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63화 (263/265)

“뇌종양입니다.”

“뇌종양?”

차평재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원래 환자에게 조짐이 있었을 겁니다. 두통이나 속이 울렁거리는 등 말입니다. 그 발단이 간이 폭주하는 동안에 사기의 힘을 받아 병으로 자리 잡고 말았습니다.”

윤도의 말에 차평재 시선이 의료진 쪽을 향했다.

“그런 증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뇌단층촬영에서는 큰 이상이 보이지 않았고 간 합병증이 워낙 위태했기에 그 쪽으로 포커스를 잡다보니...”

의료진이 답했다.

“그때는 종양이 흔적 정도였을 겁니다. 하지만 이 난리를 겪으면서 초급성화되었습니다. 여기 이 부분을 확인해보세요. 하필이면 전두엽과 측두엽, 두정엽이 만나는 삼각 경계 부분입니다.”

당장 뇌초음파가 실시되었다. 종양의 위치가 증명되었다. 해부학적으로도 최악의 위치였다. 혈액검사로도 확인이 되었다. 처음 입원했을 때는 없었던 현상이었다. 전두엽과 측두엽, 그리고 두정엽의 삼각 경계부분...

침묵.

무거운 침묵이다. 다들 할 말을 잃었다. 실내분위기는 참담하게 내려앉고 있었다.

전두엽만 해도 부담스러운 침술이었다. 조금이라도 손상을 받으면 기억력이 떨어지고 우울증과 망상장애까지 올 수 있는 부위였다. 그런데 측두엽과 두정엽까지라니.

사실 대다수 악성 뇌종양은 수술조차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이 케이스도 그런 쪽이었다. 그렇다면 기혈부조화의 위기를 벗어난다고 해도 큰 의미가 없었다.

뇌종양.

언젠가는 터질 또 하나의 핵폭탄.

현재의 상태만 해도 벅찬 윤도에게 또 하나의 난제가 던져졌다.

새로운 문제는 바로 지도자에게 전해졌다. 전화 속의 지도자가 윤도를 찾았다.

“채 선생.”

“......”

“우리 장철이에게 복합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들었네만?”

“유감스럽게도...”

“시신경과 심부전을 찾아 해결하셨는데 뇌종양도 있다고?”

“......”

“고칠 수 있는 건가?”

“어렵지만, 숨이 끊어지지 않은 한 희망은 남아있는 셈입니다.”

“부탁하네. 어떻게든 살려만 주시게. 그럼 내가 채 선생 은혜를 잊지 않을 테니.”

“최선을 다해보죠.”

윤도가 전화를 끊었다. 지도자는 무조건적인 지원을 명령했다. 공화국의 모든 자원을 가져다주더라도 아들을 살리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 환자에게 필요한 건 공화국의 모든 것이 아니었다. 환자에게 필요한 건 오직 하나.

‘네 의지와 내 침의 의지.’

살려는 의지와 살리려는 의지. 두 의지가 하나의 접점에서 만나야했다.

장침을 뽑아든 윤도가 환자를 바라보았다. 신의가 있다 해도 환자가 살 의지가 없으면 소용없다. 환자가 발버둥을 쳐도 한의사가 무능하다면 그 또한 소용이 없었다.

탁장철.

나는 알고 있어.

넌 살고 싶지?

그러니까 아직 목숨으로 남은 거겠지.

그렇다면 우리 최선을 다해보자.

너는 나를 믿고 나는 너를 믿고.

어쩌면 우리 둘의 믿음이 오랜 냉전의 남북관계까지도 살릴 수 있을지 몰라.

너만 살아나는 게 아니거든.

탁장철?

준비 됐어?

벼리고 벼린 윤도의 치료침이 출격을 했다. 어느 때보다도 비장하고 숭고한 침이었다. 사관혈을 열고 신주와 명문혈을 차례로 열었다. 환자는 어린 아이. 그렇다면 기혈강화도 기해혈보다 신장혈이었다. 신장에 남은 태초의 생기를 긁어모았다. 단전에 시침을 했다. 약간의 도움은 되지만 경맥을 안정시킬 정도는 아니었다. 이번에는 양지와 중완, 백회혈을 찔렀다. 하늘 천기의 힘을 보태는 것이다.

‘옳지.’

침감에 힘이 실렸다. 넉넉지 않지만 잔존 사기와 대결할 만 했다. 기혈이 조금 상승되자 태충혈을 찔렀다. 그게 제대로 먹혔다. 간근 관련 질환에 요긴한 혈답게 간의 잡기를 눌러버린 것이다. 몇 바퀴 돌린 후에 맥을 확인했다. 사기의 찌꺼기들이 사라지고 있었다.

팔회혈과 12원혈.

