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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신의 유희-132화 (132/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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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진출

매화는 신유성을 바라보았다.

‘멋져!’

단추를 이용한 옷을 사용하자 옷고름이 사라졌다. 단추로 만든 옷은 입고 벗는 것이 간편했다. 특히 신유성이 만든 바지는 그야말로 혁명이었다.

“괜찮은가?”

“멋져요.”

신유성이 옷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 매화는 조금씩 무거워지는 몸을 이끌고 나섰다. 신유성의 옷을 만드는 일에 빠지기 싫어서였다. 다른 여자들도 별로 다르지는 않았다.

주녹정 또한 신유성이 만든 옷을 보고 새로운 옷을 생각하기도 했으니까.

“단추는 금으로 만들면 될까요?”

“금단추는 나중에 하지. 지금은 군복을 만드는 거니까.”

군복을 만든다는 소리에 여자들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그러나 뭐라 할 순 없었다. 신유성의 야망은 자신들이 아는 것보다 훨씬 거대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신유성은 되도록 간단한 복장을 만들기로 했다. 바지는 하얀 색으로 그리고 상체에 걸치는 재킷은 붉은 색으로 만들었다.

몸에 딱 맞게 만들어진 옷을 입으니 몸매가 살아났다. 한복을 입을 땐 잘 드러나지 않는 모습.

색다른 분위기였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

신유성은 한사람씩 안아주며 이마에 입맞춤을 해주었다. 과격한 애정 표현은 금지였다.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르니까.

그래서 아주 가벼운 애정표현만을 할 뿐이었다.

한 사람씩 이마에 입맞춤을 해줄 때 다른 여자들은 이를 바라보며 표정이 다시 몽롱하게 풀렸다.

이상하게 멋져 보였기 때문이었다.

신유성의 여자들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궁녀들의 가슴도 콩닥콩닥했다.

허나 여자들을 모두 돌려보낸 신유성은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오늘 밤에는 또 뭘 해야 하지?’

독수공방의 괴로움을 조금씩 알아가는 신유성이었다.

신유성이 만든 바지에 남자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거시기 부분만 꺼내서 볼일을 볼 수 있는 바지는 그야말로 혁명이었다. 계속 열어놓고 다닐 필요도 없었다. 단추를 이용해 닫으면 그만이니까.

“이 바지 참으로 편해서 좋네.”

남자들은 볼일을 볼 때마다 신유성을 찬양했다.

“그러게. 이렇게 편한 것을.”

볼 일을 볼 때 허리춤을 풀지 않아도 되니 너무나 편했다.

신유성이 일으킨 의복의 혁명은 금방 받아들여졌다.

덕분에 또 다시 상인들을 바빠졌다.

단추를 만드는 장인들이 나오고 단추에 대한 품평이 이뤄졌다. 수많은 재료를 이용해 다양한 모양의 단추를 만들었다.

부자들은 금도금을 한 단추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사람들이 신경쓰기 시작한 것은 바로 허리띠였다.

허리띠를 쓰게 되면 배꼽 부근에 버클이 자리하게 된다. 이 버클을 무엇으로 어떻게 만들었느냐에 따라 과시가 가능했다.

너무 크면 불편하고 너무 작으면 잘 보이지 않았다.

일을 많이 하는 이들은 쇠로 만든 간단한 허리띠를 썼다. 돈이 없는 이들은 가죽 허리띠가 아닌 그냥 예전에 허리춤을 묶던 천을 그대로 썼다.

허나 돈이 있고 과시를 하고 싶은 이들은 이 부분에 상당히 신경 썼다.

다양한 요구가 생기니 다양한 시도를 했다. 인기를 끌면 더 돈을 벌 수 있게 되니 상인도 장인도 적극적이었다.

어쨌거나 신유성 때문에 남자 의복에 혁명이 일어났다. 훗날 사람들은 ‘바지 혁명’이라고 명명했다.

이지번과 이지함은 온도계 연구에 열을 올렸다. 이산해도 온도계 연구에 예산을 쓰는 것을 아끼지 않았다.

‘이것이 있다면 또 다른 이치를 파악하기가 쉬워진다.’

온도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으로 사물의 이치를 정확히 헤아릴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그들에게도 도움을 청하죠.”

“그럽시다.”

하지만 사람이 부족했다. 그래서 신유성에게 허락을 받고 집현전으로 향했다.

집현전.

신유성이 조선을 멸하며 당시 조정의 사람들을 노비로 만들고 일하게 만든 곳이었다. 대우는 나쁘지 않았다. 생활에 불편함도 없었다. 다만 신유성이 시키는 일을 해야 하며 자유가 없을 뿐.

이황은 자료를 검토하며 감탄했다.

‘이렇게까지 해낼 줄이야.’

명나라 황실을 무너뜨리며 황실서고를 몽땅 털어왔다. 많은 이들이 황실서고에 있던 책의 필사본을 만드는 데 투입된 상황이었다.

