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
159.
마지막으로 공격조. 우선, 내 반자동 산탄총을 유정에게 양보했다.
유정은 자신이 준비해 온 저격총을 어깨에 메고 내 산탄총을 들었다.
“팀장님은요?”
“전 리볼버면 충분해요.”
난 대구경 리볼버를 보여 줬다. 그러자 유정은 화들짝 놀랐다.
“그거……엄청 강력한 거잖아요?”
“맞아요.”
역시 유정은 알아봐 줄 줄 알았다.
자고로 실력자일수록 좋은 도구를 알아보는 법!
난 리볼버를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휴대용 캠코더를 지지대에 끼워 어깨에 단단히 결속시켰다.
“다들 준비됐으면 출발하겠습니다!”
이번 사냥은 돈을 위한 것이 아니다. 오늘은 어디까지나 실력 향상과 팀의 단결력을 위한 것. 그러니 첫째도 조심, 둘째도 조심이었다.
정문이 열리고 사냥 구역에 들어가자 가슴이 뛰었다. 마치 처음 사냥에 나선 그때처럼 낯선 호기심으로 두근거렸다.
“언제 와도 긴장되네.”
아저씨가 계셨다면 긴장감이 좀 덜했을 것이다. 평소엔 아저씨 갈무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수풀로 이어진 길을 따라 드릴소가 서식하는 정글과 가스고라니가 서식하는 절벽가를 지났다. 그리고 오늘 목적지인 모래판에 도착했다.
“여기도 제법 넓잖아?”
정글과 절벽 옆이라 당연히 좁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생각이 빗나갔다.
살짝 거짓말 보태서 거의 사막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최강의 탐지 전문가 호규 씨가 있지!”
난 호규를 부르며 그의 등을 두드렸다.
“호규 씨만 믿을게요!”
“네, 넵!”
호규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후드를 벗었다.
오오! 항상 후드를 쓰고 있어서 몰랐는데, 호규도 꽤 귀엽게 생긴 얼굴이었다!
“하긴 그러니까…….”
난 히죽거리며 변해라를 쳐다봤다. 그러자 변해라는 중지를 들어서 내 시선을 받아쳤다.
“하아아아.”
호규는 편안한 호흡으로 길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잠시 숨을 참고, 능력발현을 해서 H력을 뿜어냈다.
집중! 호규의 준비 자세에 다들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호규는 몸을 숙인 후 H력이 담긴 숨을 땅바닥에 내뱉으며 입을 크게 벌렸다.
“아아아아.”
평소 봐 왔던 사자후가 아닌 낮고 짙은 떨림. 호규는 최대한 길게 목소리를 뽑아냈다.
그러는 사이 최고의 최고는 후방에다 치료용 베이스캠프를 설치했다.
“저게 뭐야?”
변해라가 팔짱을 끼며 물었다. 난 검지를 입술에 붙이며 신경질적으로 답했다.
“쉿!”
“쳇!”
변해라가 입을 다물고, 한동안 호규의 음파가 계속 이어졌다. 무려 30분. 호규는 삐질삐질 땀까지 흘리며 계속해서 목소리를 냈다.
그러다가 갑자기 소리가 뚝 끊겼다.
“헉, 헉!”
호규는 거칠게 숨을 들이쉬면서 몸을 비틀거렸다. 난 재빨리 그의 뒤로 가서 그를 부축했다.
“찾았어요.”
호규는 활짝 웃으며 힘겹게 팔을 들어 우리 앞에 있는 바위 하나를 가리켰다.
“저 바위 아래 2마리가 있어요. 깊이는……10미터 정도예요. 움직임은 없지만 괴물이 확실해요.”
호규는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난 그의 어깨를 주무르며 최고의 최고에게 손짓을 했다.
모배구와 그의 팀원 둘은 호규를 부축해 후방으로 옮겼다.
“오빠, 멋있었어.”
변해라도 호규를 향해 한 마디 날렸다. 호규는 더 크게 웃으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조심해.”
“응.”
난 속박조를 불러 가져온 장비를 바위에서 조금 떨어진 지점에 설치하도록 시켰다.
“노건 씨 빼고 다들 뒤로 물러나요.”
이제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릴 차례다. 물론 진짜 폭탄 따윈 없다.
그저 그에 버금가는 위력을 지닌 기술이 있을 뿐이다.
“후웁!”
난 양팔을 벌려 한 손은 노건의 어깨에, 다른 손은 바위를 향해 겨눴다. 그리고 노건에서 H력을 뽑아내면서 동시에 무광탄을 만들어 냈다.
