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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신의 유희-140화 (140/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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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군의 진격

“폐하.”

1562년 1월이 되었다. 아이를 낳은 신유성의 부인들은 저마다 아이를 키우느라 바빴다. 더구나 아이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몸조리를 하는 중이었다. 산후 조리의 중요성을 아는 신유성은 보채지 않았다. 하지만 그만큼 쌓인 것도 많았다.

“새로이 후궁을 맞이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지금도 충분하다.”

“하오나.”

주녹정은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신유성을 바라보았다. 아이가 있어 많은 관심을 아이에게 쏟고 있었다. 장차 신유성의 뒤를 이을 장남이니까 엄청나게 신경이 쓰였다. 행여나 잘못될까 싶어 장남 신혁의 곁에는 어의가 계속 붙어있을 정도였다.

물론 사정은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신유성의 자식들 곁에는 어의가 전담으로 붙어 있는 실정이었다. 하루 세 번. 삼교대로 어의가 대기하고 있는 실정.

의조에서는 신유성의 자식들 건강관리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허나, 주녹정에게는 아이보다 신유성이 우선이었다.

밤마다 독수공방하고 있는 황제인 신유성. 가정제와는 너무나 다른 절제하는 모습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어허.”

신유성은 슬쩍 주녹정은 안았다. 주녹정은 잠시 안겼으나 신유성의 품에서 금방 떨어졌다. 아이를 낳은 지 얼마 안 된 탓에 몸매는 망가져 있는 상황. 실망을 안겨줄까 싶어서 두려웠다.

“몸이 아직도 안 좋은가?”

“아닙니다. 그냥 보기 흉해서.......”

“우린 부부가 아닌가? 좀 흉하면 어떻다고.”

다시 끌어안으니 주녹정은 더 거부하지 못하고 가만히 안겼다. 출산하고 시간이 좀 지났지만 살이 금방 빠지는 것은 아니었다. 때문에 주녹정은 살을 빼기 위해 신유성이 알려준 대로 열심히 운동도 하고 먹는 것도 조절하고 있었다.

그래도 살이란 것이 금방 빠지는 것은 아니었다.

통통해진 주녹정은 그래서 미안했다. 사정은 다른 여자들도 마찬가지. 산후조리를 하고 있지만 몸매란 것이 그렇게 쉽게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모두 신유성의 독수공방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다시 밤을 지낼 수 있는 건강을 되찾아도 신유성의 즐거움이 줄어들 것 같아서였다.

“폐하, 소첩에겐 폐하가 제일 소중합니다.”

“고맙구나.”

신유성은 같은 답을 해줄 수 없었다. 소중한 것은 모두 다 같았으니까. 하지만 주녹정은 그런 것에 서운해 하지는 않았다.

혼자 독차지 할 수 없는 남자니까.

얼마 전에도 나라 하나를 또 꿀꺽했다. 거대한 제국을 만들어가고 있는 남자였다. 그냥 명나라 정도만 차지하고 있어도 수없이 여자를 품을 수 있었다. 그래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신유성이 여자를 너무 안지 않는 것이었다.

영웅호색.

이는 거대한 나라를 혈연에 의해 하나로 잇는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하지만 신유성은 혈연이 아니라 욕망을 휘둘렀다.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였다. 혈연으로 이어진 관계도 물론 있다.

레이를 통해 이어진 신페이가 대표적이었다. 신유성이 어떤 상황에 처해도 북해도가 지지를 철회할 일은 없었다.

북해도는 신유성이 일어선 거점이란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었다.

나츠를 통해 이어진 대마도와 큐슈도 마찬가지였다.

대마도는 신유성을 처음부터 알아보고 함께 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체첵과 사르나이도 마찬가지였다. 이 두 여자를 통해 여진족은 황실과 이어졌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매화와 화진이 있어 한반도와 유구 왕국도 체면치레를 했다.

멸망한 명나라의 사람들도 주녹정이 있기에 황실과 이어져있다는 의식은 있었다.

그렇기에 주녹정은 신유성이 더 많은 여자를 안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신유성의 즐거움을 위해서도, 신국을 위해서도.

‘내가 좀 더 알아봐야겠구나.’

신유성은 독수공방을 하며 밤마다 힘들어하면서도 여자를 더 찾지 않았다. 가만히 신유성의 품에 안겨 체온을 느끼던 주녹정은 더 많은 여자를 안길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거 엄청나게 춥군.”

“그냥 돌아갈까요?”

“아니. 돌아갈 순 없지.”

카자흐 칸국은 신국에 복속했다. 내부에 혼란스러운 일은 척계광이 군사를 빌려주어 쉽게 해결했다. 척계광은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군대가 주둔할 땅만 빌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땅을 빌려주는 대가로 엄청난 양의 말린 생선과 소금을 주었다.

