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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거리는 욕망
“됐다! 됐어! 하하하하하하하하!”
대장간 안. 후끈한 열기 속에서 이지함은 대소를 터트렸다.
드디어 완성했다. 투명한 유리를.
“참으로 신기하군.”
“그렇지요!”
남사고는 신유성을 돕기로 한 이후 이지함을 찾았다. 이지함이 하고 있는 일이 궁금해서였다. 매일 같이 대장간에 틀어박혀 있으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실험 일지를 보았을 때는 정말 놀랐다. 무수히 많은 실험을 하며 그것들을 일일이 기록해 놓았기 때문이었다.
‘진실을 파헤친다.’
실험을 통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파헤치며 이치를 찾아내려 했다. 일지를 본 남사고의 가슴은 두근거렸다.
‘이것으로 과연 무엇을 하려는 걸까?’
유리가 완성되었다는 말에 신유성은 찾아와 유리를 들고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그림을 몇 개 그렸다.
“이렇게 생긴 것들을 만들도록 하라.”
오목 렌즈와 볼록 렌즈였다.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기술이 부족해 정밀하다고 할 순 없었으나 대충 비슷한 물건들이 나왔다.
“으음. 나쁘진 않군.”
신유성은 렌즈를 이용해 사물을 비춰보았다. 이지함과 남사고도 그것을 보았다.
“이것은!”
두 사람은 금방 렌즈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 깨달았다. 특히 이지함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것을 이용한다면 사물을 더 크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잘하면 멀리 있는 것도 볼 수 있겠지. 만들어내라.”
이지함과 남사고는 열띤 토론을 하며 렌즈에 집착했다. 많은 것을 실험해보고 기록했다.
그리고 결국 돋보기와 망원경을 만들어냈다.
“주군!”
이지함은 신이 나서 돋보기를 들고 다니며 이것저것 살폈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 더 작은 것을 크게 보기 위한 물건을 개발하려고 했다.
“망원경을 만든 이들에게 상을 내린다. 그리고 이 기술은 절대 외부에 알려선 안 된다.”
“왜 그렇습니까?”
“적들이 이걸 가지면 내가 힘들어지니까.”
특히 렌즈 개발에 참여했던 장인들은 특별히 보호 받았다.
신유성이 망원경을 손에 넣고 얼마 지나지 않아 타이란의 딸, 사르나이가 도착했다. 이때까지 신유성은 타이란의 요구에 맞춰 아이신기오로 기오창가의 딸인 체첵을 만나지 않았다.
결례라고 할 수도 있었으나 신유성은 타이란의 딸이 오고 있음을 말해주었다.
무엇보다 타이란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기오창가의 딸이 먼저 만나야 한다고 고집을 부릴 순 없었다.
타이란을 화나게 하면 해서여진과의 전쟁이 일어날 테니까. 그러면 니칸와일란과 싸우는 기오창가에게는 매우 좋지 않았다.
“하하하, 이렇게 어떤가?”
“아름답군요.”
“그래 받아주겠는가?”
“그럼 제 밑으로 오시는 겁니까?”
신유성은 타이란과 혈연을 맺게 된다고 해도 밑으로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누군가의 밑으로 들어가면 피곤하다. 동등한 조건도 곤란했다.
“으음, 그건 어떻게 안 되겠나?”
“안 된다면 그냥 지금처럼 지내도 전 괜찮습니다. 혈연을 맺는다고 딱히 제게 더 좋은 것은 없지 않습니까?”
틀린 이야기는 아니었다. 신유성이 지속적으로 거래를 해주는 것만으로도 타이란으로서는 고마워해야 하는 일이었다. 신유성의 입장에서도 얻는 것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것을 일부러 드러낼 생각이 없었다.
“그야.......”
타이란은 신유성이 얻게 되는 것들을 말하려다가 그만 두었다. 타이란이 지금까지 도움을 준 것도 있지만 칼자루는 신유성이 쥔 상태였다. 괜히 생색을 내다가 신유성이 돌아서버리면 자신만 불리했다. 무엇보다 타이란이 조건을 거절하면 기오창가가 신유성과 혈연을 맺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건주여진이 더 강해질 게 분명했다.
‘그럴 수야 없지.’
“알았네. 그럼 밑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하지.”
“감사합니다.”
이것으로 타이란은 일단 신유성의 가신이 되었다.
“딸을 잘 부탁하네.”
