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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신의 유희-125화 (125/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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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행

암살 사건 이후, 이에야스와 노부나가는 신유성의 곁에서 쫓겨났다. 엄밀히 말하자면 쫓아낸 것이 아니라 밀려났다.

“더 이상 그대들이 폐하의 곁에 있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

신페이가 나선 것이었다. 하마터면 엄청난 사고가 날 뻔 했다. 어떤 변명을 해도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호위 실패로 모가지를 쳐도 할 말이 없는 것이었으나 영주의 신분이기에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신유성의 곁은 다시 신페이와 북해도 출신들이 채웠다. 그리고 이에야스와 노부나가의 병력은 모두 외곽 경호로 돌려버렸다. 암살자들이 끼어들 수 있었던 원인이 여러 영지 출신의 병력이 뒤섞이면서 틈이 살짝 생겼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신유성의 곁은 오직 북해도 출신들만이 경호를 서게 되었다.

이에야스와 노부나가는 이를 갈며 저항 세력 색출에 들어갔다.

밤이 왔다. 햇빛이 닿지 않는 시간은 모든 것들이 식어간다. 허나, 어둠 속에서도 뜨겁게 타오르며 피어나는 꽃이 있었으니 욕정의 꽃이었다.

“폐하! 폐하!”

주녹정은 신유성에게 매달렸다. 그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하게.

어디서 난 힘일까? 찰싹 달라붙은 주녹정은 지치지도 않고 신유성을 탐했다.

“아아아아악!”

쾌락 속에 비명을 지르면서도, 혼절할 것 같으면서도 매달렸다.

잠시라도 가만히 있다 보면 두려움이 밀려왔기 때문이었다.

자욱하게 피어난 연기와 혼란스러운 외침.

그러다 화살이 날아왔고 신유성이 막아냈다.

살짝 맛 본 혼란. 그것만으로도 주녹정은 미칠 것 같았다. 신유성이 돌아다니면서 직면하는 위험이 어떤 것인지 피부로 느끼게 되자 겁이 났다.

그래서 놔주지 않기 위해, 품에 가둬두기 위해 꼭 끌어안았다. 쾌락을 주기 위해 몸을 흔들었다.

“더! 더 들어와 주세요!”

더 깊은 곳에 가둬두고 싶었다. 안으로 더 깊이 들어와 줬으면 싶었다. 이미 꽉 들어찼건만 두려움은 더 깊이 받아들이라며 악을 썼다.

“간다!”

신유성은 주녹정의 마음을 이해했다.

두려움을 잊기 위한 몸부림.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기에 호응했다. 신들린 허리 놀림에 음란한 살소리가 울렸다. 허나 무아지경에 빠진 두 사람은 음란한 소리를 감상할 틈도 없었다.

전력으로 질주하는 맹수처럼 신유성은 허리를 흔들었다. 숨을 참고 얼굴이 붉어질 때까지.

주녹정의 몸에는 점점 힘이 들어갔다. 깊이 들어오는 신유성을 잡기 위해.

“아흑!”

점점 희미해지던 의식이 한순간 폭발했다. 하얀 빛이 가득 차오르며 몸이 굳었다. 그 순간 신유성도 폭발했다.

좀 더 깊은 곳으로 흘러들어가는 정.

두 사람은 찰싹 붙어 떨어질 줄 몰랐다.

주녹정 이후, 나츠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른 여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하나같이 신유성을 더 깊이 받아들이기 위해 발악했다. 두려움을 잊기 위해. 신유성의 일부를 받아들이기 위해.

그렇게 계속 정사를 벌이며 신유성은 천천히 북상했다. 그리고 천진에 도착했을 때였다.

수없이 많은 상인들을 멀리서 보던 신유성은 안타까웠다.

“시장을 구경할 수 없어서 안타깝군.”

“그럴 줄 알고 준비했어요.”

