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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신의 유희-12화 (12/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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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자

먹을 것이 없어서 고생하던 남매에게 맛있는 음식은 엄청난 호감을 이끌어 내기에 충분했다. 특히, 그것이 나중에 영주가 극찬한 음식이었다면 더더욱.

“하하하. 이런 맛있는 것을 보았나?”

하루야스는 만족했다. 특히 노릇하게 익혀진 껍질에 푹 빠졌다.

“여기가 바로 극락이로구나! 하하하하!”

녹말을 묻혀 기름에 튀겨낸 껍질은 바삭바삭했다. 짭짤한 바삭바삭함에 하루야스는 술이 떠올랐다. 그래서 술과 함께 먹었더니 그야말로 진미였다.

튀긴 어묵도 맛있었지만 지금 먹는 것은 차원을 달리 했다.

‘튀김 요리 좋군.’

하루야스는 점점 튀긴 요리가 좋아졌다.

“갖고 싶은 것이 있나?”

그래서 상을 주고 싶었다. 특별한 기쁨을 맛보게 해준 신유성이 고마웠다.

“배를 갖고 싶습니다.”

“배?”

“네, 섬이니까 한 척 쯤 가지고 싶습니다.”

“좋다!”

하루야스는 통 크게 배를 한 척 주기로 했다. 선주가 된다는 것은 큰 의미였다. 특히 대마도에서는 영향력을 갖게 된다는 의미도 있었다. 배를 가지면 교역에 끼어들 수 있고 거기서 얻는 이윤은 선주의 몫이 된다.

고작 튀김으로는 과분했지만 하루야스에겐 다른 계산도 있었다.

‘아예 여기서 살게 해야겠어.’

이젠 특별히 대단한 일을 해주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툭툭 튀어나오는 맛있는 음식을 맛보는 것만으로도 쇼군이 부럽지 않았다. 신유성이 계속 있게 된다면 더 특별한 요리들이 나올 것 같은 예감에 하루야스는 신유성을 회유하기 위한 수를 던졌다.

한 편, 신유성은 갑작스러운 행운에 기분이 좋아졌다.

‘이거 신페이의 마음을 얻으려 했는데.’

부엌에서 신유성의 요리를 지켜본 요리인 하나가 그대로 따라한 것이었다. 새로운 요리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만 누군가 요리를 만드는 것을 보고 따라하는 것은 전문 요리인에게는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만들어진 요리의 맛에 깜짝 놀란 요리인은 곧바로 하루야스에게 올렸던 것이었다.

어쨌거나 배를 한 척 얻게 된 신유성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해야 돈을 확 벌 수 있을까?’

뜻밖의 행운은 미래를 밝게 해주었다.

하루야스는 연일 행복에 허우적거렸다. 임연수어 튀김에 이어 신유성은 다시마와 연근 그리고 죽순까지 튀겨낸 것이었다. 매우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요리였지만 맛은 상당했다.

바삭바삭한 식감은 질리질 않았다.

‘자랑 좀 해야지.’

과시욕에 사로잡힌 하루야스는 때마침 찾아온 오우치 가문의 가신을 붙잡고 자랑했다.

“내 오늘은 깜짝 놀랄만한 것을 먹여주지.”

“자신 있어 하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기대되는 군요.”

오우치 가문의 가신은 기대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잠시 뒤, 상이 나왔다. 처음보는 요리에 오우치 가문의 가신은 고개를 갸웃했으나 이내 시식을 시작했다.

바스락.

뭐가 뭔지 몰라 가장 먼저 집은 다시마튀각은 씹자마자 바삭하고 입안에서 부서졌다.

“음?”

턱을 움직일 때마다 이빨에 부서져나가는 다시마튀각, 그리고 입안에 퍼지는 감칠맛.

‘세상에 이런 맛이?’

오묘하고도 신기했다. 젓가락은 황급히 다음 음식을 집었다. 연근튀각 또한 맛이 일품이었다. 하지만 가장 뛰어난 것은 바로 임연수어였다.

“아아! 정말 놀랍습니다. 이걸 대체 누가 만든 겁니까?”

“어흠. 그거야 뭐 요리인 아니겠나?”

“대단하군요. 부디 잠시라도 요리인을 빌려주시지 않겠습니까? 본가의 당주님께도 꼭 맛보여드리고 싶은 요리입니다.”

“허허, 그러지.”

오우치 가문에 비하면 하루야스의 가문은 반딧불 같았다. 조선과의 교역으로 대마도가 부유해졌다고는 하지만 명나라와의 교역을 독점했던 오우치 가문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뭔가 자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즐거웠다.

뭔가 한 가지라도 앞서나갔다는 사실이 기뻤다.

