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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터 김상팔-160화 (160/250)

160.

160.

“앗! 두 마리 다 죽여 버렸잖아?”

한 마리는 살려서 변해라한테 줘야 하는데…….

노건을 진정시키는 것도 큰일이었다. 흥분한 노건은 죽은 모래호랑이에게서 눈을 돌려 나와 유정을 바라봤다.

“노, 노건 씨?”

“으아아아!”

노건은 펄쩍 뛰어서 우리에게 날아왔다.

난 유정을 밀친 후 재빨리 능력발현을 했다. 순식간에 내 몸이 슈트로 덥히자마자 곧장 노건의 주먹이 내 머리를 후려쳤다.

“으으으윽!”

슈트로 감싸지 않았다면 일격에 죽었을 것이다.

내가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노건의 무차별 공격이 이어졌다.

좀 전에 모래호랑이가 당했던 팽개침이 이번엔 나에게 행해졌다.

“악, 악, 악……!”

머리가 땅바닥에 부딪칠 때마다 고함을 질렀다.

너무 빠른 속도로 휘둘러진 탓에 광탄을 모을 여유가 없었다.

우리 팀원들은 뭐하고 있는 거야? 빨리 구해 줘!

“써, 썸바디 헬 미!”

탕. 총소리와 함께 노건의 난동이 멈췄다.

총을 쏜 사람은 다름 아닌 유정. 언제 간 것인지 그녀는 저 멀리 후방에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내가 준 산탄총이 아닌 저격총이 들려 있었다.

“크윽!”

날 들고 있는 노건의 허벅지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분명 저격총에 맞은 게 분명한데, 그런 것치곤 상처가 너무 작았다.

“저격총에 맞았는데 피만 조금 난다고?”

무식한 내구성이다.

이 인간, 그냥 고기방패로 써도 되겠는데?

노건은 날 내려놓고 이번엔 유정에게로 뛰어갔다.

“어휴! 저 사고뭉치.”

당장 양손에 무광탄을 준비하면서 노건을 쫓았다.

“윽!”

유정은 저격총을 버린 채 노건의 공격을 피하고 있었다.

난 노건의 뒤에다 대고 무광탄을 발사해 그의 주의를 내게로 끌었다.

“이쪽이다!”

“으으으아!”

노건은 괴로운 듯 소리를 지르며 날 쳐다봤다. 그러나 조금 진정이 된 것인지 거친 숨을 내쉬며 덤비진 않았다.

난 남은 한 발의 무광탄에 계속 H력을 압축하면서 노건을 지켜봤다. 그때 유정이 외쳤다.

“노건 씨! 힘내요, 제어할 수 있어요! 한 번만, 한 번만 해내면 돼요!”

노건은 나와 유정을 번갈아 보면서 몸을 움찔거렸다. 그리고 머리를 움켜쥐면서 괴로워하다가 무릎을 꿇었다.

“후우, 후우, 후우……!”

노건은 차츰 빠른 호흡에서 느린 호흡으로 변해 갔다. 그러나 아직 흥분 상태인지라 방심하고 있던 유정을 덮쳐 한 손으로 그녀의 목을 움켜쥐었다.

“그만둬!”

무광탄을 쏘려고 했지만 노건이 유정의 목을 잡고 있던 탓에 그럴 수 없었다.

자칫 무광탄의 충격으로 그녀가 중상을 입을 수도 있었다.

“노, 노건 씨…….”

유정은 목이 잡혀 숨이 막힌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목소리를 냈다.

“포기하면 안 돼요. 아무리 절망스럽고 어렵게 느껴져도 계속 살아가야 해요. 모두 다 똑같아요. 계속 살아갈 수 있다면……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노건 씨도 행복해질 수 있어요.”

노건은 유정을 바라보다가 고통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그의 손에서 힘이 풀리며 스르륵 유정이 빠져나왔다.

“지금이다!”

난 무광탄을 노건의 머리로 날렸다. 굵고 짧은 폭발과 함께 노건이 주춤거렸다.

“노건 씨! 정신 차려요!”

유정도 양손에 광탄을 만들어 날렸다. 그녀가 날린 광탄은 노건의 가슴에서 폭발하며 그의 몸 전체를 떨리게 만들었다.

그 충격으로 노건의 눈빛이 변했다.

“다, 당신은……?”

노건은 유정을 인식하면서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발현을 해제해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

“당신은…….”

노건은 앞으로 고꾸라지며 정신을 잃었다.

우리는 즉시 그를 최고의 최고에게로 옮겼다. 다행히 그는 치료를 받고 금방 깨어났다.

