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헤드헌터 김상팔-201화 (201/250)

201.

201.

“훗!”

아무리 같은 능력자라도 나와 비교해 저들은 순한 양. 거듭 한계를 극복해 온 나에게는 아주 쉬운 상대였다.

“하아아앗!”

난 살짝 뛰어올라 마치 징검다리를 건너듯 녀석들 머리를 사뿐사뿐 밟았다.

“으아아악!”

나야 살짝 밟았다고 했지만, 정작 밟힌 놈들은 그렇지가 않은 법. 내가 한 번 밟을 때마다 신도 하나가 바닥에 쓰러져 비명을 질렀다.

“망할 자식!”

신도들은 보도블록을 집어서 던지거나, 표지판을 뽑아서 창처럼 찔러 댔다.

“읏차!”

빗나간 보도블록은 엉뚱한 사람이 맞아 코피를 흘렸고, 마구잡이로 휘둘러진 표지판은 애꿎은 사람의 등짝을 후려쳤다.

녀석들이 거칠게 나올수록 오히려 자기들끼리 서로 상처 입히는 결과를 낳았다.

“이거 천상계에서 겨우 버티다가 인간계 내려와서 양민 학살하는 기분인데?”

이래서 먼치킨을 좋아하나 보다.

난 신도들 몸에 거의 손도 대지 않았다. 괜히 때렸다는 증거를 남겼다가 나중에 문제 일으키기 싫었다.

“죽여 버려!”

심지어 한 신도는 제압한 경찰에게서 총을 뺏어 와 내게 발포하기까지 했다.

“미, 미친 놈!”

난 당황해서 황급히 지면으로 내려와 신도들 뒤로 몸을 숨겼다. 그러나 총을 든 녀석은 완전히 이성을 상실해서 그냥 총을 쐈다.

“으악!”

“우린 같은 편이야!”

“미친놈아!”

나 대신 총에 맞은 신도들이 쓰러졌다.

난 녀석의 총알이 다 떨어지자마자 즉시 녀석에게 뛰어가 복부에 주먹을 질렀다.

“우엑!”

녀석은 구토를 하면서 앞으로 고꾸라졌다.

“괜찮아요?”

난 총에 맞은 사람들의 상처를 확인했다. 다행히도 모두 급소를 비껴간 상태였다.

“119 불러!”

그래도 동료니까, 내 말을 듣겠지?

“내가 왜?”

신도들은 콧방귀를 뀌면서 나에게 냅다 주먹과 발길질을 퍼부었다.

“시, 시발!”

동료고 뭐고 없는 상황. 오직 뉴 월드가 우선이고, 뉴 월드가 최선인 것이었다.

“미친 새끼들아!”

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능력발현을 했다.

슈트를 착용하고 나니, 더 이상 신도들의 공격은 통하지 않았다.

“아, 아니!”

표지판으로 내 머리를 후려치던 신도가 경악하며 뒤로 물러섰다.

난 광탄을 쏴서 녀석을 멀리 날려 버렸다.

“다 꺼져!”

광탄 난사. 물론 위력은 최소화시킨 것이었다.

연속된 백색 폭발에 뉴 월드 신도들은 무방비로 당했다.

“으악!”

내 뒤로 거대한 갑옷사슴이 나타났다. 아무래도 루호 역시 나처럼 인내심에 한계가 온 모양이었다.

“좋았어!”

한번 날뛰기 시작하니까, 점점 이성이 마비되어 갔다.

난 덤벼 오는 신도들에게 거리낌 없이 주먹과 다리를 날리며 그들을 멀리멀리 날렸다.

“으아악!”

신도들은 날아가다가 자기들끼리 뒤엉켜서 쓰러지고, 덤비려는 녀석과 도망치는 녀석이 서로 부딪쳤다.

“김상팔!”

응?

건물 위.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난 잠시 싸움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서 위를 봤다.

“앗!”

김용?

김용이 건물 위에서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다들 물러서.”

김용의 한 마디에 뉴 월드 신도들은 내 주변에서 우르르 흩어졌다.

김용은 가볍게 뛰어서 지면에 착지. 그러자 그 충격으로 아스팔트가 박살 나며 사방으로 파편이 튀었다.

“뭐, 뭐야?”

겉보기엔 평범한데? 갑자기 무게가 늘었나?

먼지가 확 일면서 그의 모습이 가려졌다.

김용은 천천히 먼지 속을 걸어 나왔다.

“이게 지금 뭐하는 거죠?”

난 구덩이를 나온 김용에게 물었다.

김용은 옷에 묻은 먼지를 털면서 답했다.

“비즈니스지.”

이제 존댓말 안 하네?

“어금니도 뉴 월드와 손을 잡은 겁니까?”

“그런 셈이지. 정부는 이 일에 관여하지 않을 거야. 다소 피해는 있겠지만, 일이 일단락되면 차차 수습할 거거든.”

“네오서울을 정복할 생각인가요?”

내 질문에 김용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 선글라스를 벗어서 양복 안쪽 주머니에 넣었다.