하루야스가 예상한대로 오우치 가문의 당주 요시타카는 엄청나게 기뻐했다.

“세상에 이런 맛이라니!”

진미를 맛보는 것은 기쁨이었다. 오우치 가문의 당주, 오우치 요시타카는 천천히 맛을 음미했다.

‘매일 먹었으면 좋겠구나.’

임연수어 껍질 튀김을 먹으며 한 생각이었다. 그만큼 요시타카의 마음을 사로잡는 요리였다. 밥과 함께 먹으면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았다.

휘하의 가신들도 모두 극찬을 한 요리였다.

“그래 이것을 만든 요리인이라고?”

너무 맛있게 먹은 나머지 감동한 요시타카는 요리인을 불러 치하했다. 상금을 내리자 요리인은 황송해하며 받았다.

“묻겠다. 어떻게 이런 진미를 만들 생각을 하게 된 것이냐?”

호기심에 한 질문이었다. 허나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제가 만든 것이 아니고 조선에서 온 신유성이라는 분이 만들었습니다.”

조선에서 온 유학생. 일본을 더 알고 싶어서 찾아왔다는 사람의 이야기에 요시타카는 큰 흥미를 보였다.

영주들의 전쟁이 끊이질 않는 전국 시대에 요시타카는 문치를 시작한 영주였다. 때문에 명은 물론 조선에 대한 관심도 지대했다.

“더 자세히 말해보라.”

요리인은 하나도 숨기지 않고 대답했다. 이야기를 모두 들은 요시타카는 신유성에 대한 호기심이 강해졌다.

‘학문이 뛰어나고 무예도 상당하다고?’

뛰어난 인재가 대마도주의 호의 아래 머물고 있었다. 요시타카가 보기에는 심상치 않은 관계로 보였다.

“이보게, 사가라.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가라 다케토는 오우치 요시타카가 영입한 문치파 가신이었다.

“한 번 만나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학문이 뛰어난 인재라면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

요시타카는 흥미를 보이며 야스하루에게 신유성을 만나고 싶다 전했다.

“끄응.”

자랑을 하려고 했는데 느닷없이 신유성을 보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하루야스의 솔직한 심정은 간단했다.

‘보내고 싶지 않다.’

왠지 보물을 빼앗길 것 같은 느낌. 그냥 보내선 안 된다고 하루야스의 직감이 외쳤다. 하지만 보내지 않을 순 없었다.

오우치 가문의 가세가 많이 기울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건재했다. 명과의 교역은 여전히 오우치 가문이 주도했다. 그 뿐이 아니었다. 오우치 가문은 조선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대마도와도 이해관계가 얽혀있었다.

오우치 가문의 심기를 거스르면 대마도도 좋을 것은 없었다.

‘아니지? 꼭 보내야 하는 건 아니지. 본인이 가기 싫다고 하면?’

하루야스는 신유성을 불렀다.

“오우치 가문은 현재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 가는 것을 권하고 싶지는 않구나.”

걱정이 가득한 표정. 어두운 목소리. 부정에 긍정해 달라는 의지를 팍팍 담아 이야기 했으나 신유성은 깨끗하게 희망을 잘라냈다.

“만나보고 싶습니다.”

“또 배를 타야 하는데도? 요즘 해적들이 말썽이다.”

하루야스가 계속 부정해달라는 뜻으로 말을 던졌으나 신유성에겐 통하지 않았다.

“자주 타다보면 익숙해지겠죠. 그리고 해적이야 당주님의 무사들이 해결해주지 않겠습니까?”

“끄응.”

똥에 구멍이 막힌 느낌이었다. 굉장히 불편했다.

‘내가 안 돌아올까봐 걱정인 모양이군.’

하루야스의 마음을 읽은 신유성은 달래기에 나섰다.

“잠시 동안 다녀오겠습니다. 저를 따라온 아이를 잘 부탁합니다.”

“그래? 그렇게 하지.”

누군가 뒤에 남기고 간다고 하자 하루야스는 그제야 조금 안도했다.

떠나기로 결심한 날 밤. 매화는 또 펑펑 울었다. 신유성이 자신을 두고 간다고 하니 무서웠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반드시 돌아올 테니까.”

“정말요?”

“그래.”

“히끅.”

울다가 딸꾹질까지 하는 매화였다. 신유성은 가만히 안고 토닥여주었다.

“돌아올 땐 선물을 사오마.”

“선물은 없어도 되요.”

신유성이 있으면 다른 건 필요 없는 매화였다.

“그래, 고맙구나.”

밤이 깊어지자 신유성은 그대로 매화를 옆에 두고 잤다.

잠시 갔다 오는 것이기에 신유성은 차돌 또한 데려가지 않기로 했다.

