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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도의 변화
신유성이 떠난 뒤, 북해도의 최종 결정권자는 신페이가 되었다. 이는 오래전부터 정해놓은 것이라 가신들 사이에서 이견은 없었다.
“남쪽의 상황이 수상하다는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분명 놈들이 우릴 노리는 게 틀림없습니다. 싸워야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싸울까요?”
포기하는 말이 아니었다. 지금 북해도의 가신들은 모두 자신에 차 있었다. 신유성이 만들어놓은 병종들은 우수했다. 난전이 벌어지는 것만 조심하면 두려울 것이 없을 정도였다.
“저번처럼 하는 게 어떨까요? 깊숙이 끌어들이면서 피해를 주고 나중에 일망타진하는 겁니다.”
“이미 한 번 쓴 방법이죠. 또 통할지는 미지수입니다.”
“더구나 깊숙이 끌어들이게 되면 다른 영지민들의 터전이 훼손됩니다. 피해가 커지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죠.”
“하지만 버텨서 싸우면 병사들의 피해가 커집니다.”
뜨거운 논의가 오고갔다. 이들이 토론을 하는 중앙에는 커다란 지도가 그려져 있었다. 신유성이 대충 그려놓은 지도였다.
가신들은 지도 위에 나뭇조각으로 만든 말들을 올려놓고 병력을 움직이는 작전에 대한 토론에 들어갔다.
“차라리 배에서 내린 직후를 노리는 건 어떨까요?”
“흠. 하지만 배에서 내리기 전에 발각될 수도 있고 또 어디로 올지는 모를 텐데.”
해안선은 넓었다. 아무리 병력을 빨리 움직여도 배보다 빨리 움직이긴 힘들었다.
“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떻습니까?”
신페이는 말을 움직여 가장 번화한 하코다테 인근에 대부분의 병력을 집결시켰다.
“여기서 2만으로 일단 함정을 파둡니다. 그리고 기병들은 배의 움직임을 따라 움직여 상륙할 때 피해를 주는 겁니다.”
“그게 제일 좋겠군요.”
다른 이견은 나오지 않았다. 하코다테 인근에 상륙한다면 단번에 큰 피해를 입히는 것이 가능했다.
훈련에서 2만의 병력이 쏘아올린 쇠뇌의 화살이 하늘을 덮는 것을 본 적이 있는 가신들이었다. 이때 화살비가 내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단 한 차례 화살을 쐈을 뿐인데도 무시무시했다.
사정거리가 짧다지만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따로 조준할 것도 없이 2만이 한꺼번에 쏘면 피할 곳이 별로 없었다.
물론 이 작전은 화살 소모가 심하다. 하지만 신유성은 전쟁을 대비해 계속 화살을 생산하게 만들었다. 여러 개의 창고가 쇠뇌용 화살로 가득했다.
화살의 숫자는 매일 엄청나게 불어나기 때문에 정확하게 다 파악하는 게 힘들 정도였다.
덕분에 화살을 만드는 사람들은 돈을 잘 벌었다.
활을 위한 화살이라면 물론 이렇게 만들기 어려웠다. 그러나 쇠뇌용 화살은 나무로 만들어진 화살깃을 쓸 수 있었다. 이것이 깃털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화살을 대량으로 만들 수 있는 비결이었다.
어쨌거나 하코다테 근처로 오면 2만의 쇠뇌를 든 병사들과 마주쳐야만 했다. 죽음의 비를 내리는 병사들과. 하지만 다른 곳으로 간다고 해도 사정이 편한 것은 아니었다.
기병들도 쇠뇌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5백의 궁기병은 더 무서운 존재들이었다.
“그들이 어디로 오든 지옥을 보여주면 됩니다. 아. 그리고 배는 꼭 나포해야 합니다.”
배는 소중한 자원이었다.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리니 나포하면 해군 전력 상승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쓰지 못할 배라도 해체해서 목재로 사용하면 그만이었다.
북해도가 전쟁 준비로 한창일 때, 큐슈는 닌자들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우리 밑으로 들어와라.”
코가와 이가 닌자들은 큐슈의 닌자 마을을 찾아다니며 협박했다.
쇼니 가문을 따르던 닌자들은 이미 접수가 완료된 상황이었다. 이들의 가족들은 모두 북해도로 보내졌다. 닌자들이 배신하는 순간 가족들도 모두 함께 죽는 것이었다.
하지만 협조만 잘 한다면 부귀영화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가사키를 한 번 보고 접대를 받은 닌자마을 촌장들은 손쉽게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시마즈 가문을 비롯한 다른 가문의 닌자들은 달랐다.
이들은 뻣뻣했다.
쉽게 넘어오질 않았다.
그래서 전쟁이 벌어졌다.