북해도를 비롯한 해역에서 잡히는 엄청난 양의 생선과 안남과 일본 그리고 중원 남부의 해안에서 생산되는 소금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염전이 퍼지자 소금 생산량은 막대하게 늘어났다. 소금 생산량이 늘어나니 저장 식품이 늘어났다. 특히 생선을 이용한 저장 식품이 엄청나게 증가했다.

이 때문에 신국은 먹을 것 때문에 힘들어지는 일이 없었다. 기후가 나빠져 토지에서 생산되는 수확물이 감소했으나 이를 바다를 통해 해결하고 있었다. 또한 신국 전역을 돌아다니는 상인들의 유통망이 있어 백성들은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하는 일이 없었다.

여기에 신국 전역에 건설되고 있는 도로 때문에 일자리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일만 한다면 누구든 먹고 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신국을 지탱할 정도로 말린 생선을 생산하면서도 잉여가 생겼다. 이것을 카자흐 칸국에 넘겨준 것이었다.

이제는 카자흐 영주가 된 카크 나자르 칸은 매우 기뻐하며 자신의 선택을 자찬했다.

겨울이 시작되어 힘든 시기에 막대한 양의 단백질이 공급되니 든든했다. 어떤 카자흐 족장도 카크 나자르 칸의 자찬을 비웃지 않았다.

카자흐 칸국의 정리가 끝나기도 전에 장거정이 향한 곳은 바로 시비르 칸국이었다.

시비르 칸국.

서시베리아에 위치한 몽골계 국가. 인구 구성은 타타르족을 비롯한 여러 민족으로 되어 있었다.

“춥네, 추워.”

장거정은 연신 추위에 덜덜 떨었다. 앞에 펼쳐진 막대한 크기의 하얀 풍경은 사람을 압도할 정도였다.

당연했다. 시베리아니까. 겨울이니까.

“어, 저기 사람입니다.”

“살았다!”

시비르 칸국에 들어서고 추위에 떨며 전진하던 어느 날, 장거정은 부족 하나와 만나게 되었다.

“뭐라고? 신국이 확실한가?”

“그렇다고 합니다.”

장거정이 만난 부족은 인근에서 강대한 세력을 일군 쿠춤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부족이었다. 장거정은 시비르 칸국에 방문한 신국의 사신임을 밝혔고 이 사실은 시비르 칸국의 칸인 야디가르 칸이 아닌 쿠춤에게 먼저 알려졌다.

“신국이라.”

동방의 대국으로 갑자기 일어선 나라의 소문은 쿠춤도 들었다. 몇몇 몽골 초원의 도망자들이 뿌린 소문 덕분에 쿠춤도 신국을 알 정도였다.

“다시 한 번 대칸의 시대가 열릴지도 모른다.”

쿠춤의 눈은 빛났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야디가르 놈을 몰아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쿠춤은 시비르 칸국의 야디가르 칸에게 도전하고 있는 입장이었다.

“그 인간은 글렀어. 서쪽 놈들에게 설설 기고 있고. 우리가 가서 털어야 할 놈들인데.”

서쪽 놈들.

정확히 말하자면 모스크바 차르국을 의미했다.

몽골 제국의 지배를 받아들였던 타타르족은 여기 저기 약탈을 일삼았다. 모스크바도 예외는 아니었다. 허나, 지금은 사정이 바뀌어 모스크바 차르국이 오히려 동진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반 4세의 강력한, 혹은 잔혹한 통치 아래 똘똘 뭉친 상태였다. 그리고 영향력을 점점 넓히고 있었다. 그 결과 카잔 칸국은 멸망하고 모스크바 차르국의 손에 떨어졌다.

이후 모스크바 차르국은 조금씩 동진하고 있었고 마침내 시비르 칸국과 마주하게 된 것이었다.

이에 시비르 칸국의 칸인 야디가르 칸은 모스크바 차르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으려 하고 있었다.

반면, 쿠춤은 이에 반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세력을 넓히기 위해 시비르 칸국의 구성원 중 하나인 타타르족을 휘하로 끌어들이는 중이었다.

“딱 좋다. 신국의 힘을 빌린다면 야디가르 놈을 단숨에 박살낼 수 있다. 그런 겁쟁이는 필요 없지.”

쿠춤은 신국을 이용해 모스크바 차르국을 저지할 생각을 했다. 아니, 신국과 함께 서쪽으로 영역을 넓힐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얼마 가지 않아 장거정은 쿠춤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리고 잘 모르고 있던 시비르 칸국의 상황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자기를 밀어주면 칸국을 꿀꺽한 뒤에 신국에 붙겠다는 거네.’

쿠춤의 야심을 단번에 파악한 장거정은 고민했다.

‘그나저나 차르국이라니.’

장거정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었다. 하지만 쿠춤이 알려준 내용은 꽤 자극적이었다. 차르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쌓으려 한 야디가르 칸 덕분에 시비르 칸국의 사람들은 차르국의 사정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차르국의 차르, 이반 4세의 이야기는 상당했다.