“정복? 용어가 좀 그렇군.”

김용은 H력을 뿜어냈다. 순식간에 시내 전체가 아지랑이로 가득 찼다.

“정확히는 뉴 월드와 지부의 독단적 폭동을 우리가 진압하는 거야. 그럼 우린 단숨에 영웅이 되겠지.”

즉, 김용의 말은 지부에 빌붙는 것을 뛰어넘어 어금니가 지부를 대체하겠단 뜻이다.

“이게 다 플레잉의 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어이가 없었다.

“난 사업가야.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면,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지. 그게 기업이거든.”

이래서 과도한 자유시장경제는 망한 다니까……!

“하압!”

김용의 능력발현. 기합과 함께 그의 등과 팔에 검은색 비늘이 돋아났다.

그리고 그것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거대한 날개와 팔로 변했다.

“이게 내 능력이다!”

김용은 파충류 같은 팔을 뻗어 단번에 날 잡았다. 그리고 강력한 힘으로 꽉 움켜쥔 채 높이 들어 올렸다.

“받아라!”

“크으으윽!”

난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힘으로는 이미 상대가 되지 않았다.

김용은 날 거칠게 내려쳤다.

육중한 충격과 함께 난 헬멧을 쓴 상태로 피를 토했다.

“젠장.”

슈트를 입고 있는데도 상당한 고통이 느껴졌다.

김용은 날 잡은 채 날개를 활짝 펴더니, 그대로 날아올랐다.

“루, 루호야! 살려 줘!”

난 필사적으로 루호를 불렀다. 그러자 순간 김용이 균형을 잃으면서 날 움켜쥔 상태로 지면에 떨어졌다.

“으악!”

난 지면에 떨어지고, 김용은 갑옷사슴의 뿔에 걸려서 끌려갔다.

“와!”

갑옷사슴의 돌진에 도로의 포장은 깨끗하게 벗겨져 흙바닥이 드러났다.

거대한 덩치 이상으로 강력한 다리 힘이었다.

“흐아아앗!”

김용은 뿔에 채인 상태에서 날개를 퍼덕여 자세를 고쳤다. 그리고 똑바로 선 채 날개를 쭉 펴서 다리처럼 지면을 디뎠다.

“하압!”

김용이 기합을 지르며 힘을 주자, 갑옷사슴의 속도가 점점 줄어들면서 멈춰 섰다.

김용은 날개를 땅속 깊숙이 박아서 지지대로 삼았다. 그리고 갑옷사슴이 완전히 멈추자, 양팔로 힘껏 사슴을 밀어냈다.

“말도 안 돼!”

갑옷사슴이 힘에서 밀린다고?

“태한에 비하면 비효율적이야.”

김용은 한마디 소감과 함께 아예 갑옷사슴의 뿔을 잡아 사슴의 머리를 들어 올렸다.

그러자 사슴은 별다른 저항 없이 머리가 위로 올라가며 두 발로 선 것 같은 상태가 되었다.

“하하하!”

김용은 갑옷사슴의 머리를 옆으로 번쩍 던졌다.

갑옷사슴의 몸은 머리를 따라 옆으로 고꾸라지면서 상가를 덮쳤다.

“루, 루호야!”

다행히 상가는 문을 닫은 곳이었지만, 매장 안이 갑옷사슴의 뿔에 쓸려 나갔다.

난 한 팔에 H력을 모으고, 다른 팔로는 김용을 향해 광탄을 쐈다.

“으아아아!”

김용은 내가 쏘는 광탄을 그냥 맞으면서 두 다리로 갑옷사슴에게 걸어갔다.

겉보기엔 팔과 날개만 돋아난 것처럼 보이지만, 전신이 다 강화된 모양이다.

내가 쏜 광탄은 김용의 전진을 늦추는 것뿐, 조금도 피해를 주지 못했다.

그 사이 갑옷사슴은 정신을 차리고 상가에서 몸을 빼냈다. 그리고 벌떡 일어서서 김용을 노려봤다.

“뭘 어쩔 건데? 너희 따위가 날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래!”

내 뒤에서 힘찬 외침이 들려왔다. 그것은 아까 내가 보낸 문자 메시지의 응답이었다.

남주나를 필두로 공포특급이 내 옆에 섰다.

그들은 일렬로 서서 김용을 위협했다.

“적당히 하시지? 우리 모두를 상대할 수 있겠어?”

김용은 남주나를 보더니 히죽 웃었다.

“그건 좀 힘들겠지. 그럼 다음엔 나도 우리 직원들을 데려오지.”

김용은 능력을 해제한 후 옷에 묻은 먼지를 털었다.

그런 다음 안쪽 주머니에 넣었던 선글라스를 꺼냈다.

물론 선글라스는 알이 다 깨져서 형태만 겨우 유지하고 있었다.

“이런, 너무 방심했었나 보군.”

김용은 부서진 선글라스를 내 앞에 던졌다. 그리고 미소를 띤 채 유유히 그 자리를 떠나갔다.

“괜찮아?”

남주나의 물음에 나도 능력을 해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덕분에요.”

