문에 그렇겠다 생각했지만 치명적인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고혈압이 있으면 수술이 어렵다. 그런데 마취 알레르기가 있다면 고혈압이 없어도 수술은 불가능했다. 신장으로 인한 악성 고혈압은 사실 청장년층에서 주로 생긴다. 봉철기는 70에 가까우니 아무래도 베이징에서의 극심한 스트레스가 원인일 수 있었다.

“제 침은 마취가 필요 없습니다.”

윤도가 봉철기의 우려에 쐐기를 박아버렸다.

“마취가 필요 없다고? 그럼 고혈압도?”

“신장의 이상은 수년 전부터 생긴 것 같더군요. 동맥 혈관이 문제인데 침으로 해결 가능합니다. 이것 역시 당장은 목숨을 위협하지 않지만 언제든 신장기능 장애를 유발하면 뇌와 심장에 데미지를 줄 수 있습니다. 심근경색의 신호도 빨라지겠죠.”

“......”

“대사님의 요실금은 신장의 기혈이 붕괴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때부터 혈압이 올라가면서 혈압약을 드셨겠지요.”

“그랬소. 처음에는 노바스크로 시작해서 카베올정, 유레틴정...”

“혈압약은 대개 이뇨제들입니다. 작용원리는 간단해서 신장에서 혈액 중의 수분을 걸러내는 작용을 촉진해 소변의 양을 증가시킵니다. 혈액의 절반 가량이 물이니 수분을 감소시키면 혈액양의 부피가 줄어듭니다. 그렇게 되면 혈액이 혈관을 때리는 압력, 즉 혈압이 내려가는 원리지요.”

“......”

“이뇨제를 복용하는 환자들은 대개 동맥경화증 등으로 혈액 내의 지방 성분이 높아 키가 끈적해집니다. 이때 이뇨제 투여로 탈수를 시키면 혈액 점성이 더 높아져 흐름이 느려지고 쉽게 응고되어 혈관을 막아버리게 됩니다. 오래 복용하면 신장기능의 약화는 물론 뇌경색과 심근경색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심근경색이 괜한 말이 아니라는 거 이해하시겠습니까?”

“......”

“시침하겠습니다.”

윤도가 선언했다. 이미 압도된 봉철기는 입 한 번 벙긋하지 못했다.

장관님은 오줌싸개? 2

장관님은 오줌싸개? 2

요실금.

한방에서는 소변불금으로 불린다. 소변을 참지 못하는 것이다. 소변에 대한 한방의 관점은 양방과 차이가 있다. 수분이 대장에서 여과되면 방광으로 가 포의 기화(氣化)에 의해 소변이 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소변불금 자체도 몇 가지로 나뉜다.

1) 소변을 멈추려 해도 저절로 나오는 건 기가 약해진 까닭.

2) 자신도 모르게 소변이 나오는 건 방광이나 폐기가 약하기 때문.

3) 노년기에 날이 저물면 화장실을 달고 사는 건 방광이 약해서 냉하기 때문.

4) 소변을 자주 보기는 하지만 시원하게 발사하지 못하고 찔끔거리는 건 정력이 약해진 까닭.

소변의 건강은 크게 두 가지로 본다. 내보낼 소변을 잘 저장하고 있는가와 그것을 내보낼 힘이 있는가이다. 어느 것이든 문제가 있으면 좋지 않다.

소변불리에 진액부족, 소변불금에 기화불능이라고 말하나 실제의 환자들에게는 교과서대로 나타나지 않는다. 의서나 교과서는 언제나 참고사항이 될 뿐이었다.

거실에 매트를 깔고 편안히 누였다. 사모님만 남기고 두 비서관을 물렸다. 환자가 긴장하므로 사관혈부터 열었다. 기를 한 바퀴 돌려주니 비로소 안정되는 봉철기였다.

‘고혈압부터.’

시침의 방향이 정해졌다. 그러자면 신장동맥의 협착부터 해결해야했다. 처음부터 오장직자침이 필요해진 것이다.

나노침을 뽑았다. 약침은 약쑥을 기본으로 제조한 것으로 선택했다. 쑥은 암덩어리를 녹인다. 동맥에 낀 때를 빼는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마음을 다스린 윤도가 첫 나노침을 넣었다. 침 끝이 신장 표면막에 닿았다. 그 결을 열고 들어갔다.

탱글.

탄력이 왔다. 동맥에 닿은 것이다. 동맥의 느낌은 언제나 찰지다. 마치 찰고무공을 누르는 느낌이다. 이런 상태에서 누르면 십중팔구 달아난다. 인간의 기관은 그냥 부속물이 아니다. 외부의 침입에 맥없이 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윤도의 침은 해치는 침이 아니라 살리는 침이었다. 혈관의 표면에 그걸 알려주었다. 가볍게 건드리며 혈관의 경계를 늦추는 것이다. 동맥의 긴장이 풀렸다. 나노침이 밀고 들어갔다. 협착이 시작되는 부위였다.

