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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터 김상팔-175화 (175/250)

175.

175.

“크게 말해!”

“포기하지……않아.”

아란이 눈빛을 번뜩이며 김맹호를 노려봤다.

김맹호는 순간 흠칫 놀라면서 이를 갈았다.

“이런 지독한……!”

김맹호는 완전히 보낼 생각으로 다리를 들어서 아란의 머리 위로 옮겼다. 그리고 한 점의 망설임 없이 아란의 안면을 찍으려 했다.

“차갑게, 뜨겁게!”

아란의 외침과 함께 다리 쪽에서 순간적으로 엄청난 양의 증기가 뿜어졌다.

김맹호는 뒤에서 접근한 뜨거운 증기를 감지하고 몸을 피했다.

“뭐지?”

김맹호의 물음에 아란은 몸을 일으켜서 보여 줬다.

한쪽 다리는 뜨겁게. 다른 다리는 차갑게. 두 다리를 붙이자 일어난 강력한 반응이었다.

“그렇게도 쓸 수 있다고?”

증기는 아주 짙어서 안개 수준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두 사람 사이에 벽을 만들었다.

“후우.”

아란은 겨우 숨을 고르며 몸을 추슬렀다. 지금으로선 H력의 능력발동에 의한 강화된 자생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속성 두 가지를 동시에 쓴 탓에 H력도 거의 바닥난 상태라 체력을 회복해도 가능한 공격은 ‘무겁게’와 ‘가볍게’ 정도.

“시간을 조금 번 것 가지고 까불지 마!”

김맹호는 오른손에 H력을 담아서 주먹을 뻗었다. 그러자 강력한 힘에 의해 생긴 압력이 증기를 뚫었다.

그는 그렇게 차근차근 주먹을 휘둘러서 증기를 모두 날려 버렸다.

“잘 쉬었냐?”

아란은 자세를 낮추며 길게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앞으로 튀어 나가며 앞차기를 날렸다.

“훗! 그 정도는 그냥 피해 주지!”

아란의 속성을 의식한 듯 김맹호는 몸을 뒤로 뺐다. 그러자 아란은 그를 쫓으며 외쳤다.

“가볍게!”

아란의 다리는 김맹호를 쫓아 빠르게 나아갔다.

김맹호는 하는 수 없이 아란의 다리를 쳐내려는 듯 주먹을 쥐었다.

“잽!”

김맹호의 주먹이 아란의 정강이를 쳤다. 다리와 주먹이 부딪치며 ‘뚝’소리와 함께 두 사람 모두 비명을 질렀다.

“크윽!”

한쪽은 팔, 한쪽은 다리. 그러나 그 순간이 승부를 걸 지점이었다.

두 사람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며 다른 쪽 팔다리를 휘둘렀다.

“스매시!”

묵직한 주먹이 아란의 안면을 노리고 날아왔다.

“가볍게!”

아란은 멀쩡한 다리를 이용해 제자리 점프한 다음, 그 다리를 위로 차서 김맹호의 주먹을 막았다.

“무겁게!”

무거운 다리와 무거운 주먹이 둔탁하게 부딪치고, 그 충격으로 두 사람의 자세가 무너졌다.

아란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한 번 더 외쳤다.

“더, 무겁게!”

아란의 발바닥이 김맹호의 복부에 명중. 그 한 방에 그의 표정이 완전히 바뀌었다.

조금 전까지 투지 불타던 그의 눈은 완전히 생기를 잃으며 초점이 사라졌다.

김맹호는 차에 치인 것처럼 쭉 날아가 유리 돔에 부딪쳤다. 그리고 아란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아란은 그 상태에서 바닥을 기어 유리 돔까지 간 다음, 그곳에 등을 대고 몸을 일으켰다.

[폭발대제 : 7 VS 헌한발 : 9]

앞으로 1승. 그러나 아란은 더 이상 싸울 수 없는 상태.

난 직원에게 말해서 그녀의 기권을 전했다.

[폭발대제 : 8 VS 헌한발 : 9]

열여덟 번째 시합. 폭발대제의 마지막 선수가 올라왔다. 그리고 이서현의 소개는 그 어느 때보다 신중했다.

“어……이 선수는……! 놀랍게도 로얄, 하상구 선수의 동생! 하상룡!”

하상구 동생? 우리 쪽에서 내보낸 선수는 이구. 이유는 단 하나!

이씨 형제들 중 유일하게 능력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씨 형제의 아홉 번째, 이구!”

끝?

야박할 정도로 짧은 소개였다.

하상룡과 이구는 별다른 말없이 가만히 서 있었다.

“시작!”

이구는 H력을 뿜어내며 광탄을 쐈다. 그러나 그가 날린 공격은 하상룡의 손짓 한 번에 허무히 사라졌다.

“아니?”

모두가 놀랐다. 하상룡의 손에서 나온 것은 바로 화염이었다.

“받아라!”

하상룡을 숨을 들이켠 후 길게 내뿜었다. 그러자 그의 입에서 큰 불꽃이 일면서 이구를 덮쳤다.

