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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신의 유희-111화 (111/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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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포성

도쿠가와 이에야스.

폭탄 배달 사건으로 분노한 이에야스는 함대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초라한 함대였다. 군선의 수는 얼마 되지 않는 함대, 대신 다수의 어선으로 병력을 최대한 늘린 함대였다.

이에야스는 함대를 이끌고 산동으로 향했었다. 바로 북경으로 쳐들어가려 했으나 그러다 죽으면 복수가 물 건너간다는 핫토리 한조의 조언에 꾹 참고 산동 반도를 탈탈 털었다.

산동 반도에 대기하던 명나라 수군까지 공격하는 과감함을 보였다. 이 때문에 피해가 생겼으나 이에야스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이에야스를 따르는 미카와국의 가신들도 마찬가지였다.

수군의 배를 빼앗고 군량과 장비를 털어서 더욱 중무장한 이에야스는 산동 반도의 모든 명나라 군대를 격파했다.

이 때문에 명나라 조정에서는 산동 반도에서 나오는 길목에 병력을 집중했다. 반도를 지키겠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해안선을 전부 지킬 수 없으니 포기한 것이었다.

산동 반도의 유력자들은 모두 재산을 빼돌리기 시작했다. 돈 좀 있는 이들은 산동 반도를 버렸다. 그리고 남은 이들은 땅을 떠날 수 없는 이들 뿐이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버려졌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핫토리 한조가 선동에 들어간 것이었다. 그리고 산동반도에는 혼란이 일어났다. 한 몫 잡으려는 이들과 왕을 자처하는 이들 등 수많은 무리들이 일어선 것이었다.

그제야 이에야스는 반도 공격을 멈추고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이것이 이이가 대만섬에 도착하기 전까지 이에야스가 한 일이었다.

“곧 공세가 시작될 거라고 합니다. 우리도 영지를 넓히는 것은 어떻습니까?”

“여긴 적과 너무 가깝다. 신국의 영토임을 선포하는 순간 힘들어진다.”

북경에서 산동반도는 그리 멀지 않았다.

“대군이 가까이에 있으니 시선만 잡아두는 걸로 충분하다.”

“하지만 피해에 비해 얻은 것이 적습니다.”

가신들은 걱정했다. 다른 영주들은 약탈로 막대한 이득을 보고 있었다. 영지민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미카와는 다른 영지들보다 뒤처지는 상황. 가신들의 마음이 떠나지 않는다 해도 병사로 싸웠던 영지민들의 마음이 떠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자칫하면 영지민을 다른 영주에게 빼앗길 수 있었다.

땅이 아무리 많아도 사람이 없으면 그냥 놀리게 된다.

“그럼 우리도 남쪽으로 간다.”

그제야 가신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리고 이 결정은 정말 신의 한수가 되었다.

산동반도가 탈탈 털리는 것을 보다 못한 척계광이 조정에 강력하게 건의해 직접 군의 일부를 이끌고 왔던 것이었다. 물론 그렇게 해서 잡은 것은 난립하던 오합지졸들뿐이었다.

“이제 시작이다.”

지금까지는 약탈의 시간. 하지만 이젠 공격의 시간.

노부나가는 배에 올라타는 군단을 바라보았다.

‘정말 끊임없이 올라가는 군.’

항구 앞은 그야말로 배로 바글바글했다. 상륙 작전을 위해 어선까지 동원된 상황이었다.

사략 해적들이 광동성과 복건성을 비롯해 명나라 남부를 털고 다녔지만 털지 못한 곳이 몇 곳 있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광동성의 광주였다.

광동성의 광주는 베트남을 비롯한 몇몇 동남아 국가들로부터 조공을 받는 항구였다. 그리고 수군이 주둔하던 곳이기도 했다.

그러나 수군은 후지바야시 켄이 일찌감치 해치워서 존재자체가 유명무실했다. 배가 없는 수군은 수군이라 부를 수 없었으니까.

그래도 병력은 많이 남아 있어서 사략 해적들은 이곳을 피했다. 중요한 도시이기는 하지만 방어 병력이 상당하니 아예 선택지에서 지워버린 것이었다.

허나, 이제 그것도 곧 끝날 예정이었다.

“부탁합니다.”

“그럼.”

먼저 출항한 것은 켄의 함대였다.

켄의 함대는 얼마 걸리지 않아 광주 앞바다에 나타났다.

“적이다! 적이 나타났다!”

광주의 병력들은 항상 긴장한 상태였기에 바로 반응했다. 광주의 백성들도 얼른 숨었다. 이러한 움직임을 보면서 켄의 함대는 항구 앞에 포진했다.

“쏴라!”

포격이 시작되었다. 커다란 건물들이 부서지기 시작하자 사정거리 안의 건물에 숨은 이들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무척 당황했다.

주로 항구의 부두를 오가며 배로 보이는 것들만 끌고간 것과는 대조되는 행동.

불길함을 느낀 이들은 광주를 벗어나려 했다.