“심려치 마십시오. 언젠가는 다시 서쪽으로 갈 날이 올 겁니다.”
“응?”
“나중에 얘기하죠.”
스쳐가듯 한 말에 타이란은 한 가지를 떠올렸다.
‘설마 대칸의 뒤를 따르겠다는 건가?’
서쪽으로 간다는 말은 그것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위대한 정벌.
순간 타이란의 가슴이 뜨거워졌다.
‘정말인가?’
물어보고 싶어졌다. 그러나 신유성은 이미 자리를 떠난 뒤.
‘장난으로 했을 리는 없고.’
어쩌면 명나라를 두고 한 말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타이란은 제발 명나라가 아닌 더 먼 곳이길 바랐다.
‘정벌을 하게 된다면.......’
꼭 쥔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어둠이 짙게 깔린 밤이 찾아왔다. 사르나이는 시중을 드는 여자들의 도움을 받아 몸을 씻고 새로운 옷을 받았다.
비단으로 된 옷은 너무나 부드러웠다.
‘오늘이면.’
처녀가 아니게 된다.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 딱 한 번 봤을 뿐이었다. 어리다고 한 것과 달리 키는 보통 성인보다 컸던 신유성.
‘아버지가 그렇게 원하시는 분이라면.’
강하다는 것은 틀림없었다. 그래서 적잖이 안심이 되기도 했다. 강한 자의 여자가 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니까. 다만 한 번 봤던 주녹정이 마음에 걸렸다.
‘그 분께 밉보이면 안 된다고 했었지.’
명나라의 공주. 신유성의 정실.
앞으로의 삶이 어찌될지 걱정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각오 했던 일이야.’
사르나이는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이제 와서 도망칠 순 없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피할 수 없었다.
‘날 좋아하게 만들겠어.’
다짐을 하며 사르나이는 침상에 앉아 조용히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유성이 들어왔다.
비단으로 만들어진 옷으로 몸만 간신히 가린 차림이었다. 금방 씻었는지 머리는 다 마르지 않고 젖어 있었다.
‘음!’
신유성을 본 순간 사르나이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상하게 신유성이 멋져 보였다. 미소를 머금고 다가오니 심장박동이 더 빨라졌다.
‘이러다 들릴 것 같아.’
괜한 걱정이 들었다.
“아름다워.”
신유성은 사르나이의 아름다운 모습에 기분이 좋아졌다. 성인인 사르나이의 육감적인 몸매는 욕망을 끊임없이 자극했다.
스륵.
어깨에 손을 올리고 살짝 움직이니 어깨가 드러났다. 순간 사르나이는 부끄러웠다.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해도 드러난 어깨를 감출 수 없건만.
‘귀엽네.’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은 신유성의 손은 계속 움직였다. 반대쪽 어깨가 드러나자 사르나이의 고개가 숙여졌다.
이어서 살짝 더 내리자 가슴이 드러났다. 순간 팔을 오므리는 통해 가슴이 더욱 커보이게 됐다.
붉게 물든 얼굴을 보며 신유성은 얼굴을 가까이 했다. 입술과 입술이 만나는 순간 사르나이의 모든 감각이 입술로 향했다.
처음 느껴보는 남자의 입술.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래서 신유성의 손이 가슴을 슬며시 쥐는 것도 깨닫지 못했다.
손이 빠르게 움직이자 옷이 벗겨졌다. 사르나이는 뭐가 뭔지도 모르고 움직임에 응했다. 그렇게 상반신이 훤히 드러나게 되었다.
‘으음!’
머릿속은 하얀 빛으로 가득했다. 그때 몸을 압박하는 탄탄한 피부가 느껴졌다. 저도 모르게 몸을 밀착한 사르나이는 머릿속의 빛이 더욱 커지는 것을 느꼈다.
빛이 커지고 몸은 허공을 부유하는 느낌.
가만히 있다가는 어디론가 날아가게 될까 싶어 서둘러 팔을 움직였다.
단단한 몸을 느끼자 놓지 않기 위해 매달렸다.
두 사람의 몸은 더욱 밀착되었다.
서로를 탐하는 몸짓이 격렬해지자 옷이 모두 벗겨졌다. 이어서 강렬한 손길이 은밀한 곳을 휘저었다.
“으응!”
놀란 사르나이는 머리를 뒤로 뺐다. 본능이 신유성의 손을 잡게 했다. 그러나 내치진 못했다. 그저 잡고 어쩔 줄 몰라 할 뿐.
