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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과 방어
선발대의 패배 소식을 들은 알렉산드로 고이바티 슈이스키는 신음을 흘렸다. 과거 카잔 칸국을 멸망시키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남자로 이반 4세의 신임을 얻어 승승장구하며 인기를 끌고 있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거대한 장애물이 툭 튀어나왔다.
“신국이라니. 대체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온 건지.”
신국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거 모스크바 차르국의 조상이라 할 수 있는 키예프 공국을 짓밟은 것이 칭기즈칸이었다. 칭기즈칸을 비롯해 타타르족과 몽골제국은 그야말로 경계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신국이 과거의 몽골제국과 맞먹는 힘을 가졌을 거라는 야디가르 칸의 이야기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카잔 칸국에 주둔하던 병사들을 모아 바로 야디가르 칸을 구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런데 선발대가 박살난 것이었다.
제대로 된 정보는 주어지지 않았다. 어떻게 패배했는지 알려줘야 할 패잔병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야디가르의 말이 사실이라면 모스크바가 위험하다.’
알렉산드로는 바로 모스크바로 전령을 보냈다.
모스크바.
폭군 이반은 얼마 전까지는 슬픔에 잠겨 있었다. 사랑하는 아내, 아나스타샤가 죽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반은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아내를 맞이했다.
마리아 테류코브나.
새로 맞이한 아내는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그 아름다움에 반해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내로 맞아들였을 정도.
이반 4세의 침실.
마리아는 연신 신음을 흘리며 이반 4세의 앞에서 엉덩이를 흔들었다. 질척한 소리와 함께 엉덩이를 때리는 찰진 소리가 사방으로 퍼졌다.
“하하하하하! 달려라!”
“흐응! 흐응!”
이반 4세의 웃음에 맞춰 신음을 흘리는 마리아는 더욱 격렬히 몸을 움직였다. 그러자 한계에 도달한 이반 4세는 결국 폭발하며 사정했다.
“크윽!”
씨를 잔뜩 뿌린 이반 4세는 침대에 누워 여운을 즐겼다. 차르가 되어 좋은 것은 젊고 싱싱한 여인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권력이 강해질수록. 공포를 안겨줄수록 할 수 있는 것들은 더 많았다 그래서 이반은 더욱 큰 나라를 얻길 원했다.
‘언젠가 세계를 손에 넣겠다!’
과거 동방에서 온 악마를 뛰어넘는 서방의 악마가 되리라 생각하며 잠시 눈을 붙였다. 그리고 일어났을 땐 매우 불쾌한 소식을 들어야만 했다.
“그게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이런 빌어먹을. 신국?”
드디어 신국의 이름이 이반 4세의 귀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반 4세는 길길이 날뛰었다.
“무능한 알렉산드로! 이놈은 대체 뭘 하는 거야!”
허나 날뛰는 이반 4세는 생각과는 달리 속으로는 매우 차분하게 계산을 하고 있었다.
군대를 모아 보내겠다는 말 대신 일단 알렉산드로를 깎아내렸다.
절호의 기회였다.
카잔을 정복한 이후 알렉산드로의 인기는 상당히 올라갔다. 알렉산드로는 좋은 장군이었다. 여기에 이반 4세는 이의가 없었다. 매우 흡족했다. 하지만 인기가 많았다.
막강한 군대를 가진 인간이 인기까지 얻으니 보기 싫었다. 그래서 경계했다.
신하에 대한 질투는 알렉산드로의 인기와 비례해 점점 커졌다.
능력 있는 신하를 얻은 것은 좋지만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까 두려웠다. 가혹한 어린 시절을 겪었던 이반 4세는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자를 좋아하지 않았다.
‘다시 그때처럼 살 순 없어.’
이름뿐인 모스크바 대공. 대공이면서 쓰레기를 뒤져서 허기를 채워야 했다. 귀족들에게 밀실로 끌려가 고문을 받기도 했다. 비참한 나날이었다. 혈통 때문에 대공이란 직위에 올랐을 뿐이었다. 신하들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이반 4세를 살려두었을 뿐이었다.
비참한 생활 끝에 결국 이반 4세는 권력을 쥐었다. 그리고 공포를 안겨주며 군림했다.
잔혹해지지 않으면 힘을 얻을 수 없기에 더욱 심취한 면도 있었다.
이제는 막강한 힘을 얻었지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는 쉽게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다른 신하들은 은근히 알렉산드로를 숙청하길 원했다. 하지만 이반 4세는 직접 숙청할 생각은 일단 접었다.
“지금은 전쟁 중이니 나중에 죄를 묻겠다. 우선 지원군을 보내라.”
일단 공론화 시킨 후 살짝 빠진다. 나중에 알렉산드로가 공을 세워도 이를 빌미로 압박할 요량으로 떠든 것 뿐.
실수를 한 상황에서 지원군을 보내는 것은 다분히 자신에게 유리하게 돌아갈 것을 알기에 하는 행동이었다.
차르의 지원 덕분에 이긴 것으로 될 테니까. 알렉산드로가 잘나서 이긴 게 아니게 되니까.
하지만 한 가지 걱정이 가시질 않았다.
