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62화 (262/265)

‘이런.’

재빨리 침을 잡았다. 간장의 역습이었다. 비장과 폐장에 생성된 열기를 흩뜨리려는 것이다. 상황은 악화일로. 이 열을 놓치면 환자는 목숨이 끊어질 판이었다.

“왜 그러시오?”

심상치 않음을 알아챈 차평재가 물었다.

“간기가 침을 튕겨내고 있습니다. 비와 폐에 모은 치료열을 내치려는 것 같습니다.”

“이런!”

차평재의 얼굴도 흑빛으로 변했다. 윤도는 집중했다. 간에서 튕겨내는 사기를 체크였다. 사기는 난폭했다. 그 난폭함 속에 길이 있었다. 난폭함에 간격이 있었던 것이다. 그 간격을 파악한 윤도, 사기의 펌프질이 끊기는 촌각에 장침을 추가했다.

두 개.

세 개.

네 개.

비수혈에 들어간 장침만 일곱 개가 되는 순간 사기의 압박이 느슨해졌다. 사기가 지친 것이다. 이제 윤도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일곱 침을 빠르게 감아 침감을 극한으로 올렸다. 간이 검푸른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환자의 온몸에서 굵은 땀방울이 배어나왔다. 맺히기만 하던 땀의 일부가 흘러내리는 게 보였다.

툭!

툭!

툭!

‘먹혔다.’

윤도의 공세는 성공이었다. 어쩌면 간의 사기도 한계에 다다른 상태. 그런 상황에서 작열감이 들이치니 한 풀 꺾이고 마는 사기였다.

“열이 내려가요.”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리고서야 중초와 상초의 작열감을 마감했다. 열은 그저 간보기에 불과했다. 이제 심포에까지 도달한 오장의 사기를 밀어내고 간의 폭주를 옭아야했다. 사나운 폭주를 길들여 오장육부와 박자를 맞추는 것.

방법은 무엇일까?

사기는 본래 혈을 따라 나가게 되어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치명타가 역행으로 시작되었기에 정상적인 처리가 불가능하게 되었다.

‘혈이 아니면 근.’

길이 없으면 샛길을 내야한다. 혈자리로 안 된다면 근이었다. 윤도의 손이 태충혈로 향했다. 차평재의 시선도 그 동선을 따라 움직였다.

태충혈.

혈자리를 고르는 손을 본 차평재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윤도의 의도를 알아차린 것이다. 그 사이에 윤도의 장침은 이미 태충혈을 차고 들어갔다. 태충혈은 간근 관련 질환의 요혈. 근으로 사기를 밀어내보려는 윤도였다.

원칙대로라면 폐수혈을 동원해야했다. 폐는 금이다. 금은 목을 극한다. 간이 곧 목의 성질이기에 그랬다. 하지만 침은 신수혈에 겹쳐 꽂았다. 신장은 물의 성질, 즉 수에 속한다. 그렇기에 신장은 목의 성질인 간을 돕는다. 차평재는 눈 한 번 깜박이지 못했다. 역으로 간장을 다스려 열을 내린 윤도. 그렇다면 이번 침감도 역으로 갈 게 분명했다.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윤도의 침감이 간으로 향했다. 그러나 기혈을 살린 게 아니라 사기를 빨아 당겼다. 약간의 희생을 무릅 쓰더라도 시간을 벌려는 전략이었다. 이 침이 혈투가 되었다. 간은 버텼고 윤도는 공략했다. 승자는 결국 윤도 쪽이었다. 마침내 간의 기세가 꺾이며 사기가 역순환된 것이다. 심포를 물어뜯으려 발악하던 사기가 조금씩 허망해졌다.

‘후우!’

윤도가 비로소 긴 숨을 골랐다. 당장의 파국은 면하게 되었다.

“선생님의 침은 오장육부의 것만 제외하고 발침하겠습니다.”

윤도가 선언했다. 차평재는 군말을 달지 않았다.

발침 후에 신도혈에 새 침을 넣었다. 이제는 간의 열을 내몰기 위함이었다. 소장과 삼초를 위한 장침도 꽂았다. 환자의 기혈에 쌓인 혈독과 가스독 때문이었다.

“진맥을 보시죠.”

윤도가 확인을 권했다. 차평재는 환자의 검지를 잡았다. 손마디의 혈관을 보며 상태를 파악했다. 차평재의 숨소리가 멈췄다. 벼랑 끝의 위기는 벗어난 맥이었다. 검게 변해가던 실핏줄에 푸른빛과 붉은 빛이 얼비치고 있었다.

“위기는 넘겼군요?”

차평재 얼굴에 안도감이 배어나왔다.

“이 말씀을 여기 원장님께 전해주세요.”

윤도가 간호사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뛸 듯이 병실을 나갔다.

