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신의 유희-126화 (126/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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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행

궁으로 돌아오게 되자 매화는 자신의 아버지, 돌쇠를 찾았다. 예전에는 노비였으나 이제는 아무도 그런 사실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매화의 아버지 돌쇠는 이제는 어엿한 상인으로 한양에서 한 자리 하고 있었다.

“아버지. 부탁이 있어요.”

“말씀하시지요.”

이젠 매화의 신분이 범상치 않게 되었다. 그래서 돌쇠는 딸에게도 존대를 했다.

“폐하를 위한 건물을 짓고 싶어. 천하의 모든 물건을 진열하고 볼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해요.”

매화는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제는 더 이상 시장 같은 곳을 돌아다닐 수 없는 신유성을 위한 일이었다. 경호 문제를 생각하면 신유성이 낯선 사람들과 접촉하는 것 자체를 막아야만 했다.

‘앞으로는 더 위험한 일이 많이 벌어질 수 있어.’

암살자들은 연막탄을 썼다. 하지만 만약 화약을 구해 배에다 설치했다면?

배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렸을 것이다. 장강에서 익사할 수도 있었던 것이었다.

이 문제는 모든 신하들이 공감하는 내용이었다. 이 때문에 경호 인력이 더욱 많이 배정되었다.

변수를 최대한 줄여야만 했다. 하지만 신유성은 자유를 즐겼다. 여행의 막바지에 질질 시간을 끌며 일정을 늦춘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계속 가둬둔다면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는 알 수 없었다.

‘또 전쟁을 벌이실지도 몰라.’

그리고 전쟁에 문제가 생겼다면서 튀어나갈 것이다.

그것만은 막아야만 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신유성만을 위한 시장이었다.

매화가 구상한 것은 상당한 크기의 건물이었다. 창고가 아니라 성이라고 불려도 좋을 정도였다.

허나, 돈에 구애받을 두 사람이 아니었다. 매화와 돌쇠에게는 엄청난 돈이 있었다. 돌쇠는 상인이 된 이후, 상회를 직접 만들었다.

매화의 아버지인 돌쇠가 상회를 만드니 그 밑으로 상인들이 저절로 모였다.

황실에 물건을 납품하는 것만으로도 거금을 만질 수 있으니까. 그것이 아니더라도 돌쇠에게 찍히면 한양에서 장사하기는 힘들었다.

황제의 여자를 딸로 둔 돌쇠에게 찍히면 다른 상인들이 멀리하기 때문이었다. 괜히 찍힌 놈 옆에 있다가 날벼락을 맞을까 피하는 것이었다.

사람이 모이니 힘이 생겼다. 그리고 자본이 모였다. 이를 계기로 돌쇠는 여러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염전.

대규모 염전을 갖게 되자 거금이 흘러들어왔다. 이어서 여기 저기 사업을 할 때마다 성공했다. 성공한 이유는 바로 신유성의 이야기를 들은 매화의 조언 덕분이었다.

매일 같이 정사를 치르면서 말 한 마디 안 하는 것이 아니기에 대화할 시간은 많았다. 진한 정사 이후 품에 안겨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사업 얘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럴 때 신유성이 한 마디씩 조언해준 것들은 성공의 밑거름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돌쇠는 돈이 많았다. 호화로운 생활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낭비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모아놓은 돈은 매화를 위해 쓰게 될 날이 오게 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여자들에 비해 매화는 배경이 약했다. 가진 것도 별로 없었다. 그러니 돌쇠는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성공한 이후에도 크게 낭비하는 일은 없었다. 기생을 찾아가 하룻밤 노는 정도가 돌쇠의 사치였다.

첩을 들여도 됐지만 그러지 않았다. 행여나 매화에게 악영향을 미칠까 싶어서.

‘이제 돈을 쓸 때구나!’

상당한 크기의 건물이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가치가 있었다. 돌쇠는 바로 건축 허가를 받기 위해 움직였다.

