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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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간 후.
비행기는 빠르게 대한민국 상공에 도착했다. 우리는 착륙할 새도 없이 낙하산 가방을 메고 비행기에서 뛰어내렸다.
우리 발아래 있는 원자력발전소는 이미 상당히 박살 난 상태였다.
능력발동으로 충격에 대비. 우리는 확 트인 주차장에 착지했다. 그런 다음 낙하산 가방을 벗고 디마를 따라 달렸다.
우리가 도착한 곳에는 군대와 헌터들이 모여 있었다. 특히 로얄과 2군의 상태가 양호한 것은 다행이었다.
“팀장님!”
“형!”
“김상팔!”
“상팔아!”
이렇게 이번 싸움의 주역들이 모두 모였다.
1위, 네 손가락 주아란
2위, 무소속 조루호
3위, 슈퍼타이거 신진부
4위, 슈퍼타이거 강자기
5위, 공포특급 남주나
6위, 공포특급 마다랑
7위, 로얄가드맨 이준
11위, 공포특급 우태훈
12위, 공포특급 김두
14위, 공포특급 최마군
15위, 공포특급 갈리
19위, 로얄가드맨 제갈신
8위와 10위가 빠졌지만, 로얄과 2군의 대부분이 집합한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난 인사를 나눌 새도 없이 루호에게 물었다.
“상황은 어때?”
“최악이에요. 지부에서 강제 소집한 헌터들이 다 함께 덤볐는데……절반은 죽은 거 같아요.”
“킹리자드는?”
“지금 원자로 안에서 쉬고 있어요. 다행히 저희가 버티는 동안 원자로 내부는 싹 비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
그게 물리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난 디마를 슬쩍 쳐다봤다. 그러자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절 보셔도 소용없어요. 아무리 저라도 한국 내부 상황을 속속들이 알진 못해요.”
알 것 같은데…….
그때 발전소 직원이 다가와 내 귀에 귓속말로 속삭였다.
“그저께 원자로 사고가 나고 나서 즉시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사실상 어제부터 해체 절차에 들어갔었습니다. 사고는 사소한 것이었지만, 위치가 위치인지라…….”
“그렇군요.”
그럼 지금 킹리자드는 원자로에 남아 있는 방사능 찌꺼기를 섭취하고 있단 건가.
우리는 녀석이 있는 원자로 바로 앞에 펼쳐진 바리게이트 뒤에서 작전 회의를 가졌다.
“녀석은 지금 빈 원자로 안에 있어요. 현재 원격 로봇을 이용해 정찰한 결과, 원자로 안에서 자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직원의 설명을 들으며 우리는 서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가장 먼저 의견을 낸 사람은 신진부였다.
“녀석의 신체 능력으로 봤을 때 직접 상대하기보단 원자로째로 가둬 두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자기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덧붙였다.
“원자로 주변을 특수 소재로 감싸서 매장시키는 게 좋겠군요.”
“그런 소재가 있나요?”
디마의 질문에 신진부가 대답했다.
“우리 팀이 정부 쪽에 의뢰를 받아 개발하던 건축 소재가 있는데, 그걸 쓰면 될 겁니다. 충격 흡수율이 높고, 탄성도 강해서 아무리 예리한 발톱으로 할퀴어도 버틸 겁니다. 굳는 데 시간도 얼마 안 걸리죠.”
“그런 좋은 게 있는데 왜 여태까지 쓰지 않고 있었죠?”
아란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신진부의 답은 간단했다.
“비싸니까요. 아주, 아주…….”
“비용은 전부 협회에서 지불하겠습니다. 어서 가져와 주세요.”
디마의 시원시원한 결정에 신진부는 당장 전화를 걸어 누군가에게 신소재를 가져오란 말을 했다.
“굳는 데 얼마나 걸리죠?”
신진부가 통화를 하는 동안 사람들은 강자기에게 질문했다.
“양에 따라 다르지만, 원자로를 덮을 정도면 아마 5분이면 완전히 굳을 겁니다.”
5분! 확실히 파격적인 시간이다. 그러나 루호와 아란의 얼굴은 어두웠다.
“5분도 길어요. 어쩌면…….”
난 그런 두 사람에게 말했다.
“할 수 있어! 다 함께 5분을 버티는 거야!”
“형…….”
“팀장님…….”
적이 강하다는 건 나도 잘 안다. 군인들도 당하고, 동료들이 당하는 것도 봤다.
