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
204.
번쩍번쩍한 자태와 거대한 크기.
형태는 고전적인 금고문, 그 아래 조작하는 부분은 최신식 스크린과 인증 장치가 달려 있었다.
“역시 열려 있군.”
거대한 해치가 활짝 열린 상태.
헌터들은 그 안으로 들어갔다.
“와!”
바닥에서 천장까지. 온통 개인용 금고투성이였다. 마치 네모로 된 세상 같았다.
헌터들의 눈에 내부에서 작업 중인 플레잉 조직원들과 그들을 지휘하고 있는 한 사람이 보였다.
“넌……!”
강자기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내면에서 불안감이 꿈틀대는 게 느껴졌다.
‘미즈 드래곤.’
한백년. 그녀는 고고한 자태로 서서 헌터들을 맞이했다.
“싸울 거야?”
난 헌터들에게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머릿속에 직접 이야기해 줬다.
‘그게 진짜예요? 그런 사람을 어떻게 이겨요?’
아란은 절망. 다른 사람들도 다르지 않았다.
‘저렇게 어린 애가 플레잉의 보스라고?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
‘말도 안 돼. 중력을 다룬다고? 그걸 어떻게 상대해?’
‘흥미롭군.’
강자기는 예외. 그는 뭔가 복잡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미즈 드래곤은 헌터들을 보며 박수를 한 번 쳤다. 그러자 금고에서 귀중품을 꺼내던 조직원들이 우르르 모여 그녀의 뒤에 섰다.
“젠장! 한번 해 보자고!”
헌터들은 고무탄이 장전된 총을 플레잉에게 겨눴다.
다들 속으로는 실탄을 장전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실탄은 탱크들과 싸울 때 모두 소진한 상태였다.
“나가.”
“넵!”
미즈 드래곤의 한 마디에 조직원들은 헌터들을 지나쳐 일사분란하게 지하 금고를 빈손으로 빠져나갔다.
그들이 힘들게 꺼낸 금괴와 현찰, 귀중품 따위는 모두 금고 이곳저곳에 방치되었다.
“이제 우리만 남았어.”
미즈 드래곤은 손을 뻗어서 금괴 하나를 가리켰다. 그러자 잠시 후, 금괴가 꿈틀거리더니 식빵처럼 꾹 납작해졌다.
두툼하던 금괴가 종잇장으로 변하는 마법이 펼쳐진 것이다.
“이런 미친……!”
다들 그 광경에 넋이 나갔다. 모두의 머릿속에는 자신들이 금괴처럼 짓눌리는 그림이 그려졌다.
“쏴!”
누군가의 외침.
헌터들의 총구가 불을 뿜으며 고무탄을 토해 냈다.
그러나 고무탄들은 모두 미즈 드래곤의 몸에 닿기도 전에 강력한 힘에 이끌려 바닥에 처박혔다.
“중력?”
다들 총알이 수직으로 꺾여서 지면으로 향하는 광경을 보며 경악했다.
그렇게 마지막 고무탄이 떨어졌다.
“어서 와. 같이 놀자.”
미즈 드래곤은 손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그 천연덕스러운 모습에 모두들 흠칫 놀라며 몸을 움츠렸다.
“그러지.”
단 한 사람, 강자기만은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터벅터벅 걸어갔다.
“후후후.”
미즈 드래곤은 강자기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강자기의 걸음이 멈추며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러나 금괴처럼 단번에 찌그러지진 않았다.
“오?”
미즈 드래곤은 진심으로 놀랐는지 입술을 동그랗게 오므렸다. 그리고 이번엔 양손을 강자기에게 뻗었다.
“크윽!”
강자기의 자세가 무너지면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를 중심으로 강철 바닥이 찌르러지면서 보기 흉하게 뒤틀렸다.
그리고 바닥이 산산조각 나면서 그 아래 깔린 콘크리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구덩이의 면적은 점점 넓어졌다. 그러나 주변이 초토화되어 가는 와중에 강자기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응?”
꼿꼿이 선 강자기를 보며 미즈 드래곤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리고 얼굴에 힘을 주면서 손을 더 뻗었다.
“아직도 모르겠나?”
강자기는 여유롭게 어깨를 폈다. 그리고 높이 발을 들어서 넓게 뻗었다.
강자기가 발로 지면을 디디자, 엄청난 무게가 실린 듯 그 부분이 깊게 파였다.
강자기는 계속해서 미즈 드래곤에게 다가갔다.
“재미있네.”
미즈 드래곤은 한 손을 위로 뻗어서 천장을 무너뜨렸다.
“어?”
모두들 얼이 빠져서 강자기를 쳐다봤다. 그의 위로 떨어지려던 천장 잔해는 둥둥 떠서 무중력 유영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내 능력을 따라한 거야?”
미즈 드래곤도 강자기를 향해 움직였다.
두 사람은 가운데서 만나 멈춰 섰다.
