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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신의 유희-112화 (112/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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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탄 칸

광주가 함락 당하자 사략 해적들은 더 이상 배를 타지 않았다.

마적으로 전업했다.

광주를 중심으로 약탈이 시작되었기 때문이었다. 대만까지 약탈품을 옮기는 것도 귀찮으니 광주에서 물건을 내려놓고 바로 약탈을 가는 것이었다.

장삼은 광주의 한 건물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자신의 고향 사람들 그리고 월족 출신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었다.

말을 사람이 가르쳐주려면 엄청나게 많은 교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신유성의 행동을 본받은 이이는 책을 통해 빠르게 전파하는 쪽을 선택했다.

한글을 읽고 쓸 수 있다면 장삼을 비롯한 소수민족 병사들이 만든 사전을 가지고 공부를 할 수 있으니까.

책만 찍어서 뿌린다면 가르치는 사람이 없어도 간단한 소통이 될 정도로 공부가 가능한 것이었다. 물론 배우는 사람에게 의지가 있어야했다.

장삼이 성공한 모습은 월족의 청년들에게 꿈을 안겨주었다. 한족들의 지배를 받으며 계속 땅을 파먹고 사는 인생보다는 훨씬 나아보였다.

“그래! 세상을 뒤집자!”

장삼을 중심으로 그렇게 청년들이 뭉쳤다. 청년들이 뭉치는 젊은 월족 여자들도 자연히 넘어갔다. 분위기가 넘어가니 결국 나이든 이들도 하나둘 넘어왔다.

“이제부터는 네가 책임지고 가르쳐라.”

장삼은 곧바로 책임자로 올라갔다. 벼슬을 하게 된 것이었다. 집도 더 좋은 집을 골라 장삼이 쓸 수 있도록 했다. 그러자 월족의 반응이 폭발했다.

신유성이 사람을 휘두르는 방식을 보고 배운 이이는 아주 잘 써먹고 있었다.

“진군 안 하십니까?”

“광주의 방어를 굳히는 게 우선이다.”

거점을 만든 노부나가는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노부나가라고 뛰쳐나가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무리하게 땅을 점령해봐야 소용없었다.

‘도로 빼앗기면 시간 낭비일 뿐.’

안으로 파고들다보면 보급선이 길어지고 방어가 약해진다. 그러면 피해가 속출한다. 거대한 명나라와 싸우는 방법으로는 좋지 않았다.

‘적에게 공포를 심어준다.’

광주를 중심으로 약탈은 계속 되고 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주변에 대한 지배력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관리들이 부재인 지역은 혼란에 빠졌다. 법을 집행할 사람이 없으니 도둑과 강도들이 들고 일어났다. 가지지 못한 자들이 가진 자들을 털기 시작했다.

무력을 가진 자들이 제멋대로 하고 다녔다.

결국 이들의 지배를 받아들이고 도적 무리로 변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이런 이들은 사략 해적들을 만나면 박살났다. 해적들은 이들이 챙긴 재물을 털어 광주로 왔다. 그리고 도적 무리들은 노예가 되어 각종 공사에 동원 되었다. 여자들의 경우에는 창녀로 생활해야 했다.

이이는 이러한 일을 적극적으로 주변에 퍼트렸다. 차라리 신국의 백성이 되라고. 광주로 모이라고.

덕분에 피난민 행렬이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광주의 인구가 점점 늘어났으며 주변에 목책으로 만든 진영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복건성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요?”

“병력을 둘로 나누면 부담은 곱절이 된다.”

노부나가의 의지는 확고했다. 그러자 가케토라가 한 마디했다.

“그럼 잠시지만 기습이라도 하고 싶습니다.”

“기습을?”

“적을 좀 긴장하게 하는 거죠. 가는 김에 사기도 올릴 것도 좀 약탈하고.”

부대 사기를 위해 가케토라가 나서자 신겐까지 나섰다.

“부대를 반 이상 잃는 피해를 입는다면 영지에 청구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영지에 피해 보상을 청구하게 되면 파산 이외에는 답이 없었다. 가케토라도 신겐도 잘 알고 있었다.

“실패는 있을 수 없다. 우리가 실패하면 전하께서 오실 테니까.”

이것이 노부나가가 신중한 또 다른 이유이기도 했다. 실패하게 되면 신유성은 전쟁을 직접 지휘하겠다고 나설 것이 분명했다. 신유성이 한양을 떠나지 못하게 막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신유성이 없어도 전쟁수행에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신겐과 가케토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신유성이 전선으로 나오는 일만큼은 막아야만 했다.

“대포 한 방에 광주를 함락 시키다! 제목 한 번 끝내주는군.”

새로 나온 신문을 보며 신유성은 피식 웃었다. 노부나가가 한 일은 금방 신문을 통해 신국 전역에 뿌려졌다. 그러자 전쟁 소식을 궁금해 하던 신국의 백성들은 다들 환호했다.

