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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터 김상팔-234화 (234/250)

234.

234.

신속하게 유엔으로 무전이 갔고, 즉시 대답이 돌아왔다.

물론 대답은 ‘허가.’

사령관은 무전을 통해 핵폭격기를 호출했다.

“이번엔 완전히 끝내 주겠어!”

그를 따라 다른 장교들도 모니터에 집중했다.

나도 침을 꿀꺽 삼키며 화면에 나온 킹리자드를 쳐다봤다.

세 차례의 함대 공격을 당하고도 멀쩡했던 괴수의 신체는 강한 열과 충격으로 녹아내리고 있었다.

“정말 이대로 끝날까?”

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때 디마가 드론 영상을 가리키며 조작 중인 병사에게 물었다.

“당장 방사능 측정기를 가동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드론에 장착된 방사능 측정기가 가동되고, 화면 아래 방사능 수치가 표시됐다.

방사능 수치는 정상.

정상?

다들 의아스러운 얼굴로 너도나도 말했다.

“왜 정상이지? 핵폭탄이 터졌는데?”

“혹시 불발인가?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측정기가 고장 난 게 아닐까?”

이렇다 할 의견 없이 드론은 철수. 곧이어 두 번째 핵 공격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번에도 강풍이 몰아치며 배 전체가 흔들렸다.

두 번째 드론 출격.

카메라의 화면에는 킹리자드의 모습이 사라져 있었다. 레이더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좋았어! 해치웠다! 역시 핵이 최고야!”

사령관은 책상을 탁 치면서 일어나 환호를 질렀다. 다른 사람들도 그를 따라 활짝 웃었다.

“방사능 측정기도 가동해 주세요.”

디마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유독 방사능 수치에 집중했다.

“이번에도 방사능이 수치가 정상입니다!”

병사의 외침에 다들 아연실색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앗!”

레이더를 보던 병사가 비명을 질렀다. 다들 그 소리에 깜짝 놀라 그에게 물었다.

“무슨 일인가?”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뭐, 뭔가가 아주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작은 물체입니다.”

“속도는……?”

“시, 시속 1200km입니다!”

음속. 네오서울에서 부산까지 1시간 안에 왕복을 하고도 한 번 더 편도로 갈 수 있는 속도.

“녀석의 목적지는?”

“사라졌습니다!”

지휘실 안은 어수선해졌다.

장교들은 부사관들을 다그쳐 어떻게든 사라진 물체의 행방을 찾으려고 했고, 드론을 보내 킹리자드가 있던 곳을 샅샅이 수색하게 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1시간 후.

‘쿵’소리와 함께 항공모함 전체가 아래로 훅 가라앉았다.

“뭔가가 배 위에 착지했어!”

사령관은 서둘러 함장에게 명령을 내렸다.

“무슨 일인지 알아봐. 방사능 수치는 정상이라니까, 염려 말고!”

“넵.”

감시 모니터를 통해 갑판 위 상황이 생생히 상황실로 전달됐다.

“저, 저게 뭐야?”

킹리자드. 약 3m 정도로 줄어든 녀석이 항공모함 갑판 위에 서 있었다.

군인들은 돌격소총을 든 채 녀석을 한쪽으로 포위하며 소리쳤다.

“넌 완전히 포위됐다! 순순히 항복하고 얌전히 투항해라!”

킹리자드는 혀를 날름거리며 커다란 눈으로 군인들을 쓱 살펴봤다. 그리고 입을 쩍 벌리며 울부짖었다.

“쿠오오오!”

쩌렁쩌렁 울리는 울음소리에도 군인들은 함부로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다. 그러나 그 기세에 눌려 뒤로 움츠러들었다.

함장은 무전기를 들고 군인들에게 외쳤다.

“놈이 함부로 날뛰게 해선 안 돼. 여기엔 지금 사령관님께서 계신다. 알겠나? 어떻게든…….”

함장은 말을 하다가 화들짝 놀라 입을 멈췄다. 화면에 나온 킹리자드가 갑자기 제자리에 엎드린 것이었다.

녀석의 자세를 보고 군인들은 천천히 다가갔지만, 가까이 근접하기 전 녀석이 양손으로 갑판을 긁기 시작했다.

항공모함의 갑판이 순두부처럼 움푹 파이기 시작했다.

“세, 세상에! 쏴, 쏴라!”