루호도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고, 최마군이 치료술로 우리를 치료해 줬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마다랑이 팔짱을 끼며 물었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경찰도 당하고…….”

난 즉시 주변을 둘러봤다.

우리가 김용과 싸우는 사이, 뉴 월드 신도들은 벌써 시내에서 철수한 뒤였다.

겁에 질린 시민들은 도망치거나, 그것조차 못해서 벌벌 떨고 있었다.

“일단 저희 집으로 가요.”

우리는 다 함께 우리 집으로 갔다. 그곳엔 이미 내 연락을 받고 먼저 온 사람들이 있었다.

***

헌한발 열여섯.

공포특급 여섯.

검은 과부들 넷.

세손가락 셋.

불타는 고구마 넷.

꽤 넓다고 생각했던 우리 집이 수많은 방문객으로 인해 비좁아졌다.

“이일……!”

‘검은 과부들’ 중 놀랍게도 최향기 대신 이일이 와 있었다.

“우리 몸종이야!”

한유화가 이일의 뒤통수를 힘껏 후려쳤다. 그러자 이일은 바닥에 넙죽 엎드려 거의 무조건 반사로 외쳤다.

“완소요정 칼리! 우주스타 칼리! 사, 랑, 해, 요!”

거의 정신 개조급.

난 애써 그 모습을 외면했다.

사람들은 방바닥에 앉은 채 가운데 선 날 쳐다보고 있었다.

“제 생각엔…….”

난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모두에게 들려줬다.

그간 있었던 일, 수상한 점, 직전에 일어난 사건 등등.

내 이야기를 듣고, 다들 혼란스러워했다.

“무슨 쿠데타라도 일어난 거야?”

“이건 군대가 출동해야 하는 거 아니야?”

“정부가 해결할 때까지 가만히 있자!”

지극히 일반적인 의견. 나도 일부분 거기에 동의했다.

그때 손평화가 손을 들면서 외쳤다.

“지금 친구한테 연락이 왔는데, TV에서 또 뭔가 나온 대요!”

그 말에 즉시 TV를 틀었다.

“엥?”

새로운 성명 발표. 이번엔 박장이 아닌 새로운 얼굴이었다.

―내 이름은 센.

센? 그 센? 아님 얀센?

센이란 인물은 눈구멍만 뚫린 흰색 가면을 쓰고 있었다.

체격은 왜소하고, 흰색 천 옷을 입고 있었다.

―잘 들어라.

센은 대본을 읽거나 하지 않고 그냥 술술 말했다.

―네오서울 곳곳에 수십 개의 폭탄을 설치했다. 동시에 터뜨리면 네오서울의 절반이 날아가지.

“폭탄?”

다들 얼이 빠졌다.

―내 말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지금 철거 중인 아파트를 폭파시키겠다. 셋, 둘, 하나.

쿵. 지면이 울리면서 멀지 않은 곳에서 폭음이 들려왔다.

근처?

우리는 다 함께 집에서 나가 근처를 살폈다.

“저기예요!”

유정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서 검은 연기와 함께 뭉게구름처럼 먼지가 풀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곳은 오래된 아파트 단지가 있는 방향이었다.

“저기에……사람이 있었나?”

내가 알기론 없다. 그러나 무슨 폭탄을, 어떻게 설치했기에 아파트 단지 하나가 한 방에 사라지지?

“전문 철거업자냐?”

어쨌든 이걸로 폭탄 이야기가 진짜임이 증명됐다.

우리는 집 안으로 돌아가 마저 방송을 봤다.

―우리의 요구는 간단하다.

센은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을 하나씩 폈다.

―하나, 앞으로 일주일간, 이 도시는 우리 뉴 월드에서 관리한다. 만약 군대와 경찰이 함부로 움직인다면, 그 즉시 폭탄을 터뜨리겠다. 너희는 그냥 평범한 일상을 보내면 된다. 소란 피우지 마라.

뭐?

―둘, 네오서울에 위치한 청와대, 국회의사당, 네오한국은행, 한국지부. 이 네 곳을 외부와 차단하겠다. 물론 그 안에 있는 사람들도 우리가 관리한다.

청, 와, 대?

센은 검지와 중지로 브이(V) 자를 만들며 손을 흔들었다.

―지금 이 시각 대통령과 영부인, 국회의원 237명, 네오한국은행 총재, 그리고 김익조 지부장은 우리의 인질이 되었다.”

헉!

―너희가 불의에 굴복하여 얌전히 있어 준다면, 우리는 어느 누구도 헤치지 않고, 일주일 뒤에 조용히 떠날 것이다.

“저걸 대한민국 정부가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하나? 정치인 몇 좀 죽는 한이 있어도 싸워야지!”

누군가 당당하게 외쳤다. 그러나 그 말이 무색하게 센은 주먹을 쥐어서 들어 보였다.

―죽고 싶다면, 얼마든지 허튼짓을 시도해도 좋다. 이미 우린 만반의 준비를 끝냈어.

그 말을 끝으로 방송이 끊기며, 조정 화면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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