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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터 김상팔-11화 (11/250)

011화

011화

빙신연맹은 드래건 주위를 얼음 천지로 만든 후 천장에 얼음덩이 하나를 더 만들었다.

아홉 갈래의 빛이 천장의 한 점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 거대한 얼음 종유석을 만들며 점점 크기를 불렸다.

“으악!”

드래건의 머리가 하이퍼맨을 향해 똑바로 돌진, 전기톱의 방해를 뚫고 머리끝이 팀원의 몸통을 꿰뚫었다.

몸 한가운데 구멍이 난 팀원은 고통에 비명을 지르면서도 자신을 꿴 드래건의 머리를 전기톱으로 자르려 했다. 그러나 전기톱에 맞서 드래건의 비늘들도 똑같이 회전, 체인과 마찰을 일으켰다. 그리고 비늘 톱날은 잘리기는커녕 도리어 전기톱의 모터를 과열시켜 기어이 멈추게 만들었다.

“젠장!”

옆에 선 다른 하이퍼맨 팀원들이 동료를 구하기 위해 대열을 이탈했다.

아직 몸통의 움직임이 활발했지만, 공격당한 동료를 마냥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법.

분명 노구도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굳이 팀원들을 말리지 않았다. 대신 아직 대열을 유지 중인 다른 팀원들에게 소리쳤다.

“움직이지 못하게 막아! 비늘의 회전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빠르니, 마디와 마디 사이를 노려라!”

드래건의 몸통이 출렁일 때마다 우리를 향해 수많은 원형 톱날이 다가왔다. 그리고 하이퍼맨은 노구의 지시대로 톱날과 톱날 사이의 틈으로 전기톱을 들이밀었다.

톱날과 톱날이 충돌, 사방에서 불꽃이 튀기며 최대한 드래건의 움직임을 막았다.

드래건은 머리에 꿴 팀원을 통로 쪽으로 털어 버렸다.

날아간 팀원은 다행히 최고의 최고 헌터에 의해 구조, 미리 만들어 둔 방벽 뒤로 옮겨졌다.

“다 만들었으면 얼른 녀석한테 떨어뜨려! 뭘 꾸물대는 거야? 얼음 빼면 시체인 놈들이 진짜 시체가 되려고?”

최향자의 고함에 빙신연맹의 헌터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특히 빙신연맹의 팀장 오시오는 소매로 입가의 수염을 문지르며 외쳤다.

“이게 무슨 팥빙수 만드는 건 줄 알아? 놈한테 제대로 한 방 먹이려면 그만큼 거대하고 단단한 얼음이 필요한 거야! 곰탱이 년 주제에 누구보고 시체래?”

빙신연맹은 천장을 향하던 손을 내리고는 9명이 동시에 하이퍼맨 쪽으로 튀어 나갔다.

“완성됐으니, 알아서 해!”

“좋아.”

최향자는 제자리에서 힘껏 지면을 찼다. 그러자 두 다리의 힘만으로 대검을 든 최향자의 몸이 단번에 천장, 정확히는 천장에 매달린 얼음 종유석에 닿았다.

최향자는 빙신연맹이 힘들게 만든 거대한 얼음 조각에 대검을 휘둘렀다.

추측하건대 최향자의 키가 대략 175cm. 그리고 대검의 길이는 약 170m.

수평으로 휘둘러진 대검과 비교해 볼 때 빙신연맹이 만든 얼음 종유석의 크기는 폭이 2m, 길이 5m.

그야말로 초대형 송곳이라 할 수 있다.

“받아라!”

최향자는 그 거대한 얼음 조각을 깔끔하게 천장에서 분리시킨 후 안전하게 착지, 최향자가 벤 얼음 종유석은 곧장 드래건을 향해 떨어졌다.

방금 전 하이퍼맨 헌터의 몸통을 꿰뚫었던 드래건의 머리가 이번에는 위에서 떨어진 얼음 송곳에 관통되었고,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해 지면에 내려앉았다.

“좋았어! 머리를 잡았으니 더 이상 반항하지 못해!”

노구는 입을 활짝 벌려 웃었다.

오시오는 너털웃음으로 큰소리를 냈다.

“하하하! 이게 다 누구 덕인지 알지?”

최향자는 두 사람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대검을 어깨에 걸친 채 드래건의 머리에 다가갔다.

“꼴값 떨지 말고, 정신 바짝 차려! 아직 안 끝났어.”

최향자의 주의에도 이미 하이퍼맨과 빙신연맹은 긴장이 풀린 모습이었다.

6급 괴물이란 이름에 비해 생각보다 싱거운 결말.

겨우 한 명의 중상자로 이룬 성과다.

역시 성체가 아니라서 그런 걸까?

괴물 중엔 간혹 성체와 유체 간의 전력이 압도적으로 차이가 나는 개체도 있다.

성체에 근접했다고 해도 유체와 성체 사이에 결정적인 뭔가가 있는 모양이다.