“내가 없는 동안 매화를 잘 돌봐주고 무예도 더욱 갈고 닦고.”

“알겠습니다.”

왜관에서부터 계속 검술을 수련한 차돌의 무예는 일취월장했다. 이제는 웬만한 무사는 쉽게 잡을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자랑했다. 이 때문에 요시시게가 자신의 부하로 들어오지 않겠냐고 권유할 정도였으나 차돌이 거절했다.

“그럼 다녀오마.”

신유성은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그때 차돌은 신페이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주인인 신유성을 잘 부탁한다는 의미였다.

신페이는 뭔가 부러움을 느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오우치 가문의 저택은 대마도주의 저택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규모였다.

‘대단하구나.’

정보에 의하면 세력이 많이 기울었다고 했다. 그러나 오우치 가문은 여전히 강력해보였다. 하지만 신유성을 움츠리게 만들진 못했다.

신유성의 당당한 모습은 안내하던 무사들에게도 인상적이었다. 8살이라면 아직 어린 아이에 불과했다. 그런데 의젓한 모습을 보이니 뭔가 다르게 보였다.

안으로 도착하자 요시타카의 신하 사가라가 마중을 나왔다.

“반갑습니다.”

간단한 인사였으나 신유성은 잠시 주춤했다. 사가라의 입에서 나온 것은 일본어가 아닌 명나라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반갑군요. 명에서 오셨습니까?”

“하하, 아닙니다. 그냥 인사말만 조금 배웠습니다.”

사가라는 못 당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일본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정말 대단하군. 명나라 사람 같았어.’

문치파인 사가라는 명에 대해 많은 것을 공부했다. 당연히 명나라 말도 조금 배웠다.

인사 한 마디로 신유성이 상당한 인재라는 것을 확인한 사가라는 눈을 빛냈다.

“이리 드시지요.”

요시타카의 손님으로 모셨기에 사가라는 어린 아이라고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가 잠시 기다리자 요시타카가 나타났다.

“반갑군. 네가 새로운 요리를 생각해냈다지?”

“천하는 넓으니 제가 먼저 생각해냈다고 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찾아보면 비슷한 요리가 세상 어딘가에 있지 않겠습니까?”

“하하, 겸손해 할 것 없다. 그런데 학문을 익힌다고 들었는데 요리를 한다니 어찌된 일인가?”

“그저 맛있는 것이 먹고 싶어 이것저것 해보았을 뿐입니다.”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

“그렇습니다. 맛있는 것을 먹으면 즐겁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렇기 때문입니다. 제가 먹어보고 싶은 걸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건 저니까요.”

“그 말이 옳다.”

요시타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남에게 시키는 것은 가능하다. 음악을 듣고 싶을 때는 연주자를 불러 시키면 된다. 하지만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것을 듣고 싶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직접 표현해야 했다.

“네 덕분에 일전에 맛있는 것을 먹었으니 이번에는 내가 대접하고 싶구나. 먼 길 오느라 피곤했을 테니 나중에 다시 보도록 하지. 푹 쉬어라.”

신유성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식사를 하는 자리에 다시 나간 신유성은 많은 이들과 대화를 나누어야 했다. 주로 신유성의 학문을 확인해보고 싶어 하는 요시타카의 가신들이었다.

신유성은 질문을 받아도 당황하지 않고 외운 내용을 읊어댔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줄줄이 나오는 대답에 요시타카의 가신들은 감탄했다. 자신들도 다 못 외우는 내용을 어린 아이가 외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리에 함께해 묵묵히 이를 지켜보던 요시타카는 감탄했다.

‘참으로 탐나는 구나.’

문치를 시작한 요시타카는 강렬한 욕구를 느꼈다. 신유성을 곁에 두고 문치를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 지금은 어리지만 자신이 죽은 이후에도 문치를 계속 이어가 오우치를 지탱해줄 인재로 보였던 것이었다.

감탄과 욕망이 뒤엉키는 식사가 끝날 무렵, 한 가지 음식이 나왔다.

‘이, 이것은?’

신유성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앞에 놓은 것은 바로 카스테라였다.

“놀랐는가? 지금 보는 건 남만인들의 음식이지. 무척 귀한 것이라네.”

이 시기의 카스테라는 굉장히 귀한 음식이었다. 카스테라에 들어가는 설탕이 무척이나 귀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신유성이 놀란 이유는 카스테라 때문이 아니었다.

‘서양인들과 벌써 접촉하고 있는 시기였던가?’

서양인과 접점이 있다는 것은 한 가지를 의미했다.

‘조총! 조총은 어찌 되고 있지?’

총에 대한 생각으로 신유성의 머리는 어지러워졌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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