“모래호랑이 두 마리는 다 잡았는데…….”

팀원들의 협동성은 나쁘지 않았는데 노건의 경우는 애매하고, 변해라의 경우 그녀의 괴물로 쓰기 위한 새로운 괴물을 알아봐야 했다.

“이야! 이거 참……! 이 괴물은 가져갈 게 별로 없는데?”

모배구가 모래호랑이를 해체하면서 혀를 찼다. 그가 모래호랑이의 배를 가르자 놀랍게도 녀석들은 스르르 모래가 되어 분열했다. 남은 것이라곤 구슬처럼 보이는 이상한 내장뿐이었다.

“이건 모래호랑이의 쓸개군. 그래도 덩치가 큰 게 하나 있어서 다행이야.”

모배구는 구슬 두 개를 추려서 내게 건넸다.

“네가 팔도록 해. 그래도 큰 게 하나 있어서 경비는 나올 거야.”

“감사합니다.”

구슬을 보고 있자니 괴물 하나가 떠올랐다. 바로 콩벌레의 생김새를 닮은 또 다른 5급 괴물 ‘금벌레’였다.

“금벌레 잡으러 갈까?”

“뭐?”

내 의견에 변해라가 적극 항의했다.

“벌레는 싫어!”

“그럼 오독지네는?”

“그것도 벌레잖아!”

“갱벌레는? 소용돌이게는? 군단개미는? 불칸은?”

변해라는 얼굴을 찡그리며 소리쳤다.

“일부러 그러는 거지?”

“응.”

일부러 그런 건데, 티 나? 호규가 나와 변해라 사이로 들어와 말렸다.

“해라야, 팀장님한테 너무 그러지 마. 팀장님은 널 생각해서 그러시는 거야.”

“오빠는 가만히 있어!”

변해라의 고함에 사자후를 쓰는 호규의 목소리가 급히 작아졌다. 호규는 쪼그라든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난 그냥 같은 팀원끼리 싸우면 안 된다는 말을 하려던 건데…….”

“오빠! 할 말이 있으면 당당하게 해! 왜 그렇게 자기주장이 없는 거야?”

방금 했는데, 네가 씹었잖아!

TV드라마 ‘전쟁과 사랑’보다 더 흥미진진한 커플이다.

“해라야. 넌 왜 호규랑 사귄 거야?”

내 질문에 변해라는 잠시 멈칫했다.

“그, 그건 왜 물어?”

말까지 더듬는다. 당황한 건가?

“그냥 궁금해서.”

“모, 몰라도 돼! 아무튼, 난 벌레는 딱 질색이야!”

변해라는 급히 대화를 마무리하고는 짐을 싸고 있는 다른 팀원들에게 갔다.

난 호규의 옆구리를 찌르면서 놀리듯 물었다.

“도대체 변해라랑 어떻게 사귀게 된 거예요?”

“그, 그게…….”

호규는 얼굴을 붉히며 말을 아꼈다. 오기가 발동한 난 호규의 어깨를 주물러 주며 끝까지 물었다.

“아무한테도 말 안 할 테니까, 말해 줘요. 도대체 어떻게 만나게 된 거예요?”

“해라가 먼저 만나자고 했어요. 그, 그게……”

“그게?”

호규는 후드를 푹 눌러쓴 후에 모기 목소리로 말했다.

“결정적인 건 제가 수영할 때 그……제 몸매를 보고…….”

“네?”

난 너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헌팅 페스티벌 때 분명 호규의 몸매 라인은 훌륭한 편이었다.

설마 거기에 변해라가 반했을 줄이야……. 결국 몸이었구나!

“그래도 같이 요리도 하고, 개들도 돌보면서 같이 시간을 보내 서로에 대해 많을 걸 알게 됐어요. 저흰 둘 다 요리를 좋아하고, 개를 좋아하고, 팀장님을 좋아해요.”

응? 마지막 말이 뭐라고?

호규는 말을 마치고 변해라를 따라 팀원들에게 달려갔다.

“흐음…….”

어쨌든 이렇게 다 모인 김에 새로운 괴물 생포를 계속 이어 가기로 했다.

호규의 초음파로 주변을 뒤졌지만 아무래도 모래호랑이는 없는 모양이다. 그래서 아예 다른 괴물을 노렸다.

“뭐? 6급 사냥 구역으로 간다고?”

다들 변해라를 따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특히 최고의 최고는 사냥 구역 변경에 부정적이었다.

“우린 이 다음에도 스케줄이…….”

“돈 4배로 드릴게요.”

“4배?”

모배구의 눈이 커졌다.

“사, 사실 스케줄 없었어. 하하하!”