함장은 다급히 발포 명령을 내렸다. 그의 말에 따라 군인들은 마음껏 방아쇠를 당기며 킹리자드를 쐈다.

킹리자드에게 쏟아진 총탄은 녀석의 비늘에 튕겨져 나갔다.

“몸 말고, 눈과 입을 노려!”

함장의 명령대로 총탄은 킹리자드의 눈과 입으로 집중됐다. 그러나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방탄 눈알?”

분명 눈으로 총탄이 날아드는데, 비늘에 맞은 것처럼 불꽃을 내면서 튕겨졌다.

“무슨 미친 내구도야?”

회의실 안은 패닉에 빠졌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킹리자드가 항공모함을 흙처럼 파고들며 내부로 들어온단 점이었다.

“대, 대피하십시오!”

디마는 지휘실을 문을 열며 소리쳤다. 그의 말에 따라 사령관 휘하 장교들은 다들 우르르 통로로 도망쳤다.

“온다!”

C는 전신에 H력을 뿜어내며 천장을 가리켰다. 그의 외침이 있고 몇 초 후, 천장이 뚫리며 킹리자드가 지휘실로 들어왔다.

“젠장!”

우리는 전원 능력발현을 하며 킹리자드를 포위했다. 우리를 본 녀석은 더 이상 함선을 파지 않고 대신 두 다리로 몸을 일으키며 울부짖었다.

“쿠오오오!”

“이 자식!”

다들 한꺼번에 달려들어 녀석을 공격했다. 그러나 킹리자드는 우리의 합동 공격에 움츠러들기는커녕 오히려 비늘로 공격을 받아내며, 가까이 접근한 우리를 공격했다.

능력으로 방어력이 강화된 R, T, 그리고 날 제외한 모두가 녀석의 발톱에 몸이 관통됐다.

“으아아악!”

사람의 몸이 장난감 병정처럼 너무나 쉽게 조각났다.

더구나 이들이 각 나라 최고 정예임을 생각하면 킹리자드의 공격은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지휘실은 삽시간에 피바다로 변했다. 킹리자드는 혀를 날름거리더니 우리를 무시하며 벽을 뚫고 사라졌다.

“잡아요!”

디마는 쓰러진 부상자를 치료하며 소리쳤다.

나, R, T 우리 셋은 킹리자드가 뚫어 놓은 구멍에 뛰어들어 달렸다.

벽들을 연신 직진으로 통과한 우리 눈앞에 미처 킹리자드에게 대처하지 못하고 죽은 군인들의 시체가 즐비했다.

“젠장!”

구멍은 일직선으로 배 끝까지 뚫려 있었다.

우리가 배 끝에 매달려 아래를 내려다보니, 킹리자드가 바다 위에 서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 하죠?”

“쿠오오오!”

킹리자드는 힘차게 울부짖으며 빠르게 우리 시야에서 멀어졌다.

다른 때였다면 광탄이라도 쏴서 저지하려 했겠지만, 소리의 속도란 정말 비현실적인 것이었다.

***

우리는 하와이에 있는 해군기지의 지휘실에 다시 모였다. 그리고 거기서 모니터를 통해 킹리자드의 현재 위치를 알 수 있었다.

“이런 미친……!”

나도 모르게 욕이 나오고 말았다.

지휘실 모니터에서 나오고 있는 영상은 군대에서 확보한 것이 아니라 보도 뉴스의 것이었다.

―시민 여러분, 이것은 실제 상황입니다. 불과 며칠 전 ‘플레잉’에 의해 네오서울이 강제 점령당했던 일을 기억하실 텐데요. 이번엔 네오경기도에 괴물이 출현했습니다.

녀석의 현재 위치는 대한민국. 헬기에 탄 리포터는 울먹이면서 킹리자드를 가리켰다.

―1950년 이후 대한민국의 거주 지역에 괴물이 침범한 것은 처음입니다! 정부와 지부는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저 괴물의 정체가 무엇인지도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연하지, 지금 막 새로 태어난 괴물인데…….

영상에 나온 킹리자드는 네오경기도 외곽에 있는 원자력발전소 앞에서 경찰들과 대치하고 있었다.

물론 괴물의 출현이기에 경찰관 사이사이 헌터들도 보였다.

“역시, 제 예상이 맞나 보군요.”

디마의 말에 모두가 그를 쳐다봤다. 그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지금 막 받은 문자메시지 하나를 모니터에 전송했다.