지식의 유실을 막기 위해 책을 여러 권 만들어 나눠 보관하는 것은 필수.

조선을 뒤집을 때만해도 흔한 역적이라 생각했으나 명나라까지 뒤집은 것을 보고 하늘의 뜻이 따르는 것이란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한반도의 백성들은 잘 먹고 잘 살고 있었다. 조선의 백성이 아닌 신국의 백성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인간의 욕망을 이용하는 신유성의 통치 방식은 이황이 보기에는 매우 위험했다. 하지만 신유성은 이를 잘 휘둘렀다. 그리고 계속 성공하고 있었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 것인가?’

이황은 문득 궁금해졌다.

신유성이 정말 하늘의 뜻을 이었고 신유성의 방식이 옳다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알고 싶었다. 학자로서의 자연스러운 호기심이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차를 마시던 이황은 볼일을 보기 위해 뒷간으로 향했다.

‘이것도 대단하군.’

볼 일을 보면서 이황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지 혁명의 결과물인 바지는 너무나 편했다. 일을 다 보고 근처의 물통에서 물을 떠 손을 씻은 이황은 잠시 뜰을 거닐었다.

노비의 신분이지만 노비처럼 대하지 않는 신유성이었다.

지식인이니 가진 능력을 최대한 뽑아내기 위해서 가둬놓고 머리 쓰는 일을 계속 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면 몸이 약해지니 틈날 때마다 운동을 하게 하기도 했다.

잠시 뜰을 거닐며 소소한 자유를 누리던 이황은 이지번과 만나게 되었다.

“몸은 좀 어떠십니까?”

이황이 노비의 신분으로 떨어졌지만 이지번은 공대를 해주었다. 다른 간신이라면 몰라도 이황은 간신과는 거리가 좀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이가 들어 그런지 자꾸 쉬고 싶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나저나 이번에 해주셔야 할 일이 좀 있습니다.”

이지번은 온도계를 꺼내 보여주었다. 아직 제대로 완성되지 못한 것이었으나 온도계의 사용법을 깨달은 이황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런 것을 어찌 만드신 겁니까?”

“폐하께서 생각해내셨죠.”

이황은 다시 한 번 경악했다. 다른 사람이 만들었다고 하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겠지만 또 다시 신유성이 한 건 했다니 두려울 지경이었다.

“어쨌거나 이번에 이 온도계를 좀 더 정확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건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별 신경을 쓰지 않을지 몰라도 이황은 금방 온도계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온도계를 만든다는 것은 바로 측정의 기준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즉, 한 번 만들어지면 여간해서는 바뀌지 않는 것이었다.

“집현전에 있는 분들 모두 이 일에 투입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부탁합니다.”

일을 맡긴 이지번은 돌아갔다.

홀로 남게 된 이황은 잠시 손에 들린 온도계를 보다 걸음을 옮겼다.

온도계를 더욱 정확하게 만드는 작업은 계속 이어졌다. 여러 가지 물질이 실험에 이용되었다. 하지만 결국 낙점된 물질은 수은이었다.

이어서 눈금을 만드는 작업부터 시작해 어느 정도의 크기에 얼마나 넣어야 하는 지까지 계산에 들어갔다.

장인들도 있었으나 복잡한 계산은 집현전 사람들이 더 확실했다.

이들이 한 일은 단순히 온도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험 과정 전체를 기록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물질의 성질들까지 기록했다. 아울러 온도계를 여러 개 만들어 이상이 없는 지까지 살피는 일까지 했다.

언제 어디서 누가 만들더라도 똑같은 것이 만들어져야만 했다.

그것을 위해 만드는 방법까지 정확히 기록했다.

하나의 기준이 되는 물건이기 때문에 검증은 지독할 정도로 이어졌다. 그리고 온도계는 오직 공조에서 만든 것만을 사용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만든 것을 쓰게 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거금을 들여 한 실험의 기록이 고장 난 온도계를 이용해 생긴 것이라면?

실험의 기록 자체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거금은 그냥 날아가는 것이다.

법은 제안한 대로 만들어졌다.

한편, 신유성은 외교 문제로 머리가 복잡했다.

몽골 초원과 아메리카 진출 그리고 동남아시아 문제로 고민 중이었다.

어느 쪽을 먼저 선택하느냐에 따라 전략이 달라질 수 있었다. 신유성은 계속 올라오는 보고서를 읽으며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포르투갈과 에스파냐와는 언젠가 붙게 된다. 전열함이라도 만들어지면 편하겠지만.’

전열함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북해도에서 배를 만들던 미구엘은 나진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그리고 나진에서 전열함 연구에 들어갔다.