헌터들이 아무리 많아도 일정 수준 이상 실력 차이가 난다면 숫자는 말 그대로 숫자일 뿐이다.
그래도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로얄과 2군 중에서 킹리자드와 제대로 붙은 사람은 절반도 안 됐다.
대부분은 엄청난 물량에 끼여서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고 한다.
우리는 즉시 작전을 짰다.
전체 인원은 16명.
조는 셋으로 나눴다.
먼저 원자로 위에서 신소재인 ‘타이거 콘크리트’ 설치 작업을 할 작업조.
다음으로 원자로 안으로 들어가 5분 동안 킹리자드를 상대할 전투조.
마지막으로 상황에 따라 전투조를 지원할 지원조.
나, 김두, 이준, 남주나, 아란, 루호가 전투조를 맡았다. 우리는 방어력이 높은 나, 이준이 전방에 서고, 나머지 넷이 뒤에 서기로 정했다.
“그럼 갑시다!”
우리 전투조는 ‘화이팅!’을 외치며 투지를 불태웠다. 네오경기도를 불바다로 만들지 않으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성공해야 하는 작전이었다.
몇 분 뒤. 우리는 동시에 발전소 건물 안으로 돌입했다. 내부는 시체와 피로 즐비했다.
“쉿!”
우리는 철로 만들어진 계단을 올라 2층 철판 위를 걸었다. 그리고 2층과 1층 사이에 설치된 원자로 앞에 도착했다.
윗면이 열린 원기둥 모양의 원자로는 속이 텅 빈 채 그 속에 킹리자드가 잠자고 있었다.
방사능 측정기의 수치는 정상. 역시 녀석이 주변의 모든 방사능을 흡수한 모양이다.
―일단 작업을 시작할게. 윗면만 덮으면 어떻게든 될 거야.
작업조는 3층 바닥에 구멍을 뚫고 작업을 시작했다.
우리 전투조와 지원조는 2층에 대기하면서 킹리자드를 예의 주시했다.
타이거 콘크리트는 구멍을 통해 천천히 떨어져 원자로의 가장자리를 타고 흘렀다. 그렇게 1층에서부터 차곡차곡 원자로 전체를 감싸는 것이었다.
“제발, 제발……!”
킹리자드의 속도는 인간인 우리가 어찌할 수 있을 수준이 아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기껏해야 원자로 속에서 빠져나오지 않도록 출입구 부분을 막는 것뿐이었다.
원자로 자체는 특수 합금이라 아무리 녀석이라도 부술 수 없을 것이니 뚜껑만 닫으면 완벽히 가둘 수 있었다.
타이거 콘크리트는 원자로 가장자리부터 천천히 뚜껑을 만들 듯 윗면을 덮었다.
작업은 어느덧 중반. 콘크리트로 만든 뚜껑이 윗면 출입구를 거의 다 막았다.
그러나 언제나 변수가 생기는 법. 아이러니하게도 순식간에 마르는 콘크리트 중 미처 마르지 못한 일부가 방울지더니, 똑 하고 떨어져 킹리자드의 머리에 떨어졌다.
“젠장!”
섬뜩한 기분이 뒷목을 타고 전신으로 흩어졌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 H력을 전력으로 뿜어내며 준비를 시작했다.
“쿠우우우…….”
킹리자드가 눈을 떴다. 남은 구멍의 크기는 약 1m. 녀석이 빠져나오기에는 충분했다.
“쿠오오오!”
킹리자드는 울부짖으며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리고 1m 남짓한 구멍을 향해 뛰어올랐다.
“막아!”
전투 시작.
나, 이준은 능력발현을 하며 굳은 콘크리트를 발판 삼아 몸으로 구멍을 틀어막았다.
“쿠오오오!”
“하아아앗!”
2대1. 킹리자드가 몸을 부딪쳐 오면서 그 충격에 우리 두 사람의 몸이 위로 들썩였다.
“미, 미친……!”
킹리자드는 콘크리트 아랫면에 거꾸로 매달린 채 그 위에 서 있는 우리와 구멍 하나를 사이에 두고 대치했다.
“쿠오오오!”
킹리자드의 발톱이 우리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우리는 양손으로 광탄을 쏘면서 녀석의 발톱을 튕겨 냈다.
사실 조준 사격이라기보단 그냥 구멍 안으로 무차별 난사하는 것이었다.
“으아아아!”
우리 둘 사이로 뒤의 넷이 손을 밀어 넣어 다 함께 광탄을 쐈다.
좁은 공간을 조준해서 광탄을 쏘니, 녀석이 아무리 빨라도 쉽게 돌파할 수 없었다.