―기밀, 1시간 전 네오경기도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고 발생. 방사능 누출.

“방사능?”

다들 입을 쩍 벌렸다.

디마는 미간을 찌푸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킹리자드는 방사능을 원하고 있습니다. 녀석은 방사능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그게 무슨 뜻인가?”

사령관의 질문에 디마는 핵 폭격 때의 영상을 모니터에 띄웠다.

“두 번의 핵 공격에도 방사능이 전혀 주변으로 퍼지지 않았습니다. 바닷물에 섞여 중화된 게 아니라 폭발로 인해 방사선이 나오는 순간, 킹리자드가 흡수한 겁니다.”

“그 말은…….”

“이걸 봐주십시오.”

디마는 영상을 세 부류로 나눴다.

첫 번째는 핵 폭격 전.

두 번째는 1차 핵 폭격 직후.

세 번째는 2차 핵 폭격 직후.

“열화상으로 바꿔 보겠습니다.”

디마는 키보드를 두드렸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첫 번째 영상에서 세 번째 영상으로 갈수록 킹리자드의 체온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었다.

“저건 그저 핵폭발로 인해 몸이 달궈진 것 아닌가?”

함장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확실히 일리 있는 질문이었다.

“그럴 수도 있겠죠. 그럼 이번엔 네오경기도에서 보내온 기밀 자료를 봐주십시오.”

보도 자료와는 다른 각도에서 찍힌 영상이 모니터에 띄워졌다.

“킹리자드의 체온은 조금도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인 생물이라면 진작 녹아내렸을 온도입니다.”

“그, 그렇다면…….”

사령관은 조심스럽게 의견을 말했다.

“놈은 핵 공격으로 타격을 입은 게 아니라 오히려…….”

다른 간부들도 그 말을 듣고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하지만 분명 효과는 있었어!”

사령관은 핵 폭격 직후 킹리자드의 몸이 피해를 입었던 것을 지적했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군요.”

그때 신진부가 손을 들었다. 그는 강자기를 흘깃 보더니, 물었다.

“자네가 대신 말해 보겠나?”

“그러죠.”

강자기는 냉큼 대답했다.

신진부는 쩝 소리를 내면서 뒤로 두세 걸음 물러섰고, 강자기가 그를 대신해 말했다.

“핵 공격은 분명 효과가 있었습니다. 유기생물체인 이상, 핵폭발을 버틸 수는 없겠죠. 문제는 앞에서 나왔듯이 놈이 방사능을 흡수해 에너지원으로 삼았단 겁니다.”

“그럼, 놈이 핵 폭격을 당하며 몸이 붕괴되는 것과 동시에 방사능을 흡수해서 몸을 재생시켰단 말인가?”

사령관의 관자놀이에서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놈은 두 번의 핵 폭격을 당하며 깨달은 겁니다, 거대한 몸은 비효율적이라는 것을요. 그래서 몸을 3m 가량으로 줄여 모든 힘을 응축한 겁니다. 아마 지금은 핵 폭격을 하려고 해도, 그 전에 사정거리에서 도망칠 겁니다.”

“뭐라고!”

핵 폭격 불가.

그 말에 군 간부들은 패닉에 빠졌다. 그들에게 있어 가장 강력한 병기의 무효화는 곧 전투 의지 상실로 이어졌다.

“상팔 씨.”

“네?”

디마는 즉시 나, 신진부, 강자기를 데리고 활주로로 향했다.

활주로 위에는 어두운 회색의 수송기 하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C―17.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송기죠. 이걸 타고 한국으로 갈 거예요. 이제부터 이 일은 유엔에서 협회로 이관됐습니다.”

디마의 얼굴을 본 군인들은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우리를 비행기에 태웠다.

우리가 타자마자 비행기는 빠르게 이륙해 하와이를 벗어났다.

“왜 협회가 나서는 거지? 지금처럼 군 작전으로 나가는 게 더 낫지 않나?”

강자기가 의아스러운 얼굴로 디마에게 물었다. 디마는 방긋 웃으며 그에게 대답했다.

“그건 네오경기도에 아직 피난하지 못한 민간인이 엄청나기 때문이죠. 만약 우리가 실패한다면, 경기도 일대가 초토화될 겁니다.”

다들 그 말에 표정이 어두워졌다.

우리는 두려운 마음을 안은 채 가는 시간 동안 잠을 자며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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