“척후대를 상륙 시켜라!”

함대의 병력중 일부가 상륙했다. 배에서는 망원경으로 적의 움직임을 계속 살폈고 척후대는 건물들을 돌아다니며 숨은 자들이 있나 수색했다.

멀리서는 광주군이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공격을 하자니 상륙한 숫자가 너무 적었다. 싸우기 위해 덤빈다면 대포의 사정거리 안이라 돌격도 어려웠다. 잘못하다가는 피해만 늘어나기 때문이었다.

사략 해적들의 약탈행위가 지속되는 동안 병력을 어떻게 해서든 도로 채웠다. 그나마 훈련이 잘 되었던 병력이 북방전선으로 빠지고 새로 들어온 신입들은 오합지졸.

적에게 숫자를 통한 위협을 줄 수 있는 수준에 불과했다. 물론 오합지졸이라도 수가 1만을 넘어가면 무섭게 돌변하기도 한다. 아무리 잘 싸우는 정예 병사도 숫자 앞에선 지치기 마련이니까.

그렇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 공략은 하지 않고 두고 본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늘로 끝이었다.

“상륙 작전을 시작한다!”

부두 근처에 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켄은 노부나가의 군단에 상륙해도 된다고 알렸다.

“빨리 내려!”

어선에 탔던 병력들이 일제히 부두에 내려지기 시작했다.

“서둘러라!”

배에서 내린 병사들은 얼른 움직여 빈터에서 장비를 확인하고는 바로 방어를 위한 지점으로 달렸다. 대만에 있으면서 항상 했던 훈련이 이것이었다.

상륙 훈련을 받지 못했다면 우왕좌왕했을 것이다. 하지만 전투를 기다리며 받은 훈련은 신속한 상륙을 가능케 했다.

질서정연하게 상륙하기 시작한 노부나가의 군단은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상륙을 마쳤다.

“적의 동태는?”

“별 다른 움직임은 없습니다.”

“그럼 계속 경계하도록.”

노부나가는 서둘지 않았다. 상륙한 이후 바로 전투를 치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항해가 짧았고 상륙 작전에 큰 문제가 없었다고는 하나 피곤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어떻게 합니까?”

광주의 책임자는 발을 동동 굴렀다. 숫자에서는 광주군이 우위에 있었다. 하지만 상륙한 신국의 병사들은 정예로 보였다. 반면 광주군은 오합지졸.

단순한 숫자싸움이라면 광주군이 우세하다. 하지만 인근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들은 광주군은 쉽게 싸우지 못했다.

광동성에서 해적들이 날뛰기 시작했을 때 병력을 빠르게 보충해 공격을 한 일이 있었다. 하지만 그 때마다 격파 당했다. 병력을 천 명 가까이 모아 백 명의 해적을 잡기 위해 보낸 적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패.

해적들은 너무나 손쉽게 천 명의 병력을 격파했다. 살아서 돌아온 이들이 한결 같이 말하길 해적들은 단순한 해적이 아니라 병사에 가까웠다고 했다.

조직적인 움직임은 해적하고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었다.

계란 1만 개로 돌멩이를 쳐봐야 계란만 깨진다.

“으음!”

광주의 책임자는 쉽게 결정하기가 어려웠다. 광주를 포기하고 병력을 온존하는 것이 이성적이었으나 감적은 달리 말하고 있었다.

‘여길 포기하면 문책을 받을 텐데.’

명나라가 진다는 생각은 아직 없었다. 그저 왜구들이 더 심하게 날뛴다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다.

조만간 조정에서 방법을 생각해내 적들을 토벌할 것이라 믿고 있었다.

문제는 적의 토벌이 아니라 자신의 자리.

‘하지만 싸워도 질 것 같은데.’

갈등이 이어졌다. 그러다 결국 일부를 희생하기로 했다.

‘싸우는 척 하다가 물러나자.’

이것이 최선이었다. 광주의 책임자는 병력을 물리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난 노부나가는 보고를 들었다.

“수상한 움직임을 보인다고?”

“그렇습니다. 성 밖으로 짐마차가 빠져나가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후퇴하려나 보군.”

노부나가는 느긋하게 기다렸다. 그러자 다케다 신겐이 나섰다.

“지금이라도 가서 잡는 게 전공을 올리기 좋지 않습니까?”

“전공을 세울 순 있지만 병사의 피해가 있을 것이오. 싸우지 않아도 된다면 보내줘야지.”

신겐은 옆에 가만히 있는 나가오 가케토라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가케토라는 노부나가와 뜻을 같이 했다.

“뒤쫓으면 전공은 세울 수 있을 것이나 전쟁은 더 길게 이어질 것이다.”

“으음.”

가케토라의 말을 듣고 생각하던 신겐은 신음을 흘렸다.

‘다른 것을 노리고 있군.’

신겐은 노부나가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러나겠다는 뜻이었다.

“정말 쫓지 않으시는 겁니까?”

