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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신의 유희-127화 (127/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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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진출

남사고는 해로를 개척했었다. 신국이 명나라와 전쟁을 하는 동안에도 꾸준히.

사할린에서 계속 해안선을 따라 움직여 캄차카 반도까지 작은 어촌을 하나씩 개척해나갔다. 어촌이라고 해도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탐험을 위해 보급을 하고 쉴 수 있는 장소를 만든 것뿐이었다.

지원은 충분했다. 이지번과 신페이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준 덕분이었다. 그리고 인적 자원은 북해도의 아이누가 나서서 해결해주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됩니다.”

빛나는화살의 말에 남사고는 웃었다.

두 사람이 만나게 된 계기는 한글이었다.

빛나는화살은 한글을 전파하고 다녔다. 사할린을 비롯해 말이 통하는 아이누들에게 전했다.

좋은 것이 있으니 나눈다.

순수한 의도였다.

대부분의 아이누들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퍼진 한글은 사할린의 아이누에게도 전해졌었다. 그것을 남사고가 본 것이었다.

남사고의 입장에서는 흥미가 생기는 일이었다. 그렇게 조사를 하다가 빛나는화살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돌아가면 단팥빵을 사겠습니다.”

“하하!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이야기입니다.”

빛나는화살은 조선어를 빠르게 익혔다. 의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남사고와 만났을 때는 수준급으로 얘기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이야기를 하다가 탐험 이야기가 나왔다. 그리고 빛나는화살이 젊은이들과 함께 합류했다.

새로운 땅을 향해 나아가는 모험이란 말에 응한 것이었다.

그렇게해서 만들어지게 된 것이 바로 어촌이었다. 캄차카 반도에서는 배로 하루거리에 하나씩 어촌을 만들었다. 그리고 각 어촌에서 배로 오가며 릴레이식으로 보급을 했다.

추운 곳에서 생선을 잡는 어선들도 있었다.

하지만 겨울에는 정말 추워서 비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겨울을 지내기에는 조건이 나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여름은 겨울에는 중지되었다.

임시 어촌을 개척하며 겨울에는 쉬었다. 그렇게 부지런히 오가면서 조금씩 나아가다보니 탐험 속도는 느렸다. 하지만 무엇보다 목숨이 중요했다.

급하다고 단숨에 멀리 가려 했다가 길을 잃는다면 죽음이 기다릴 뿐.

남사고는 인내를 가지고 천천히 전진했다.

그리고 드디어 베링해를 건너게 되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육지다! 육지가 보인다!”

선원들은 전원 솜씨 좋은 아이누 청년들이었다. 모험심 강하고 항해를 좋아하는 이들이 탐험에 나선 것이었다.

갤리온은 결국 베링해를 건넜다.

아메리카에 도착한 것이었다.

“여기에 어촌을 만들죠.”

기쁨은 잠시, 남사고는 계속 할 일을 해나가며 지도를 작성했다. 그리고 잠시 보고를 위해 한양에 들렸을 땐 1561년이었다.

“폐하, 드디어 아메리카를 찾은 것 같습니다.”

남만인들이 말하던 아메리카를 찾은 것 같다는 말에 신유성은 엉덩이를 들썩였다.

“뭣이? 정말인가?”

“드디어 진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하하하! 장하다! 훌륭하다! 최고다!”

신하들은 영문을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남사고의 보고에 나온 땅은 사람이 살기 힘든 곳일 뿐이었다.

막대한 자금을 들여 개척하는 의미는 별로 없어보였다. 그래도 막지 않는 것은 황제인 신유성의 의지 때문이었다.

어차피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이제 못사는 나라도 아니었다.

신유성이 탐험에 쓰는 돈은 전체로 따지면 얼마 되지도 않았다. 신유성이 딱히 사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 돈이 계속 쌓이고 있을 뿐이었다.

돈을 모아놓고 쓰지 않게 되면 시중의 돈이 마르게 된다. 그러니 신유성은 소비해야했다. 돈을 팍팍 써주며 경제를 활성화 시켜야만 했다.

은광이 있다고 돈을 마구 찍어내면 은화의 가치가 떨어진다. 하지만 시중에서 돌다가 세금으로 걷혀 신유성의 손에 들어오는 은화들은 써야만 했다. 시중에서 돌다가 손에 들어온 은화를 계속 쥐고만 있으면 시중의 은화가 줄어들게 돼서 품귀 현상이 일어난다.

돈이 귀해지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돈을 풀어버리면 시장에 혼란이 생기게 된다. 그러니 신유성은 손에 들어온 은화는 적당한 선에서 계속 써주었다.

돈을 써서 사회를 이끌어가는 것이었다.

“아메리카의 원주민은 만나보았나?”

“아직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임시로 사용하는 어촌을 만들고 바로 돌아왔습니다.”

