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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터 김상팔-152화 (152/250)

152.

152.

“스코어도 적지형의 압승이네요.”

기기래가 혀를 차면서 말했다. 심지어 김용까지 자기 팀원이 아닌 적지형한테 배팅한 상황. 김경진에게 있어선 절망적이라 할 수 있다.

[승자 적지형]

결과는 싱거웠다.

다들 예상했다는 듯 가볍게 넘기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유독 한 사람은 심각한 표정이었다.

[1. 김용, 소지금 : 1449억 / 대출 한도 : 2000억]

[2. 김익조, 소지금 : 1223억 / 대출 한도 : 2000억]

[3. 한현두, 소지금 : 285억 / 대출 한도 : 900억]

[4. 이태한, 소지금 83억 / 대출 한도 : 1000억]

[5. 오이해, 소지금 41억 / 대출 한도 : 1000억]

[6. 이회종, 소지금 197억 / 대출 한도 : 700억]

[7. 김상팔, 소지금 424억 / 대출 한도 : 200억(전액 대출 중)]

참고로 이서현의 설명에 따르면 배팅자가 홀수일 경우 필연적으로 한쪽이 다른 쪽보다 한 사람 더 많게 배분되는데, 어느 쪽이 많게 될지는 랜덤이라고 한다.

“오이해 씨?”

오이해는 몸을 떨면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러자 김용은 박수를 치면서 그를 조롱하듯 말했다.

“머리가 좋아도 승부에선 별 소용없나 보군.”

김경진은 루호에 비해 양호한 상태였다. 다음 도전자였던 그는 이를 갈면서 상대를 지목했다.

[김경진 VS 적지형]

“리턴 매치!”

하지만 조금 전 진행된 시합으로 볼 때 김경진이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실제로 배팅은 아까와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김경진 1 VS 적지형 5]

“응?”

누군가가 한 사람, 김경진에게 배팅을 한 사람이 있다.

설마 김용? 그렇지만 조금 전 대결에선 아니었는데?

복잡한 심정에서 뭔가 한줄기 번뜩임이 지나갔다.

[김경진 2 VS 적지형 5]

적지형과 김경진의 싸움은 그 전의 것들과 달리 매우 소소하게 진행되었다.

두 사람 모두 능력발현을 통한 전력 승부가 아닌, 그저 능력발동만으로 신체 능력만 강화시켜서 싸웠다.

겉으로는 공격과 방어가 오가는 화려한 육탄전이었지만 주호를 쓰러뜨린 기술같이 랭킹 헌터급의 수준은 아니었다.

[승자 김경진]

방 안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듯 승부 조작을 의심했다.

특히 처음 김경진에게 건 두 사람이 의심받았다. 한현두가 이를 갈면서 소리쳤다.

“빨리 스크린에 띄워! 만약 김용이 이겼으면 가만 안 있어! 내가 누군지 알아?”

한국 4대 기업 계열사의 사장 중 하나. 최근 후계 문제로 뉴스에 자주 나오는 인물이었다.

[1. 김용, 소지금 : 1369억 / 대출 한도 : 2000억]

[2. 김익조, 소지금 : 223억 / 대출 한도 : 2000억]

[3. 오이해, 소지금 1871억 / 대출 한도 : 1000억(전액 대출 중)]

[4. 이태한, 소지금 73억 / 대출 한도 : 1000억]

[5. 한현두, 소지금 : 85억 / 대출 한도 : 900억]

[6. 이회종, 소지금 263억 / 대출 한도 : 700억]

[7. 김상팔, 소지금 741억 / 대출 한도 : 200억(전액 대출 중)]

“뭐야?”

한현두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돈을 딴 사람은 나와 오이해, 그리고 이회종. 건 금액의 크기는 오이해, 나, 이회종 순이었다.

“이, 이게 어떻게?”

한현두는 얼이 빠져서 김용을 쳐다봤다. 그러나 얼굴이 사색이 된 건 김용도 마찬가지였다.

“돈을 잃어서 가슴이 아픈 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70억이 적은 금액은 아니지 않습니까?”

연기? 아니면 진실?

이렇게 되니 모두의 시선이 김익조에게 쏠렸다.

현재 상황에선 그의 의사에 따라 여기서 스페셜 매치가 중단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김용이 잃은 금액은 70억. 1000억을 잃은 김익조로선 의심할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김용의 얼굴을 본 김익조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속행하겠습니다.”

김익조는 무뚝뚝한 어투로 김용에게 대답했다.

아무리 지부장이더라도 1000억이란 돈을 회수할 방법이 있는 걸까?