“크으으윽!”

이구는 최대한으로 H력을 뿜어내며 불꽃을 피해 달렸다. 그러나 유리 돔 안이란 한정된 공간 탓에 곧 도망칠 곳이 없게 되었다.

필드 전체에 난 불은 이구가 발로 밟고 광탄을 쏴도 절대 꺼지지 않았다.

“젠장!”

이구는 마지막으로 거대한 광탄을 만들었다. 그는 화상을 입으면서 최대한 많은 H력을 모아 광탄의 크기를 키웠다.

“더, 더, 더……!”

이구는 살이 타들어 가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보고 있던 하상룡은 급히 들숨을 쉬며 필드의 불꽃을 모두 마셨다.

“받아라!”

이구는 완성된 거대 광탄을 던졌다. 그의 힘을 모두 짜낸 광탄은 그 크기만큼 거대하게 폭발했고, 후폭풍이 몰아쳤다.

“하아아앗!”

놀랍게도 하상룡은 전신에서 불꽃을 태우며 광탄의 폭발에 저항했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 이구의 안면에 주먹을 꽂았다.

“으아아악!”

이구는 전신에 불이 붙어서 활활 탔다.

결국 시합 중지. 급히 유리 돔을 열고 직원들이 들어왔을 때 불은 자연스럽게 꺼졌다.

[폭발대제 : 9 VS 헌한발 : 9]

“불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건가?”

하상구보다 더 대단한 능력이다. 그의 불꽃은 H력으로 생산되는 것이니, 일반적인 불꽃과는 ‘태운다.’는 점만 같고, 그 외엔 완전히 상위 호환이라 할 수 있다.

다만 형에 비해선 아직 능력을 운용하는 것에 있어 다소 미흡한 점이 보였다.

“이번엔 제가 나가죠.”

마지막 대결. 이구가 타는 것을 본 이씨 형제들은 우르르 치료실로 몰려갔다.

난 유정의 배웅을 받으며 필드로 나갔다.

“김상팔이다!”

“튜트리팟 잘 보고 있어요!”

“드디어 팀장이 나왔다!”

의외로 관객 반응이 좋다?

난 손을 흔들면서 여유로운 척하며 하상룡 앞에 섰다.

“당신만 이기면 나도 랭킹 헌터가 되는 건가?”

하상룡은 무뚝뚝한 말투로 물었다. 난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글쎄? 나도 잘 모르겠는데? 근데 명색이 로얄의 동생분이면서 고작 100위나 하려고?”

“그럴 리가? 넌 그저 발판일 뿐이야. 그거 알아?”

하상룡은 이상하게 말이 많아졌다. 난 그 변화에 호기심이 들었다.

“뭐 말이야?”

“네 목을 따고 싶어 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거든?”

“나도 이제 유명인이란 소리야?”

하상룡은 헛웃음을 뱉었다.

“그런 셈이지. 축하해. 관심과 사랑을 많이 받아서 좋겠어?”

“그 중에 혹시 미녀는 없니? 왠지 느낌상 죄다 아재일 것 같은데…….”

“시작!”

이서현의 선언으로 대화가 끊겼다. 하상룡은 속전속결로 끝낼 생각인지 전신에 불을 붙이며 활활 타올랐다.

“받아라!”

하상룡에게서 엄청난 세기의 불길이 뿜어졌다.

나도 지지 않을 기세로 능력발현을 해 슈트를 착용했다. 다행히 슈트는 뜨거운 열에 버텨 주었다.

“뜨겁잖아!”

난 버럭 소리를 지르며 불길을 뚫고 하상룡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그의 멱살을 잡아끌면서 그의 복부에 주먹을 질렀다.

“하아아앗!”

내 주먹이 깊게 파고들었지만 하상룡은 입에서 불을 토하며 버텼다. 그의 불꽃이 더욱 거세지며 헬멧의 시야가 완전히 가려졌다.

“김상팔!”

하상룡의 불꽃이 내 머리를 때렸다. 놀랍게도 이글거리는 불통 하나하나가 마치 독립된 주먹인 양 내 전신을 공격했다.

“미, 미친……!”

난 뒤로 물러서면서 광탄 하나를 하상룡의 얼굴에 던졌다. 그러나 광탄은 목표에 도달하기도 전에 폭발했다.

난 서둘러 양손에 광권을 만들었다.

“생각 이상으로 대단한데?”

하지만 위력이 부족하다. 그것이 나에겐 천만다행이었다.

난 광권이 완성되자마자 다시 그 손으로 광탄을 만들어 쥐었다. 그리고 한 번 더 하상룡에게 돌진했다.

“받아라!”

난 광탄 하나를 하상룡의 앞에 던졌다. 그리고 그것이 내는 광체에 그의 시야가 가려진 틈을 타 다른 광탄 하나를 위로 던져 그의 뒤에서 터지게 했다.

하상룡은 앞뒤의 연속 폭발에 고개를 돌리며 어리둥절해했다.

“여기다!”