하이퍼맨 11명, 빙신연맹 9명, 그리고 최향자까지 모두 21명이 드래건의 머리를 둘러쌌다.

얼음 조각에 잡힌 드래건은 여전히 몸통을 꿈틀대며 비늘을 회전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아까처럼 수직으로 움직이거나 감히 헌터들을 공격하진 않았다.

“드래건 사냥은 다들 처음이지만, 수월하게 잘 끝났어. 간만에 제대로 된 사냥이로군.”

오시오는 수염을 쓸면서 드래건의 머리를 향해 고개를 뺐다. 그것은 관찰이라기보단 느긋함에서 나오는 행동, 승자의 여유라 할 수 있다.

“마무리는 검은 곰 아가씨께서 하시지?”

노구는 신사처럼 몸을 굽히며 양팔로 드래건의 머리를 가리켰다. 그러자 다른 하이퍼맨 헌터들은 각자 전기톱의 시동을 끄며 휘파람을 불었다.

“한심하군.”

최향자는 혀를 차며 대검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한껏 H세포의 힘을 끌어냈다. 최향자의 몸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며 주변으로 넓게 퍼졌다.

“응?

H세포를 최대로 끌어올린 최향자의 손이 아래로 내려왔다. 그리고 뭔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는지 최향자의 입이 쩍 벌어졌다.

고작 이틀 만났지만, 저렇게 사람다운 표정을 짓는 건 처음 봤다.

다른 사람들은 아직 최향자의 이상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하지만 내 옆에 선 장마리와 박유화는 달랐다.

두 사람은 최향자가 대검을 내리는 것을 보자마자 각자 자신의 H세포를 최대로 발동했다.

그동안 나는 캠코더의 확대 기능을 통해 삼각형의 머리에서 이상한 점을 찾았다. 쭉 신경 쓰이던 것, 하지만 미처 확인할 새가 없던 것이었다.

거대한 덩치의 끝, 즉 드래건의 꼬리!

우린 정말 어처구니없는 착각을 하고 있었다.

삼각형의 머리, 비늘로 둘러싸인 그 아랫면에 작은 구멍 같은 것이 보였다.

처음엔 머리에 당연히 있는 입, 혹은 다른 감각 기관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송곳에 찔려 신경의 통제에서 벗어나 구멍이 늘어지면서 그 정체가 확실해졌다.

“항문.”

구멍에서 소량의 체액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서식 공간 특유의 악취 때문에 몰랐지만, 배설물이 분명했다.

“머리는 어디 있지?”

드래건의 움직임이 움츠러든 틈을 타 빠르게 캠코더의 확대 기능을 최대로 했다. 그리고 꼬리부터 역으로 몸통을 따라가며 머리를 찾았다.

배배꼬인 몸통을 겨우 따라가 다다른 곳은 다름 아닌 바닥.

그렇다면 머리는 아직 땅속에?

드래건은 우릴 신경도 안 쓰고 있었다.

머리를 땅에 묻고는 그저 꼬리를 꿈틀거린 것뿐, 지금까지는 인사치레에 가까웠다.

눈치채는 게 조금 늦어 버렸다.

갑자기 동굴 전체가 요동치며 발아래가 심하게 떨렸다.

“흩어져!”

다른 누구도 아닌 최향자의 고함. 목소리에 섞인 신경질과 우려는 듣는 순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일행은 사방으로 찢어져 흩어졌다.

장마리와 박유화로부터 떨어진 난 홀로 통로 쪽으로 후퇴해 전체적인 상황을 지켜봤다.

일행이 양쪽으로 나뉘며 언 바닥이 갈라졌다.

단단히 언 얼음이 유리처럼 깨지며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녀석의 머리가 위로 올라왔다.

전체적으로 육각형인 그것은 확실히 네 개의 눈과 코, 그리고 쩍 벌어진 입이 달려 있었다.

“뒤로 물러서서 진형을 다시 갖춰!”

최향자는 하이퍼맨과 빙신연맹이 허둥대는 사이 장마리와 박유화를 이끌고 가장 앞으로 튀어나갔다.

최향자의 H세포가 신체 능력에 특화되어 있듯 다른 두 사람의 H세포도 그 진면목을 드러내고 있었다.

뒤로 묶은 긴 머리에 불꽃이 일더니, 장마리의 머리 전체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진정한 적발. 활활 타오르는 머리칼이 묶은 형태 그대로 주위를 밝힌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머리에 닿은 트레이닝복의 등 부분은 불에 그슬리거나 타지 않는다.

일반적인 불꽃이 아닌 H세포의 힘이기 때문이다.

박유화는 빈틈투성이의 민소매 원피스 위로 검은색 물질이 뒤덮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살 속에서 흘러나온 무언가가 옷이나, 머리카락까지 코팅. 잠시 꿈틀거리더니 갑옷의 형태를 취한다.

앙증맞은 몸집에 걸맞은 가죽 위주의 보호복. 두꺼운 가죽 원피스는 원래 입고 있던 민소매 원피스 위를 정확히 뒤덮는다.