매화가 웃으며 신유성을 이끌었다. 그곳은 커다란 창고였다. 창고 안에 들어가자 수많은 노점들이 보였다. 호위들의 앞에는 좌판이 벌어져있었다.

좌판 위에 놓인 상품들은 모두 시장에 있는 것들이었다.

“언제 준비한 것이냐?”

“폐하께서 혹시 보고 싶어하실까봐 준비했습니다.”

칭찬을 바라는 강아지 같은 눈빛을 한 매화. 쓰다듬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

머리에 손을 얹으니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꼬리가 흔들리는 환영이 보이는 웃음이었다.

천천히 둘러본 상품들은 특별히 신기한 것은 없었다. 그래도 돌아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시장의 모습을 최대한 구현한 모습, 그 안을 거닐다 보니 그래도 시장을 걷는 기분을 맛볼 수 있었다.

이제는 다시 사람들 속에 섞일 수 없는 몸이 되었다. 너무나 중요해서 타인의 접근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 신하들 때문이었다.

평범한 사람들과의 삶은 이제 멀어졌다. 그러니 이런 식으로 구현해보는 수밖에 없었다.

“즐거웠다.”

창고를 다 돌아본 신유성은 매화를 칭찬했다. 칭찬을 받은 매화는 환하게 웃었다.

‘다음에 또 해야지!’

칭찬을 받았으니 또 하면 또 칭찬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같은 것을 하면 식상한 법. 뭔가 새로움을 추가해야만 했다.

‘상인들에게 좀 더 많이 물건을 사오라고 해야겠어.’

좀 더 다양한 상품을 주문할 필요성을 느끼는 매화였다.

천진에서 쉰 이후 신유성은 계속 움직였다. 그리고 산해관을 지나 요동에 들어섰다. 요동을 지나게 되자 체첵과 사르나이가 조용해졌다.

잠자리에서는 쾌락의 함성을 지르며 달라붙었으나 이동하는 낮에는 조용했다.

과거를 회상하는 눈빛이었다.

“돌아가고 싶은 것이냐?”

“아닙니다. 그냥 옛날 생각이 나서요.”

체첵은 유목 생활하던 일들이 떠올랐다고 했다.

“어릴 때 살던 곳을 지나게 되니 그냥 생각나서요.”

“옛날 일은 이상하게 미화되는 것 같아요.”

체첵과 사르나이는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정말 어느 쪽이 더 좋으냐고 물으면 당연히 신유성의 곁에 있는 현재였다.

생활도 더 편하고 맛있는 것도 더 먹을 수 있었다. 더구나 신유성은 다정한 편이었다.

“그래? 그럼 내가 더 좋은 것이렸다?”

“당연하신 말씀을.”

사르나이가 몸을 꼬며 달라붙었다. 허리를 감으니 부드럽게 휘는 여체였다.

“그런데 앞으로 이곳은 어찌 되나요?”

조심스럽게 질문이 이어졌다. 이제는 대부분의 여진족들이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떠난 상황이었다.

건주 여진도, 해서 여진도 더 이상 추운 북방의 땅에 남아 있으려 하질 않았다. 오직 말을 키우는 소수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앞으로 관리를 해야지.”

‘내 땅이니까.’

신유성은 북방의 가치를 떠올렸다. 만주에서 더 위로 올라간 곳. 그야말로 사람이 살기 어려운 척박한 땅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며 버려지고 있었다. 허나, 미래의 기억이 있는 신유성은 누구보다 가치를 잘 알고 있었다.

‘비석이라도 세워놔야지.’

그냥 가서 ‘신유성 땅’이라고 비석을 세워도 될 정도로 별로 관심 받지 못하는 땅이었다.

허나, 지하자원을 생각하면 엄청난 곳이기도 했다.

더구나 장차 러시아의 땅이 되어야 할 곳은 전쟁을 치를 필요도 없었다. 그냥 가서 소유권을 주장하면 그만이었다.

‘얼른 러시아를 막아야지. 그나저나 관리를 두 사람에게 맡겨볼까?’