“나도 가보고 싶구나!”

“폐하! 불가합니다!”

“차라리 소신을 죽이고 가십시오!”

신하들은 대번에 반대하고 나섰다. 얘기를 듣기만 해도 굉장히 위험해 보이는 항해였다. 그런 곳에 신유성을 보낼 순 없는 일이었다.

“알았다. 안 가면 되지 않나?”

한숨이 절로 나왔다.

‘미국 땅 밟아보나 했더니.’

가도 그곳에 대도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개척자의 입장에서 눈에 담아두고 싶기는 했다.

‘내가 증기선 꼭 만든다.’

신유성은 이를 악물었다.

증기선이 있다면 많은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었다.

증기선을 만들기 위해선 증기기관이 필요했다. 그리고 증기기관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선 석탄 광산이 필요했다.

‘아, 이거 만들어도 쓰기 힘들겠네.’

함경도에 석탄 광산이 하나 개발되고 있었다.

아오지 탄광.

죄수들을 이용해 개발한 이곳에서 생산된 석탄은 대장장이들이 사용하며 연구에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생산량은 꽤 좋았다.

‘일단 증기기관을 만든다! 도전!’

처음부터 대단한 것을 만들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솔직히 낭비에 가까운 일이 될 터였다. 하지만 도전 자체에 의미가 있었다. 도전하지 않고는 기술이 나아질 수 없다.

신유성은 장인들을 불렀다.

“네? 이걸 만들라고요?”

“그렇다. 만들어라.”

간단한 증기기관은 얼마 지나지 않아 완성되었다. 화승총을 만들 정도의 기술이 있기 때문에 증기를 이용해 바퀴를 회전시키는 정도의 증기기관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더구나 현재 공조는 최고의 장인들이 모인 집단이 되었다.

아무리 글공부를 많이 했어도 기술이나 지식이 없는 자들은 공조에 몸을 담기가 어려웠다.

뭔가 만드는 분야에서는 신국 최고의 기술자들이 모인 곳이 바로 공조였다.

황제를 위해 일하는 곳이라 경쟁은 그 어느 곳보다 치열했다.

중원과 일본 그리고 한반도의 천재들이 모였는데 증기기관 하나 못 만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완성 했습니다.”

일주일이 가기도 전에 만들어냈다. 그야말로 공조 전체가 다른 일을 미루고 달라붙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이 주문했으면 이렇게 빨리 만들 일도 없었다.

만들어진 증기기관은 그렇게 힘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정말 바퀴를 천천히 회전시키는 정도의 물건일 뿐이었다.

“증기의 힘을 이용하면 이런 일이 가능해진다. 그렇다면 이 바퀴를 더욱 빨리 많이 회전시킬 수 있다면 무엇이 가능하겠는가? 말 없는 마차가 가능해진다. 돛 없는 배도 가능해진다. 그리고 물레를 빨리 돌릴 수 있으니 면포 생산도 더 효율이 올라갈 것이다.”

신유성의 말에 공조의 장인들은 상상의 나레를 펼쳤다. 그리고 힘없이 돌아가는 증기기관을 보며 눈을 빛냈다. 옆에서 설명을 듣던 이지번의 눈도 빛났다.

자리했던 모든 이들의 눈이 빛났다.

‘돈!’

그렇다 돈, 머니가 보였기 때문이다.

신유성이 또 다시 길을 연 것이었다. 새 시대가 열릴 수 있는 것이었다.

“나무보다는 석탄을 이용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나무는 한 번 잘라내면 자라는데 시간이 걸리니까. 하지만 이러한 물건을 사용하는 것은 꼭 공조의 허가를 받아야만 할 것이다.”

“그것은 어찌 된 연유입니까?”

“석탄이 타면서 나는 연기가 몸에 그리 좋지 않은 것 같다. 의조에서 이를 조사하도록.”

이지함이 고개를 숙이고는 증기기관을 노려보았다.

공조에서는 이에 가슴이 살짝 서늘해졌다. 이지함이 금방이라도 증기기관을 박살낼 것만 같았다. 그래서 뭐라고 하고 싶었으나 입을 열지는 않았다.

의조도 황명을 받은 것이니 어떻게 할 순 없었다.

‘앞으로 의조에서 자꾸 걸고넘어지겠군.’

그렇지 않아도 의조에서는 건강에 관련된 일을 조사하느라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녔다. 어디서 누가 아프다고 하면 사람이 찾아가 아프게 된 원인을 찾을 때까지 조사하고 다녔다.

그리고 원인을 찾으면 의조의 힘을 이용했다. 장인들의 경우에는 의조에서 자주 찾아와 경고하는 것을 들어야만 했다.

“철광석에서 철을 뽑아내는 일. 더 좋은 철을 생산하는 일. 모두 중요하다. 기본적인 것들이 발전했을 때 더 강한 증기기관이 만들어지리라 본다.”

