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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진출
북해도.
아이누들은 최근 들어 큰 변화를 겪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젊은 세대의 이탈이었다.
“우리도 신국이 되자고요. 신국이 되면 얼마나 좋은데. 우리 애들도 학교에 보냅시다.”
신유성은 아이누에게 특별히 뭔가 강요하지는 않았다. 다만 처음 시작했던 여관 사업과 우호적인 교류를 계속 유지하도록 했을 뿐이었다.
처음에는 거래가 끝난 뒤 여관에서 놀고 가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다 점점 소문이 나자 아이누족은 점점 더 왕성하게 교류했다. 돈이 되는 것을 가지고 와 팔고서는 여관에서 먹고 놀고 돌아갔다.
집도 북해도 주민들과 같은 방식으로 짓기 시작했다. 그리고 계속 교류를 하자 문물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흡수된 것은 문물만이 아니었다.
의식까지도 흡수되었다.
더 큰 국가. 더 많은 기회.
젊은 아이누 청년들에게는 상당히 자극적인 이야기들이었다. 특히 신유성의 이야기가 퍼지자 아이누 청년들은 신유성의 신의 자식일 거라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신유성을 신이라고 믿고 자란 신페이의 영지민들. 신유성이 신의 자식이라고 말하는 아이누 청년들.
이 둘이 만나자 격렬한 반응이 일어났다. 둘은 급격하게 가까워졌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었다. 아이누 청년들은 조선어를 배우고 공부했다. 신국의 학교에서 배우는 과정을 배우며 세상을 알게 되었다.
세상은 굉장히 컸다. 그리고 다양한 사상을 알게 되었다.
아이누 청년들은 부족을 이탈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적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탈했던 아이누 청년들이 여관을 운영하며 즐겁게 사는 모습이 다른 이들에게 알려졌다.
부러워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더구나 여관을 운영하게 된 청년들은 공부를 열심히 했다. 그리고 점점 성공했다. 신국의 사람이 되더니 즐겁게 살고 있었다.
사냥을 하지 않고도 편히 먹고 살았다. 하는 일은 아주 단순했다. 그런데도 잘 먹고 잘 살았다. 이해가 안 됐다.
그렇게 나이가 든 이들도 점점 신국에 빠졌다.
결국 빛나는화살의 부족은 신국의 사람이 되었다. 신페이는 계속해서 도움을 주었다. 더 많은 여관을 만드는 것을 도왔다. 문명의 이기를 나누었다.
삶이 편해지니 아이누족은 점점 흡수되었다. 그렇다고 아이누의 지식이 다 사라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신페이는 모든 것을 기록하도록 했다. 그리고 배우도록 했다.
지식은 정리되었다. 아이누의 사냥 지식은 상당했다. 또한 나름대로 의학적 지식도 있었다. 이 또한 도움이 되었다. 약초나 식물에 관한 지식이 있었던 것이었다.
더구나 변화에 불이 또 붙게 된 사건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남사고의 탐험대였다.
“그러니까 정말 거기를 건넜다고요?”
“그래, 건넜지. 그랬더니 또 땅이 나왔어. 말에는 거기도 사람이 많이 산다고 하더라고.”
“나도 한 번 가보고 싶네요.”
탐험대에 지원자가 넘쳐났다. 탐험대는 수입이 좋았다. 대우도 좋았다. 불편한 점은 많았지만 아이누 청년들은 추위에 금방 적응했다. 특히, 캄차카 반도에 살던 아이누들은 적극적이었다. 북해도의 아이누는 신국의 백성이 되는 속도가 느렸지만 사할린과 캄차카 반도의 아이누는 오히려 적극적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신국의 사람이 되면 편해지니까. 신국의 사람이라는 이유로 대접을 받았다. 살기 힘들다고 하니 어촌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지원이 왔다.
구경하기 힘든 곡물들도 먹어보았다. 신이 나는 일이었다. 아플 때 쓰는 약도 받았다.
그러나 가장 좋은 것은 이주의 자유.
연해주에 신유성이 세웠던 도시, 신녹에 들리자 눈이 휘둥그레졌었다. 상당히 따뜻했다. 그야말로 천국. 하지만 남쪽에 더 살기 좋은 곳이 있다고 하니 척박한 땅에 살던 아이누들은 그냥 넘어왔다.
경험 삼아 여행 왔던 이들은 부족에 돌아가 적극적으로 설득한 것이었다. 그렇게 대부분의 여자와 어린 아이 그리고 노인들은 신녹을 비롯해 함경도 인근에 정착했다. 그리고 건장한 남자들이 탐험대를 위해 어촌 유지에 들어갔다.
탐험대에 이름을 올린 것만으로도 가족이 먹고 살 돈이 주어지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땅에서 어떻게 먹고 살아가야할지 감을 못 잡은 이들에게는 정말 중요한 직업이었다.
