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헤드헌터 김상팔-195화 (195/250)

195.

195.

“찬성, 찬성, 반대, 반대…….”

결과는 8대8 동점.

“뭐야? 동점이야?”

다들 미간을 찌푸렸다.

“그만.”

루호는 조금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모두에게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시죠. 아직 시간은 많습니다. 그러니 결과로 논의하는 거예요.”

결과?

다들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사냥으로 결정하죠.”

“좋은 생각이야. 그럼 뭘 사냥할까?”

루호는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지부의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그리고 지부가 공개적으로 모집 중인 의뢰 중 하나를 골라 모두에게 보여 줬다.

“이거 어때요?”

“에엑?”

아란은 의뢰를 읽고는 가장 먼저 얼굴을 찡그렸다.

“더럽잖아요!”

루호는 조곤조곤 팀원들에게 설명했다.

“모두가 기피하는 일이니까, 지부에 대한 기여도도 클 테고, 보수도 커요. 게다가 판가름하기도 쉬울 테고요.”

“좋아. 그럼 확실하게 팀을 나눠. 찬성파, 반대파로 말이야!”

변해라의 말에 따라 찬성파와 반대파가 갈라섰다.

이건 정말 최악의 상황인데……헌한발의 분열이라니……!

찬성을 한 사람은 조루호, 변해라, 노건, 이이, 이삼, 이사, 이오, 이육.

반대를 한 사람은 호규, 유정, 주아란, 초조선, 이칠, 이팔, 이구, 이십.

흐뭇하게도 커플 셋이 깔끔하게 갈라섰다.

“오빠가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변해라는 호규에게 삿대질을 했다. 그러자 호규는 팔짱을 끼면서 고개를 돌렸다.

“루호 씨, 실망이에요.”

루호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루호의 의식은 죄책감과 고통으로 얼룩져 있었다.

“유, 유정 씨도?”

노건은 입을 쩍 벌리며 멍하니 유정을 쳐다봤다. 그것은 이이와 초조선도 마찬가지였다.

“좋아. 그럼 내일 당장 의뢰를 하러 가자고! 먼저 사냥하는 쪽의 의견으로 가는 거야.”

변해라는 반대파에 선 이칠, 이팔, 이구, 이십을 향해 말했다.

“실망이에요, 오빠들.”

어? 쟤, 이씨 형제들한텐 오빠라고 하네? 나한텐 반말하면서?

이건 연장자로서 심각한 문제다!

“흥! 그럼 내일 봐요!”

그렇게 팀원들은 우르르 병실을 나갔다. 놀랍게도 팀원들과 연결된 내 감각도 여러 개로 찢어진 채 계속 유지되었다.

‘이거……좀 거지 같은데?’

각자의 집.

루호는 기기래와 저녁 식사.

호규는 샤워.

유정은 빨래 개기.

아란은 언니인 아라와 통화.

변해라는 자기 방에 틀어박혀서 호규와 찍은 사진을 보며 울기.

노건은 패닉에 빠진 채 유정의 이름을 큰소리로 부르기.

이씨 형제들은 집에 가서도 두 파로 나뉜 채 으르렁거리기. 그 와중에 검은 과부들과 이일이 함께 일한단 사실을 알게 됐다.

이일이 다시 재기하기 위해 검은 과부들 밑으로 들어가서 거의 몸종처럼 살고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과거 최향기와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을 해결 중인 모양이다.

마지막으로 초조선은 자기 얼굴에 난 흉터 때문에 꾸준히 피부클리닉에 다니고 있었다.

‘다들 다양하네.’

그런데 유일하게 아저씨의 감각만 없다. 떨어진 지 너무 오래돼서 그런 걸까?

아쉽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다.

‘근데 나 언제까지 이 상태지?’

본체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날 때까지?

다중 의식 공유라는 게 참 이상한 기분이다. 뭔가 몽롱하면서 모호하고, 꿈을 꾸듯 해롱거리면서도 모든 것이 선명하다.

다음날.

우리 팀원들은 다시 모였다. 이번에 모인 장소는 바로 지부의 지하였다.

지하 경기장보다 더 아래에 위치한 하수도. 모두들 이서현의 안내를 받으며 아래로 내려갔다.

“원래 이곳에 대해선 기밀 사항이지만, 여러분이라면 안심해도 되겠죠. 상팔 씨는 좀 어떠세요?”

이서헌의 질문에 루호는 씁쓸하게 웃었다.

“아직 차도가 없는 모양이에요. 하지만 금방 깨어날 거예요. 사건조사는 어떻게 되어 가죠?”

“경찰에서도 적극적으로 조사 중이예요. 지부도 최대한 협조하고 있어요. 일단 폭발 원인은 가스 누출로 보고 있지만, 폭탄일 가능성도 적지 않은 모양이에요.”