전열함 자체가 엄청나게 큰 배라서 쉽게 만들 수 없는 것이었다. 미구엘은 아직 건조도 시도하지 못했다. 몇 번이고 다시 만들어보며 성능 실험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한 척 만드는데 들어가는 목재만 해도 어마어마했다. 이것은 아무리 신유성이라고 해도 낭비하듯이 계속 만들라고 말하기가 약간 꺼려질 정도였다.

그래서 신유성은 아직 전열함을 얻지 못했다.

때문에 고민이었다.

동남아시아까지는 이겨낼 수 있지만 그 이후에 밀려올 유럽 국가들과의 전쟁은 자신이 별로 없었다.

‘돈에 미친 녀석들이지.’

영국 그리고 네덜란드. 앞으로 이 둘이 바다에 나타나게 되면 바다는 피로 물들게 되어 있었다.

‘이 시기의 영국은 해상 세력은 주로 해적들이었을 텐데.’

엘리자베스 1세가 즉위를 했겠지만 처음부터 영국이 바다에서 위세를 떨친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에스파냐의 함대는 아직도 강력한 시기.

‘칼레 해전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다.’

세계 4대 해전 중에 하나라는 칼레 해전은 영국과 에스파냐가 해양 패권을 놓고 부딪친 해전이었다.

임진왜란에 흥미를 가졌었기에 세계 해전에 대한 흥미도 있었다. 자세하게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충 내용 정도만 파악하고 있었다.

‘영국이 제대로 잘 싸웠다고 할 순 없지만.’

영국이 에스파냐의 무적함대를 이긴 것은 운에 가깝다고 볼 수 있었다. 딱히 영국이 주도적으로 승리를 이끌었다고 볼만한 것은 신유성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중요한 해전이 벌어지기까지는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다는 것이었다.

‘드레이크.’

칼레 해전에서 유명해진 인물이었다. 약탈에 특화된 인물로 돈 냄새는 기가 막히게 맡는 자였다.

영국에 대해 떠올린 신유성은 신음을 흘렸다.

영국의 해적들과 조우하게 되면 상당히 곤혹스러워질 것 같아서였다. 여기에 네덜란드까지 겹친다면 일이 어렵게 돌아갈 수도 있었다.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무적함대도 결국 영국을 무너뜨리지 못하고 패했다. 해전이란 것은 상대가 약하더라도 다른 요소에 의해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날씨가 문제지.’

가장 중요한 것은 날씨.

태풍이라도 불면 전투를 하기도 전에 함대가 날아가 버리기도 한다.

그렇기에 신유성은 적극적으로 바다에서 서쪽으로 가야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말라카를 손에 넣게 된다면 향신료 때문에 결국 피터지게 싸워야만 했다.

‘절대 포기할 놈들이 아니야.’

돈에 미친 자들이 포기할 리가 없었다. 점령을 못한다면 해적질을 할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주변의 적대 국가에 머물면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도 있었다.

“으음.”

결국 신유성은 동남아시아는 특별히 뭔가 계기가 없는 한 내버려두기로 했다.

‘대월이나 빨리 정리하라고 해야지.’

베트남을 온전히 손에 넣게 되면 막대한 이득이 생긴다. 안남 지역이 안정되면서 다른 곳으로 전력을 투입할 수 있게 되니까.

“후지바야시 켄에게 전해라. 대월을 끝내라고.”

“알겠습니다.”

이 명령이 켄에게 전달되고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대월은 멸망하고 말았다. 이미 사략 해적들로 인해 약해진 대월은 켄의 함대가 상륙해 밀고 들어가자 그냥 허물어졌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초원부터 정리할 때다.’

몽골 초원은 독을 품은 독사와 같았다. 처리하지 않고 내버려둔다면 언제 다시 치명타를 입히려 할지 몰랐다. 그렇기에 신유성은 전력을 일단 몽골 초원에 투입하기로 했다.

‘아메리카.......’

아메리카로 전력을 투입하고 싶기는 했지만 미루기로 했다.

‘몽골 초원을 정리하면 노예가 여유가 많이 생긴다. 그때까지는 해로를 안정화 시킨다.’

마음을 정한 신유성은 바로 명령을 내렸다.

“몽골 초원을 정리한다. 감숙성의 영주들을 불러라.”

신유성의 말에 전쟁을 예감한 이들이 많았다. 그래서 몇몇이 살짝 반대 의견을 밝혔다.

“나는 가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번에 공을 세우는 자들은 많은 것을 얻게 되겠지.”

이제는 사람들도 안다. 신유성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원정에 성공하면 영주가 될 수도 있다는 소리.

신국의 수많은 주전파들의 피를 끓게 하는 소식이었다.

‘이제 이 문제는 이 정도면 됐고.’

중요한 문제를 해결했다고 생각한 신유성은 한숨을 돌리려 했다. 하지만 이어서 올라온 안건에는 신음을 흘렸다.

‘인재 부족이라.’

이지번이 이황을 비롯한 사람들이 노비의 신분을 벗어날 수 없는지 물어보았기 때문이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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