뭔가 내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펼쳐지고 있었다.

다음 도전자는 마바일. 적지형과 같은 폭발대제의 헌터이자, 예전에 랭킹 모임에서 적지형과 함께 있던 사람이다. 거대한 육체에서 뿜어지는 위압감은 여전히 무시무시했다.

“내가 여기 온 이유는 단 하나! 로얄이 되기 위해서다.”

[마바일 VS 이준]

드디어 로얄인 이준이 필드로 올라왔다. 그는 한국 최고 헌터팀 빅4 중 하나인 로얄가드맨의 팀장이었다.

로얄가드맨은 규모로만 따지면 어금니 이상 가는 엄청난 수의 팀원을 자랑했다.

“로얄과 2군의 차이를 알려 주지.”

이준 역시 상당한 근육질이었다. 마바일이 우람한 체형이라면 그는 극단적 근육돼지.

둘 다 파워라는 요소에 충실한 외형이었다. 다만 키는 마바일이 더 컸다.

[마바일 1 VS 이준 1]

“엥?”

대부분이 ‘휴식’을 선언하며 배팅을 쉬었다.

아무래도 직전 경기에 대한 석연치 않은 의문 때문인 것 같았다.

유일하게 휴식을 모두 사용한 나 이외 누가 배팅을 했는지는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알 수 없었다.

“시작!”

이서현의 외침에 둘은 냅다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양손을 마주 잡으며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으랏차차!”

이준은 자신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큰 마바일을 조금씩 들어 올렸다. 그가 우렁찬 기합을 지르는 데 비해 마바일은 조용히 힘을 줬다.

두 사람의 팔뚝에서 불룩 솟아오른 핏줄은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부풀었다.

마바일은 가볍게 하체를 튕겨 무릎으로 이준의 명치를 찍었다.

“억!”

이준의 짧은 신음과 하께 두 사람의 손이 풀어졌다.

마바일은 이준이 회복할 틈을 주지 않고 재빨리 원투 펀치를 날렸다.

묵직한 한 방, 한 방이 이준의 복부와 가슴에 적중하며 그의 육체를 무너뜨렸다.

마바일은 끝내기 일격으로 양손을 모아 깍지를 꼈다. 그리고 이준의 머리를 내리쳤다.

“하앗!”

이준은 전신에서 엄청난 양의 H력을 뿜어냈다.

단순 아지랑이였음에도 그 위력은 어마어마한 풍압을 만들어 내며 마바일을 들썩이게 했다. 그는 빠르게 능력발동을 하며 순식간에 마바일과 거리를 벌렸다.

그것을 본 마바일도 능력발동을 하며 신체를 강화시켰다.

둘은 상대를 향해 펄쩍 뛰어올랐다.

엄청난 다리 힘에서 뿜어져 나오는 도약력은 마치 둘을 자유로운 새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둘은 천장까지 날아올라 그 천장을 딛고 한 번 더 점프했다. 그리고 격돌!

둘은 공중에서 주먹 난투를 벌였다.

주먹과 주먹이 서로 부딪칠 때마다 공기가 울리며 유리 벽을 흔들었다.

“앗!”

방 안의 사람들 모두 탄성을 질렀다. 처음으로 두 상위 랭킹 헌터의 능력발현을 본 순간이었다.

마바일의 신체는 암석 같은 것으로 바뀌며 마치 골렘처럼 변했고, 이준의 신체는 뭔가 투명한 젤 같은 것으로 얇게 코팅되며 환한 광택을 내뿜었다.

둘은 난타전을 벌이며 필드에 착지했다. 바닥이 쩍 하고 갈라졌고, 둘의 계속된 주먹다짐에 충격이 누적되며 균열이 크게 일었다.

“이겨라! 이겨!”

방 안의 사람들은 도박을 잊은 채 간만에 뜨거운 열기로 두 사람을 응원했다. 심지어 직원들까지 넋을 잃고 싸움을 구경했다.

마바일은 주먹을 높이 들어 올렸다. 그러자 그의 주먹이 빠르게 커지며 말 그대로 거대한 바위처럼 변했다.

그는 그렇게 커진 주먹을 가볍게 휘둘러 이준을 때렸다.

주먹에 맞은 이준은 멀리 날아가 필드 끝에 떨어졌다.

“음?”

자세히 보니, 이준의 몸에 상처가 하나도 없었다.

이준은 툭툭 털고 일어나 가뿐하게 몸을 움직였다.

“저게 어떻게 된 거죠?”