“전하, 오늘 밤에는.......”

“알았다. 오늘 밤에는 중전을 만나겠다.”

결국 신유성은 전장으로 가는 것을 포기했다. 잘 싸우고 있으니 딱히 끼어들 필요가 없어보였다.

연락선을 통해 북방의 여진 군단과 남방의 노부나가 군단의 소통은 계속 이뤄지고 있었다.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작전을 조율하는 것이었다.

여진 군단에서는 노부나가 군단의 활약이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조금이라도 병력이 남쪽으로 내려가게 된다면 유리해지기 때문이었다.

이는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산동반도에서 날뛰어준 덕분에 확실히 확인된 사실이었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명나라의 상황을 좀 더 빨리 나빠지게 만들기 위한 작전은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광주를 점령한 뒤에는 온갖 기술자들을 얻을 수 있었다. 이들은 특별 대우를 받으며 생산에 주력했다.

명나라에서만 나는 상품을 일부나마 직접 생산해서 공급하게 된 것이었다.

‘이이가 잘 해주고 있어.’

경제 문제도 핵심을 파악해 현명하게 대처하고 있는 이이였다.

신유성은 조용히 궁안을 거닐다 주녹정을 찾아갔다.

한바탕 열풍이 몰아친 침실. 주녹정은 신유성의 품에 안겨 몽롱한 표정을 지었다.

“전하께서 떠나실까 두려웠습니다.”

“그럴 일 없다.”

“그래도.”

주녹정은 품으로 파고들며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강아지 같은 눈빛은 웃음을 이끌어냈다.

“걱정 마라. 전쟁이 힘들어지지 않는 이상 내가 갈 일은 없으니까.”

신유성은 풍만한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손에 가득 느껴지는 찰진 살결은 정복욕을 자극했다. 이내 다시 하나가 된 두 사람은 헐떡였다. 숨이 차올랐다.

태풍을 만든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몹시 숨차고 힘겨운 노동이다. 하지만 몸은 쾌락 속에 허우적거리게 된다.

그러나 다음 날, 신유성은 심각한 이야기를 들어야만 했다.

주녹정 또한 같은 이야기를 듣고는 이를 갈았다.

‘알탄 칸!’

그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신유성은 결국 북방 전선으로 향했다.

알탄 칸. 북원의 칸인 다얀 칸의 손자이자 바르스 볼트 저넌 칸의 차남이었다.

알탄 칸의 아버지 바르스 볼트는 스스로 대칸을 자청한 적이 있었다. 원래는 황태자였던 보디 알라크 칸이 몽골제국을 다스리기에 부족하다 생각해서였다. 하지만 결국 보디 알라크 칸은 넷째 삼촌과 손을 잡았다. 바르스 볼트는 결국 타협하고 대칸의 자리를 포기했다.

허나 이후, 보디 알라크 칸의 뒤를 이은 다라이손 구덴 칸은 결국 동쪽으로 도망쳤다.

알탄 칸이 대칸보다 더 강력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아버지가 이루지 못했던 힘을 손에 넣은 알탄 칸은 위대한 군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바로 명나라를 지속적으로 위협한 것이었다.

북원에게 있어 명나라는 숙적이었다. 원나라를 밀어낸 것은 명나라. 그리고 몽골 고원으로 되돌아온 원나라의 후예들이 세운 것이 바로 북원이었다.

알탄 칸은 힘을 얻자 명나라를 털기 시작했다. 털고 털고 또 털었다. 심지어 1550년, 명나라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북경을 포위하고 교외에 불을 질렀다. 경술의 변이라 불린 이 사건은 명나라에 큰 충격을 안겨준 사건이었다.

“그래, 또 틈이 보인다 이거지?”

알탄 칸이 다시 명나라의 사정에 주목하게 된 것은 산해관에서 여진 군단이 포병 훈련을 할 때였다.

“그렇습니다.”

“흐음.”

알탄 칸은 고민했다. 북방에 부는 바람은 알탄 칸도 알고 있었다. 여진족이 하나로 통합되었으며 그 주체가 신국이란 것도. 더불어 신국은 일본까지 아래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놈들을 털어볼까?’

신국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하지만 이내 포기했다.

‘여진족은 만만한 놈들이 아니지.’

그래서 다시금 명나라를 주시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명나라는 계속 흔들렸다. 그러면서도 북방으로 꾸역꾸역 병력을 모았다.

‘이렇게 되면 기회가 올 것 같은데.’

딱 한 번만 집결한 명나라 군대를 밀어버리면 그 다음부터는 정말 명나라 땅을 정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더구나 신국이 옆에서 계속 싸우고 있으다.

둘이 싸우는 틈을 타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것이었다.

“장안이 좋은가? 낙양이 좋은가?”

“장안도 좋고 낙양도 좋지만 북경과 좀 거리를 두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럼 장안으로 가자.”