적을 속이는 방법 중에 가장 편한 것은 적의 눈을 가리는 것. 닌자는 영주들의 눈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들 없이는 빠르게 정보를 입수하지 못해 변수에 대비할 시간을 얻기가 힘들다.
그렇기에 신유성은 닌자들을 중용했다. 신페이와 켄이 신유성을 마음 속 깊이 따르는 이유이기도 했다.
닌자 출신으로 가장 중요한 일을 맡았다. 다른 닌자들도 이를 보고서는 희망을 품었다.
단순한 소모품이 아닌 중요한 일을 맡았다는 사실에 사명감에 불타는 이들도 많았다.
그렇기에 치열하게 싸웠다.
“싫다.”
“알았다.”
거절하자 사방에서 화살이 날아들었다. 거절한 닌자 마을은 순식간에 쑥대밭이 되었다.
“한 놈도 남겨두지 않는다.”
살려두면 적이 된다. 그러니 죽인다.
쇠뇌를 이용한 기습에 이어 난전이 벌어졌다. 포위된 닌자 마을 사람들은 싸우려 했으나 소용없었다.
많은 이들이 집안으로 들어가 화살을 피했다. 그러자 코가와 이가 닌자들은 품에서 작은 통을 꺼내 불을 붙였다.
심지가 타들어가자 집 안으로 던졌다.
잠시 뒤 폭발이 일어나며 집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안에서 사람이 뛰쳐나오면 무조건 벴다.
학살이었다.
모두 죽이고 나자 닌자들은 마을을 떠났다. 집과 시체 타는 냄새가 연기와 함께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닌자들이 줄어들다 큐슈의 영주들은 정보를 얻는 것이 어려워졌다. 활발하게 활동하는 북해도 닌자들 때문이었다. 이런 북해도 닌자의 힘을 빌려 요시시게는 승승장구 하는 것이 가능했다.
‘앞을 못 보는 놈과의 싸움이 이렇게 쉽군.’
적은 언제나 웅크리고 공격이 들어오길 기다렸다. 대군이 과거 쇼니 가문이 차지했던 영역으로 들어왔다가도 요시시게가 견제를 위해 보낸 병력에 큰 피해를 입고 물러나기도 했다.
간혹 상대 영주의 영지의 마을을 털어오기도 했다. 사람까지 털어오면 남는 것은 빈집 정도.
“북해도는 지원은 필요 없는 건가?”
“필요 없다고 합니다.”
보고를 받던 와중 북해도가 전쟁에 휘말릴 거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요시시게로서는 당연히 신경이 쓰였다.
‘유성이 없는 사이에 이런 일이.’
신유성이 있었다? 그럼 병력 5천만 있어도 걱정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신유성이 없으니 정예 병력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걱정이 됐다.
신페이의 능력에 믿음이 안 생겨 불안한 것이었다.
하지만 믿어야만 했다. 도와주러 가기에는 너무 멀었다. 해군은 큐슈 봉쇄를 위해 움직여야 하기에 그리 여유가 있다곤 할 수 없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말하라고 전해라.”
이후 요시시게는 더욱 거칠게 큐슈의 영주들을 괴롭혔다. 그렇다고 서두르는 것도 아니었다.
서서히 목을 조이듯, 마을을 하나씩 해체해나갔다.
선단이 바람을 타고 앞으로 나아감에 따라 하얀 포말이 일어났다.
“더 빨리 저어라!”
수많은 배들이 떼를 지어 나아갔다. 거친 파도를 헤치고 나아가는 곳은 바로 하코다테였다.
안도 가문과 다테 가문이 합작을 한 것이었다. 상륙 위치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었으나 결국 하코다테를 바로 치기로 결정이 났다.
무수히 많은 배들에 실은 병력은 5만이었다. 양 가문이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은 훨씬 더 많았으나 배가 부족했다.
시간을 두고 배의 숫자를 늘렸다면 더 많은 병력을 보낼 수 있었으나 그 사이에 북해도가 더 성장할까 두려워 서두른 탓이었다.
그만큼 북해도의 성장 속도는 무시무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선단은 하코다테를 마주하게 되었다.
“거의 다 왔다! 조금만 더 힘내라!”
명령을 내리는 무사의 뒤에선 지휘관이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러십니까?”
“배가 안 보인다.”
“네?”
“배가 하나도 안 보인다. 다 어딜 간 거지?”
이야기를 듣던 부하는 소름이 돋았다. 다른 배에서도 이상을 눈치 채고 서둘러 사방을 살폈다. 하지만 배가 다른 방향에서 나타나거나 하진 않았다.
그러자 살짝 안심하기 시작했다.
“혹시 불리하니까 도망친 것 아닐까요?”
“도망?”
“네, 어쩌면 사이카이도로 모두 도주했을지도 모릅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좋겠지만.”
예감이 안 좋았다.