손에는 벙어리 가죽 장갑. 장갑과 원피스 사이는 갈색의 주름진 가죽이 잇는다. 신발 역시 가죽으로 몇 겹씩 감싸인 구두 장화, 치마 속과 다리엔 팔뚝의 것과 같은 소재의 가죽이 둘러진다.

유일한 옥에 티라면 머리.

투구라 할 것이 없다. 그냥 평소의 상태, 머리에 한해선 무방비에 가까운 보호복이다.

세 사람이 접근하는 동안 드래건은 육각형의 머리를 휘둘러 꼬리에 박힌 얼음 조각을 부쉈다.

머리 형상처럼 그야말로 살아 있는 철퇴.

단숨에 얼음을 산산조각 내며 꼬리를 자유롭게 했다.

“하앗!”

최향자는 높이 뛰어올라 드래건의 꼬리를 노렸다.

얼음 조각에 의해 꿰뚫린 탓에 헐렁해진 꼬리는 최향자의 대검 한 방에 절단.

최향자는 꼬리를 자른 후 몸통의 단면에 한 번 더 검을 휘둘렀다.

비늘 없이 살점과 뼈만 있는 단면은 무방비나 다름없었다.

대검의 베기에 드래건의 몸통 끝이 두 갈래로 갈라졌다. 그러나 드래건도 바보처럼 당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녀석은 최향자를 향해 머리를 내려찍었다!

“언니!”

최향자가 드래건의 머리에 깔리기 전에 장마리가 쏜살같이 달려 가 그녀를 채 갔다.

최향자는 순순히 장마리의 손에 자신을 맡기며 드래건에게서 멀어져 갔다.

“하여튼, 다들 실력이 형편없어!”

박유화는 홀로 드래건에 맞섰다.

드래건은 최향자를 놓친 것에 분노, 가장 가까이 있는 박유화를 노렸다.

꼬리가 잘렸지만 몸 전체에 난 비늘은 건재했다.

드래건은 원형 톱날처럼 비늘을 회전시키며 몸통 끝을 꼬리 삼아 휘둘렀다.

“꺄악!”

박유화는 거대한 몸통 끝에 치여 동굴 벽까지 날아갔다.

뭐야, 이렇게 허무하게 당하냐? 혼자 자신만만해하던 것에 비하면 뭔가 허무한 최후……?

“아차!”

박유화의 꼴사나움보단 생명이 걱정이다.

무방비인 머리 쪽은 물론이고, 저 정도의 공격이라면 몸 전체가 갈려 나가도 이상할 게 없다.

가죽 보호구 정도로는 그저 삼겹살에서 오겹살이 된 수준.

어쩌면 끔찍한 광경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박유화가 날아간 방향으로 캠코더를 돌렸다.

박유화가 뒤로 벌러덩 주저앉은 자세로 파편 위에 있는 것이 보였다.

거대한 톱날에 갈렸음에도 특별히 상처 입은 부분은 보이지 않았다.

운이 좋았던 건가, 아니면 저 갑옷의 방어력인 건가?

후자라면 팔로 머리를 감싼 것으로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아파.”

박유화가 엉덩이를 터는 동안 장마리와 최향자가 한 번 더 돌격.

그 뒤를 재정비한 하이퍼맨과 빙신연맹이 뒤따랐다.

하이퍼맨의 손에 들린 무기는 전기톱이 아닌 등에 메고 있던 산탄총!

전기톱은 허리춤에 찬 상태였다.

“드래건의 눈을 조준!”

노구의 지시에 하이퍼맨의 샷건들이 드래건의 눈 네 개를 조준했다.

샷건의 특성상 거리가 가까울수록 명중률과 위력의 손실이 적기에 하이퍼맨은 바로 코앞까지 전진을 멈추지 않았다.

드래건은 가장 강력한 무기인 머리로 헌터들에게 돌진.

타이밍에 맞춰 노구의 명령이 떨어졌다.

“발사!”

총열이 좌우로 두 개인 더블배럴 샷건.

연속 발사로 인해 발사된 수백 개의 쇠구슬이 드래건의 눈을 덮었다. 하지만 눈에 직접 쇠구슬이 닿아도 눈알의 견고함에 튕겨 나갈 뿐, 심각한 피해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눈동자뿐만 아니라 눈 주변까지 쇠구슬에 당한 드래건은 고개를 틀며 전진 방향을 바꿨다. 그러나 여전히 목 아래 비늘은 정상적으로 회전, 목 주변의 비늘 톱날이 헌터들을 덮쳤다.

“흩어져!”

최향자와 장마리는 양쪽으로 찢어지며 드래건의 비늘 톱날을 피했다. 그러나 바로 뒤에 서 있던 하이퍼맨과 빙신연맹의 반응은 한 박자 늦고 말았다.

“크아아악!”

분쇄기 같은 위력.

뼈, 살, 피가 한꺼번에 다져져 사방으로 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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