“기혈 순환이 망가진 12경맥이 최소한의 기능을 찾으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

“이제 시작에 불과하죠. 환자에게 다른 질병은 없기만을 바랍니다. 상황이 이런 데다 간의 사기 때문에 다른 질병들은 미처 체크하지 못했거든요.”

다른 질병의 체크는 머리 때문이었다. 폭풍 속에 느낀 작은 흔적. 윤도는 그걸 잊지 않고 있었다.

“채 선생.”

차평재는 말을 잊었다. 환자가 벌떡 일어선 건 아니지만 희망이 보인 건 틀림이 없었다. 이건 그 자신과 공화국의 모든 의료진들이 달라붙고서도 이루지 못한 성과였다.

“회생이 가능하겠습네까?”

“선생님.”

“예?”

“죄송하지만 그 전에 솔직한 말씀이 필요합니다. 이번 우리 특사단을 초청한 이유가 이 환자 때문입니까?”

“채 선생...”

“우리 특사단이 지금 북 측 대표단을 만나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 쪽 대표단의 격이 낮은 걸 보니 그런 의도가 담긴 것 같다고 하더군요. 저만 초청하기 어려우니 특사단 명목으로 초청했지만 그건 그저 허울에 불과한...”

“......”

“저는 솔직히 정치에 휘말리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환자를 치료하는 순간 이미 정치에 휘말리고 말았습니다. 만약 우리 특사단이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하고 제가 북한 지도자의 아들을 살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저는 한국에서 매장 당할 지도 모릅니다.”

“......”

“제 말이 틀렸습니까?”

“그 말을 하려고 간호사를 내보냈군요?”“북에서 믿을 사람은 선생님 뿐이니까요.”

“채 선생...”

“환자를 살릴 가능성의 수치가 필요하겠죠. 확률은 정확히 4분의 1정도입니다.”

“25%?”

차평재가 소스라쳤다. 그 자신이라면 많아야 1-2%선에서 끝날 일. 그러나 윤도는 무려 10여 배를 말하고 있었다.

“윗선에 제 뜻을 전해주십시오. 이번 특사회담이 남북관계에 대해 전향적이고도 괄목할 협의를 이루게 된다면 가능성은 두 배나 세 배로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입니다.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도 결국 인간이니까요.”

두 배나 세 배.

그렇다면 50-75%에 이르는 확률이었다. 윤도의 신침을 아는 차평재였다. 지켜본 바에 의하면 윤도의 실력은 더 출중해졌다. 그렇다면 사실일 수도 있었다. 게다가 이미 절명의 파국으로 내닫던 위기를 막아놓았지 않은가?

그 사이에 원장과 의료진이 들어섰다. 그 뒤로는 지도자의 배우자 설미리도 있었다. 방수용과 당 고급간부들도 보였다.

환자를 본 설미리의 어깨가 떨렸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이런 모습으로 본다는 건 누구든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우리 장철이 사는 겁네까?”

설미리가 윤도에게 물었다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부탁합네다. 우리 아들...”

그녀가 윤도의 손을 잡았다. 여느 어머니와 다름없는 간절한 손이었다. 짧은 방문이 끝나자 모두가 병실은 나갔다. 안에 남은 건 윤도와 간호사 뿐이었다. 윤도의 시선은 환자에게 있었다.

‘장철...’

이제야 환자의 이름을 알았다. 환자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본의 아니게 치료를 두고 거래를 논한 것이다. 하지만 윤도의 마음은 사실, 닥치고 치료 쪽으로 기울어있었다. 의료인의 본분이다. 설령 지도자의 조치가 뒤따르지 않는다고 해도 치료를 마다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딜을 한 건 통일이나 남북 평화에 대한 국민된 도리이자 염원이기도 했다.

남한과 북한.

당장 통일은 못 되더라도 평화협정이나 평화로운 왕래만 보장된다고 해도 남북에 지대한 도움이 될 일이었다.

한 시간 쯤 후에 차평재가 돌아왔다. 이번에는 방수용과 둘이었다.

“채 선생.”

방수용이 가까이 다가왔다. 그가 윤도 귀에 대고 나지막이 속삭였다.

“지도자 동지께서 결단을 내려주었습네다. 곧 시작될 2차 특사회담부터 선생의 뜻의 반영될 것으로 봅네다.”

“정말입니까?”

“제가 약속합네다. 지도자 동지께서도 아들의 회생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 하더군요. 아들이 위독한 동안에 만감이 교차한 모양입네다. 선생께서 성공하시고 남측 정권과 교감이 맞는다면 아마도 세계가 놀랄만 한 결과를 낳게 될 지도 모릅네다.”

세계가 놀랄 결과.

그 말이 윤도의 사기를 바짝 높여놓았다.

혼신, 그 위의 혼신-1

혼신, 그 위의 혼신-1

“채 선생.”