적이 완전히 도망가도록 내버려 두라고 한 노부나가는 사격 연습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래, 보낼 것이다. 그게 우리에게 유리하니까.”

노부나가의 가신인 시바타 카츠이에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었다.

“적의 숫자가 많아지면 불리한 것 아닙니까?”

“아니, 유리하다.”

노부나가는 딱 잘라 말했다. 카츠이에는 더 묻고 싶었으나 주군으로 모신 노부나가에게 캐물을 순 없었다. 하지만 궁금증은 곧 다른 사람이 풀어주었다.

“어차피 적은 오합지졸. 무능한 병사들이죠. 그런 놈들을 베어봐야 악명만 높아질 뿐입니다. 하지만 살려두면 쓸모가 있죠.”

“무슨 쓸모?”

“그야 적의 군량을 먹어치우지 않겠습니까?”

“아.”

전쟁이 길어지면 대군을 가진 쪽은 점점 불리해진다. 군대란 존재는 식량을 생산하지 않고 무지막지하게 먹어치우는 존재다. 더구나 농사를 지어야 할 이들을 병사로 징집한 상황이니 전쟁이 길어지면 기근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하루아침에 명나라를 무너트리진 못합니다. 길게 보고 싸워야죠.”

“하지만 전부 힘을 합쳐서 쳐들어오면?”

“사격 연습이나 더 하십시오.”

노부나가가 믿고 있는 것은 바로 화약의 힘이었다.

광주군은 서둘러 북쪽으로 후퇴했다. 그리고 남은 것은 아주 극소수의 병력뿐이었다.

싸우는 척 하기 위해 남긴 병사들이었다.

“더 이상 빠져나가는 병력은 없나?”

“없습니다.”

“그럼 시작하지.”

공성이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포병이었다.

“조준!”

“조준!”

포병들은 능숙하게 움직였다. 20문에 달하는 컬버린포가 노리는 것은 오직 한 곳, 성문뿐이었다.

“쏴!”

일제히 포격이 이뤄졌다. 무거운 포탄은 허공을 날아 성벽에 안착했다. 연속으로 때리는 포탄의 충격에 성문은 버티지 못하고 터져버렸다.

단 한 번의 포격으로 성문을 깬 것이었다.

뒤에 남게 된 광주군은 싸울 엄두도 내지 못했다. 성벽이 좀 버텨줘야 싸우는 시늉이라도 할 텐데 이건 두려웠다. 대포가 자신들이 있는 곳을 노릴까 무서웠던 것이었다.

포병들이 성문을 깨자 뒤이어 철포병들이 줄을 맞춰 전진했다.

‘뭔지 몰라도 무서워! 빌어먹을 놈들! 나도 살아야겠다!’

성벽 위에서 이를 보던 광주군은 결국 무기를 버리고는 항복을 외쳤다. 독전관들은 뒤에 남았던 병사들이 처리해버렸다. 하극상, 상관 살해가 일어난 것이었다.

“참으로 놀랍군. 포격 한 번으로 광주를 드셨어.”

“그러게 말입니다.”

신겐과 가케토라의 말대로 소문이 났다. 노부나가가 대포 한 방으로 광주를 함락했다고.

광주의 백성들은 절망했다. 자신들을 지켜줘야 할 광주군이 제대로 싸워보지도 않고 후퇴했다. 그리고 조금 남았던 병사들도 항복해버렸다.

포격 한 번에 성문이 박살났으니 그럴 수 있다고 이해했다. 하지만 이해한다고 절망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제 무슨 일이 벌어질까?’

광주의 백성들은 왜구에 대한 공포로 덜덜 떨었다. 약탈을 당하고 여자들은 강간을 당하고 남자들은 노예로 팔려나가고.

온갖 나쁜 생각들로 가득했다.

그러나 우려했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제부터 신국의 백성이 될 기회를 주겠다.”

빠르게 말을 배운 이이는 능숙하게 광주 사람들이 쓰는 말로 연설을 시작했다. 그리고 내용을 들은 이들은 깜짝 놀랐다.

“정말 황상께서 그러신 건가?”

“그럼 이 전쟁도 설마?”

명나라 관리들은 철저하게 진실을 숨기려 했다. 하지만 이이가 사실을 알려주자 백성들은 대번에 돌변했다. 자신들이 느꼈던 절망, 위험한 적을 불러들인 행위가 바로 가정제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열 받은 것이었다.

사위를 폭사시키려 한 행위. 이것이 전쟁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하지만 분노에도 불구하고 명나라와 싸운다는 생각은 좀처럼 하지 못했다.

명이 워낙에 거대한 나라였기 때문이었다.

백성이 국가를 상대로 싸운다는 생각은 좀처럼 하기 힘든 것이었다.

“싸우지 않겠다면 일상생활로 돌아가도 좋다. 하지만 신국의 백성이 되고자 하지 않은 자들은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감수하도록.”

이후 이이는 안정 작업을 하며 신국의 백성이 되고자 하는 이들의 명부 작성에 들어갔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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