둘을 놓고 저울질을 했다.

‘팔회혈.’

윤도의 승부수는 팔회혈이 되었다. 팔회혈은 장부와 오체, 즉 장, 부, 기, 혈, 근, 맥, 골, 수의 기가 집합하는 경혈이다. 장회, 부회, 기회, 혈회, 근회, 맥회, 골회, 수회로 불린다. 대표 혈자리는 장문과 중완혈, 전중, 격수, 양릉천, 태연, 대저, 현종혈이다.

오장과 육부의 질환에 더불어 호흡기질환, 순환계질환, 호흡기질활, 뼈와 골수의 이상, 기병까지도 아우를 수 있는 경혈이다. 장침은 빛살처럼 출격했다. 팔회혈을 잡는데 걸린 시간은 채 2분도 되지 않았다. 전체 침감은 근회에서 조절했다. 하나로 다스리는 여덟 혈의 침감. 그건 차평재조차도 꿈꾸지 못할 상상 너머의 시침이었다.

우우웅!침들은 저마다의 울림을 냈다. 그 울림의 파장은 여덟이 달랐지만 인체로 퍼져가는 느낌은 하나였다.

평온.

조화.

안정.

세 단어로 축약된 기의 파장이 상초, 중초, 하초의 구분 없이 물들어나갔다.

천지인의 삼위일체.

그게 거기 있었다. 윤도의 정성과 장침의 침감, 마침내 환자의 기혈이 하나가 되자 몸에 생기가 맺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사지말단이었다. 머리와 양손, 그리고 양발. 그 생기가 오장을 거쳐 간으로 모여들었다. 간의 역할은 더 이상, 사악한 흡수가 아니었다. 비로소 환자의 간으로 변한 간. 오장이 보낸 기혈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인체 전체의 경혈과 혈관으로의 순환작업을 감당했다. 환자를 죽이려던 사기는 한 올도 딸려있지 않았다.

환자 탁장철.

체온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오장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혈색도 그랬고 맥도 그랬다.

“쉬잇!”

놀란 간호사가 수화기를 들자 차평재가 그녀를 막았다. 높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게 중요하지 않았다. 더구나 윤도에게 방해가 되어서도 안 될 일이었다.

채윤도.

마침내 회복의 물꼬를 텄다. 차평재는 환자의 입술만 보고도 알았다. 윤기가 돌아온 것이다. 그렇다면 채윤도. 이제 오장직자침을 쓸 것인가? 그것도 환자의 뇌에? 차평재가 긴장하는 순간, 윤도는 다른 답을 내놓았다.

“잠시 쉬겠습니다.”

“채 선생...”

“뇌종양 시침입니다. 어깨와 팔의 긴장을 풀어야 할 것 같습니다.”

“채 선생...”

“밖의 정원 좀 산책해도 될까요?”

“물론이오.”

차평재가 답했다. 윤도가 복도로 나왔다. 방수용과 한길상, 원장 등의 고위층 시선이 쏠려왔다.

“채 선생.”

방수용이 다가오는 순간 간호사가 문을 박차고 나오며 소리쳤다.

“환자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어요.”

“뭐야?”

놀란 한길상과 원장 등이 안으로 뛰었다. 복도에 남은 건 방수용 뿐이었다.

“채 선생...”

“뇌종양 시침이 남았습니다. 기혈이 정상으로 돌아갈 시간도 필요하고... 해서 바람이나 좀 쏘일까합니다. 허락하시겠습니까?”

“당연하죠. 어디라도 상관없습니다.”

방수용이 창밖을 가리켰다. 윤도는 정원으로 걸어나갔다. 병원 정원은 한가했다. 휠체어의 환자들이 보이고 가족들이 보였다. 서울의 풍경보다는 조금 바래 보이지만 크게 다르지 않았다.

평양.

그래도 다른 나라와는 느낌이 달랐다. 같은 민족이라는 건 확실했다. 그 대업에 시작이 되고 있는 장침. 지친 어깨에 다시 힘이 돌아왔다.

휴식을 끝냈다. 단기간에 부쩍 악화된 뇌종양이었다. 더구나 환자의 인체환경이 다시 바뀐 상황. 순이든 역이든 잦은 변화는 질병에 독이 될 수 있다. 그만큼 예측불허였기에 이쯤에서 매조지에 돌입하는 게 옳았다.

짝짝짝!

로비에 들어서자 병원 의료진들이 박수를 보내왔다. 한 줄로 늘어선 의사와 간호사의 숫자만 해도 20명은 넘어보였다.

“수고하셨소.”

병실 환자를 보고 나온 한길상이 대표로 윤도를 치하했다.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알고 있어요. 하지만 기적은 이미 시작된 거 아닙니까?”