윤도가 김광요를 만났다. 호텔 로비였다. 약침을 준비한다는 이유로 돌아온 호텔이었다. 손병수와 김진걸 등의 특사는 보이지 않았다.

“두 분은요?”

“방금 2차 회담장으로 떠났습니다.”

“분위기가 바뀌었습니까?”

“급변했습니다. 어떻게 된 겁니까?”

김광요가 물었다. 잔뜩 고무된 표정이었다.

“미리 말씀 나눈 대로였습니다.”

“그럼 환자가?”

<지도자의 외아들이더군요.>

윤도가 필답으로 답했다.

“체크가 끝났습니다. 도청은 없는 것 같으니 그냥 말씀하셔도 됩니다.”

김광요의 손가락이 동그라미를 그려보였다. 안전하다는 의미. 윤도는 종이를 치워버렸다.

“굉장히 위독합니다. 아니, 이미 죽은 송장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송장?”

김광요가 소스라쳤다.

“목숨이 딱 한 가닥 정도 남아있더군요. 혼신을 다해 몇 가닥 더 보태놓고 오는 길입니다.”

“그 아이를 치료해달라는 조건입니까?”

“그렇습니다.”

“채 선생.”

“식물인간이나 뇌사에 못지않은 상태입니다. 치료를 장담하지는 못합니다. 그저 최선을 다할 뿐.”

“이런!”

윤도가 가방을 열었다. 약침들이 보였다. 저 홀로 폭주하는 간과 할퀴고 찢겨진 경맥들. 윤도는 그에 합당한 약침을 골라야했다.

“가능성은 있는 겁니까?”

김광요가 물었다.

“특사회담은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글쎄요. 일단 상대방 테이블이 최상급으로 격상된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성과는 결국 이쪽 지도자의 의지에 달린 거지요.”

“우리 측 카드는 뭐죠?”

“일단은 남북정상회담이죠. 그 의제는 비핵화, 남북평화선언, 남북직항 항공편 운영, 개성공단 재개, 문화예술교류 등이 큰 그림입니다. 나머지는 세부사항으로 들어갈 것으로 압니다.”

“제가 서둘러야겠군요. 어차피 옵션으로 걸린 것이니.”

“채 선생...”

윤도가 집어든 건 사기를 다스리고 기혈의 조화를 이루는 약침액이었다. 사기만 몰아내면 나머지는 장침과 나노침으로 해결될 것 같았다.

“미안합니다. 이렇게 큰 짐을 지게 해드려서.”

김광요가 고개를 숙였다.

“차장님.”

“예?”

“저는 그저 환자를 구할 뿐입니다. 그러니 남북은 차장님과 특사들이 구해주세요. 제 말은, 마침내 북한의 초고위층들과 마주할 기회를 가졌으니 어떻게든 성과를 거두시라는 겁니다. 제가 한꺼번에 두 가지를 할 수는 없습니다.”

윤도 목소리는 담담했다. 그러나 강철보다 무게가 실린 한 마디였다. 김광요는 그 말에 압도되었다. 어떤 위기 앞에서도 초연한 대한민국 대표명의 채윤도. 그는 촌철살인 같은 한 마디를 남기고 타고 온 앰뷸런스에 올랐다.

“채 선생님의 마지막 말, 의미심장하군요.”

뒤에 선 박 과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채 선생님의 뜻이 회담 테이블에도 잘 반영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될 거야. 두 분 특사도 죽기 아니면 살기로 나가셨으니까.”

김광요의 두 눈에 염원이 이글거렸다. 협상 테이블과 윤도의 진료대. 두 곳의 성과를 바라는 절실한 마음이었다.

애애애앵!

윤도의 앰뷸런스에 속도가 붙었다. 출발과 동시에 걸려온 긴급 전화 때문이었다. 동행자가 넘겨준 북한 핸드폰을 받았다. 차평재였다.

“더 달려요!”

윤도가 재촉했다. 뇌리 안에 차평재의 다급한 목소리가 메아리졌다.

“환자에게 이상이 생긴 거 같습네다. 빨리 좀 와주셔야겠소이다.”

이상!

겨우 회복의 조짐이 보이던 지도자의 외아들. 그리하여 남북의 특사회담이 새 판을 짜고 있는 상황. 그런 차에 이상이라니? 만약 급박하게 숨이라도 거둔다면 특사회담 테이블 역시 판을 덮을 지 몰랐다.

“선생님!”

앰뷸런스가 도착하자 간호사가 두 팔을 휘저으며 위치를 알렸다. 병원 문은 저절로 열렸다. 직원들이 양쪽에서 열었다. 병원은 이미 비상대기 상태였다. 엘리베이터 역시 윤도를 기다리고 있었다. 간호사와 함께 탑승했다.

“채 선생!”

차평재는 복도까지 나와 있었다. 그 뒤로 원장과 의료진들이 보였다.