몽골제국과 맞먹는 힘을 가졌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고된 신국 때문이었다.
‘내가 이긴다.’
이반 4세는 이를 악물었다.
척계광은 카크 나자르를 만나 몇 가지를 요구했다. 요구는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미녀와 책 그리고 기술자들을 모아달라고요?”
“그렇습니다. 책과 기술자들은 폐하께서 원하시는 것들이죠. 보물 따윈 별로 관심이 없으신 분이십니다. 선물로 보물을 보내도 시큰둥해 하실 분이죠.”
잘 보이기 위해 신유성에게 보물을 보내도 반응은 그리 좋지 않다. 보물은 화려한 맛이 있긴 하지만 그 뿐이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더 대단한 보물을 직접 만들 수도 있으니까. 오히려 책을 비롯한 기술자를 얻는 게 신유성을 더 기쁘게 했다.
“여색을 즐기십니까?”
“그 반대입니다. 그래서 걱정이죠.”
“으음, 그건 문제군요.”
카크 나자르는 슬쩍 자신의 딸들을 떠올리다 고개를 저었다. 이렇다할 미녀가 없던 탓이었다.
‘친척들을 수소문해봐야겠군.’
“아, 혹시 인척을 모아오지는 마십시오. 폐하께 인척을 바치려는 영주가 너무 많아서 곤란합니다.”
“으음.”
척계광에게 정곡을 찔리자 움찔했다.
“하지만 폐하의 관심을 끌 미녀를 바친다면 황후마마께서 잘 봐주실 겁니다. 현재 황실의 여인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황후마마의 허락이 먼저라고 알고 있습니다.”
중요한 정보였다. 카크 나자르는 척계광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내 힘이 닿는 데까지 모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군대 지원 문제는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신국의 병사는 약하지 않으니까요. 노가이인들만 잘 막아주시면 됩니다.”
“하하하, 상대가 그 하나라면 문제없습니다. 도망자들이 합류했다고는 하지만 걱정할 것 없지요.”
주변의 모든 칸국들과 경쟁하던 카자흐 칸국이었다. 힘이 분산되어 어려웠을 뿐이었다. 허나 신국에 복속한 이후로 경계해야 할 적은 확 줄어들었다.
시비르 칸국은 혼란스럽기 때문에 걱정할 것도 없었다. 모굴리스탄도 마찬가지였다. 부하르 칸국도 이미 척계광이 견제에 들어갔다.
경계해야 할 것은 초원의 도망자를 다수 받아들인 노가이 칸국뿐이었다.
병력을 대거 움직여 경계하니 노가이 칸국은 경계를 넘어오지도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카자흐의 전사들이 넘어가 약탈을 해올 정도였다.
칸국들의 혼란은 오스만 제국으로도 흘러들어갔다.
칸국의 많은 이들이 이슬람을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특히 크림 칸국의 경우에는 오스만 제국의 지원을 받아 모스크바 차르국에 대항하는 장벽 역할을 하고 있기도 했다.
“신국이라.......”
동방의 신흥 강국의 등장에 쉴레이만 1세는 한숨을 내쉬었다.
프레베자 해전의 승자로 지중해의 영웅이 된 강력한 군주였다. 하지만 동방의 신흥 강국 등장에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스만 제국의 영향력은 상당했다. 그렇기에 세계에 퍼진 무슬림들로부터 들어오는 소식이 있었다.
신국은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되는 상대였다.
‘신유성이라.’
쉴레이만 1세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나이 때문이었다.
1494년생인 쉴레이만은 점점 자신의 죽음을 걱정하고 있었다. 세계와의 분쟁은 끝이 없는데 자신의 시간이 끝나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래 살고 싶지만 수명은 신의 뜻.
나이가 들면 죽는 것이 신이 정한 법칙. 그렇기에 쉴레이만 1세는 후세를 위해 죽음을 준비해야만 했다.
그런데 난데없이 툭하고 신유성이 튀어나온 것이었다.
신유성의 나이 이제 22살.
새파랗게 젊은 애송이라고 할 수 있는 나이였지만 이룬 업적만 들으면 애송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웠다.
‘동방의 악마와 비슷한 녀석이다. 아니 어쩌면 더 뛰어나다.’
칭기즈칸에 대해서는 쉴레이만 1세도 알았다. 그때와는 달리 현재는 많은 것이 변했지만 그래도 군주의 그릇이라는 것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계속해서 성공하고 있다는 것은 신의 가호를 받은 것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이것이 알라의 뜻인가? 아니면 더 큰 도약을 위한 시련인 것일까?’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좋은 소식은 있었다.
최근 들어 급성장하고 있는 모스크바 차르국과 신국이 국경을 마주하게 될 거라는 것이었다.
모스크바 차르국의 이반 4세도 꽤 유능한 남자였다.
쉴레이만 1세는 떠오르는 별들의 젊음이 몹시 부러웠다.
‘아직 난 죽지 않았다.’
그러나 부러움 때문에 만사를 포기할 정도로 무른 남자도 아니었다.
세계를 상대로 싸운 남자는 죽음 따위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모든 것은 알라의 뜻대로!’