“......”

“지금 설미리 동무께서 달려오고 계십니다. 차평재 동무 말로는 뇌종양 시침이 남았다고 하던데 그 또한 잘 부탁드립니다.”

“예.”

대답을 하고 돌아섰다. 짝짝, 응원의 박수가 다시 쏟아졌다.

병실에 들어서서 손을 씻었다. 소독도 했다.

충분히 역할을 한 장침은 발침해 냈다. 환자의 이마에서 땀이 흥건히 흘러내렸다. 나올 것은 나오고 들어갈 것을 들어가야 하는 법이니 밖으로 나온 땀이 흘러내리는 건 좋은 현상이었다.

열은 미열이었다. 그 또한 좋은 징조였다. 환자의 몸에는 이상이 있다. 아까는 장침 덕분에 잊었다지만 몸에 이상이 있으니 열이 나야 정상이었다.

마무리.

언제나 여기가 힘들다. 오늘은 특히 그렇다.

더구나 뇌종양.

무려 뇌종양···.

혼신, 그 위의 혼신-2

혼신, 그 위의 혼신-2

활육문과 삼초수혈을 찔렀다. 열이 내려갔다. 침빨은 제대로 먹혔다. 이제 본격 치료에 돌입했다. 합곡과 태충혈을 찔러 기의 순행을 도왔다.

순행이다. 다시 확인해도 명백한 ‘순행’이었다. 양곡혈과 해계혈, 함곡과 족임읍혈을 도모해 기혈의 회복도 도왔다. 오랜 투병으로 위가 비었기에 감안한 조치였다. 합곡과 태충혈의 기가 팔회혈을 타고 전신경락을 돌았다. 여차하면 임맥과 독맥까지 취할까했지만 그만 두었다. 정, 기, 혈, 진액의 기세가 이 정도면 착했다.

딸깍!

다른 침통을 열었다. 은빛의 나노침이 나왔다. 어느 때 보다도 숭고한 은빛이었다. 손목을 짚어 뇌종양의 위치를 확인했다. 혹시 모를 실수방지를 위해 왼손 검지 마디의 맥을 함께 체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급할수록 기본이 중요했다.

꿀꺽!

긴장의 침은 차평재가 대신 넘겼다. 그의 손에는 초음파와 MRI 사진이 들려있었다.

꿀꺽!

침은 쉬지도 않고 넘어갔다. 방해가 될까봐 참으려하지만 극렬한 긴장감 때문에 제어가 되지 않았다.

“신의 영역입니다.”

북한 최고 뇌 전문 의학자의 말이 차평재의 귀를 뚫고 갔다.

“여기는 침이 들어갈 수 없는 구조입니다.”

다른 전문가도 공감을 했다.

“차라리 이 상태로 회복 시켜서 살 때까지 사는 게...”

대안 의견도 침술불가 쪽이었다.

<침술불가>

병원 측은 당 간부들의 의견을 거쳐 설미리와 지도자에게 의견을 전달했다. 그 의견에 대한 자문은 다시 차평재에게 돌아왔다.

“동무 생각은 어떻소?”

지도자의 질문이었다.

“저는 채윤도 선생을 믿습네다. 불가한 자리에 침을 놓을 사람은 오직 채 선생 뿐입니네. 그의 오장직자침을 직접 맞은 사람으로서 드리는 말씀입네다.”

차평재는 일말의 주저도 없었다.

인민의 영웅 차평재. 기적적인 회복 후에도 공화국의 수 많은 인재를 살려낸 사람. 그가 인정하는 남한의 명의 채윤도. 지도자는 차평재 쪽으로 콜을 맞추었다.

뇌종양.

정확히 말하면 뇌신경섬유종에 가까웠다. 형태로는 신경섬유종에 가깝고 종양으로는 악성 판정이 된 까닭이었다.

뇌종양은 종류가 다양하다. 그 가운데서도 신경섬유종은 희귀한 동시에 난해하다. 신경섬유종 안에서조차 분류가 필요할 정도였다. 예후는 매우 불량하고 치료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학적으로는 양성종양에 속한다. 암보험에 들더라도 외면을 받는 근거가 된다. 그런데 이 환자의 종양은 특이하게도 악성판정이다. 그래서 한 레벨 더 난해한 종양이었다.

신경섬유종은 뇌가 아닌 부위에 발병해도 골 때리는 질환이다. 하물며 뇌에 발생했을 때는 비교불가였다. 생명을 직접 위협하는 건 물론이고 신경을 압박하여 심각한 합병증과 후유증을 유발할 수 있는 골칫덩어리였다.

위치는 삼 엽의 경계. 사이즈는 0-5mm부터 102mm까지 네 가지 사이즈의 병소.