“튼튼하게!”
무광탄의 원리는 압축. 많은 양의 H력을 응축할수록 위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무광탄 자체의 폭발력뿐만 아니라 폭발과 함께 압축이 풀리며 매우 빠른 속도로 H력이 팽창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압축하는 무광탄은 평소와 다르게 아주 튼튼하게 만들었다.
즉, 부딪치면서 발생하는 일차적 충격으로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압축이 풀리고 나서야 폭발하도록 만든 것이다.
일종의 시한폭탄과 같았다.
“하압!”
호흡까지 조절해 가면서 세밀하게 무광탄을 압축했다.
비법은 한 번 압축한 무광탄 위에 또 H력을 뭉쳐서 코팅하듯 2차로 압축하는 것.
2차로 압축한 힘을 껍데기라고 하고, 1차로 압축한 힘을 내용물이라고 하면 설명이 쉬워진다.
“좋아. 완성이야!”
이름 하여 시한 무광탄!
난 노건의 몸에서 손을 뗀 후 혼자 조심스럽게 걸어가 바위 밑을 향해 시한 무광탄을 쐈다.
“제발!”
시한 무광탄은 천천히 날아가 바위 밑에 안착했다. 그리고 안착하자마자 폭발을 일으키며 바위를 깨끗하게 날렸다.
“실패한 거 아닌가요?”
노건이 내 옆에 서서 방패로 날 가려 줬다.
“아니요. 저기 봐요!”
껍데기가 터지면서 거대한 구덩이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구덩이 가장 깊은 곳에 내용물이 박혀서 2차 폭발을 준비하고 있었다.
“노건 씨 물러나요!”
“예!”
우리는 뒤돌아서서 냅다 달렸다. 그러자 우리 뒤로 두 번째 폭발이 일어났다.
그것은 첫 번째에 비해 규모는 작았지만 대신 수직으로 깊게 들어가 마치 폭발의 모양이 꼬챙이와 같았다.
“어?”
2차 폭발 후 갑자기 우리가 선 자리의 지면이 떨렸다.
지진과 조금 다른 게 굉장히 노골적으로 규칙적인 진동이었다.
“온다!”
내 외침에 다들 무기와 장비를 손에 들고 대비했다.
아니나 다를까, 거대한 삼각형 지느러미가 지면 위로 올라왔다.
“하나?”
지느러미 하나가 미끄러지듯이 땅을 훑으며 움직였다.
난 루호와 아란에게 소리쳤다.
“와이어!”
“넵!”
두 사람은 능력발동을 하면서 길게 풀어놓은 와이어를 밧줄처럼 던졌다.
고리로 묶어 놓은 와이어는 가볍게 날아가 지느러미에 감겼다. 저 부분이 모래호랑이의 신체 중 가장 단단한 부위였다.
“발전기!”
두 사람은 빠르게 달려서 와이어를 발전기에 연결했다. 그리고 동시에 전원을 켰다.
밝고 날카로운 빛. 전기가 와이어를 타고 지느러미로 향했다. 그러자 지느러미가 까맣게 타면서 지면 아래 숨어 있던 본체가 위로 올라왔다.
“변해라!”
“알았어!”
변해라는 용감하게 홀로 모래호랑이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능력발현을 하면서 모래호랑이와 눈을 마주쳤다.
그녀의 H력이 눈과 눈을 통해 모래호랑이의 움직임을 막았다.
“유정 씨!”
나와 유정은 각각 총을 들고 모래호랑이의 우측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총구를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두 개의 총성이 쩌렁쩌렁 울리며 모래호랑이의 몸을 관통했다.
괴물의 몸은 마치 모래성처럼 무너졌다가 다시 형태를 갖췄다.
“계속 쏴요!”
나와 유정은 모래호랑이 바로 앞에 있는 변해라를 맞추지 않기 위해 주의해서 사격을 했다.
계속된 피해에 모래호랑이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응?”
주저앉은 모래호랑이 뒤로 또 하나의 지느러미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그 크기가…….
“대피!”
작전이고 뭐고 다 중단!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루호, 아란은 재빨리 도망쳤지만 해라는 능력 탓에 잠시 주춤해야 했다.
“해라야!”
거대한 지느러미가 변해라를 노리며 움직였다.
첫 번째 모래호랑이의 본체가 코끼리 정도에 지느러미가 1미터 크기라면, 새로 나타난 개체의 지느러미는 거의 2미터에 육박했다.