‘아으, 거긴.’
부끄러워하는 동안 신유성은 움직였다. 사르나이를 눕히고 옆에 누웠다. 나이는 사르나이가 더 많았지만 몸은 신유성이 더 컸다.
품에 안긴 사르나이는 든든함과 부끄러움을 동시에 느꼈다. 소중한 그곳을 파고든 느낌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막지 않았다.
정복자를 맞이하는 것이 오늘 밤 할 일.
은밀한 계곡은 정복자를 맞이하게 되자 기쁨의 눈물을 마구 흘렸다.
신유성은 이미 흥분할 대로 흥분한 상태. 때가 무르익자 사르나이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거대한 창이 몸을 꿰뚫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사르나이는 겁이 나서 질끈 눈을 감았다. 그러나 도망치지 않았다.
‘받아낼 거야!’
용기를 내서 맞서기로 했다. 다시 눈을 뜨자 신유성의 미소가 보였다.
부드럽게 볼을 쓰다듬는 손길에 사르나이는 조금 진정되었다. 이어서 얼굴이 가까워지며 다시 황홀한 입맞춤이 이어졌다. 부드러운 가슴에 느껴지는 탄탄한 남자의 가슴.
‘으응!’
용기를 낸 사르나이는 아예 신유성을 끌어안았다.
팔로 그리고 다리로.
순간 정복자는 계곡으로 진군했다. 서서히 느껴지는 고통. 그러나 사르나이는 도망치지 않고 정복자를 맞이했다.
“흐윽!”
완전히 정복되자 몸이 딱 붙었다. 하나가 되었다. 겨우 마중을 완료했다는 생각에 성취감까지 느낀 사르나이는 눈물을 살짝 흘렸다.
“아름답다.”
가벼운 칭찬에 사르나이는 고통을 잊고 웃었다.
은밀한 곳에서 느껴지는 신유성의 존재감을 머릿속에 단단히 새겼다.
‘이제 이분이 나의 주인.’
사르나이는 신유성의 얼굴을 뇌리에 각인했다.
이후 잔잔한 훈풍이 두 사람 사이에 불었다.
‘아아!’
자고 일어난 사르나이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바로 옆에는 신유성이 잠들어있었다. 밤새 자신을 괴롭혔던 정복자는 세상모르고 잠든 상황.
저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손끝에 느껴지는 입술의 촉감에 몸이 떨렸다.
‘저 입술로.’
온 몸을 휩쓴 입술이었다. 기억을 되새기니 부끄러웠다.
잠든 신유성의 모습을 사르나이는 계속 지켜보았다.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았다.
간밤의 기억과 겹쳐지며 볼은 점점 붉어졌다.
감상은 신유성이 일어날 때까지 지속되었다.
“벌써 일어난 건가?”
“네, 필요하신 거라도?”
“아니 됐어. 피곤할 테니 오늘은 쉬고 있어.”
사르나이는 고개를 저으며 일어나려했다. 그러나 갑자기 배가 아팠다.
“푹 쉬고 있어.”
신유성은 웃으며 떠나갔다. 아쉬움을 담은 사르나이의 한숨이 빈 공간을 채웠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신유성은 타이란을 찾았다.
“오늘부터 똑똑한 아이들이 있다면 보내도록. 의술을 비롯해 필요한 것을 익히게 하겠다.”
“그럼 제 아들도?”
“아들은 굳이 나에게 맡길 필요는 없다. 딸로 충분하다.”
인질을 잡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이는 신뢰한다는 의미. 타이란의 체면을 세워주기에는 충분했다.
위험한 행동이긴 했지만 신유성도 믿는 구석은 있었다. 타이란의 부족에는 이미 닌자들이 회유한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을 통해 정보를 얻으면 그만이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오늘부터 해안을 따라 병력이 이동하게 되니 경계할 것은 없다.”
예전에 말했던 야인 여진 흡수에 대한 것이었다.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이 정도로 도움이 필요하다면 어찌 서쪽으로 갈까?”
“그런데 서쪽이라 하면.......”
“서쪽의 대륙 끝이다.”
드디어 확인 되었다.
‘틀림없어! 대칸의 뒤를 따른다는 뜻!’
타이란은 조용히 고개를 숙여 경의를 표했다.
자신의 딸이 대칸이 될 남자의 여자가 되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역시 내 짐작이 맞았어!’
타이란의 가슴은 첫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심하게 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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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