하지만 더 깊게 생각할 틈이 없었다. 해안에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상륙을 해야 하기 때문에 무척 바쁘고 혼잡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 찾아왔다.
배에서 내리는 것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복잡한 일이었다.
사람의 몸만 내리는 것이 아니라 무기를 비롯해 보급품도 내려야 했다.
선착장이 크게 지어졌기에 배들이 전부 들어가긴 했다. 그래서 그냥 모래사장에 상륙할 때보다는 훨씬 편했다.
상륙한 병력은 서둘러 넓은 공간으로 움직여 대기 상태에 들어갔다. 제멋대로 주변을 돌아보는 것은 금지.
오직 정찰병들만이 나섰을 뿐이었다.
허나, 보낸 정찰병들이 금방 돌아오지 않자 지휘관들은 이상을 느꼈다.
“모두 전투 준비!”
시간 안에 정찰병이 돌아오지 않는 것은 적을 만났다는 의미.
근처에 적이 있으니 싸울 준비는 당연.
상륙한 병력은 서둘러 무기를 갖추고 준비에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아직 내리지 못한 병력들을 다그쳤다.
“더 빨리 내리란 말이다!”
“그냥 물로 뛰어내려!”
시간이 부족하니 갑옷을 벗고 바로 물로 뛰어내리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 뒤에 갑옷은 선착장으로 내던졌다.
이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었다.
물에서 나온 이들은 서둘러 갑옷을 입고 무기를 챙겼다. 가장 빠르게 배에서 내리는 길이긴 했지만 동시에 피곤한 방법이기도 했다.
더구나 옷이 물에 젖어 무겁게 느껴졌다.
“젠장. 이 상태로 싸우라니.”
“싸우지도 못하고 죽는 것보다 낫지.”
투덜거리면서도 전투 준비에 들어가는 동맹군 병사들이었다.
“적들이 거의 내린 모양입니다. 이젠 아주 뛰어내리네요.”
“가장 빠른 방법이긴 하지.”
멀리서 바라보는 신페이는 눈을 빛냈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병력이 내릴 시간은 주었다. 적들이 진열을 갖추는 것을 보았지만 막지 않았다.
‘어차피 전투가 벌어지면 단숨에 혼란에 빠지겠지.’
“사수 준비!”
“사수 준비!”
명령이 떨어지자 보병들이 일제히 쇠뇌를 장전했다. 덜컥거리는 장전 소리가 일제히 울렸다. 2만 명이 한꺼번에 장전하니 소음이 심했고 이는 동맹군도 들을 수 있었다.
“미속 전진!”
“미속 전진!”
장전을 한 보병들은 줄을 맞춰 서서히 전진했다. 건물 사이사이에 숨어있던 병력이 바닷가로 나오자 동맹군도 싸울 준비에 들어갔다.
“고작 저 수로 우릴 어쩌겠다고?”
전쟁을 많이 해본 지휘관들은 한 눈에 적의 수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했다. 자신들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되는 병력이었다.
“싸우면 우리가 이긴다. 준비에 소홀함이 없도록!”
숫자가 많은 쪽이 유리하다. 그것이 보병들의 난전이라면 더더욱.
“정지!”
“정지!”
하지만 접근하던 북해도군은 거리를 남겨두고 정지했다.
“음? 뭘 하려는 거지?”
기대에 찬 눈으로 바라보던 동맹군 지휘관들은 곧 경악하고 말았다.
“쏴!”
명령이 떨어지자 북해도군은 일제히 화살을 날렸다.
2만개의 쇠뇌용 화살이 하늘을 덮었다.
“어어어어어어?”
너무 놀라 당황하는 사이 화살은 비행을 마치고 떨어졌다.
“아아아아아악!”
“크윽!”
“살려줘!”
비명이 난무했다. 대기하고 있던 동맹군 병사들은 단 한 번의 사격에 5천 가까이 전투 불능이 되었다.
그 사이 장전이 또 이뤄지고 있었다.
잠시 당황했던 동맹군 지휘관들은 기다리면 불리하다는 것을 깨닫고 명령을 내렸다.
“돌격!”
뒤는 바다. 도망칠 곳이 없었다. 그러니 전진해 뚫어야 했다.
“멈추면 죽는다! 죽어도 돌격!”
현실을 깨달은 동맹군 병사들은 악착같이 달렸다. 그러자 북해도군은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빌어먹을!”
궁병이 보병을 상대하지 않고 뒤로 물러나는 것은 당연한 일. 소수라면 무시하고 전투를 벌이면 되지만 2만에 달하는 궁병은 어떻게 해서든 피해를 입혀야 했다.
그래서 쫓아가려 했다. 악착같이. 놓치면 다 죽은 목숨이니까.
하지만 그때였다.
“쏴!”
전혀 다른 방향에서 화살이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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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