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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신의 유희-118화 (118/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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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몰락

지방의 수많은 관리들은 신유성이 황제에 올랐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그리고 갈등이 시작되었다. 강력한 군세를 가진 지방군의 지휘관들은 강렬한 유혹을 느꼈다.

신유성의 명령에 불복하고 자신이 주둔한 지역을 온전히 자신의 영역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되면 왕국을 세운 것과 다를 것이 없었다.

적당히 부하들을 회유하고 지역을 장악하면 되는 일이었다.

신유성은 북경을 비롯해 산해관 근처에 모인 대군들은 빠르게 제압했으나 다른 지방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으으! 그 놈들을 죽여야 하는데!”

“영주님, 고정하시지요.”

“후우!”

이에야스는 분노로 부들부들 떨었다. 강북의 몇몇 지방이 결국 신유성에게 반기를 들었다. 오히려 황위를 찬탈한 역적이라며 토벌의지를 드러냈다.

신유성이 북경을 장악한 것이 명군을 무너뜨리고 한 것이 아니라 척계광을 통한 음모로 했다는 것을 알아냈기 때문이었다.

반기를 든 세력들은 신유성이 군을 다시 일으킨다고 해도 명나라 사람이라면 설득할 수 있으리라 판단한 것이었다. 오히려 자신들이 더 유리하다 여겼다.

“그래도 강남은 다 정리 되지 않았습니까?”

그렇다. 장강의 남쪽은 다 신유성의 지배를 받아들였다. 노부나가 군단이 이미 점령한 지역 이외에도 항주가 있는 절강성은 청교공주를 중심으로 뭉쳐 신유성에게 지지를 보냈다.

절강성의 입장에서는 지금이 기회였기 때문이었다. 계속 청교공주를 중심으로 뭉친 상태였으며 척계광은 1등 공신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외의 지역에서는 모두 남쪽에서 무섭게 올라오던 노부나가 군단을 두려워해 굴복했다.

싸워서 이길 수 없는 상대라고 판단한 탓이었다.

하지만 강북에서는 분위기가 달랐다. 강을 건너지 못하면 자신들을 칠 수 없을 거라는 안이한 생각과 북경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이유로 든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욕심이었다.

욕심은 원하는 것만을 보게 만들었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리란 착각을 안겨주었다.

이성적으로 냉정하게 판단하지 못한 것이었다.

“앞으로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있어선 안 될 것이다.”

“계속 일어날 텐데요?”

“일어나지 않게 할 것이다. 사람을 더 모아라.”

이에야스는 한조에게 닌자를 더 양성할 것을 주문했다.

“기오창가, 부얀. 할 일이 있다.”

“하명하십시오.”

“나에게 반기를 든 자들을 처리해라. 그러면 강북의 영주는 너희들이 될 것이다.”

순간 기오창가와 부얀의 두 눈을 부릅떴다.

“날 실망시키지 마라.”

기오창가와 부얀은 서둘러 물러났다. 이제부터는 시간 싸움이었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되나?’

드디어 큰 고비 하나를 넘겼다. 하지만 아직 거대한 적이 하나 더 남아있었다.

‘알탄 칸!’

알탄 칸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명나라의 대군과 신국이 싸우게 되면 기다렸다가 뒤를 치려고 했던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신유성의 계략으로 명나라는 허무하게 안에서부터 무너져내렸다.

신유성은 자신이 가진 지위와 인맥을 총동원해 안에서부터 무너트렸을 뿐이었다.

‘요동이 난장판이 되겠군.’

산해관은 지킬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요동을 비롯한 만주 전체를 지키는 것은 결국 여진족에 달려 있었다. 그리고 지금 건주와 여진의 주요 세력은 반기를 든 명나라의 구세력을 토벌하기 위해 움직였다.

‘일단 한 곳으로 모아야겠군.’

신유성은 명을 내렸다. 알탄 칸의 군대가 오기 전에 모든 여진족은 산해관을 넘어오라고.

나이가 들었음을 느끼며 잠시 물러났던 타이란은 만주땅에 남은 여진족들이 걱정되었다. 알탄 칸이 온다면 온통 휘젓고 다닐 것이 우려되었다. 그래서 아들 부얀에게 모든 것을 맡겼지만 전면으로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부얀은 지금 황명을 받아 움직이고 있다!’

신유성은 약속했다.

강북의 배신자들을 처리하면 그 땅의 영주로 삼겠다고.

이는 만주를 떠돌던 여진족들이 좋은 땅에 안주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때마침 신유성은 여진족들에게 잠시라도 산해관을 넘어 피해 있으라고 명을 내렸다.

‘역시! 우릴 저버리지 않으셨다!’

그냥 내버려둘 수도 있었다. 알아서 피하도록 할 수도 있었고 싸우라고 명령을 내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신유성은 만주에 남은 여진족을 걱정해 안전한 곳으로 피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이러한 사실은 타이란에게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했다.