변해라가 몸을 돌려 도망치려고 할 때는 이미 한 발 늦은 뒤였다.
거대한 모래호랑이가 입을 쩍 벌리면서 땅속에서 튀어나와 변해라를 노렸다.
“으아아아!”
그 순간, 변해라의 뒤에서 호규가 나타나 고함을 질렀다.
호규의 목소리는 강력한 충격파로 바뀌어 모래호랑이의 습격을 늦췄고, 변해라는 그 사이에 후방으로 달렸다.
이제 문제는 호규로 바뀌었다.
“노건 씨!”
이럴 때를 위해 준비한 비밀 병기! 노건이 방패를 들고 호규 앞에 섰다.
그의 몸에서 뿜어지는 H력에 모래호랑이가 움찔하면서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녀석도 괴물인지라 완전히 기가 눌린 것은 아니라서 으르렁거리며 노건의 기세에 맞섰다.
“하앗!”
노건은 기합을 지르며 능력발동을 했다. 그러자 모래호랑이는 입을 크게 벌리며 노건을 집어삼키려 했다.
노건은 방패로 모래호랑이의 주둥이를 밀어내면서 꿋꿋이 버텼다. 그리고 호규마저 안전하게 피신하고 나서야 그는 방패로 모래호랑이의 머리를 때리며 태세를 전환했다.
“유정 씨. 몸통을 노리세요!”
“넵!”
덩치가 큰 만큼 노리기도 쉽다.
나와 유정은 별로 힘들지 않게 모래호랑이를 맞췄다. 그러나 작은 개체와 달리 이번 녀석은 총알이 몸을 뚫고 가도 그냥 버텨 냈다.
녀석은 몸집 그 자체를 무기 삼아 노건에게 돌진했다.
“노건 씨!”
노건이 들고 있던 방패는 종잇장처럼 찌그러졌다.
노건은 방패를 놓고 아예 H력을 전력으로 개방했다.
“흐아아앗!”
모래호랑이는 덥석 노건의 상체를 물었다. 그러나 녀석이 노건을 집어삼키려 해도 노건의 몸은 제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대신 노건의 주위 지면이 울리며 모래호랑이까지 뒤흔들렸다.
“우와!”
나와 유정은 동시에 감탄했다.
노건의 몸은 점점 커지더니, 2미터까지 불어났다. 그리고 노건은 우람해진 팔로 직접 모래호랑이의 입을 잡아 벌렸다.
“으랏차차!”
노건은 모래호랑이의 주둥이를 잡고 그대로 내팽개쳤다.
훨씬 더 몸집이 큰 모래호랑이는 그의 손놀림에 몸이 그냥 지면에 처박혔다.
“좋았어!”
노건의 활약에 다들 환호를 질렀다.
나와 유정은 총으로 모래호랑이에게 재차 사격을 가했다.
모래호랑이는 총을 맞으면서도 몸을 일으켜 오직 노건만을 바라봤다.
“사격 중지!”
나와 유정은 사격을 멈추고 노건의 활약을 구경했다.
노건은 혼자서 5급 괴물인 모래호랑이를 상대로 주먹싸움을 시작했다.
“하앗!”
노건은 주먹을 모래호랑이의 안면에 꽂았다. 묵직한 충격음이 퍼지며 모래호랑이는 비틀거렸다. 그리고 녀석은 노건을 피해 지면으로 들어갔다.
“어딜 가!”
노건은 모래호랑이의 지느러미를 잡아 쑥 당겼다. 그러자 거대한 괴물이 무처럼 뽑히면서 다시 지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으아아아!”
노건은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모래호랑이를 마구 휘둘렀다.
바로 저거다! 저 모습이 바로 내가 원하던 ‘광전사’의 그것이다.
그는 모래호랑이가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로 공격을 이어 갔다.
“죽어, 죽어, 죽어!”
노건은 기어코 모래호랑이의 몸에서 지느러미를 뽑아냈다.
모래호랑이는 피 대신 모래를 흘리며 비명과 같은 울음소리를 냈다.
“끝이다!”
노건은 H력을 담아 강한 펀치를 날렸다.
그의 주먹이 모래호랑이의 목을 꿰뚫자 괴물은 잠자는 고양이처럼 얌전히 주저앉았다.
“하……하하…….”
내가 저런 사람을 도발했었단 말이지?
순간 모래호랑이의 처지가 남 일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그때 중요한 사실 하나가 번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