신유성의 야망은 끝이 없었다. 하지만 땅만 차지한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다. 땅을 관리할 필요가 있었다.

관리하지 않고 무관심해지면 결국 다른 놈들이 슬쩍 끼어들어 소유권을 주장하기 마련이었다.

그런 것을 하나하나 관리해주는 것은 신경 쓰이는 일. 적당히 다른 사람에게 관리를 맡기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었다.

“두 사람이 해줄 일이 있다.”

건주 여진과 해서 여진이 살던 땅의 관리를 체첵과 사르나이에게 맡겼다.

“땅의 관리를 맡기겠다. 그리고 다른 자들이 말을 키우고자 한다면 세금을 받아라. 할 수 있겠느냐?”

“맡겨만 주세요.”

두 여자는 환한 표정을 지었다. 고향인 곳을 맡겨 준 것만으로도 큰 은혜였다. 주는 게 아니고 관리를 부탁 받았으나 직접 관리를 하는 것이었다. 할 일 없이 노는 것보다는 더 나았다. 아울러 믿고 일을 맡겨주니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 기뻤다.

‘잘 해야지!’

두 여자는 부지런히 목장을 할 생각이었다. 말을 키워 기병은 물론 수많은 마차를 이끌 수 있도록 할 생각이었다.

“그럼 어디 보자.”

마차 안에서 두 여자는 엎드렸다. 신유성은 말 궁둥이 같이 찰진 두 여자의 엉덩이를 신나게 두드렸다.

쌍두마차는 신나게 달렸다.

“이제 곧 압록강이 나올 겁니다.”

압록강을 넘으면 평안도로 들어서게 된다. 그러자 갑자기 신유성은 돌아가기가 싫어졌다.

“멈춰라.”

이유? 간단했다.

‘이제 가면 또 언제 나오지?’

이번에는 정말 들어가면 나오기 힘들게 생겼다. 암살 미수 사건까지 터져서 신하들의 불안은 극에 달한 상황이었다.

아무도 접근하지 않는 요동에서도 신페이는 수시로 정찰을 내보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접근을 철저히 막았다. 가는 길에 마을이 있으면 마을을 잠시 비워달라고 할 정도로 민감하게 굴었다.

‘애를 얼른 많이 낳게 해야 해.’

신유성은 잠시 멈추고는 열심히 밤일, 야근에 몰두했다.

야근을 잘 하기 위해선 힘이 좋아야 했다. 매일 같이 올라오는 정력에 좋다는 음식을 먹으며 신유성은 힘을 발산했다. 일을 했다. 열심히 밤마다 일했다.

“으으으응!”

함께 야근을 하게 된 레이는 연신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신음을 흘렸다. 항상 조용히 신유성을 바라보는 것과 달리 야근을 할 때는 화끈했다. 질척이는 몸을 더욱 밀착시키며 허리를 흔들었다.

신유성이 고개를 내려 입맞춤을 하자 빨판처럼 달라붙었다.

입맞춤을 하던 신유성은 상체를 일으켰다. 그러자 레이는 딸려서 일어나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절대 떨어지지 않았다.

아예 일어서니 그대로 달라붙어서 허공에 들렸다. 놓지 않으려는 의지가 그대로 행동으로 나타난 것.

신유성은 게르 안을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그러자 레이의 콧바람이 더욱 거세졌다. 그러다 절정에 다다르자 결국 입을 떼고는 신음을 내질렀다.

‘큭!’

처음 신유성과 잠자리를 했을 때와 달리 레이의 몸 안은 엄청난 힘을 발휘했다. 신유성을 기쁘게 해주고자 열심히 단련한 레이의 안은 엄청난 힘으로 조여들었다.

레이가 절정에 달해 신음을 내지를 때 신유성의 다리는 살짝 후들거렸다.

‘질 수 없다!’

힘을 주어 하늘을 향해 강하게 찔렀다. 순간 폭발하는 하얀 용암!