침끝을 조절해 약침을 퍼트렸다. 손가락의 온도를 높여 화침을 만들었다. 뻑뻑한 느낌이 조금씩 풀리고 있었다. 침 끝을 잡고 미세조정을 하며 버텼다. 자칫하면 그대로 밀려나는 침이었다. 동맥의 탄력은 장난이 아니었다.

잠시 쉬었다 새 침을 넣었다. 그 과정만 무려 여섯 번을 반복했다. 동맥 협착은 무섭다. 심장이나 뇌에서 생기면 소위 ‘골’로 가는 것이다. 지켜보던 사모님도 함께 무아지경에 빠졌다. 등을 굽힌 채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다.

“힘듭니다. 앉으세요.”

보다 못한 윤도가 자리를 권했다. 사모님은 그제야 비실, 소파에 엉덩이를 걸쳤다.

동맥협착이 오래 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만약 20년, 30년 세월이 쌓인 거라면 녹이는데 밤을 새워야할 지도 몰랐다.

어느 정도 되었다 싶을 때 망침을 집어들었다. 끝을 뭉툭하게 개량한 망침이었다. 약침액을 몸통 전체에 발라 동맥 안에 밀어넣었다. 그 긴 망침이 혈관 안으로 죄다 들어가버렸다. 사모님은 벌어진 입을 막느라 바빴지만 윤도의 촉각은 오직 망침 위에만 있었다.

망침을 고정시키고 타이머를 세팅했다.

“채 선생...”

정원으로 나오자 정 비서관이 다가왔다.

“잘 되고 있습니까?”

“저는 최선을 다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하늘이 돌보는 겁니다.”

윤도가 웃었다. 질병은 환자 중심이다. 한의사가 아무리 좋다고 해봤자 환자의 불편이 해소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었다. 돌아보니 양 비서관은 보이지 않았다.

“대통령께 연락을 드렸어요. 아마 응원하고 계실 겁니다.”

“대통령의 신뢰가 굉장한 분인가 보군요.”

“실은 그 반대입니다.”

“예?”

뜻밖의 대답에 윤도가 고개를 들었다.

“코드만 따지자면 더 적합한 사람이 많죠.”

“그런데 왜?”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 것 같아서 그렇지만 이 인사도 어쩌면 한방의 원리처럼 음양에 해당합니다.”

“......?”

“저도 최근에 그 이론에 심취했습니다만 그동안 역대 대통령들은 음은 음끼리 양은 양끼리 해먹었지요. 그러다 보니 늘 인사잡음에 정치보복까지 끊이지를 않고 있습니다.”

“......”

“하지만 통일입니다. 남북협력입니다. 이런 일이라면 음양의 조화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해서 정치적인 신념은 조금 다르지만 남북협력 분위기 조성에는 최적임자로 꼽히는 분을 고른 겁니다.”

“대단하군요.”

“아직은 아닙니다. 채 선생님이 요실금을 고쳐주셔야만 완성되는 퍼즐입니다.”

“기도를 부탁합니다.”

그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 시침을 이어갈 시간이었다.

“어머!”

사모님이 경기를 했다. 혈압 때문이었다. 약을 먹어도 140대에서 내려오지 않던 혈압이 125로 내려와 있었다.

“말도 안 돼.”

사모님은 경련을 멈추지 못했다.

“그럼 다시 고혈압으로 돌려놓을까요?”

윤도가 웃었다.

“아뇨. 세상에, 세상에...”

“왜? 나 죽으면 딴 살림 좀 차려볼까 했더니 틀린 거 같아?”

봉철기도 농담으로 장단을 맞췄다. 기분이 좋아졌다는 반증이었다.

“그래요. 나도 과부로 살기는 싫거든요. 그러니까 딴 살림 샘나면 여기 채 선생님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싹 낫게 해달라고 하세요.”

“어이쿠, 이거 오늘 요실금 못 고치면 쫓겨날 기세네 그려.”

봉철기가 웃었다.

두 번째 시침도 협착해결 쪽이었다. 나노침은 심장으로 옮겨갔다. 찌꺼기가 달라붙기 시작하는 동맥에도 약침을 넣었다. 이 쪽은 이제 시작된 곳이라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제는 장관임용에 문제가 된다는 요실금을 저격할 차례였다.

“입이 마르신 거 같은데 물 한 모금 마시고 시작하죠?”

