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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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주노초파남보.
일곱 개의 머리가 수풀에서 빠져나왔고, 그것들을 한데 엮고 있는 몸통도 우리 눈앞에 나타났다.
“징그러.”
무지개히드라의 모습은 다리가 일곱 개인 불가사리라 보면 된다.
각각의 다리 끝에 머리가 달린 형태. 마치 일곱 마리의 뱀이 서로 꼬리를 묶은 것 같았다.
무지개히드라는 입을 쩍 벌리며 우리들에게 달려들었다.
“앗!”
엄청난 속도.
분명 10미터 정도 거리가 있었는데, 그것이 눈 깜짝할 사이에 좁아졌다.
“이런 젠……!”
난 슈트를 착용하며 방아쇠를 당겼다.
산탄 자동 연사. 그러나 무지개히드라의 목은 직각으로 꺾이면서 산탄을 피했다.
“총알을 피했어?”
자동화기가 소용없잖아!
날 따라 다들 난사 시작! 그러나 엄청나게 뿜어 대는 화망을 무지개히드라는 전부 피해 댔다.
“젠장!”
루호는 갑옷사슴, 노건은 거구로 변신해 힘으로 히드라에게 덤벼들었다. 그러나 히드라는 단 하나의 머리만 휘둘러 그 둘을 한꺼번에 쳐냈다.
“루호랑 노건을……?”
실화냐?
두 사람이 날아가고, 이번엔 아란이 덤벼들었다.
“하아아앗!”
로얄 수준의 힘을 갖게 된 아란은 자신감 넘치게 발차기를 날렸다.
“더, 더 빠르게!”
쏜살같은 발차기.
아란은 휘리릭 날아서 히드라의 머리를 후려 찼다. 그러나 히드라는 차는 그 순간만 잠시 움찔할 뿐 이내 다른 머리로 아란을 쳐냈다.
“으아아악!”
우리 팀에서 가장 육탄전에 강한 세 사람이 당했다.
다음으로 나선 사람은 유정.
“노건 씨!”
“넵!”
유정의 분부에 노건은 가져온 기관총을 양손으로 번쩍 들어 올렸다.
그야말로 인간 포대.
유정은 그의 어깨 위에 서서 기관총을 잡았다. 그리고 총에 직접 H력을 불어넣으며 방아쇠를 당겼다.
“받아라!”
유정의 능력으로 탄환의 위력은 몇 배나 강력해졌다.
거기에 유도까지!
한 발, 한 발이 장갑탄 수준의 위력을 갖춘 총알이 쉴 새 없이 히드라에게 쏟아졌다.
“오오!”
히드라는 기관총에 머리 하나가 난도질당하며 울부짖었다. 녀석은 조금도 다가오지 못하며 제자리에 멈춰 섰다.
제대로 된 유효타!
“굉장하다!”
조금만 더 하면 머리 하나가 완전히 갈려 나갈 참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엥?”
총알이 떨어졌다.
족히 수천 발은 가져왔을 텐데, 그게 고작 몇 분의 사격으로 동이 나 버렸다.
“액션 영화처럼 무한 탄창이었으면, 이겼을 텐데…….”
분명 우리도 강한데, 상대가 너무 강하니 맥이 빠졌다.
“튀어!”
난 동료들에게 후퇴 명령을 내리고, 홀로 무지개히드라에게 덤벼들었다.
그러자 히드라의 일곱 머리가 입에서 일곱 빛깔의 브레스를 발사했다.
“으아아악!”
이런 건 정보에 없었는데?
내 손끝이 아슬아슬하게 브레스에 스쳤다. 그러자 슈트가 사르르 녹아내렸다.
“무슨 솜사탕이냐?”
아주 살살 녹네.
“하앗!”
난 전력을 내서 반사 신경을 올렸다. 그리고 히드라의 머리 하나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영거리 사격도 피해 봐!”
총구가 불을 뿜자, 총구를 통해 산탄이 히드라의 피부에 박히는 진동이 전해졌다.
그 직후, 나머지 여섯 개의 머리가 내뿜은 브레스가 내 몸을 휘감았다.
“으아아악!”
난 불이 붙은 슈트를 해제했다. 그러자 슈트와 함께 타오르던 불꽃이 한꺼번에 사라졌다.
난 지면을 구르며 나머지 불꽃을 껐다. 그리고 먼저 간 다른 사람들을 따라 도망쳤다.
“으아아아!”
머리에 불이 붙었다.
난 손으로 불꽃을 털면서 불을 껐다. 딱딱하게 마른 머리카락이 손짓 한 번에 우수수 떨어졌다.
머리를 더듬는 내 손끝에 털이 아닌 피부가 느껴졌다.
“내 머리!”