허나, 허가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 황궁과 멀지 않은 곳에 큰 건축물이 들어서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하면 허가를 받을 수 있냐고?”

매화의 질문을 받은 신유성은 고민을 했다. 신유성의 말 한 마디면 금방 허가가 떨어진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일을 진행하게 할 순 없었다.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신유성이 마음대로 해버리면 나중에 사람들은 이지번이 아닌 신유성에게 청탁하기 위해 줄을 서게 되니까.

이지번을 비롯한 조정의 업무 영역을 침범하게 되면 결국 조정의 권한이 줄어들고 일을 하기 힘들게 된다.

신유성의 측근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은 조정을 무시하고 신유성에게 매달리게 될 테니까.

이러한 상황을 신유성은 원하지 않았다.

“그건 좀 생각해봐야겠다. 조정에서도 생각이 있어서 그런 거니까.”

신유성은 기다리라고 답했다.

다음 날, 이지번은 신유성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리고 문제점에 대해 들었다.

“대규모 공사입니다. 황궁의 경호가 약화될 우려가 있습니다.”

성과 같은 건물이었다. 하루 이틀 만에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황궁 주변에 엉뚱한 이들이 자주 드나들게 되면 경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허가를 쉽게 내줄 순 없었다.

“그렇군.”

이지번의 말도 일리가 있기에 억지를 부릴 순 없었다.

“그럼 인부들을 관리할 순 없는 건가?”

“그렇게 한다면 좋지만 이를 위해 따로 관리를 뽑는 것은 곤란합니다.”

공사를 위해 공조의 관리를 더 뽑게 되면 결국 공사가 끝난 뒤에는 놀고먹는 이들이 늘어나게 된다. 이지번은 관리가 놀고먹는 꼴을 볼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럼 이렇게 하지.”

신유성은 건설 회사를 만들도록 했다. 그리고 그러한 회사들을 관리할 부서를 공조에 만들게 했다.

이렇게 해서 돌쇠는 건설 회사를 차리게 되었다. 앞으로 어마어마한 부를 거머쥐게 사업의 시작이었다.

한양으로 돌아온 이에야스는 새로운 건축 공사 이야기를 듣고 감탄했다. 엄청난 크기의 건물이 들어서게 되기 때문이었다.

‘나는 아직 멀었구나.’

이제 거의 완성 단계에 들어간 자신의 건물을 보며 이에야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 부술 수도 없고.’

신유성을 따라 중원을 돌아보며 더 큰 세계를 보게 되었다. 웅장한 산과 건축물들을 보자 더욱 더 큰 것에 대한 욕망이 샘솟았다.

하지만 이미 완성된 건물을 쓰지도 않고 허무는 것은 낭비였다.

‘일단 장사라도 해보자.’

결국 이에야스는 단팥빵과 여러 가지 음식을 파는 회관을 열었다.

고급스러운 회관은 금방 입소문을 타고 한양의 부자들에게 알려졌다. 일반인은 문턱을 넘지도 못할 정도로 비싼 가격의 음식을 판다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모리 모토나리는 한양에서 열심히 장사를 했다. 그리고 신유성이 명나라와 전쟁을 할 때는 열심히 무기를 공급했다.

덕분에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었다.

“보았느냐? 폐하의 뜻을 열심히 뒤쫓는 것만으로도 부자가 될 수 있다.”

모토나리의 아들, 다카모토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모토나리의 말대로 하니 돈이 굴러들어왔다. 숨만 쉬는데도 마구 불어났다.

자고 일어나면 불어나서 깜짝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신유성의 군대는 어마어마한 양의 물품을 소모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사략 해적들도 대량의 무기를 소모했다. 이는 어느 한 영지에서 모두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무기 사업에 뛰어든 모토나리는 양질의 무기를 공급하며 대량의 무기를 팔아치웠다.

무기만이 아니었다. 식량을 비롯한 소모품을 팔았다. 그리고 거금을 쥐었다.

신국의 영주가 되기 전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

이제 용정차를 물마시듯이 아무 때나 마실 정도의 재력이 생긴 것이었다.