타이란은 전면으로 나서서 이동에 도움을 주기로 했다.

오이라트의 사람들은 처음에는 가타부타 얘기가 없었다. 신유성이 명나라와 싸운다고 했을 때는 그저 지켜볼 생각밖에 하지 않았다. 작은 나라가 큰 나라와 싸운다고 하니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서였다. 더구나 얼마 안 가서 알탄 칸마저 적으로 삼아버렸다.

정말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신유성이 황제로 즉위하자 생각이 바뀌었다.

“손을 잡는 게 어떻습니까?”

“이대로 돕는다면 영주 한 자리 받아낼 수 있을 겁니다.”

“이곳보다는 차라리 살기 좋은 땅에 자리를 잡는 게 더 좋지 않습니까?”

오이라트 4부족 연합의 후예들은 서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알탄 칸에게 쫓겨난 신세였지만 그렇다고 오이라트가 모든 힘을 잃은 것은 아니었다.

“그렇죠.”

제안이 떠올랐다. 신국의 영주가 되라는. 처음에는 함께 알탄 칸을 치자는 얘기였으나 별 다른 대답은 하지 않고 시간만 끌었다.

생각해보겠다.

이 한 마디는 마법의 한 마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시간만 끄는 말. 하지만 시간을 질질 끌다보면 결국 상대를 지치게 하고 포기하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그러다 제안은 바뀌었다. 동등한 제안이 아니라 신국의 영주가 되라는 이야기였다. 명백하게 아래로 들어오라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협박도 섞여 있었다.

“손잡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만약 신국이 초원마저 점령하면 다음은 우리 차례입니다. 신국하고 싸우기 위해 초원과 손을 잡을 순 없죠.”

알탄 칸하고는 원수지간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의미에서 신국은 아군이었다. 적의 적은 아군이란 논리였다.

“합시다.”

오이라트는 뜻을 모았다. 그리고 전력을 끌어 모아 초원으로 쳐들어갔다.

최대한 피해를 주고 약탈하는 것이 오이라트가 할 일이었다.

알탄 칸의 군대는 꾸준히 동진했다. 산해관은 쳐다보지도 않고 계속 동진했다. 그리고 여진의 영역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여진족은 하나도 볼 수 없었다. 넓은 만주 벌판은 마치 버려진 것 같았다. 아무리 가도 사람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의 여진족이 산해관을 넘거나 한반도로 들어간 탓이었다.

그야말로 민족 대이동이 일어났었다.

느렸지만 꾸준히 움직였다. 그렇게 해서 모두 화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알탄 칸의 부대는 실망하지 않고 계속 동진했다.

“조선을 치면 놈들은 무너질 것이다! 그럼 다시 옛 영광을 되찾을 수 있다!”

옛 영광. 원나라 시절을 다시 꿈꾸는 것이었다.

투멘 자사그트 칸까지 죽었다. 대칸의 대가 완전히 끊긴 상황이었다. 때문에 알탄 칸이 대칸의 자리에 자동적으로 올라갔다. 어차피 몽골 초원의 지배자는 알탄 칸이었기 때문에 별 다른 문제는 없었다.

반대할만한 이들은 이미 죽은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알탄 칸은 결국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뭐라고? 오이라트 놈들이 또!”

오이라트는 주력이 빠진 틈을 타 카라코룸을 습격했다. 그리고 신나게 약탈했다는 것이었다. 당했던 것을 모두 갚기 위해 지독하게 약탈했다.

알탄 칸은 이를 악물었다.

“이 사실을 또 누구에게 말했지?”

“아직 전하지 않았습니다.”

알탄 칸은 직접 전령의 목을 베었다. 피가 튀었다.

“왜?”

“같이 있던 부하들이 의문을 표했다.”

“지금은 조선을 쳐야 할 때다. 지금 들은 것은 모두 잊어라.”

전사들이 동요해 돌아가겠다고 떨어져나간다면 전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 전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용납하기 어려운 일.

그렇기에 알탄 칸은 전령을 아예 죽였다.

알탄 칸의 부하들은 신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돌아가게 된다면 다시 돌아오는데 막대한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다음에 다시 떠날 때는 따라오지 않으려는 자들도 많을 터.

그렇게 약해진 세력으로 시간을 벌어 좀 더 강해졌을 신국과 싸우는 것은 무리였다.

‘지금이 적기다.’

싸우려면 지금밖에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부하들은 결국 알탄 칸의 뜻에 동조했다.

평안도.

“그러니까 그 놈들이 온다고?”

“3일 거리에 있다고 합니다.”

“알았다.”

한반도에 남은 장수들 중에는 유명한 이들은 없었다. 하지만 평안도와 함경도의 방어에는 문제가 없었다.

신페이는 웃음을 지었다. 드디어 신유성이 전장에 불러줬기 때문이었다.