한 방에 대머로 변신.
난 이를 갈면서 달렸다.
살짝 뒤를 돌아보니, 바로 뒤에 쩍 벌어진 무지개히드라의 입이 있었다.
“으악!”
난 버섯 학살마인 이탈리아 배관공의 심정으로 폴짝 뛰었다. 내가 떠오르자마자 내가 있던 자리로 히드라의 입이 밀고 들어왔다.
“크윽!”
난 지면에 착지해 다시 달렸다.
이번엔 양옆으로 히드라의 머리들이 쭉 뻗어서 나와 나란히 질주했다. 녀석들은 천천히 서로 거리를 좁혀서 날 가두려 했다.
“다시 위로 점프하면…….”
그때 머리 위로 그늘이 졌다.
좌우뿐만 아니라 위쪽까지 히드라의 머리가 가로막았다.
“와, 이런 양아치 같은 자식!”
위쪽의 히드라 머리도 천천히 아래로 내려왔다. 어떻게든 날 깔아뭉개겠단 의지가 느껴졌다.
“이렇게 된 이상……!”
부드러운 땅속으로 파고든다!
난 땅을 팔 각오로 몸을 숙였다. 그러나 땅을 파기 직전, 지면 자체가 꿈틀거리는 게 보였다.
“서, 설마?”
지하에도 있는 거야?
난 경악하며 무지개히드라의 머릿수를 확인했다.
내 양옆에 2개, 위에 3개, 1개는 꼬리처럼 뒤를 본 채 몸통을 지탱, 나머지 하나가 안 보였다.
“역시!”
완전히 갇혔다.
유일한 가능성은 내가 엄청나게 빨리 달려서 벗어나는 것인데, 지금 달리는 속도가 내 최대 속도라 가망성이 없다.
“하압!”
난 서둘러 양팔에 H력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H력의 칼날을 준비했다.
“10급한테도 통할까?”
히드라의 머리들이 점점 날 중심으로 죄어들었다.
“하아아앗!”
난 오른팔을 휘둘러 가볍게 칼날을 날렸다.
내가 날린 칼날은 앞쪽 지면을 가르며 깊고 넓은 틈새를 만들었다.
“읏차!”
난 그 틈새로 뛰어내렸다. 그리고 즉시 뒤로 돌아서서 지하에서 다가오는 히드라의 머리를 향해 왼팔을 휘둘렀다.
“하아아앗!”
두 번째 칼날은 지하를 가르며 날아가 히드라의 머리와 부딪쳤다.
어두운 지하에서 불꽃이 튀기며 내 칼날과 히드라의 머리가 서로 밀어붙였다.
“안 베여?”
역시 규격 외.
9급에게도 먹혔던 태한의 기술이 10급에게 막혔다.
그나마 힘과 힘으로 맞부딪쳐서 시간을 번 것이 다행이었다.
지하에 있던 머리는 칼날과의 힘겨루기를 포기하고 다시 지상으로 올라갔다.
“좋았어!”
난 내 위로 무지개히드라의 몸통이 지나가자마자 지하를 빠져나왔다. 그러나 곧 내가 너무 성급했음을 후회했다.
“와……!”
몸통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이자, 꼬리 역할을 하고 있는 하나의 머리.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젠장.”
무지개히드라는 전진을 멈추고, 천천히 날 향해 돌아섰다.
난 허겁지겁 다시 틈새로 들어가 지하에 몸을 숨겼다.
그러자 무지개히드라는 내가 있는 틈새 바로 위에 몸통을 위치하더니, 일곱 개의 머리로 틈새 주위를 둘러싼 후 그대로 틈새 위에 주저앉았다.
“크윽!”
히드라의 무게에 틈새가 무너지면서 함몰되려 했다.
난 양팔에 다시 H력을 모았다. 그리고
틈새가 점점 좁혀지기 시작하자마자, 두 다리로 최대한 틈새 사이를 벌리며 버텼다.
“하압!”
팔만 휘두를 공간만 있다면, 충분했다.
난 두 팔을 교차해 X자를 만들었다. 그리고 힘차게 기합을 내질렀다.
“하아아앗!”
양팔에서 X자로 합쳐진 검기가 날아가며 히드라의 배를 때렸다. 비록 베지 못하더라도 밀어낼 수는 있었다.
거대한 몸통이 위로 들리고, 난 그 틈을 타 틈새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다시 왔던 길로 도망쳤다.
뒤에서 ‘쿵’소리와 함께 강한 진동으로 땅이 흔들렸다. 그리고 스르륵거리며 뭔가가 미끄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쳇!”
뒤를 돌아볼 틈도 없다.
지금은 서둘러 유인 장소로 도망치는 게 우선이었다.