만약 누군가 과거로 돌아가겠느냐고 묻는다면 목을 베어버릴 정도로 지금이 좋은 다카모토였다.

“요즘 보니 큰 건물을 짓는 것이 유행할 것 같다.”

모토나리는 돈 냄새를 맡았다. 부자들이 모여서 먹고 즐길 수 있는 이에야스가 지은 고급 회관, 그리고 매화의 아버지인 돌쇠가 회사까지 만들어 짓기 시작한 거대한 성.

한양에 새로운 돈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을 느낀 모토나리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우리도 회사를 만들어 등록한다.”

“아버지? 설마 그 분과 경쟁하실 건가요?”

“아니다. 우린 자재를 공급한다.”

건설 회사를 만드는 대신 모토나리는 고급 자재를 파는 회사를 만들기로 했다.

“장인들을 모아라. 그리고 고급 자재라고 생각되는 것을 사들여라. 우리가 계약을 맺으면 돈이 들어온다. 알겠느냐?”

“명심하겠습니다.”

인력은 영지에서 수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재 공급은 영지에서만 할 순 없었다. 자재라는 것은 원자재를 가공해야 하는 것.

“장인들이 정보를 줄 것이다.”

한양에서 시작된 건설 바람은 상계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에야스의 고급 회관에는 사람이 끊이질 않았다.

한양에서 돈 좀 있다는 이들이 모여들었기 때문이었다. 고급 회관이 제공하는 것은 단순한 식사 같은 것이 아니었다.

여러 가지 볼거리까지 제공했다. 상인들을 통해 여러 재주꾼들을 모아 공연을 했다. 묘기를 보이기도 했고 노래를 부르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압권은 바로 연극이었다.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 연극을 보였다. 연극 중에는 적절히 음악까지 흘러나왔다.

“흑흑.”

슬픈 연인의 사랑 이야기가 이번 연극의 핵심. 여기저기서 눈물을 흘리는 여자들이 있었다. 감성이 예민한 남자들도 눈물이 흐르려는 것을 이를 악물고 꾹 참았다.

이후 연극이 끝나자 식사 시간이 이어졌다. 식사는 모두 황궁에서 먹을 수 있는 고급 요리들이었다.

황궁과 연이 깊은 이에야스는 황궁 숙수들과도 연줄이 있었다. 이들을 통해 회관의 요리사들을 교육 시켰을 정도였다.

“참으로 훌륭한 맛입니다.”

연극을 보고 고급 요리를 맛보았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식사가 끝났다고 그냥 집에 돌아가는 것은 아니었다.

회관 한쪽에 마련된 여러 개의 방에 각자의 목적에 맞춰 들어갔다. 술을 마실 사람들을 술을 마시고 차와 후식을 즐길 사람은 다른 방에 들어갔다. 여자들은 또 여자들만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뭉쳤다.

회관은 자연스럽게 돈 많은 이들의 사교 장소가 된 것이었다.

이용료는 상당히 비쌌다. 하지만 회관에 드나드는 이들은 그만한 경제력이 있었다. 오히려 아무나 드나드는 곳이었다면 찾지 않았을 것이다.

회관의 손님으로 드나드는 것도 신분이 확실한 사람이 아니면 드나들지 못했다. 이렇다보니 돈이 많은 이들은 회관의 회원이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쓸 정도.

회관의 회원들은 자신들이 회원이란 사실에 자부심을 가질 정도였다. 그리고 같이 모여 대화를 나누며 사업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그나저나 요즘 폐하가 관심을 보이시는 것은 무엇인지 들어봤나?”

“요즘에는 광산 개발에 힘을 쓰고 계신다고 합니다.”

“광산이라. 하긴 그럴 만도 하지.”

나라가 커졌으니 철이 더욱 많이 필요해졌다. 또한 은과 금과 같은 귀금속도 많이 필요했다. 지금까지는 전쟁으로 개발을 제대로 못했으나 이젠 사정이 달라졌다.

