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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신의 유희-122화 (122/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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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행

가정제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폐위 되었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황제였다. 신유성은 장례를 치르면서 슬쩍 주변을 살폈다. 융경제는 침통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반면 주녹정은 담담했다.

‘이제 부담이 좀 줄었군.’

가정제의 죽음은 실족에 이은 익사로 기록되었다. 광증이 도져서 산책 중에 연못에 빠져 죽은 것으로 되었다.

몇몇은 일부러 사고로 위장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마음을 품었지만 입 밖에 내는 실수를 하지는 않았다.

지금은 신유성의 세상이었다. 괜한 소릴 하고 다니다가는 목이 날아간다.

장례식이 끝나고 신유성은 자금성을 떠나기로 했다. 상주는 자신이 아닌 융경제였으니 계속 상복을 입고 지내는 것도 융경제의 몫.

현재 자금성은 상갓집이나 마찬가지였으니 여자들과 어울려 놀기에는 부적합했다.

“여행을 하겠다.”

그러자 이에야스가 곁으로 다가왔다.

“모시게 해주십시오.”

산동 반도를 책임지는 영주가 되었으나 여전히 이에야스는 무책임했다. 영지의 일은 가신들에게 전부 떠넘기고 신유성의 곁에 붙어 있으려 했다. 물론 가신들은 이런 행동에 적극 찬성했다.

신유성 따라 원정을 갔다가 산동 반도를 얻었다. 그러니 계속 붙어 있는 편이 가신들의 입장에서는 더 좋았다. 이에야스의 영지가 커질수록 가신들이 얻게되는 것도 더 많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해라.”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이에야스와 한조를 비롯한 이들은 신유성의 뒤를 따르게 되었다.

자금성을 떠난 신유성이 먼저 향한 곳은 낙양이었다. 이제는 해서여진의 중심지가 된 곳.

불경이 처음으로 전해진 백마사를 둘러본 뒤에는 용문석굴까지 돌아보았다. 휴식을 위해 온 것이기에 유명하다는 곳을 둘러 본 것 뿐. 허나, 이러한 발걸음은 많은 이들이 백마사와 용문석굴을 찾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황제가 들린 명소.

이 소문 하나로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게 한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유명한 곳은 사람들을 더욱 이끄는 명소가 되었다.

“문제는 없나?”

“없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낙양을 차지한 해서여진의 부얀은 정말 행복했다. 낙양은 여러 나라의 도읍이었다. 허나 시대가 지나며 정치적인 역할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여러 나라의 도읍을 한 만큼 지리적으로 뛰어났다. 이로 인해 낙양은 부유한 부자들이 많이 사는 곳이 되었다.

부자가 많은 낙양을 차지했으니 당연히 기분이 좋았다. 나올 것이 많기 때문이었다. 허나, 부얀은 약탈을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만 죄인들을 가려내고 재산을 몰수 했을 뿐.

신유성을 통해 배운 것이 있기 때문에 항상 법을 앞세웠다.

“기쁘다니 다행이군.”

낙양의 주민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해서 여진은 금방 안정되겠군.’

부얀과의 면담을 마친 뒤, 신유성은 정원으로 향했다. 현재 머무는 곳은 낙양성이었다. 원래는 부얀과 타이란이 쓰던 곳이었으나 신유성이 오니 잠시 양보한 것.

신유성은 천천히 거처로 향했다.

그때, 앞으로 다가오는 여인이 있었다.

“나츠.”

붉은 옷을 입은 나츠는 한 송이 장미꽃처럼 보였다.

“어때요? 괜찮아요?”

옷을 보아달라며 살짝 몸을 트는 모습은 영락없는 유혹의 몸짓.

“그래, 예쁘다.”

“감사해요.”

살포시 다가온 나츠는 신유성의 곁에 섰다. 그리고는 팔을 꼭 끌어안았다.

최근 들어서 나츠의 유혹은 점점 진해졌다. 손을 내밀기만 하면 언제든 안길 준비가 되어있었다.

“오늘은 어디를 가볼까?”

“침실은 어떤가요? 제가 멋진 동굴을 보여드릴게요.”

“그건 밤에 더 멋있다고 하던데.”

“낮에도 충분히 멋있을 걸요?”

음담을 나누었으나 남에게 알려질 일은 없었다. 주변에는 오직 여자들뿐이었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여자들이 신유성에게 해가 될 얘기를 할 이유는 없었다. 그만큼 신유성을 공경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럼 정성을 보아 한 번 봐야겠군.”

둘은 천천히 침실로 향했다.

사르륵 옷이 벗겨지고 나츠는 대담한 자세로 신유성에게 몸을 드러냈다. 주녹정과는 전혀 다른 대담한 모습이었다.