다른 팀원들도 수고비를 주겠다고 하니까 불만은 빠르게 잦아들었다. 다만 당사자인 변해라는 조금 못마땅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벌레 잡기만 해 봐!”

우리는 5급 사냥 구역을 빠져나왔다.

걸으면서 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예, 저 김상팔이라고 하는데요. 네, 네.”

전화를 끊고 느긋하게 주차장에 도착. 6급 사냥 구역으로 차를 몰았다.

6급 사냥 구역 주차장에는 내가 부른 지원군이 있었다.

“제법이야, 김상팔?”

노구. 바로 하이퍼맨의 팀장이었다. 그는 혼자 트럭 앞에 서서 우리를 맞이했다.

“네가 부탁한 물건 가져왔다. 대금은 나중에 입금해라.”

“네, 감사합니다.”

노구가 주먹으로 트럭의 짐칸을 툭 치니까, 짐칸이 덜커덩 열리면서 실려 있던 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사람의 상체 크기만 한 녹색 상자였다.

“넌 정말 대단한 놈이다! 역시 잘될 나무는 떡잎 때부터 알아보는 거야! 하하하!”

노구의 칭찬을 들으며 우리는 짐을 내렸다. 짐들은 바로 잘 포장된 전기톱이었다.

노구는 우리가 짐을 다 내리자 바로 트럭의 운전석에 올라탔다.

“특대 출력이니까 잘 써라. 아! 그리고 총대장님이 안부 전해 달라더라.”

하이퍼맨은 로얄가드맨 산하의 혈맹팀. 총대장이란 바로 로얄가드맨의 팀장이자 헌터 랭킹 10위인 이준을 말하는 것이었다.

“하하하. 그, 그래요?”

“그래! 그럼 열심히 해라!”

노구가 떠나고 난 팀원들을 모아 생포 대상에 대해 말해 줬다.

“전에 헌팅 페스티발에서 어금니의 부팀장이 혼자 드래건을 생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설마……드래건을?”

다들 경악하면서 극구 반대했다.

“5급까지는 그래도 온순한 편이라 만만하지만, 6급은 차원이 달라요!”

“아, 아니……내 말은…….”

난 적극적으로 손을 저으며 말했다.

“우리 목표는 드래건이 아니라 드래건과 같은 급의 괴물인 ‘원반가오리’예요.”

내 말에 다들 입을 쩍 벌렸다. 그리고 루호를 시작으로 한 글자씩 외쳤다.

“원!”

다음은 호규.

“반!”

다음은 유정.

“가!”

다음은 변해라.

“오!”

다음은 아란.

“…….”

아란아?

모두가 동시에 아란을 바라봤다. 그러자 아란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전 어려서 구닥다리 말놀이는 잘 몰라요.”

앗!

아란의 한 마디에 모두가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근데 너! 모른다면서 명칭은 어떻게 알아? 그냥 간만에 자기가 어리다는 걸 어필하고 싶었던 거 아니야?

이 요망한 것!

난 한숨을 쉬면서 모두에게 원반가오리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했다.

“그렇군요. 그런데 여기에 뭐가 들은 거죠?”

노건은 호기심에 가장 먼저 상자를 열었다. 그 속엔 상당히 고급스런 디자인의 검정 전기톱이 들어 있었다.

“오오!”

노건은 전기톱의 시동을 걸었다. 우렁찬 엔진 소리와 함께 체인이 돌면서 뜨거운 열기를 발산했다.

난 그것을 보며 설명했다.

“원반가오리는 전신이 하나의 거대한 원형 톱날을 이루고 있어요. 그러니 전기톱의 톱날 공격으로 그것을 상쇄시켜야 해요. 그리고…….”

난 상자에서 전기톱과 비슷한 크기의 투박한 단봉을 꺼냈다.

그것은 안에서 철망이 발사되는 그물총이었다.

“여기서 발사되는 철망은 5미터의 면적을 덮을 수 있어요. 그러니까 전기톱으로 녀석의 공격을 저지하면, 바로 쏴야 해요.”

원반가오리에 대한 정보는 지부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얻을 수 있었다.

민간에서는 구할 수 없는 고급정보들을 그곳에선 검색 한 번에 구할 수 있단 사실이 참 허탈했다.

왜 이런 게 유출이 안 되는 걸까에 대해선 그만큼 협회의 관리가 철저하기 때문이라 말해 두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게 있는데요.”

난 침을 한 번 꿀꺽 삼킨 후 말했다.

“녀석은 비행 괴물이에요. 하지만 그것 말고도 위협적인 요소가 많죠. 예를 들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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