결국 아이누는 점차적으로 신국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젊은 것들이 쯧쯧.”
나이든 노인들은 혀를 찼으나 젊은이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미래는 젊은 사람들이 이어나가게 되어 있었다. 노인들은 자신들이 부족해 결국 일이 이렇게 되었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래도 사람으로서 해선 안 될 짓은 하지 마라.”
“그 정도야 걱정 말아요.”
노인들은 사악함에 물들까 걱정했다.
“결국 아이누 전체가 신국의 백성이 되었다 그거지?”
“그렇습니다.”
신페이의 보고를 받은 신유성은 흐뭇하게 웃었다. 여관을 만들고 계속 친하게 지내게 한 이유가 이것이었다. 어차피 문화적으로는 신국이 앞선 상황이었다.
좋은 것을 보면 그것을 받아들이고 싶은 것은 당연지사. 이러한 심리를 이용해 결국 문화적으로 조금씩 흡수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결국 아이누는 신유성의 의도대로 끌려왔다. 자연스럽게.
“수고했다.”
칭찬을 해주자 신페이는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폐하의 뜻대로 되지 않았는가! 이 분이야 말로 세상의 주인!’
“그런데 아이누의 지식을 제대로 계승시키고 있는 것은 맞지? 사라지게 하지 마라. 그들의 문화가 우리의 것보다 못하다 해서 다 쓸모없는 것은 아니니까.”
“명심하겠습니다.”
이미 하고 있는 일이었으나 신유성은 다시금 주의를 주었다. 아무리 사소한 지식이라도 그것을 처음부터 다시 연구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그렇기에 원주민들의 지식은 중요했다.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을 인식해야만 한다. 살기 위해 노력하다보면 축적된 지식들이 생기는 것이었다. 잘못된 방향으로 해석하거나 이해하고 있는 것들도 있겠지만 외부인들은 전혀 상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사용되는 것들도 있는 법.
이러한 지식들은 작은 것이라도 중요했다. 지식을 쌓는 시간을 단축시켜준다.
“그럼 또 할 말은 없는가?”
“빛나는화살과 한 번 만나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야기는 간단했다. 아이누 전체가 신국의 백성으로 넘어오게 되었으니 대표적인 인물과 만나보는 것이 좋다는 것이었다.
“좋은 얘기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아이누족에게 신유성은 신의 아들과 같은 존재로 치부되고 있었다.
위대한 카무이.
이것이 아이누가 신유성에게 붙인 호칭이었다.
빛나는화살은 위대한 카무이가 된 신유성과 만나게 되었다는 사실에 살짝 흥분했다. 주변의 아이누들도 마찬가지.
“정말 옛날에 만난 적 있었어요?”
“그래, 그땐 정말 그냥 꼬마인줄 알았어.”
그렇다. 과거 빛나는화살은 신유성과 만난 적이 있었다. 신유성이 북해도를 처음 손에 넣었을 때였다. 그때도 신유성은 범상치 않았다.
하지만 나중에는 신유성을 보기가 힘들었다. 그랬는데 얼마 지나니 왕이니 황제니 하는 존재가 된 것이었다.
여기저기 주변의 모든 땅이 전부 신유성의 것이 되었다고 했다.
땅의 주인이 되었다고 하니 위대한 카무이란 호칭을 붙여도 이상할 것 없었다.
“이름도 너무 좋고. 위험하지 않을까요? 악령이 노리면 어쩌죠?”
“그러면 악령이 죽을 거다.”
“오오오오오!”
탐험대에 속했던 이들은 황궁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래서 함께 움직이는 중이었다.
“그런데 정말 세상이 크긴 크네요.”
“그래, 그리고 저 사람들 봐라.”
이렇게 멀리까지 와본 적 없던 아이누는 연신 놀라고 있었다. 충격은 한양에 도착하자 절정에 달했다.
“허억! 이게 뭔가요!”
“대단하다!”
“대단해!”
한양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었다. 거부들이 즐비한 한양이었다. 좀 더 큰 집을 짓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더구나 최근에는 건설 바람이 불고 있었다.
아이누는 생전 처음 보는 거대한 건물들이 들어선 거리를 지나며 위축되는 것을 느꼈다.
“위대한 카무이가 사는 곳은 정말 대단하네요.”
“그래, 엄청나게 대단하다.”
“신페이 집보다 더 대단하네요.”
“그래, 더 대단하다.”
빛나는화살도 충격을 받았다. 허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황궁에 들어가게 되자 그 호화로움에 또 한 번 놀랐다.
“여기서 쉬시죠.”
황궁의 한 곳에 마련된 방은 온통 고급스러운 장식물로 가득했다. 손을 대기가 두려워질 정도였다.
“이건 가죽 몇 장이나 줘야할까?”