수많은 노예들이 전쟁으로 생겨났다. 신유성은 이들을 투입해 한반도를 중심으로 광산을 개발하는 중이었다.

회관의 회원들은 입맛을 다셨다. 광산 개발은 오롯이 황제의 권리였다. 신유성이 모든 지하자원을 자신의 것으로 선언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이 끼어들 틈은 전혀 없었다. 만약 몰래 광산을 개발했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갈 수 있었다.

“그리고 또 뭐 없으신가? 황후마마는 어떠신가?”

“그 분은 그냥 꽃밭을 가꾸고 계신다던데.”

주녹정은 꽃밭을 가꾸었다. 한 겨울에.

가능한 이유는 단 하나, 유리로 온실을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그 온실이란 곳이 정말 대단하긴 합디다. 나도 집에 한 번 만들어봤는데.”

한 겨울에도 식물을 키울 수 있었다. 이는 돈 많은 부호들을 자극했다. 덕분에 유리를 제조하는 장인들은 돈을 상당히 벌 수 있었다.

“난 온실에서 목욕도 해봤네. 기분 좋더만. 밖에는 눈이 쌓여있는데 안은 훈훈하고. 뭐라 말 못하겠네. 거기에 술도 한잔 걸치고 미녀를 안으면! 크으!”

남자들의 음담패설이 한동안 이어졌다. 그러다 대화는 다시 돈벌이로 돌아왔다.

“그나저나 건설 회사 이거 정말 돈이 될 겁니다. 모토나리 그 양반이 뛰어들었으니까 확실합니다.”

“그렇지. 그 양반 전쟁 때도 한 몫 단단히 잡았었지.”

“그럼 나도 하나 만들까?”

“그러지 말고 우리도 힘을 모아서 해봅시다.”

회관의 회원들은 의기투합했다. 그렇게 해서 지분을 나눠 갖는 회사를 만들었다. 이제 지분을 나누는 회사 같은 것은 그다지 이상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신유성이 상업을 장려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었다.

돈이 있다고 모두 사업에 재능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사업에 재능이 있다고 모두 돈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부족한 것이 있는 이들이 힘을 합치면 더 큰 이익을 추구할 수 있었다.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

결국 회관의 회원들도 건설 회사를 만들기로 했다.

건설 회사 이야기는 순식간에 퍼졌다. 한양의 동향에 귀 기울이는 이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일본 지역에서는 여러 영주가 건설 회사를 등록하도록 했다.

집을 짓는 장인들도 결국 상인들과 하나가 된 것이었다.

어쨌거나 건설 회사가 만들어지자 일본 지역에서는 건물을 짓고 길을 만들어서 돈을 벌었다. 그리고 회사를 차리게 되자 자연스럽게 회사들 간에 경쟁이 생겼다.

영주들은 서로 자기 영지의 회사가 더 뛰어나다고 자랑했다.

그러다가 경쟁이 붙었다.

“누가 더 빨리 탑을 쌓는지 해봅시다.”

건설 경쟁이었다.

빠르게 지으면 부실 공사가 생길 수 있었다. 사람이 죽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돈의 힘은 이 모든 것을 뛰어넘게 했다.

건설 인부들도 돈을 많이 벌 수 있으니 뛰어들었다.

경쟁이 생기자 건축 기술이 더욱 빨리 축적되었다. 또한 건축 장인들은 특급 대우를 받게 되었다.

잡부는 쉽게 구해도 장인은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장인들 없이 지은 건물에는 하자가 많이 생기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우를 해줘야만 했다.

신유성은 건설 경쟁이 붙는 것에 부채질을 했다.

“각 지역에서 최고의 회사를 뽑아라. 그리고 지역 최고들끼리 모여 최고의 회사를 뽑아라. 다음 건물은 최고의 회사에게 맡기겠다.”

딱히 만들겠다고 생각한 건축물은 없었으나 상관없었다. 그런 건 나중에 가서 생각해보면 되니까.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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