어찌 보면 신비감이 떨어질 수 있는 일이었으나 나츠는 항상 새로운 것을 생각해냈다.

신유성의 관심을 받기 위해 매일 신유성만 생각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러한 노력을 알기에 나츠가 안쓰러웠다.

“아름답구나.”

하지만 어설픈 위로의 말은 필요 없었다. 걱정하지 말라는 말 백 마디보다 한 번 푹 빠져서 진하게 안아주는 것이 훨씬 나았다.

몸으로 답해주어야만 했다. 나츠도 그것을 원하고 있으니까.

신들린 경지의 사공인 신유성은 곧바로 꽃으로 만들어진 배를 띄웠다. 꽃배는 대담했으나 금방 사공의 손에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하게 되었다.

사공의 솜씨에 뒤집어지기도 하고 우뚝 서기도 하고 이리저리 굴려지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사공의 신들린 노질은 멈추질 않았다.

꽃배는 신음을 내질렀다.

뜨거운 쾌락의 바다를 항해하며 즐거워했다.

진한 열락의 항해가 끝나자 나츠는 신유성의 품에 안겼다.

“너무 불안해하지 마라. 널 좋아하는 마음은 여기 있으니까.”

“흑.”

손을 이끌어 가슴에 올려주자 눈물이 흘렀다. 신유성은 그런 나츠를 꼭 안아주었다.

“그나저나 섭섭하진 않나?”

“아니요. 오라버니의 일은 이제 오라버니가 알아서 할 일. 소첩은 그저 폐하의 마음이면 충분합니다.”

요시시게에 대한 것을 언급하자 나츠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번 원정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요시시게는 큰 땅을 얻지 못했다. 집안으로부터 혹시나 불만 사항을 전해 듣지 않았나 신유성의 입장에서는 확인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미안하다. 괜한 것을 물어서.”

살짝 자괴감이 밀려오기도 했다. 자신을 순수하게 따르는 여인을 밀정처럼 역으로 가문을 감시하게 한다는 것이. 허나 나츠는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폐하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요. 오히려 제가 할 수 있는 게 있어 기쁩니다.”

“날 위해 뭔가 하는 게 기쁜 것이냐?”

“네, 기쁩니다.”

이윽고 대화가 이어졌다. 신유성은 물었다. 나츠가 잘 하는 것들을. 작고 소소한 것들이라도 좋으니 알려달라고.

품에 안긴 나츠는 종알종알 자기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알려주었다. 작은 관심에도 기뻐서 들뜬 모습이었다. 정사를 치를 때보다 더 행복한 표정이었다.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다음 날, 일찍 일어난 나츠는 신유성을 바라보더니 밖으로 향했다. 그리고 주녹정을 찾았다.

“감사합니다.”

“내게 감사할 것 없다. 당연한 일이니까.”

“그래도요.”

두 여자는 화기애애한 표정으로 다과를 함께 했다. 소원을 푼 주녹정은 이제 아무래도 좋다는 표정을 짓고 여행을 즐길 뿐이었다. 약간 허탈하기도 했다.

“그나저나 왜 아이가 안 생기는 걸까요?”

“모르겠다. 하지만 언젠가 생기겠지.”

주녹정은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떠올리곤 살짝 불안해졌다.

“몸에 좋은 걸 더 구해봐야겠네요.”

“그래, 그래야지.”

두 여자는 쑥덕거리며 정력제에 대한 토론을 했다. 이윽고 따라나선 어의까지 불러 정보를 확인했다. 그리고는 낙양성 안에 있는 정력에 좋다는 음식들을 종류별로 구하기 시작했다.

“흠.”

상차림을 힐긋 본 신유성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상에 올라온 것들이 무엇인지는 신유성도 잘 알았다.

‘나보고 힘 좀 쓰라는 건가.’

밤에 하는 노질만큼은 대가의 반열에 들었으나 아이는 생기지 않았다.

‘아이라.......’

여자들이 원하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허나 신유성이라고 해서 이를 마구 조절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이제 스물인데.’

미래의 기억에서는 이제 겨우 성인이 되어 젊음을 한창 누릴 나이였다. 때문에 벌써 애 아빠가 된다는 생각을 하니 등골이 오싹했다.

‘생각해보면 이 시대에는 마흔에 할아버지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네.’

스물에 애 아빠가 되고 이십년이 지나 자식이 또 아이를 낳으면 할아버지가 되는 거나. 여자의 경우에는 더 빨리 할머니가 될 수도 있었다.

“으으으음.”

딱히 즐거운 상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밥상을 보니 주변인들의 열망이 느껴졌다.

‘그래. 좀 더 열심히 안아줘야겠다.’

신유성은 좀 더 정성을 다해 여자들을 안을 것을 결심했다.