난 양쪽 광권을 동시에 질렀다. 노린 것은 하상룡이 아닌 그의 불꽃. 광권이 불꽃에 닿자마자 크게 터뜨렸다.

“으아아악!”

불꽃이 조각조각 바스러지며 하상룡의 맨몸이 드러났다.

난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그의 가슴에 두 주먹을 박았다.

“크으으윽!”

하상룡의 가슴에 내 주먹 자국이 새겨졌다.

하상룡은 이를 갈면서 다시 크게 불을 뿜어냈다.

“김상팔!”

하상룡은 전신의 불꽃으로 날 밀어냈다. 그리고 일순간 불을 한데 모으더니 그것을 주먹의 형상으로 만들어 날 향해 휘둘렀다.

거대한 주먹에 맞은 난 위로 날아가 유리 돔 천장에 부딪쳤다.

“쓰러져!”

불꽃의 손이 날 꽉 쥐었다. 슈트가 점점 달아오르는 것인지 쉴 새 없이 땀이 흐르며 피부로 직접 열기가 느껴졌다.

“젠장!”

양 주먹을 꽉 주면서 그 안으로 아주 작은 크기로 무광탄을 모았다.

불꽃에 직접 휩싸이니, 대규모로 H력을 운용할 수가 없었다.

“뜨거워.”

주먹 안 공간이 허락되는 한도로 무광탄을 압축하고, 또 압축했다.

크기는 작았지만 계속 H력을 주입하고 압력을 받으며 무광탄은 점점 강력해졌다.

“죽어라!”

하상룡의 외침과 함께 불꽃의 조임이 더 강해졌다. 난 몸을 비틀면서 오른손의 무광탄을 터뜨렸다.

“으악!”

작지만 위력은 확실했다.

불꽃의 손은 한 방에 흐트러졌고, 자유의 몸이 된 난 오른쪽 옆구리의 통증을 참으며 하상룡에게 접근했다.

“죽지만 마라!”

난 무광탄을 쥔 채로 왼손을 하상룡에게 가져다 댔다. 그리고 소형 무광탄을 터뜨렸다.

“아아아악!”

터프한 놈. 하상룡은 이것도 버티면서 눈에 독기를 띠었다. 그리고 불꽃 가득한 입으로 내 팔을 물었다.

“앗!”

슈트 덕에 뜯기진 않지만 하상룡의 치악력에 팔이 저렸다.

“최고야.”

절로 그런 말이 나왔다. 그러나 감탄은 감탄, 승부는 승부. 난 다른 팔에 무광권을 만들어 하상룡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큰 폭발과 함께 그가 날아갔고, 유리 돔을 깨고 필드 바깥으로 나갔다.

[폭발대제 : 9 VS 헌한발 : 10]

“만약 1년 후에 싸웠다면…….”

난 그렇게 중얼거리며 능력을 해제했다. 그리고 직원들에게 들린 하상룡을 바라봤다.

그는 분명 형처럼 엄청난 능력자가 될 재목이었다.

“축하합니다, 헌한발!”

이서현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쩌렁쩌렁 울렸다. 그리고 그 밑으로 관객의 환호와 축하가 끊임없이 들렸다.

“이로서 2위 쟁탈전, 최종 승자는 헌한발! 그리고 다음 헌터 랭킹 2위는 조루호 씨입니다!”

400억으로 산 자리. 그렇지만 그 과정은 너무나 험난했다. 그러나 이것은 끝이 아닌 과정. 어디까지나 내 최종 목표는 스스로 1위가 되는 것이었다.

“피곤하다.”

난 지친 몸을 이끌고 치료실로 향했다.

***

“건배!”

한 달 뒤. 건강하게 다시 모인 우리 팀은 기쁨의 축배를 들었다. 장소는 시내 고기 뷔페의 룸. 마음 같아선 근사한 호텔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리고 싶지만 아직 내겐 8억의 빚이 남아 있었다.

“루호 씨, 축하해요!”

자리엔 우리 팀 말고도 몇 명의 손님이 와 있었다. 기기래는 루호 옆에 찰싹 달라붙어서 포장된 선물 상자를 내밀었다.

“흐음.”

검은 과부들은 웬일로 조용히 술을 마셨다. 장마리는 웃는 얼굴로 축하를 건넸고, 한유화는 상당히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최향자는 동생 최향기의 동행 때문인지 최대한 젊잖게 행동하며 무게를 잡았다.

“형님! 앞으로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짐꾼이어도 좋으니 저희를 받아 주십시오.”

불타는 고구마 4인인 오박, 김미수, 아미니, 아미리. 넷은 아예 작정하고 내 옆에 줄지어 앉았다.

오박은 노골적으로 애걸복걸하며 내 다리에 매달렸고, 다른 세 사람은 쉬지 않고 내 술잔에 술을 따라 주거나 고기를 구워서 접시에 담아 줬다.

이것들, 괜히 불렀나?

일단 순순히 고기와 술을 받아먹으며 고민에 빠졌다. 아직 이씨 형제들이 팀에 융화되지 못했기에 새로운 멤버의 충원은 혼란이 가중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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