“니가 평생 모을 수 있는 것만큼?”
“아냐, 내가 듣기로는 우리 마을이 평생 모은 정도는 되어야 할지도 몰라.”
“대단하다.”
“대단해.”
자신들이 건드렸다가 부서질까봐 몸을 잔뜩 움츠릴 정도였다. 제대로 가치를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귀하다는 것 정도는 알아볼 수 있었다.
너무나 위축된 이들은 침상에 눕는 것조차 조심스러워하고 있었다. 이러한 사정은 곧 신유성에게 알려졌다.
“부셔도 물어내라고 하지 않을 테니 편히 있다 가라고 해라.”
신유성의 입장에선 그저 장식물에 불과했다. 새로 만들면 그만이었다.
이야기가 전해지자 빛나는화살과 아이누 청년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역시 위대한 카무이다.”
저녁.
빛나는화살과 아이누 청년들은 신유성과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절차는 상당히 복잡했다. 우선 모두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어야만 했다.
빛나는화살과 아이누 청년들은 군말하지 않고 따랐다. 씻는 것에 약간 저항하긴 했으나 신유성을 만나려면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하니 결국 따랐다.
그리고 옷을 갈아입었다.
옷은 아이누 복식 그대로였다. 다만 뾰족한 물건은 모두 치워졌다.
암살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오랜만이다.”
“반갑습니다.”
이제는 유창해진 조선어로 빛나는화살은 인사했다. 신유성은 화려한 옷을 입고 있었다. 빛나는화살의 눈에는 정말 멋져보였다.
“배고플 테니 일단 먹고 얘기하지. 음식을 식게 내버려두는 건 음식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까.”
식사가 시작되었다.
중원 각지의 요리를 총망라한 요리들이 나왔다.
명나라 황실에서 먹던 음식들은 물론 사천과 광동지방 요리도 나왔다. 온갖 요리의 향연에 빛나는화살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어떤가? 맛있나?”
“맛있습니다!”
아이누 청년들은 입을 모아 답했다. 입에 넣으면 사르르 녹는 느낌이었다. 너무 맛있어서 손을 멈출 수 없을 지경이었다.
“원하는 대로 먹도록.”
기다란 탁자에 원하는 만큼 떠먹을 수 있게 해놓았다. 뷔페식이었다.
빛나는화살과 아이누 청년들은 몇 번이고 움직이며 요리를 담아왔다.
이것저것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저녁 식사였다.
생전 처음 보는 재료들도 있었다. 신기하기 그지없는 식사였다.
신유성은 흐뭇한 눈으로 탐험대를 바라보며 치킨을 씹었다.
“어땠나?”
식사가 끝나고 차를 마시는 시간, 탐험대는 모두 배가 불러 호흡곤란을 일으킬 정도였다.
“최고였습니다.”
“식사하면서 느낀 건?”
“세상에는 정말 먹을 것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그렇다. 세상에는 정말 먹을 것이 많지. 그리고 그대들이 갔던 대륙에는 더 많은 것들이 있다. 내가 탐험대를 만든 것은 새로운 것을 얻기 위함이다.”
“오오오오오오!”
“과연!”
탐험대는 연신 감탄했다. 새로운 먹을 것을 찾는 것은 위대한 일이었다. 아이누에게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지금까지 먹은 것도 엄청났는데 여기서 또 더 새로운 것을 원한다고 하니 엄청나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새로운 먹을거리를 얻기 위해 추운 바다를 건너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대들이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정말 고맙다.”
위대한 카무이가 인정했다. 그리고 감사 인사까지!
“열심히 하겠습니다!”
위대한화살을 비롯한 탐험대의 가슴에는 단숨에 충성심이란 것이 생성되었다.
신유성은 위대한화살과 따로 만났다.
만난 장소는 황궁 안의 넓은 뜰이었다.
“북해도는 어떤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뭐든 말해라.”
“충분합니다. 영주님도 잘 해주시고.”
북해도 주민과 아이누는 신유성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그래서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
“다행이군.”
두 사람은 이어서 잡담을 나누었다. 별 것 아닌 이야기들이었다. 북해도에서 보냈던 날들을 떠올리며 나누는 추억 정도였다. 그러다 개소리가 들렸다.
“아, 저 놈이 또 날 찾는군.”
신유성을 찾은 존재는 바로 풍산개, 김백구였다. 사람을 시켜 데려오니 김백구는 꼬리를 엄청 흔들어댔다.
“오오, 이 녀석은 뭡니까? 정말 용맹해 보이는데.”
“풍산개지. 이름은 김백구.”
가죽공을 던지자 잽싸게 가서 물어오는 모습에 빛나는화살은 감탄했다.
“저도 키워보고 싶군요.”
“그래? 그럼 얘기해두지.”
이후 빛나는화살은 풍산개 새끼를 10마리 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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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