낙양을 지나 간 곳은 바로 장안이었다. 한 때는 비단길, 실크로드로 인해 융성했던 곳이기도 하며 여러 나라의 도읍이기도 했던 유명한 곳이었다. 이곳에 자리 잡은 것은 건주여진이었다.

기오창가는 흐뭇해하며 신유성을 맞이했다. 신유성 덕분에 기오창가의 부족 내 입지는 이제 절대적이었다. 건주여진은 상당수가 산해관을 넘어 이주했다. 더 살기 좋은 땅을 놔두고 척박한 곳에 머물 이유는 별로 없었다.

하지만 신유성이 영역이 된 땅에 남은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소속은 건주여진이었으나 말을 키우기 위해 남은 것이었다.

신유성을 이를 용납했다. 세금만 낸다면 못 살게 할 이유가 없었다.

“그나저나 초원은 언제 가는 겁니까?”

기오창가는 무척이나 기대하고 있었다. 다음 원정이 기다려져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장안을 둘러본 뒤에는 낙양도 가보았다. 낙양이 훨씬 좋은 곳. 허나, 장안도 그리 나쁘기만 한 곳은 아니었다.

역사로 따지면 장안도 무시 못 할 곳이니까.

부족의 염원을 해결한 현재, 기오창가가 원하는 것은 영광이었다. 과거 몽골제국이 그랬던 것처럼 서진하길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중원이 안정이 된다면. 그때 갈 생각이다.”

“하지만 그 사이에 그들이 힘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힘이 남아도는 건가?”

“사실 그렇습니다. 제대로 싸운 것 같지도 않죠.”

명나라는 허무하게 무너졌다. 기오창가가 쓸어버린 지방 세력도 그다지 강한 것은 아니었다. 숫자가 많이 모였다면 좀 위협적이었겠지만 단단히 준비하기도 전에 그냥 몰아쳤기에 순식간에 와해됐다.

그 결과 여진 군단은 많은 힘을 그대로 보유한 상태였다.

“힘이 넘치면 써야지. 나중에 총영주에게 정식으로 초원 약탈 허가를 받도록.”

“감사합니다!”

외부로 향하는 모든 약탈 행위는 허가받은 자만이 할 수 있었다. 이것은 불필요한 외교적 분쟁을 줄이기 위해 만든 신유성의 법이었다.

“그럼 좀 쉬어야겠군.”

신유성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기오창가의 딸인 체첵은 오랜만에 가족과 만남을 가졌다.

“그래, 폐하께서는 어떠시냐?”

“잘 대해주세요. 행복합니다.”

딸이 행복하다고 하자 체첵의 모친은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신유성이 체첵을 멀리하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 가지 걱정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자주 안기지 못하는 것이냐?”

“아니에요. 안아주실 땐 정말 정신없어요.”

“으음, 그래도 노력해라. 아이를 가져야지.”

“네.”

딱히 황제의 외척으로 권력을 잡으려는 것은 아니었다. 현재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이 신유성이 존재하기에 성립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계속 이어졌으면 했다.

신유성이 신국이고 신국이 신유성이었다.

신유성이 없으면 순식간에 분열될 나라이기도 했다. 그러니 안정을 위해서 신유성의 자식이 많길 바라는 것이었다. 만약의 상황에 처해도 나라가 흔들리지 않도록.

황가의 혈통이란 것은 존재 자체가 질서이기도 했다.

밤이 되자 체첵의 순서가 돌아왔다.

체첵은 이번에는 항상 함께하던 사르나이를 부르지 않았다. 신유성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 둘이 안겼었지만 이제는 임신을 위해 따로 안기기로 한 것이었다.

“어서 오거라.”

순종적인 체첵은 옷을 벗으며 걸었다. 걸음과 함께 옷이 하나씩 떨어져 내리더니 신유성의 앞에 섰을 때는 나신이 되었다.

등불을 받아 은은히 빛나는 나신은 어서 임신시켜달라고 애원하고 있었다.

체첵은 신유성의 애무를 받더니 몸을 움직여 사공의 도구를 입에 머금었다. 그리고는 열심히 움직였다.

이윽고 체첵은 더 대담한 행동을 이어나갔다. 신유성을 흥분시키기 위해 자신의 은밀한 곳을 보이며 살짝 흔들었다.

‘역시 대담해.’

부끄러움이란 것을 모르는 것처럼 체첵은 대담하게 움직였다.

기분 나쁘지 않았다.

색다른 분위기를 즐기며 신유성은 곧 쾌락에 몸을 던졌다. 하나로 엮인 두 사람은 밤새 뱃놀이에 빠졌다.

“아응!”

아이를 갖기 위한 몸짓은 멈추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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