기기래도 놀라며 이준을 가리켰다. 모두가 본 그의 모습은 너무나 멀쩡했다.

“아무래도 이준의 능력은 방어력과 관련되어 있는 것 같아요.”

“그 정도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거잖아요! 좀 더 그럴 듯한 건 없어요?”

“그렇게 따지면 기기래 씨도 기자시잖아요? 스스로 생각해 보세요!”

우리가 이러쿵저러쿵 말을 하는 사이, 마바일의 신체에 이상 징후가 생기고 있었다.

“금이 가고 있어?”

마바일이 날린 펀치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주먹 한 방에서 뿜어지는 위력에 지진이 난 것처럼 바닥이 흔들렸고, 균열이 계속 커져 갔다. 그러나 주변이 박살이 나든 말든 정작 맞는 당사자의 몸에는 아무런 상처도 나지 않았다.

오히려 마바일이 이준을 때릴수록 그의 단단한 육체가 점점 망가져 갔다.

“하하하!”

이준은 아예 팔짱을 끼면서 여유를 부렸다.

“아주 훌륭한 주먹이야. 만약 내가 아닌 다른 로얄과 싸웠다면, 꽤 유효타를 먹였을 거야.”

심지어 격려까지!

마바일은 분노로 울부짖으며 계속 주먹질을 했다. 그러나 여전히 효과는 없었고, 결국 마지막 비장의 수를 꺼냈다.

“아닛!”

방 안의 사람들은 기대와 환호 대신 경악과 공포로 겁에 질렸다.

마바일은 H력을 뿜어내며 자신의 신체를 점점 크게 키워 정말로 괴물처럼 변해 갔다.

넓은 필드와 높은 천장이 무색할 정도의 덩치. 그야말로 땅에서 솟아난 거인이었다.

“받아라!”

마바일에게서 처음으로 터진 육성과 함께 거대한 주먹이 이준에게 내리꽂혔다.

주먹이 필드에 떨어지자 바닥이 완전히 박살이 나며 사방으로 잔해가 튀었다. 마치 운석이 떨어져 재앙이 일어난 것 같았다.

“으아아악!”

방 안의 몇 명은 지진이 난 듯한 울림에 탈출하려 했다. 그러나 직원들은 그런 그들을 말리며 결코 문을 열지 않았다.

“우릴 다 죽일 셈이야!”

“진정하십시오. 지금 이 부근에서는 이 방이 가장 안전한 곳입니다. 이곳에는 충분한 물과 식량이 있고, 폭탄이 터지거나 함몰되어도 충분히 버틸 수 있게 설계되었습니다. 오히려 여길 나가시다가 중간에 통로에서 갇히시기라도 하시면 그거야말로 큰일입니다.”

대단히 침착한 직원의 설명에 다들 조금씩 이성을 되찾았다.

물론 로얄인 세 사람과 김익조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그저 당연한 일상처럼 보였다.

“와!”

나와 기기래는 유리 벽의 튼튼함에 감탄하며 주먹으로 통통 두드려 봤다.

보통의 유리가 아닌 특수 가공 처리가 된 아주 강력한 물질이었다.

암석과 철재가 유리에 날아와 부딪쳤음에도 유리 벽엔 흠집 하나 없었다.

“이 유리는 히말라야 거북의 등껍질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든 겁니다.”

오이해가 슬쩍 다가와 유리에 대해 설명했다.

나와 기기래는 그에게서 한 발짝 옆으로 움직였다.

“그렇군요.”

일단 예의상 맞장구는 쳐 줬다.

“김상팔 씨, 정말 수완이 대단하시군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저와 손을 잡지 않겠습니까? 제가 밑천을 대 드리겠습니다.”

“그래도 될까요? 제가 볼 때 지부에서 그런 건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당연한 말이지만 아홉 경기가 모두 끝날 때까진 서로 간에 돈을 주고받아선 안 된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전에 입금을 해서 팔찌에 저장해 놓은 것이다.

“하하하.”

오이해는 나에게만 들리도록 작게 속삭였다.

“어디에 걸지 저에게 미리 알려 주시면 됩니다. 그럼 배팅이 끝나고 딴 금액의 40퍼센트를 드리죠. 게다가 잃게 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겠습니다. 어떻습니까?”

굳이 따지자면 이 대화는 우리 둘 사이에서만 오갔으니 나중에 약속을 어기더라도 증명할 방법이 없다.

사람들이 과연 나와 오이해 중에 누구 말을 더 신뢰할까?

더구나 그가 겸업하고 있는 직업은 변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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