‘잔혹한 폭군이라.’

굉장히 중요한 정보였다. 장거정은 일단 입수한 정보를 사신단에 소속된 전령을 통해 척계광에게 먼저 알렸다. 그리고 척계광에게 지시를 듣기 위해 기다리기로 했다.

‘내가 선택할 일은 아니야.’

사신으로서의 한계를 넘어서는 짓을 할 순 없었다. 어찌 되었든 현재 장거정의 상관은 척계광이었다.

만약 척계광의 눈 밖에 난다면 장거정은 그야말로 끈 떨어진 연 신세를 면할 수 없었다.

장거정이 알려온 소식을 들은 척계광은 고민에 빠졌다.

‘좋지 않군.’

척계광이 알기에 카잔 칸국은 쉽게 정복당하거나 할 나라가 아니었다. 그런데 이를 정복했다는 것은 모스크바 차르국의 힘이 그만큼 강하다는 것이었다.

‘걸림돌이 되겠어.’

지금까지 순조롭게 서진했으나 앞으로 많은 피를 흘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일단 동진을 막아야한다.’

어차피 내버려두어도 결국 국경을 마주하게 될 나라였다. 그렇다면 한 명이라도 더 아군이 있을 때 함께 막는 것이 이득이라고 척계광은 판단했다.

“쿠춤을 영주로 세우는 것을 돕겠다고 해라. 휘하의 기병 부대 3만을 움직이는 것을 허락한다.”

겨울이었지만 결국 이동을 명했다.

겨울이 끝나기 전에 시비르 칸국을 정리할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한편, 부하라 칸국과 모굴리스탄 칸국은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두 칸국은 원래 적대적인 관계였으나 카자흐 칸국을 상대하기 위해 서로 손을 잡은 상태였다. 하지만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그리 좋은 것만도 아니었다.

“으음! 놈들을 받아주는 게 아닌데!”

모굴리스탄 칸국의 칸인 압둘 카림 칸은 신음을 흘렸다. 얼마 전, 초원에서 도망친 자들을 받아주었다. 그리고 압둘 카림 칸은 신국이 얼마나 강력한지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강력해도 설마 계속 군대를 보낼까 싶었다. 아니 군대를 보낸다고 하더라도 꽤 시간이 지난 이후에나 보낼 거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몽골 초원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땅을 먹으면 어느 정도 시간을 허비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신국은 대군을 보냈다.

10만에 달하는 기병을.

기병만 10만이었고 딸려있는 자들까지 다 합하면 수를 헤아리기가 어려웠다. 워낙에 움직이는 유동인구가 많은 탓이었다.

이는 주변 칸국들을 질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카자흐 칸국은 반항 한 번 하지 않고 신국을 받아들였다.

10만 기병을 상대하지 못할 것은 없다. 하지만 10만 기병이 신국의 전체 병력인 것도 아니었다.

오이라트는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냥 각지에서 전쟁에 나가고 싶다고 하는 지원자들만 골라서 만든 기병 군단이 10만이라는 소문이었다.

신국의 국력에 질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쨌거나 문제는 카자흐가 신국의 영지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이대로 있으면 카크 나자르가 주변에 손을 뻗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대규모 군이 북쪽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수는 약 3만입니다.”

10만에서 7만으로 줄었다고 해도 역시 부담 가는 숫자였다. 싸우다 힘을 잃는다면 큰일이었다. 모굴리스탄 칸국, 아니 모굴 칸국의 압둘 카림 칸은 모험을 감수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위구르스탄 때문이었다.

모굴리스탄 칸국은 둘로 나뉘었다. 서쪽은 압둘 카림 칸이 지배하고 있었고 동쪽인 위구르스탄은 샤 칸이 지배하고 있었다.

압둘 카림 칸은 부하르 칸국과 손을 잡았으나 그렇다고 모든 것을 맡길 정도는 아니었다.

“그들의 움직임을 주시하라.”

압둘 카림 칸은 위구르스탄의 샤 칸이 신국에 들어가는 것은 아닐까 경계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모굴리스탄은 결국 샤 칸에게 밀리게 되고 압둘 카림 칸의 부족은 노예가 될 수 있었다.

‘그 일 만큼은 막아야 해.’

압둘 카림 칸은 카자흐 칸국이 움직이기 전에 신국의 군대, 척계광에게 사신을 보내기로 했다.

한편, 카자흐 칸국의 이야기를 들은 위구르스탄도 흔들리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위구르스탄의 지배자인 샤 칸은 이를 무시했다.

“고작 10만이다. 그들이 뭘 할 수 있겠나? 주변은 온통 칸국으로 둘러 싸여 있다. 우린 가만히 지켜보다가 약해지면 점령하면 된다.”

“하지만!”

“어허! 내가 칸이다!”

부하들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샤 칸은 결정을 바꾸는 일이 없었다. 이 때문에 몇몇 부하들은 불안에 떨어야만 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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