“쿠오오오!”
킹리자드는 결국 그냥 맞으면서 돌파하는 것을 선택했다. 당연한 절차다.
난 미리 준비하고 있던 양손을 뻗어서 광포를 쐈다.
내가 쏜 광선은 쭉 뻗어 나가 킹리자드에게 명중했고, 그대로 녀석을 원자로 바닥에 처박았다.
“하아아앗!”
광포는 킹리자드를 밀어붙였다. 그러나 그것도 금방 끝나고 말았다.
“응?”
킹리자드의 입에서 광포와 같은 광선이 뿜어지며 내 광포를 밀어냈다.
물론 이것도 예상한 바다.
“하아아앗!”
“쿠오오오!”
내 광포가 점점 킹리자드의 광포에 밀렸다. 그러나 우리가 힘겨루기를 하는 사이, 다른 사람들은 양손에 무광탄을 만들어서 준비하고 있었다.
물론 무광탄을 쓰는 방법은 내가 사전에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 줬다.
“지금이야!”
내 신호에 무광탄들이 킹리자드에게 날아들었다. 광탄과는 차원이 다른 위력에 킹리자드의 집중력이 흐트러지면서 녀석의 광포가 나한테 밀리기 시작했다.
“좋았어!”
킹리자드는 광포가 밀리자, 그냥 입을 꾹 다물고 그냥 좌우로 빨리 움직여서 내 광포를 피했다.
물론 피하기만 해선 거의 다 메워진 출입구로 빠져나올 수 없다.
“쿠오오오!”
킹리자드의 몸이 번쩍거리며 빛나더니, 기둥을 휘감는 뱀처럼 광포를 휘감으며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뭐, 뭐야?”
실체화시키지 않은 H력은 에너지 그 자체. 타고 올라온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문제는 그 불가능한 일이 지금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단 것이다.
“쿠오오오!”
이대로는 내가 녀석에게 위로 올라올 사다리를 주는 꼴이다.
광포는 중단. 내가 광포를 끊자, 녀석의 몸에서 나던 빛이 사라지며 원래대로 돌아왔다.
싸움은 원점. 킹리자드는 다시 콘크리트 뚜껑 아랫면에 매달려 구멍으로 나오려 했다.
“조금만……조금만 더……!”
광탄과 무광탄이 원자로 안을 마구 두들기며 킹리자드의 진격을 저지했다.
결국 구멍이 점점 줄어서 완전히 막힐 때까지 녀석은 나오지 못했다.
“해냈다!”
타이거 콘크리트가 원자로 위를 완전히 막고, 이어서 원자로 전체를 뒤덮었다.
콘크리트 뚜껑 한가운데가 살짝 위로 솟긴 했지만, 아직 덜 마른 상태임을 감안하면 큰 문제는 아니었다.
불과 몇 초 후, 콘크리트는 원자를 통째로 덮은 채 단단히 굳었다.
우리는 원자로에서 내려와 환호성을 질렀다.
“만세! 이겼다!”
우리는 해냈단 사실을 만끽하며 서로 얼싸안고 웃었다. 10급 이상, 사상 초유의 상대와 싸워 승리한 것이었다.
쿵.
“응?”
일동 정지.
쿵.
모두의 시선이 원자로로 쏠렸다. 킹리자드가 안에서 원자로를 두들기고 있었다.
쿵.
분명 신진부와 강자기는 킹리자드의 힘으로도 타이거 콘크리트로 굳힌 원자로를 부술 수 없다고 했다.
쿵.
두 사람은 천재. 그렇기에 그 의견을 감히 의심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쿵.
그러나 지금. 우리 눈앞에선 원자로, 정확히는 그 표면을 덮고 있는 콘크리트의 표면이…….
쿵.
“전투 준비!”
3층에서 내려다보고 있던 작업조가 버럭 아래로 소리를 질렀다.
쿵쿵쿵.
콘크리트가 완전히 금이 가고, 그 사이로 뭔가가 번쩍였다.
그것은 바로 킹리자드의 눈빛이었다. 녀석은 숨소리 하나 내지 않은 채 콘크리트를 두들기기만 했다.
“젠장. 무광탄 준비!”
작업조와 지원조도 우리 옆으로 와서, 다 같이 무광탄을 준비했다.
킹리자드는 좁은 틈을 비집고, 밖으로 나왔다. 그런 녀석의 모습을 본 우리는 한 번 더 놀라고 말았다.
“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