지하의 지하. 지부의 가장 깊은 곳에 도착한 팀원들 앞에 거대한 해치가 나타났다.

“근데 기밀이라면서 왜 의뢰를 공개 모집하신 거예요?”

아란의 질문에 이서현은 한숨을 쉬었다.

“원래 작년까지는 하청업체나 빅4 중 한 곳에 맡겼거든요. 그런데 올해엔 지부 예산이 부족해서 부득이하게 공개 모집을 하게 됐어요.”

이러다가 지부가 망하는 거 아니야?

이서현이 주머니에서 리모컨을 꺼내 버튼을 누르니까, 기계음이 들리면서 거대한 해치가 스스로 움직였다.

“해치가 닫히면 내부와 외부가 완벽하게 차단돼서 전파도 안 통하니까, 주의해 주세요.”

이서현은 주머니에서 지도를 꺼내서 루호에게 건넸다.

“나올 땐 어떻게 하죠?”

“해치 바로 앞에선 전화가 되니까, 저한테 연락하시면 내려올게요. 오늘은 빌딩 안에서 계속 있을 거예요.”

이서현은 행운을 빌어 주며 다시 올라갔다.

팀원들은 일단 루호가 건네받은 지도를 휴대전화의 사진 기능을 통해 촬영했다.

“일이 끝나면 지우는 거 잊지 마세요.”

다들 고개를 끄덕인 후 어제 투표에서처럼 두 팀으로 나눠서 섰다.

“좋아. 그럼 가장 먼저 대왕쥐를 잡는 쪽이 이기는 거예요!”

아란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인 후 해치 안으로 들어갔다.

“우웩!”

다들 코를 막으며 질색을 했다.

해치 안의 통로는 바로 하수도. 지금은 쓰지 않는 폐쇄된 하수도였다.

“여기 어딘가에 대왕쥐가 돌아다닌단 거죠?”

왜 지부 아래 괴물이 살게 됐는가? 그 이유는 간단하다.

예전에 지부에서 괴물을 데려와서 지하 경기장에 풀어놓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 괴물이 하수도로 들어가서 자리를 잡은 것이다.

“그럼 대왕쥐가 여러 마리일 수도 있겠네요?”

아란은 어깨를 움츠리며 루호에게 물었다.

“그럴 경우엔 더 많이 잡은 쪽이 이기는 거야.”

초조선이 즉각 대답했다. 그녀의 말에 모두들 동의했다.

냄새나는 하수도를 나아가니, 두 갈래 길이 나왔다. 이제 찢어질 시간이었다.

“두고 보자고!”

왼쪽 길은 찬성파, 오른쪽 길은 반대파가 갔다.

오늘의 사냥은 지부 지하에서 하기에 다들 무기가 없이 맨손이었다.

대왕쥐의 위험도는 1등급.

정식 헌터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사냥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서둘러요! 무조건 우리가 이겨야 해요!”

양 팀은 서둘러 대왕쥐를 찾았다.

“어디에 숨은 거야?”

‘개판이군.’

아무리 상대가 1급 괴물이라고 해도 너무 무성의한 전진이었다. 다들 이길 생각에 정신이 팔려서 이걸 게임 정도로 여기는 것 같았다.

찬성파의 시선.

이이는 어깨를 들썩이며 맨 앞에서 달리고 있었다.

“1급 괴물이면 아주 껌이지. 이건 무조건 찾으면 끝이야!”

대왕쥐의 덩치는 대략 1―2미터 사이. 일반적인 쥐와는 달리 어디 숨을 덩치가 아니다.

갈림길에서부터 통행로 옆에 고인 폐수가 나타났다. 덕분에 악취가 더욱 심해졌다.

그때 꺾이는 모퉁이로 뭔가 움직이는 그림자가 보였다.

“저기다!”

찬성파 8명은 빠르게 모퉁이를 꺾었다. 그러자 그림자는 교묘하게도 또 다른 모퉁이로 꺾어서 사라졌다.

“젠장!”

모퉁이를 또 꺾자, 이번엔 세 갈림길이 나왔다. 세 길 모두 좁은 원형 모양의 통로였다.

“지도를 봤을 땐 세 길로 갈라지지만 끝에 가선 한 길로 합쳐져요.”

노건의 말에 변해라는 빠르게 말했다.

“노건 오빠는 왼쪽. 저랑 이, 삼, 사, 오, 육 오빠들은 가운데. 루호 오빠는 오른쪽. 무슨 일 생기면 무전하세요!”

하수도 내부와 외부 통신이 단절된 것이지, 내부에서의 통신이 단절된 게 아니었다.

찬성파는 셋으로 찢어졌다.

“노건 오빠! 가급적이면 혼자 있을 때 능력 쓰지 마세요!”