윤도가 물을 권했다. 봉철기는 군소리 없이 물을 삼켰다.

“나이가 들면서 입이 마르면 방광을 생각하셔야 합니다. 입이 마르면 소화력도 떨어지니 좋지 않습니다.”“어이쿠, 그래서 내가 요즘 속이 안 좋았나?”

“오늘 요실금 치료는 방광과 신장, 폐와 단전까지 함께 세트로 진행하게 될 겁니다.”“요실금에 관여하는 곳이 그렇게 많습니까?”

“대개 요실금 하면, 방광을 생각하지만 방광에 문제가 있으면 폐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대사님 병은 신허가 시작인데 단전의 힘도 쭉 빠져있어 조이는 힘이 부족하지요. 네 곳을 잘 돌보면 잠길 때 잠기고 열 때 열릴 것으로 봅니다.”

“말만 들어도 다 나은 거 같네.”

“저 양반도 나이 드니까 허풍만... 아까는 침 안 맞겠다고 똥고집이시더니.”

사모님이 볼멘소리를 냈다.

장침이 출격을 시작했다. 일단은 간수와 비수, 그리고 중완혈이었다.

“어때요? 전보다 힘이 좀 들어가죠?”

윤도가 아랫배를 누르며 물었다.

“응?”

“단전은 신장의 기를 다스리는 곳이죠. 여기에 힘이 없으면 뭘 해도 맥이 없습니다. 오줌발도 여기에 힘이 있으면 꽉 조일 수 있습니다.”

“허어.”

시침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신허를 해소하기 위해 부류와 태백, 태계혈을 찔렀다. 방광경의 모혈 중극도 빼놓지 않았고 방광의 원기와 기를 위해 기해와 방광수를 잡았다. 상료혈을 더해 빈 곳을 채우고 소변을 자르는 힘을 위해 중료혈에 침을 넣었다. 마무리는 관원혈과 곡골혈에서 했다. 이 또한 아시혈의 하나였으니 소변을 참지 못하는 증상에 좋은 혈자리였다. 단전과 신장의 기가 안정되기 시작했다. 폐와 심장도 그랬다. 그 기의 흐름을 방광 쪽으로 돌렸다. 방광에 이르러 온화한 기가 되었다. 방광 곳곳에 생기가 퍼져갔다.

‘오케이.’

윤도가 확인에 들어갔다. 감았던 침감을 단숨에 풀어버린 것이다. 방광을 차지하고 있던 사기의 대방출이었다.

“채, 채 선생님.”

봉철기가 다급한 소리를 질렀다. 그 손이 가리키는 곳은 사타구니였다.

“싸, 쌀 것 같습니다.”

경륜답지 않게 울상이 되는 봉철기. 감을 잡은 윤도가 하의를 내려주었다. 안에는 치료를 위해 팬티도 기저귀도 차지 않은 상황.

“어머!”

사모님이 먼저 고개를 돌렸다. 대포알 물줄기가 발사된 것이다. 오줌발은 거짓말 좀 보태서 천정까지 닿았다.

“어어어.”

황당한 상황에 봉철기는 신음소리만 냈다. 윤도가 다시 침을 감았다. 오줌발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뚝 멈춰버렸다.

“응?”

봉철기가 고개를 드는 순간, 다시 한 번 오줌줄기가 발사되었다.

발사.

중지.

발사.

중지.

몇 번이고 그랬다. 윤도의 시험은 방광 안의 오줌을 한 방울까지 쥐어짜낸 후에야 멈췄다.

“채 선생님...”

봉철기는 황당무계하다는 표정이었다. 힘찬 오줌발이 그랬고, 마구잡이로 나오는 오줌이 그랬다. 더 놀라운 건 자르는 힘이었다. 비록 자신의 의지는 아니었지만 단숨에 멈추는 조절이 놀라웠다.

“치료 끝났습니다.”

윤도가 비로소 시침완료를 선언했다.

“채 선생님.”

“방금 그건 방광기능을 강화한 겁니다. 방출과 끊음 말입니다. 늘어지고 헐거워진 방광막의 탄력을 살려놨으니 소변이 새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 그럼?”

“조금 전의 그 방출과 끊음, 이제 대사님이 자의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허어.”

한숨을 쉬는 사이에 파출부와 사모님이 실험의 파편(?)들을 치웠다. 냄새는 좀 났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벌컥벌컥!

물을 마셨다. 윤도의 처방이었다.

“확인해보시죠.”

한참이 지나자 윤도가 봉철기의 등을 밀었다. 목적지는 화장실이었다.

딸깍!

문을 닫은 봉철기가 변기 앞에 섰다. 하의를 내리고 물건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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