신유성은 떡밥을 던지고는 뒤로 물러났다. 사실 이것 이상 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었다.

한양은 금방 시끄러워졌다.

이에야스의 고급회관에 모인 이들은 식사하면서 증기기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니까 그걸 이용하면 돛 없는 배가 가능하다고요?”

“물레를 돌릴 수 있다니까. 정말 제대로 만든다면 엄청나게 면포를 생산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면포는 사람이 짰다. 그렇기에 느렸다. 그리고 생산량이 적은만큼 가치가 있었다.

허나, 면포를 사람이 아닌 기계가 자동으로 짠다고 생각하자 사람들의 상상은 춤을 추었다.

‘불만 계속 지피면 돌아가는 거야? 쉬지 않고?’

‘막 빠르게 만들면?’

‘하루에 얼마나 만들 수 있을까?’

돈 냄새가 났다.

그래서 한양의 대장간에서 증기기관을 만들기 위해 연구에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대장간에서 석탄을 사용하자 의조가 나섰다.

“한양에서 석탄 사용 금지입니다.”

“왜!”

“폐하께서 석탄의 연기가 몸에 해로울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니 한양에선 금지입니다.”

석탄의 연기가 황궁을 덮는다? 이지함을 비롯한 의조의 관리들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사악한 것을 쫓아내기 위해 온갖 제사를 지내도 부족한 판이었다. 그런데 해로운 연기가 황궁으로 향할 수 있다는 데 내버려 둘 리가 없었다.

의조의 관리 뒤에는 금위군이 서 있었다.

금위군에서도 협조한다는 소리였다.

결국 증기기관을 연구하기 위해 수많은 이들이 함경도 나진으로 향했다. 나진은 함경도의 광산에서 모은 각종 지하자원이 모이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신유성이 만들었던 항구로 유명한 것도 있었다.

인근의 지하자원이 모이는 곳이기에 대장간을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무엇보다 나진에는 이미 수많은 대장간이 존재하고 있었다.

한양의 갑부들이 움직이자 나진의 경제는 더욱 활성화 되었다.

증기기관은 곧바로 치워졌다. 이지함이 치워버렸다. 신유성은 좀 더 가지고 놀고 싶다고 했으나 통하지 않았다.

“몸에 해롭다 하셨습니다. 황궁에 두어선 안 될 기물입니다.”

이지함은 연기가 몸에 나쁘다는 생각에 화승총을 비롯한 화약들까지 전부 한양 밖으로 치워버리고 싶었지만 이것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무기는 황궁의 방어를 위해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금방 만든 물건이 치워지니 신유성은 갑자기 할 일이 없어졌다. 내정에 관해선 신유성이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 그러니 시간이 남아돌았다.

이지번도 딱히 신유성에게 성리학을 공부할 것을 강요하지는 않았다.

갑자기 한가해진 다시 아메리카에 관심을 쏟으려 했다. 하지만 개척이란 것이 계속 닦달한다고 금방 되는 것은 아니다.

남사고는 또 다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심심해진 신유성은 사냥개를 찾았다.

대령된 것은 풍산개였다.

덩치도 크고 전투력도 막강한 것이 바로 풍산개였다. 몇 마리 풀어놓으면 호랑이도 잡을 정도.

허나, 신유성 앞에 오게 된 풍산개는 이를 드러내기는커녕 꼬리를 흔들었다.

“옛다.”

싱싱한 생닭은 오직 신유성을 만날 때만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생닭을 다 먹고 나자 다시 꼬리를 흔들며 신유성의 주변을 맴돌았다. 놀라달라는 뜻이었다.

“김백구. 내가 좋지? 그치?”

풍산개에게 성까지 붙여준 신유성이었다.

“김백구. 나랑 그렇게 놀고 싶어? 자! 가자!”

신유성은 달렸다. 그러자 김백구도 달렸다. 신유성은 김백구를 피하며 손을 흔들었다. 손에는 가죽으로 만든 공이 들려 있었다. 김백구의 시선은 공을 쫓았다.

“잡아라!”

가죽공을 던지다 김백구는 달렸다. 어찌나 잽싸게 달리는지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공이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따라간 김백구는 힘차게 뛰어올랐다. 그리고 공을 받아냈다.

‘나이스 캐치!’

문득 외야수의 멋진 수비를 떠올린 신유성은 감탄하다 생각했다.

‘야구나 할까?’

생각해보니 못할 것도 없었다.

‘그래, 아메리카 진출 기념이다.’

여유가 생긴 신유성은 야구를 보급해보기로 했다.

그 사이 김백구는 가죽공을 물고와 꼬리를 흔들었다.

“잘했다.”

칭찬의 의미로 이번에는 생닭을 한 마리 더 던져주자 김백구는 신이 나서 뜯어 먹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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