뜨거운 기운이 레이의 안을 가득 채웠다.

“아앙!”

레이는 더 힘을 주었다. 하얀 용암을 모두 빨아들이기 위해.

절정 속에서 모든 것이 하얗게 변했다.

꼭 차가운 것만이 하얀 것이 아니었다.

뜨거운 세계도 얼마든지 하얗게 변할 수 있었다.

하얀 재가 가득한 세상에서 신유성은 털썩 주저앉았다.

미적미적. 신유성은 하루에 1리 이상 움직이질 않았다. 시간이 좀 지나자 하얀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아무도 신유성을 말리지 못했다. 궁으로 돌아가면 나오지 못하게 될 운명임을 직감하고 있었으니까. 신하들도 재촉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모든 업무는 다른 이들이 다 알아서 처리하고 있었다.

신유성이 할 일은 잉여롭게 남아도는 힘을 어떻게 쓸 것인가 정하는 정도였다.

이제는 큰 문제가 없는 신국이었다.

해금령은 완전히 폐지된 것과 마찬가지. 일본 지역과 한반도는 수많은 상인들이 움직였다. 엄청난 물량이 바다를 통해 오고가며 부를 낳고 있었다.

이렇게 쌓인 부의 일부는 차곡차곡 조정과 신유성에게 넘어왔다.

일본 각지의 영주들은 그야말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황금기를 맞이했기 때문이었다.

한반도의 사정은 눈에 띄게 개선되었다. 굶어죽는 이들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풍년이 오지 않았으나 다들 행복해했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었기 때문이었다.

농사지을 땅이 없으면 상인이 되면 된다. 머리가 나빠서 상인이 되기 힘들면 배라도 타면 된다.

일자리는 널려 있었다. 군인이 될 수도 있었다. 약초꾼 같은 이들은 오히려 더욱 대접 받았다. 약초 지식을 이용해 약초밭을 만들자 조정에서 권리를 보호해주기까지 했다.

중원의 사정도 좋아지긴 마찬가지였다.

탐관오리들이 몽땅 사라졌다.

저항 세력을 잡으려는 이에야스를 비롯한 정보원들은 돈을 조금이라도 빼돌리면 무조건 의심부터 했다. 그러다가 잡게 된 것이 비리를 저지르는 하급 관리들이었다.

탐관오리들의 정보가 있는데 이를 두고 볼 이이가 아니었다.

나라를 좀 먹는 이들이라며 몽땅 함경도로 보냈다. 이유는 간단했다. 함경도에 아오지라고 하는 탄광이 생겼는데 여기 일이 그렇게 힘들다고 소문이 났기 때문이었다.

탐관오리가 사라지니 백성들의 삶은 한결 편해졌다. 수탈하는 자만 없어도 삶이 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중원 또한 황제가 바뀌었음에도 빠르게 안정되어가고 있었다.

수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으나 신유성이 모든 일을 직접 나서서 결정하지 않았다.

조직이 크면 클수록 주인 되는 자가 모든 것을 전부 다 결정하려 들면 일이 밀릴 뿐이니까.

그렇기에 신유성은 한양으로 돌아가는 길을 늦추고도 큰 문제에 직면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하루에 1리.

그 이상 가지 않았다. 그렇게 속도를 늦추는 와중에 결국 눈이 오기 시작했다.

눈이 펑펑 내리는 상황이 되자 추위가 닥치는 것은 당연한 일.

“으으으음.”

많은 이들이 추위에 떠는 것을 보자 신유성은 마음이 조금 약해졌다.

“내일은 강을 건너겠다.”

결국 신유성은 빨리 돌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여자들을 한꺼번에 불러들여 한꺼번에 안았다. 여자들은 연신 즐거운 신음을 흘리며 신유성에게 안겼다.

허리가 뻐근해질 때까지 정사는 이어졌다.

여자들이 모두 함께 임신하게 된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의 일이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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