신에게 모든 것을 맡긴 쉴레이만 1세는 뒷일을 생각해 안배를 하기 시작했다.
여름이 찾아왔다. 신유성은 좋은 소식을 들었다. 드디어 종이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는 소식이었다.
종이 장인들은 종이에 대한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 특허권이란 것을 얻기 위해 더욱 뛰어들었다. 많은 상인들은 장인들에게 투자했다. 그리고 장인들이 특별한 기술을 얻게 되면 투자한 회사에서는 보다 싸게 특허권을 이용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투자를 먼저 했었으니 우선권도 주어졌다.
나무의 섬유를 이용해 종이를 만드는 방법을 알아낸 것으로도 모자라 대량 생산하는 길까지 열었다. 아직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만 이제 조금씩 이용하기 시작한 증기기관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증기기관이었으나 장인들은 이를 이용하려고 머리를 굴렸고 결국 이용할 방법을 찾아낸 것이었다.
사람과 달리 규칙적으로 돌아가는 증기기관은 일손을 줄이는데 편리했다.
종이 공장은 계속해서 개량을 거듭하며 발전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종이의 대량 생산으로 종이 값은 폭락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수요가 많아서 종이는 만드는 대로 팔려나갔다. 이를 본 신유성은 드디어 구상하고 있던 말을 꺼냈다.
“도서관과 대학을 짓는다.”
한양에 짓는 것이 아니었다. 관악산. 미래의 기억 속에 있는 명문대가 위치한 곳에 대학을 짓게 한 것이었다.
“최고의 도서관과 학교를 지으리라 믿는다. 장인들과 과학을 연구하는 이들의 요람이 될 곳을 만들어라. 그리고 성균관은 앞으로 오직 법을 공부하는 이들만 받아들인다.”
법에 대한 수요는 엄청나게 늘어났다.
상인들이 많아지니 분쟁도 늘어났다. 계약서를 작성하긴 하지만 두루뭉술한 문구가 들어간 계약서는 서로 다른 해석을 하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점이 계약의 허점으로 작용해 분쟁이 생기면 어쩔 수 없이 법으로 해결해야만 했다. 적당히 말로 중재를 하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신유성은 이러한 일을 해결할 변호사를 만들 것을 명했다.
이 명령에 한반도의 양반 출신들은 법을 공부해 변호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신유성을 모시지 않고도 학문을 통해 사회에서 자신의 자리를 만들 수 있었기에 변호사의 길을 택한 것이었다.
중원에서도, 그리고 일본에서도 변호사가 되려는 이들은 속출했다. 또한 각 지역에서는 변호사를 위해 영주들이 법전까지 만들어야 했다.
변호사가 활동하기 어려운 영지는 상인들이 꺼리기 시작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법에 대해 좀 아는 이들은 자신을 위한 법전을 만들었다. 그리고 법전을 통해 영주와 영지의 성향이 고스란히 신국의 국민들에게 알려졌다.
이 때문에 많은 영주들은 자신이 직접 법전을 만들지 않고 신유성이 만든 법들을 본 딴 법전을 이용했다. 종교적인 부분과 혼인과 상속에 대한 법률이 영지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했다.
하지만 상업과 형법에 관한 것은 대부분 신유성의 법전을 따라했다.
이로 인해 법원의 존재가 필요하게 되었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중앙 법원과 지방 법원이었다.
지방 법원은 각 영지의 법을 다루는 곳이었다.
빠르게 변화가 생기고 있어 잡음이 많았다. 하지만 신유성은 잡음이 생겨도 무시했다. 불만이 있는 자들은 언제나 그렇듯 조용히 사라졌다. 신유성에게 보고가 올라오지도 않았다.
상인과 장인들이 신유성을 신봉하는 상황이었다.
이들의 눈을 피해 신유성에게 반항하는 세력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다. 신국의 모든 정보가 이들을 통해 신유성에게 전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폐하, 오늘은 제가 모시겠습니다.”
여름이 되자 드디어 신유성은 다시 밤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닌자로서의 수련을 멈추지 않은 레이와 매화는 누구보다도 빠르게 살을 빼고 몸매를 다듬었다. 그리고 오늘 밤, 두 여인은 신유성을 모시기로 한 것이었다.
“가자.”
아직 밤이 되려면 멀었으나 신유성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종이 공장과 법원에 대한 일은 순식간에 지워졌다.
지금은 그저 사랑하는 여인들에게 취해 그동안 쌓였던 것들을 몽땅 쏟아내고 싶을 뿐이었다.
아이를 낳은 두 여자는 젊음에도 불구하고 성숙한 몸으로 변해 있었다.
젊음과 성숙함이 어우러진 음란한 몸을 보며 신유성은 침을 꿀꺽 삼켰다.
손을 뻗어 엉덩이를 잡으니 찰떡같은 감촉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오늘을 기다렸다.”
신유성은 짐승처럼 두 여인을 탐했다.
“폐하!”
몸을 활짝 연 두 여인은 연신 신유성에게 달라붙었다.
뜨겁게 몸을 찔러대는 공격이 이어졌지만 모든 것을 다 받아내는 두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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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