그때 저 앞에 우리 팀원들이 보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바로 위에 피닉스가 있었다.
난 서둘러 이어폰으로 팀원들을 불렀다.
“무슨 일이죠?”
―팀장님!
유정이 반갑게 날 불렀다.
―저희가 신호하면 엎드리세요, 아셨죠?
“예?”
―지금이에요!
난 냅다 엎드렸다. 그러자 내 위로 엄청난 세기의 불길이 지나가며 바로 뒤에 있던 무지개히드라에게 쏟아졌다.
“뭐, 뭐야?”
난 깜짝 놀라서 뒤로 돌아누웠다. 그리고 예비군에서 해 보고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줄 알았던 ‘뒤로 포복’을 이용해 이동했다.
“와!”
피닉스가?
살아 있는 화염이 무지개히드라와 싸우고 있었다. 두 10급 괴물의 싸움에 늪지대는 황무지로 변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괜찮으세요?”
내가 기어 오자, 팀원들이 내 양손을 잡고 일으켜 줬다.
“뭐가 어떻게 된 거예요? 왜 피닉스가 싸우고 있죠?”
내 질문에 호규가 펄쩍 뛰면서 대답했다.
“우리 해라가 해냈어요!”
“네? 변해라가요?”
난 눈을 비비고 다시 한 번 피닉스를 바라봤다.
놀랍게도 활활 타오르는 피닉스의 등 위에 변해라가 앉아 있었다.
“와……!”
“피니이익스!”
피닉스가 전신에서 뿜어내는 불길과 무지개히드라가 입에서 쏘는 브레스가 공중에서 충돌해 엄청난 크기로 타올랐다.
양쪽 모두 한 치의 양보 없이 팽팽하게 맞섰다.
그 화력에 늪지대의 수풀과 나무가 죄다 말라서 가루가 되고, 지면의 수분기가 다 날아가 쪼개졌다.
“우리도 타겠어요!”
팀원들은 몸을 뒤로 빼면서 계속 거리를 벌렸다.
“도망쳐요!”
우리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두 괴물의 기세로 늪지대가 실시간으로 사라져 갔다. 자칫 머뭇거리다간 우리까지 함께 사라질 수 있었다.
난 이어폰으로 톰을 불렀다.
“혹시 좌표를 변경할 수 있나요?”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무지개히드라가 지금 다른 10급 괴물과 싸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녀석이 몸을 숨기고 있던 늪지대가 사라졌어요.”
―그렇습니까?
지형이 사라지고, 환경이 바뀐다. 현대 병기로도 어떻게 할 수 없던 거대한 자연이 괴물에 의해 변질됐다.
―현재 여러분의 위치로 드론 정찰기를 보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우리가 낀 이어폰 속에는 수신기가 내장되어 있었다.
어느 정도 거리가 벌어지자, 우리는 걸음을 멈추고 나무 뒤에 몸을 숨겼다.
몇 분 뒤. 저 멀리서 드론 정찰기가 날아왔다.
정찰기는 괴물들 주변을 빙글빙글 돌다가 돌아가려 했지만, 두 괴물이 뿜어내는 강렬한 에너지에 기체가 녹아내리며 공중에서 폭발했다.
―젠장!
이어폰으로 톰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확인했나요?”
―네. 확인했습니다. 상팔 씨 말대로 그 좌표로 포격과 미사일을 발사할 테니, 대피하십시오.
“네!”
난 즉시 팀원들에게 신호해 도망치게 했다. 그리고 달리면서 이어폰으로 변해라를 불렀다.
“해라야? 변해라?”
괴물들 바로 옆이어서 고장이 난 것인지,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엔 정신으로 직접 불렀다.
‘해라야! 곧 그곳으로 미사일이 떨어질 거야. 어서 도망쳐!’
‘알았어.’
변해라를 태운 피닉스는 날개를 활짝 펼치며 훨훨 날아올랐다. 그리고 우리와 같은 방향으로 도망쳤다.
펑, 펑. 두 번의 폭발음이 작렬. 굳이 돌아보지 않아도 포격에 의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폭발과 함께 무지개히드라의 울부짖음이 들렸다. 그리고 우리 머리 위로 일곱 빛깔 브레스가 날아갔다.
우리는 H력으로 능력발동을 하며 최고 속도로 달렸다.
“다음은 미사일!”
아니나 다를까, 뭔가가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 다음엔 거대한 폭발. 처음 포격과는 비교도 안 되는 충격이 지면을 통해 우리에게 그대로 전달되었다.
거기에 폭발로 인해 생긴 후폭풍이 등 뒤에서 용솟음치듯 몰아치며 우리를 덮쳤다.
“으아아악!”
우리는 폭풍에 휘말려 공중으로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