“어떻게 된 겁니까?”

윤도가 물었다.

“중간중간 맥을 체크하고 있었습네다. 그런데 갑자기 덜컥 하는 느낌이 오지 뭡네까? 환자가 워낙 위중하다 보니 채 선생의 대응이 필요해서 말입네다.”

걷는 사이에 병실 문이 열렸다. 윤도가 안으로 들어섰다. 서둘러 맥을 체크했다.

“......!”

윤도의 눈빛도 맹렬하게 흔들렸다. 경맥 전반의 부조화였다. 몇 개는 안정화 단계로 가지만 또 몇 개는 순환장애로 허덕였다. 그것들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꼬이면서 불협화음을 높이고 있었다. 원혈 네 개를 잡아 다른 경맥과의 보조를 맞췄다. 한참 후에야 12경맥의 빨간불이 꺼졌다.

‘후우!’

내친 김에 다른 문제를 탐색했다. 찜찜함으로 남은 머리 쪽이었다.

‘심장...’

전신의 질환을 뒤지던 윤도, 첫 타로 잡아낸 게 심장의 이상이었다. 급성 심부전의 기미였다. 오장의 폭주로 인한 부작용이었다. 진단 탐색을 조금 더 상체로 올렸다.

‘눈...’

시신경도 망가졌다. 이 또한 간의 폭주로 인한 부작용의 하나였다. 간은 눈을 관장한다. 사기가 폭발적이었으니 예민한 시신경에 데미지를 준 것이다.

‘이 정도면 그나마 다행?’

그렇게 긴장의 끈을 놓으려는 순간, 덜컥 사나운 기세 하나가 감지되었다.

‘뇌?’

윤도 이마에 선뜻한 냉기가 맺혔다. 머리카락도 우수수 일어섰다. 착각이 아니었다. 오장육부 부조화의 폭풍 속에서도 아스라한 느낌으로 오던 사기. 결코 기우가 아니었다.

뇌!

저 깊은 심연 속의 치명적인 덩어리 하나가 감지되었다. 그 기원은 오래되지 않았다. 작은 흔적이던 것이 이번 전격으로 인해 완전한 병소가 된 모양이었다. 진단결과는 뇌종양이었다.

간장이 폭주하는 동안 외부에서 들어온 병인이 통제되지 않았다. 그 치명적인 상황이 환부에 쌓이며 질병의 씨앗을 발아시킨 것이다.

급성 심부전과 시신경 이상.

그것도 작은 병은 아니다. 그러나 뇌종양에 비하면 깜냥도 아니었다.

‘채윤도.’

헐렁해지는 마음을 추슬렀다. 가장 어려웠던 때를 생각했다. 중국 어선과 해경들의 참사였다. 베이징에서 죽어가는 어린 환자들이었다. 그 아비규환과 지옥의 현장에서도 윤도는 해냈다.

‘거기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

마음이 머리에 명령을 내렸다.

고민보다 장침 출격.

난관은 고민 따위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시신경이 위태롭습니다. 급성심부전도 예상되고요.”

차평재를 돌아본 윤도가 침통을 열었다. 시신경 이상을 방치하면 한 쪽 눈을 실명할 수 있었다.

<외눈>

지도자가 좋아할 단어가 아니었다. 내장기관의 상해라면 모를까 눈의 실명이다. 회복이 된다고 해도 부모 마음이 아플 일이었다.

장침이 출격했다. 첫 침은 관원혈에 들어갔다. 이 환자에게는 관원혈이 시신경과 직통이었다. 뜨끈한 화침으로 광명색소와의 연결부위에 똬리를 튼 염증을 공략했다. 기세가 부족하므로 침 하나를 더 찔렀다. 염증의 사기가 녹아나기 시작했다.

‘후우!’

숨을 돌리고 다음 시침에 돌입했다. 이제는 전중혈이었다. 그 또한 화침이었다. 세밀하게 침감을 넣었다. 울컥거리며 위태로운 순환을 하는 심장의 혈액들. 그 정체 장소에 맺힌 사기를 공략했다. 몇 번의 공략 끝에 혈액의 흐름도 순탄하게 만들었다.

“심부전과 시신경 문제는 대략 잡았습니다.”

윤도가 숨을 고르며 말했다. 환자의 혈색은 다시 안정을 찾고 있었다.

“전격적인 것이라 위험할 뻔 했는데 치료시간은 번 것 같습니다.”

“채 선생...”

차평재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의문은 아직 하나가 남아있었다. 윤도가 짚은 혈자리를 아는 까닭이었다.

“아시는군요.”

“......”

“맞습니다. 한 가지가 더 남았습니다.”

윤도가 고백했다.

“그건 뭐죠?”

“그건...”

윤도, 잠시 말문을 닫았다가 다시 이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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