“그런 셈이지.”
강자기는 여전히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여유를 부렸다. 그러나 미즈 드래곤은 그의 대답을 들은 즉시, 히죽 웃으며 입꼬리를 찢었다.
“그래 봤자, 겨우 버티는 거잖아? 그렇지?”
강자기의 내면이 크게 일렁였다. 그는 동요하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능력이네. 흉내 내는 것도,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어려운 건데…….”
“난 천재거든.”
“그래? 그럼 뭐해? 나보다 약한데?”
미즈 드래곤은 간단히 강자기의 멱살을 잡았다.
강자기는 여전히 주머니에서 손을 넣고 있었다.
“지금 한계지? 집중하느라 대화도 적당히 하는 중이지? 아니라면 주머니에서 손 빼 봐. 못하지?”
“흥!”
강자기는 콧방귀를 뀌면서 미즈 드래곤의 말을 받아쳤다.
“넌 뭔가 오해를 하고 있군.”
“무슨 오해?”
“가볍게!”
아란의 발차기가 미즈 드래곤에게 적중. 미즈 드래곤의 몸이 뒤로 붕 떠서 날아갔다.
아란은 바닥에 착지한 후 발차기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지금 이게 무슨 일대일 시합인 줄 알아?”
“내가 말하려고 했는데…….”
강자기는 피식 웃었다.
“아저씨는 집중하고 계세요!”
“아저씨?”
아란의 말에 강자기의 마음이 철렁였다.
아란은 용감히 앞으로 달려가며 미즈 드래곤에게 또 발차기를 날렸다.
“무겁게!”
미즈 드래곤은 재빨리 몸을 날려 아란의 발을 피했다.
아란의 발은 애꿎은 금괴더미에 꽂혔다.
금괴더미는 차곡차곡 쌓인 그 형태 그대로 아란의 발에 맞아 찌그러졌다.
“가즈아!”
다른 헌터들도 돌격.
미즈 드래곤의 능력이 강자기 덕에 상쇄된 지금이 기회!
다들 전력으로 덤벼들었다.
“하앗!”
이육이 날개를 뻗어서 팔처럼 휘둘렀다. 그리고 날개 끝을 구부려 손처럼 미즈 드래곤을 움켜잡았다.
“힘세네?”
미즈 드래곤은 살짝 힘을 줘서 이육의 날개를 폈다. 그리고 오히려 이육의 날개를 잡아서 힘껏 끌었다.
“으, 으악?”
이육은 별다른 저항도 못해 보고 미즈 드래곤에게 끌려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미즈 드래곤의 펀치.
이육은 얼굴 한가운데를 정통으로 얻어맞고 정신을 잃었다.
“이육!”
이팔은 부메랑, 이칠은 로켓펀치를 날리며 미즈 드래곤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미즈 드래곤은 공격을 피하기는커녕 날아오는 공격을 향해 뛰어들었다.
미즈 드래곤은 두 사람을 향해 돌진하면서 몸을 살짝 비틀었다.
그러자 그녀의 오른쪽 어깨를 스치며 로켓펀치가 빗나갔고, 몸을 앞으로 튕기자 부메랑이 바로 등 뒤를 지나갔다.
“젠장!”
두 사람은 곧바로 다시 H력을 양손에 모았다. 그러나 부메랑과 로켓펀치를 만들기 직전, 미즈 드래곤이 두 사람 앞에 도착했다.
“으악!”
“크윽!”
미즈 드래곤은 한 방, 한 방 주먹을 뻗어 두 사람을 때려눕혔다.
“엄청나게 빠르잖아!”
두 사람 바로 뒤에 있던 이십은 완전히 얼이 빠졌다. 그리고 다음은 자신의 차례라는 것을 직감하며 서둘러 분신을 만들어 냈다.
순식간에 수십 명의 이십이 미즈 드래곤을 둘러쌌다.
미즈 드래곤은 수많은 분신들에게 무턱대고 주먹을 날렸다.
“어, 느, 것, 을, 고, 를, 까, 요?”
“으악!”
미즈 드래곤은 고작 여덟 번 만에 진짜를 찾아냈다.
“어, 어떻게……?”
복부에 주먹을 맞은 이십은 무릎을 꿇으며 물었다. 그러자 미즈 드래곤은 검지로 자신의 볼을 누르며 답했다.
“감으로…….”
“감? 고작……?”
이십은 입을 쩍 벌리며 기절했다.
이로써 이씨 형제들은 전멸.
미즈 드래곤은 쓰러진 세 사람을 보면서 말했다.
“너희들, 너무 약한데?”
그 말에 다른 헌터들이 이를 갈면서 외쳤다.
“그 녀석들은 조무래기거든?”
헌터들 중 남궁만, 추보영이 앞으로 나섰다.
두 사람은 각각 고릴라와 표범으로 모습을 바꾸었다.