“폐하께서 드디어 불러주셨다.”

부하들을 불러놓고 신페이는 연설에 들어갔다. 목소리에는 뜨거운 열의가 담겨있었다.

“감히 이 신성한 땅을 노리고 있는 무도한 놈들을 막으라고 하셨다.”

연설을 듣는 자들에게 열의가 퍼졌다.

“어찌해야 하는가?”

“죽여야 합니다!”

살벌한 대답이었다.

“그렇다. 죽여야 한다. 놈들에게 자비를 보이지 마라. 폐하께선 좋을 대로 하라고 하셨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연설을 듣던 이들이 모두 함성을 내질렀다.

이들은 북해도의 병력이었다.

신유성을 신으로 떠받들고 있으며 자신들이야 말로 신의 군대라고 생각하는 광신도 집단이었다.

“무섭군.”

이를 지켜보던 이산해는 부르르 떨었다.

북해도의 신비가 살짝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신비 속에 잠들어 있던 것은 광기였다.

‘왜 북해도가 비밀에 휩싸인 곳인지 알겠다.’

광신도들의 땅이었기 때문이었다.

3일 후.

알탄 칸은 압록강 앞에 도착했다. 강 건너에는 의주가 있었다.

“저 곳을 넘으면 조선이다. 그리고 그곳은 우리의 것이 될 것이다.”

알탄 칸은 정복을 외쳤다. 전사들은 환호했다. 드디어 대칸의 정복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하지만 희망은 전투를 개시하자 사정없이 무너졌다.

“쏴라!”

적이 사정거리에 들어오자 신페이는 신기전을 쏘도록 명했다.

조선에서 이지번이 열심히 신기전을 만들어 신유성에게 보낼 때에 신페이 또한 북해도에서 신기전을 대량으로 만들었다.

그것도 무려 3천대의 화차였다.

이렇게까지 신페이가 화차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그와 북해도가 광신도였기 때문이었다.

신유성이 전쟁을 하고 다니면서도 북해도의 전력은 부르지 않았다. 그렇기에 속으로 쌓인 것이 좀 있었다. 해서 도움이라도 될까 싶어 화차와 신기전을 열심히 만든 것이었다.

배신자가 있다면 자신들의 손으로 처벌하기 위한 것도 있었다.

허나 배신자는 나오지 않았다. 신유성도 부르지 않았다.

그래도 북해도의 영지민들은 신유성에게 도움이 될 거라 여기며 화차와 신기전을 만들었다. 신페이조차 사치를 하지 않고 사재를 털어 신기전을 만드는 데 투입했기에 영지민들도 기꺼이 따랐다.

그 결과가 3천대의 화차와 대량의 신기전이었다.

한 번에 5백대의 화차에서 신기전이 쏘아졌다.

무려 5만발의 신기전이 한 번에 하늘로 치솟았다.

“뭐냐?”

자욱한 연기와 함께 갑자기 하늘로 치솟은 화살에 알탄 칸의 군대는 깜짝 놀랐다.

하지만 돌격하던 상황이라 멈추는 것은 불가능.

신기전이 떨어지자 말과 사람이 꼬치가 되어 쓰러졌다. 뒤따라오던 말들은 뒤엉켰다. 하지만 선두에 있던 이들은 다수가 화를 면했다. 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돌격했다.

“쏴라!”

하지만 무의미한 돌격이 되고 말았다.

쇠뇌를 장전하고 있던 병사들이 일제히 쏘자 선두를 달리던 이들도 쓰러졌다.

그러나 알탄 칸의 군대는 꾸역꾸역 돌격했다.

북해도의 병사들도 열심히 신기전을 쐈다. 가장 먼저 쐈던 화차는 어느새 장전 되었다. 3천대의 화차를 순차적으로 쏘며 장전하니 빈틈이 없었다.

“후퇴하라!”

알탄 칸은 기겁한 표정으로 군대를 뒤로 물렸다. 그때는 이미 병력의 삼분의 일이 당한 상태였다.

엄청난 피해였다.

하루 종일 싸운 것도 아니고 아주 잠깐 싸웠을 뿐이었다. 돌격하면 멈추리라 생각했다. 화살이 그렇게 많을 리가 없다고 여기며.

하지만 북해도의 광신도들은 신유성이 돌아다닐 때 계속 무기만 만들었었다.

신심을 다해.

“놈들을 이대로 보내실 겁니까?”

알탄 칸의 군대가 후퇴하자 신페이의 부하가 물었다. 신기전을 사용한 현장을 뿌듯한 눈으로 감상하던 신페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에게 이곳을 지키라고 하셨으니 지킨다. 소모한 것을 보충하고 전리품을 챙겨라.”

신페이는 섣불리 뒤를 쫓지 않았다.

알탄 칸의 군대는 아직도 힘을 잃지 않은 상황이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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