“그, 그래.”

노건은 손을 흔들며 왼쪽 통로로 들어갔다.

“왜 난 혼자지?”

노건은 씁쓸하게 중얼거리며 조명 아래 찰랑거리는 하수도의 썩은 물 옆을 걸어갔다.

찰랑찰랑. 방금 전 노건이 들어온 입구 쪽에서 물이 첨벙이는 소리가 났다.

노건은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그러나 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능력을 쓸까?”

그때 이번엔 첨벙 소리가 통로의 출구 쪽에서 났다.

쾌쾌한 냄새, 기분 나쁜 분위기, 어두운 조명, 그리고 사방에서 메아리치는 평범한 쥐의 울음소리.

노건은 벌벌 떨면서 출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사실 괜찮지 않았다. 내 의식으로 직접 전해져 온 노건의 정신은 굉장히 불안하고 불안정했다.

찍찍찍. 노건의 뒤로 첨벙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소리는 계속해서 나더니, 첨벙임의 정도가 심해졌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소리의 크기가 커지면서, 점점 가까워졌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노건은 오줌을 지리기 일보 직전이었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노건은 완전히 겁에 질렸다.

그때 노건의 옆에서 뭔가가 튀어나왔다. 사람과 비슷한 덩치의 쥐였다.

“나왔다!”

노건은 재빨리 능력발동을 해서 주먹으로 대왕쥐를 후려쳤다. 그러나 대왕쥐는 노건의 공격을 피하더니,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다.

“무, 무전기!”

노건은 덜덜 떨면서 무전기을 잡았다.

“여, 여기 대왕……!”

노건이 말을 마치기 전에 대왕쥐가 물속에서 떼거지로 튀어나왔다.

“으악!”

대왕쥐들은 일제히 노건에게 달려들어서 그의 손에서 무전기를 떨어뜨리게 만들었다.

떨어진 무전기는 물속에 퐁당 빠졌다.

“안 돼!”

노건은 완전히 이성을 잃고는 출구를 향해 뛰었다.

“이럴 수가!”

노건이 뒤를 돌아보자 물속에서 족히 수십, 수백은 될 대왕쥐들의 안광이 번쩍였다.

“으아아악!”

노건은 참지 못하고 능력발동을 했다. 그러자 그의 신체가 빠르게 부풀면서 거구로 변했다.

“크으으윽!”

지금의 노건에게선 의식이란 게 느껴지지 않았다. 느껴지는 것이라곤 그저 본능에 가까운 투쟁심. 주변의 모든 것을 파괴하고 싶다는 욕구뿐이었다.

“죽어라!”

노건은 뒤로 돌아서서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엄청난 수의 대왕쥐떼와 싸웠다.

한편 중간 통로.

변해라와 이이, 이삼, 이사, 이오, 이육은 왼쪽에서 들려온 노건의 고함에 깜짝 놀라며 발걸음을 멈췄다.

“뭐야? 설마 대왕쥐가 나타난 거야?”

변해라는 안정부절하면서 입구와 출구를 번갈아 살폈다.

“어디로 가야 더 빨리 나갈 수 있죠?”

변해라의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바닥이 쿵쿵 굴렸다. 물론 그 진원지는 노건이 있는 왼쪽 통로였다.

“큰일 난 거 아니야? 광전사로 변한 거 같은데?”

이이의 말에 이삼이 출구를 가리켰다.

“저기로 가서 돌아가자!”

세 사람은 황급히 통로를 달렸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세 사람 역시 물속에서 튀어나온 대왕쥐들에게 공격당했다.

“이 자식들!”

이삼은 꼬리, 이오는 돌주먹, 이육은 날개를 생성했다. 그리고 변해라와 이이, 이사는 광탄을 준비했다.

“하앗!”

능력발현을 한 세 사람은 기세 좋게 구정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뛰어들고 나서야 대왕쥐의 수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 무전기!”

변해라는 뒤에서 광탄을 쏘며 무전기로 오른쪽 통로를 불렀다.

“루호 오빠?”

무전기에서는 아무 대답도 없었다.

“오빠?”

무전기에서 돌아오는 소리는 ‘치지직’이었다. 왜냐하면 지금 세 통로 모두 대왕쥐와 싸우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이걸 중계해 줄 수 없다니, 참 아쉬웠다.

“쳇!”

변해라는 무전기를 주머니에 집어넣고, 그냥 광탄을 쏘며 대왕쥐들과 싸웠다.

또 한편, 오른쪽 통로.

루호는 가벼운 발놀림으로 움직이며 대왕쥐를 상대하고 있었다.

“너무 조직적인데?”

루호는 광탄과 몸놀림을 이용해 대왕쥐 사이에서 여유롭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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