고릴라는 양 손바닥으로 가슴을 때리며 울부짖었고, 표범은 으르렁대며 이빨을 내보였다.
“동물원?”
미즈 드래곤은 제자리 뛰기를 하면서 배시시 웃었다.
표범이 앞장서고, 그 뒤를 고릴라가 따랐다.
“캬오!”
표범은 뛰어들어 앞발의 발톱을 세웠다. 그리고 앞발을 휘둘러 미즈 드래곤을 노렸다.
“윽!”
표범의 앞발이 미즈 드래곤의 복부에 적중!
‘엥?’
난 표범의 시야를 통해 믿기지 않는 광경을 보게 됐다.
분명 표범의 발톱은 미즈 드래곤의 옷을 뚫고 그녀의 복부에 박혔다. 그런데 그 복부는 조금도 찢기거나 파이지 않았다.
“아픈데?”
미즈 드래곤의 말과 달리 그녀의 복부는 살짝 눌린 수준이었다.
미즈 드래곤은 자신의 옷을 찢은 표범의 발톱을 검지와 엄지만으로 집어서 천천히 밀어냈다.
고작 손가락 두 개에 표범의 앞발이 뒤로 밀렸다.
“와아아아!”
미즈 드래곤이 표범에게 정신이 팔린 틈을 타 고릴라가 펄쩍 뛰어서 그녀를 덮쳤다.
그리고 두 주먹으로 조금 과격하다 할 정도로 계속 내려쳤다.
표범은 재빨리 뒤로 물러나고, 고릴라는 미즈 드래곤을 계속 두드렸다.
“후우.”
한숨. 계속 맞기만 하던 미즈 드래곤은 별거 아니라는 듯 고릴라의 양손을 맞잡더니, 벌떡 몸을 일으켰다.
“깜짝 놀랐잖아.”
고릴라는 신음에 가까운 비명을 지르며 미즈 드래곤과 힘겨루기를 했다.
그러나 역시 역부족. 금세 미즈 드래곤에게 밀려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캬오!”
표범은 재빨리 미즈 드래곤의 뒤로 돌아갔다. 그리고 아가리를 쩍 벌려서 그녀의 머리를 노렸다.
“읏차!”
미즈 드래곤은 살짝 힘을 주더니, 고릴라를 휙 휘둘렀다. 거대한 체구가 작은 소녀에 의해 자루처럼 날아다녔다.
표범의 이빨은 미즈 드래곤의 머리가 아닌 고릴라의 엉덩이에 박혔다.
“에잇!”
미즈 드래곤은 고릴라를 그대로 번쩍 던져서 표범과 함께 날려 버렸다.
두 동물은 공중에서 흩어진 후에 멀쩡하게 바닥에 착지했다.
“하앗!”
그 뒤로 조기홍이 높이 뛰어올랐다. 그는 양손에서 말뚝을 만들어 내 미즈 드래곤을 향해 쐈다.
순식간에 수십 개의 말뚝이 미즈 드래곤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후후후.”
미즈 드래곤은 말뚝이 떨어지는 것을 유유히 보기만 했다. 그러다가 말뚝이 닿기 직전, 춤을 추듯 몸을 움직였다.
‘와!’
무작위로 뿌려진 말뚝들은 어느 것 하나 미즈 드래곤에게 닿지 못했다.
다들 넋을 잃고 미즈 드래곤의 동작을 구경했다.
“젠장!”
조기홍은 화를 내면서 양손에 말뚝을 쥐었다. 그리고 그것을 휘두르며 직접 미즈 드래곤을 공격했다.
“하아아앗!”
조기홍이 휘두르는 말뚝 끝이 미즈 드래곤의 머리카락을 스쳤다.
미즈 드래곤은 조금 버거워하면서 바쁘게 몸을 움직였다.
“핫, 핫, 핫!”
조기홍은 말뚝 하나를 위로 던진 후 나머지 하나를 미친 듯이 휘둘렀다.
그러자 미즈 드래곤은 아예 뒤로 멀찍이 뛰어서 거리를 확 벌렸다.
“쳇!”
조기홍이 혀를 차자마자, 미즈 드래곤이 서 있던 자리에 방금 던진 말뚝이 뚝 떨어져 박혔다.
“다 같이 공격하자!”
조기홍, 고릴라, 표범, 주아란, 최마군. 다섯은 동시에 미즈 드래곤에게 달려들었다.
“하앗!”
최마군이 H력을 폭발적으로 뿜어내며 미즈 드래곤에게 달려들었다.
거구라고는 믿기지 않을 속도. 강력한 힘에서 나온 폭발적인 신체 능력이었다.
미즈 드래곤조차 최마군이 그렇게 빠를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는지, 그녀는 순순히 붙잡혔다.
최마군은 미즈 드래곤을 와락 끌어안은 채 소리쳤다.
“지금이야!”
“어!”
넷은 우르르 달려가서 미즈 드래곤의 좌우후방을 공격하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