‘가자.’

윤도의 각오와 함께 첫 나노침이 출격했다. 약침을 묻히지 않은 생침이었다. 이는 섬유종을 고정시키기 위한 시침이었다.

“......!”

차평재의 시선에 짜릿한 전류가 스쳐갔다. 오장직자침. 그러나 공을 들이는 건 자침자리의 긴장을 푸는 왼손 뿐이었다. 윤도가 찜한 혈자리는 솔곡혈, 천충혈, 부백혈, 승령혈 부근이었다. 넷 다 귀 위쪽 언저리의 혈자리. 거기서 뇌 삼 엽의 중앙을 찌른다는 건 신이 아니고는 꿈꾸지 못할 일이었다.

‘과연...’

차평재가 긴장하는 찰라에 나노침은 머리를 뚫고 들어갔다.

쑥!

그야말로 쑥이었다.

“......”

윤도의 집중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침 끝이 섬유종에 닿은 것이다. 예상처럼 탱글탱글 침을 밀어냈다. 조금씩 어르며 이때다 싶을 때 침을 밀어넣었다. 한 가운데는 아니지만 적중이었다. 나머지 세 침도 과정은 같았다.

다시 네 개의 나노침을 뽑았다. 이번에는 약침이었다. 성분은 오직 국내산 약재. 그러나 그 힌트는 산해경의 영약이 바탕이었다. 산해경에 많은 종기의 영약을 쓰면서 질병과 반응하는 약효의 진액만을 모아 재배합으로 구성한 약침. 서울에서도 환자들에게 좋은 효과를 보았다. 산해경의 영약은 이 반응을 고려해 투입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것인가? 약침빨이 제대로 받았다. 첫 침이 들어가기 무섭게 섬유종의 중심이 헐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중심의 덩어리가 녹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젠장!’

칼날 긴장감이 백 배로 상승했다.

왜 그럴까?

약침 빨이 잘 받는데 윤도는 왜 긴장하는 걸까? 그건 병소가 뇌 안이기 때문이었다. 워낙 민감한 곳이니 급격한 반응은 위험천만이었다. 자칫하면 뇌세포를 녹일 수 있다. 약침은 오직 섬유종만 녹여야하는 것이니 인근의 전두엽이나 뇌혈관까지 녹인다면 상상불허의 부작용을 불러올 판이었다.

Slow, Slow.

그게 필요했다.

침 하나하나마다 세밀한 주의를 기울였다. 침감을 넣고 푸는 보사하고는 차원이 다른 집중력이었다. 이제의 환자와 하나가 되어야했다. 침과 하나가 되어야했다. 미세함과의 싸움, 오직 혼신으로 조절하는 침감. 그것은 침을 모르는 사람은 알 수 없는 처절한 사투였다.

혼신 위의 혼신.

윤도는 그곳에 이르렀다. 이마를 타고 흐르던 땀조차 멈췄다. 삼라만상이 윤도의 침끝에서 경지를 이룬 상태. 거기에 이르고서야 겨우 반응의 강약 조절이 되었다.

‘후어.’

안도의 숨 또한 차평재가 대신 쉬었다. 또 하나의 위기를 넘긴 걸 아는 그였다.

발침.

첫 번째 약침을 뽑아냈다. 가장 작은 사이즈의 섬유종에 들어간 침이었다.

발침.

두 번째는 오히려 큰 섬유종이 먼저 녹았다. 크기만으로 판단했다면 대형사고가 날 뻔 한 상황이었다. 세 번째 나노침에 이어 네 번째 약침도 종양 밖으로 나왔다. 마지막 침이 나오는 순간 윤도의 전신에 벼락같은 현기증이 달려들었다.

헤이!

전정기관 깊은 곳에서 메아리 소리가 들렸다.

헤이, 채윤도.

환청을 따라 윤도가 고개를 들었다. 백발이 성성한 사람들이 거기 있었다. 의복은 모두 옛날식이었다.

이리 오거라.

앞줄의 노인이 손짓을 했다. 윤도가 일어섰다. 풀린 다리라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마시거라. 고생한 너에게 내리는 상이니.

노인이 내민 건 표주박의 물이었다. 목이 말라 받아들었다. 시원하게 원샷을 했다. 다 먹고도 아쉬움이 남아 표주박을 보았다. 표주박에 남은 건 검은 물이었다.

그때 헤이산시호의 그 물...

윤도가 고개를 들자 노인이 윤도를 안았다. 노인의 옷이 남루하고 더럽게 변했다. 그때 그 노인이었다. 명의순례 때 아이의 치료를 부탁하던 그 노인.

“어르신.”

윤도가 손을 내미는 순간, 세상이 하얗게 변해버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