이렇게 해서 알탄 칸은 대군을 움직인 것이었다.

이번에는 약탈이 아닌 점령을 목적으로 한 전쟁이었다. 이 때문에 엄청나게 많은 병력이 모였다. 다시 원나라 시절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희망이 북원의 전사들을 움직인 것이었다.

알탄 칸의 원정에 어려움은 없었다. 한 번 넘은 만리장성. 두 번 못 넘으란 법은 없었다.

더구나 이번에는 아예 터를 잡으러 가는 길. 전사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기세였다.

결국 알탄 칸은 만리장성을 넘었다.

뚫렸던 지역의 명군이 약한 것은 아니었다. 명나라 조정은 북경 근처로 병력을 집결시키면서도 만리장성에 배치한 병력만큼은 건드리지 않았다. 알탄 칸을 경계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국 만리장성은 뚫렸다. 그리고 알탄 칸은 장안으로 진격해 맹렬히 공격하기 시작했다.

소식이 명나라 조정에 알려지자 어수선해졌다. 그리고 온갖 이야기가 대신들 사이에 오고갔다.

“이거 얼른 화해를 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그러게 몰래 미인계로 죽이자고 하지 않았습니까!”

“어허.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나!”

엄숭을 비롯한 간신들은 서로 다투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외부로 이야기를 흘리는 실수를 범하지는 않았다.

“척 장군을 보내는 건 어떨까요?”

“으음!”

결국 누군가는 알탄 칸을 막아야 했다. 그리고 척계광에게 알탄 칸을 막을 임무가 내려졌다.

척계광은 한숨을 내쉬며 떠났다. 그리고 조정은 미묘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황제인 가정제는 나라가 위기 상황인데도 불로장생에 집착할 뿐이었다.

충신들의 눈에는 부덕한 황제로 인해 나라가 흔들린다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청교공주는 불안해지는 소식을 들었다. 척계광이 갑자기 알탄 칸을 막기 위해 움직인다는 소식이었다.

“안 돼!”

알탄 칸에 대한 공포는 청교공주도 가지고 있었다. 자칫 잘못했으면 원나라 잔당에 의해 명왕조가 망할 수도 있었다. 그만큼 무서운 존재로 각인된 알탄 칸과 척계광이 싸우게 되었다는 소릴 들으니 몹시 불안해졌다.

‘방법을 찾아야 해!’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청교공주는 현재 항주를 꼭 틀어쥐고 있는 상황이었다. 청교공주가 떠나지 않고 항주와 운명을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자 항주의 백성들은 모두 청교공주를 칭송했다. 이 때문에 무관들도 청교공주를 무시하지는 못했다.

의병 조직은 날로 커졌으며 심지어 군문에 종사하던 자가 갑자기 사직하고는 의병 조직에 들어가는 일도 발생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척계광을 도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도우러 가기에는 너무나 거리가 너무 멀었다.

‘물어보자.’

결국 청교공주는 내통하고 있던 주녹정에게 편지를 보냈다.

배를 타고 움직인 신유성은 빠르게 산해관 앞까지 도착했다.

“오셨습니까?”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북원의 알탄 칸이 움직인 게 문제지요.”

정말 골치 아픈 존재였다.

‘어디서 숟가락을 올리려고.’

신유성의 입장에서는 괘씸했다. 대군을 움직여 먹기 좋게 요리 중인 명나라였다. 슬슬 뜸을 들이며 더 맛있게 먹기 위해 기다리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딴 놈이 나타나 먹으려고 하고 있으니 화가 났다.

“붙으면 이길 수 있나?”

“초원에서 붙는다면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북원이나 여진 둘 다 기병을 중심으로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초원에서 붙는다면 큰 피해가 예상되었다.

‘곤란하게 됐군.’

이대로 가다가는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명나라 멸망은 더 빨라지겠지만 먹을 수 있는 것이 줄어드는 것이었다.

‘아니야. 꼭 나쁜 것만은 아니야.’

신유성은 사고를 전환하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

‘어차피 그 놈들도 해치워야 할 놈들이야. 대신 싸워야 할 곳이 몽골 초원이 아니라 명나라로 옮겨진 것뿐이다.’

생각을 뒤집자 갑자기 여유가 생겼다.

‘공성이 차라리 유리하다.’

몽골 기병을 상대하느니 성에 틀어박힌 몽고 병사를 상대하는 게 더 편할 것 같았다.

“포병의 수를 더 늘리도록 하지.”

신유성은 컬버린 포를 더 지원하기로 했다.

강력한 대포가 있는 한 성에서 농성하는 짓은 무의미했다.

‘그래 실컷 먹어라.’

신유성은 산해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머물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유성이 전장으로 나갔다는 소식은 신문을 통해 신국 전역에 알려졌다.

그러자 이에야스는 약탈을 멈추고 신유성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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