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신의 유희-145화 (145/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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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과 방어

매화는 생각했다.

‘이러다 정말 잘못되겠어.’

오랫동안 독수공방을 한 신유성은 질주를 멈추지 않는 종마였다. 여러 번 쾌락 속에 실신했다 깨어난 매화는 옆에 눈을 감고 잠든 레이를 보았다. 흔들리는 시선 속에 잠시 휴식을 취하는 레이가 부러웠다.

“흐응!”

입에선 신음이 터졌다. 몸이 부르르 떨렸다. 시야가 갑자기 밝아지며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느낌 이어서 찾아오는 어둠과 떨어지는 느낌. 허우적거리다 의식이 끊길 때쯤 신유성이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옆에 누워 휴식을 취하던 레이가 신음하기 시작한 것을 들으며 정신을 잃었다.

다시 깨어났을 때 신유성은 잠들어있었다. 사랑을 받는 것은 흐뭇한 일이었지만 일주일 넘게 아무 것도 못하고 오로지 밥 먹고 관계만 맺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죽겠어.’

닌자 교육 과정을 거치며 단련하지 않았다면 체력이 버티질 못했을 것이다. 홀로 지내던 신유성은 그 사이에 더욱 강한 힘을 손에 넣었던 것이었다.

그러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일단 젊었고 황제이기에 좋다는 것은 계속 먹었다. 힘이 철철 넘쳐서 기행을 벌일 정도였으니까.

그 결과 신유성의 잠자리의 황제가 되었다.

‘얼른 다른 분들이 합류해야 해.’

매화는 의사를 전달했으나 다른 부인들은 한사코 거절했다. 황제의 총애를 거절하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나 몸매가 망가진 상황에서 자꾸 잠자리를 하다보면 총애가 오히려 식을까 걱정인 것이었다.

그렇게 매화와 레이는 신유성에게 계속 시달려야만 했다.

신유성은 아직도 쌓인 것을 다 풀지 못했다.

처소에서 들리는 쾌락의 신음이 멈추는 날이 없었다. 허나, 처소를 지키는 이들은 모두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신국의 미래가 이어지는 소리니까.

황제의 아이가 많이 태어날수록 황실의 피가 계속 이어진다는 뜻. 황실이 바로 신국의 중심 기둥이기 때문에 신유성의 성관계는 장려할만한 일이었다.

자식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나 이 시대의 유아 사망률은 매우 높았다. 언제 어떻게 병으로 요절할지 알 수 없는 것이 현실. 그러니 되도록 많은 자식이 있는 편이 좋았다.

허나 관계를 시작하고 2주가 되었을 때 신유성은 휴식에 들어갔다.

아무리 쾌락을 안겨주는 정사라고 해도 오래하면 노동이나 다름없었다.

“너무 힘들었어요. 도와줄 여자들을 구해도 될까요?”

도우미. 함께 잠자리를 할 여자를 의미했다. 홀로 받아내기 어렵다는 뜻이었다. 허나 신유성은 고개를 저었다.

“너희들로 충분하다.”

신유성은 매화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어렸을 때부터 함께 했던 매화는 요염함을 뿜어내는 여인으로 자라났다.

“많이 컸구나.”

문득 옛날 모습이 떠올라 어린아이 대하듯 하니 매화는 품에 안겨들었다.

“좀 있으면 더 늙을 걸요? 그때는 지금처럼 즐겁게 해드리지 못하게 될 겁니다.”

“그래도 넌 내 곁에 있어야 한다.”

“네.”

신유성은 매화의 이마에 입맞춤을 해주었다. 이후 조용히 음악을 들으며 바람을 즐겼다.

한동안 쌓여있던 것들을 풀어낸 신유성의 기행은 갑자기 멈췄다. 공조에 들락거리지도 않았고 고집을 부리지도 않았다.

이로써 많은 이들이 확신했다.

신유성의 기행을 막기 위해선 여자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아무나 안지 않으니 아무나 마구 들이밀 수도 없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 야구장이 완공되었다. 많은 이들의 지원이 있어 호조 우지야스의 건설 회사가 짓기 시작한 야구장이 빠르게 완성된 것이었다.

야구장이 완공되었다는 보고에 신유성은 야구장을 찾았다.

“나쁘지 않군.”

미래의 야구장들에 비하면 부족한 것이 상당히 많았다. 하지만 건축 자재가 개발이 되지 않았으니 어쩔 수 없는 일.

어쨌거나 야구를 관람할 수 있는 경기장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획기적인 일이었다.

“내가 한 번 던져보지.”

아무도 공을 던지지 않은 마운드에 선 신유성은 공을 던졌다.

무리가 없는 아주 부드러운 이상적인 투구폼.

손을 떠난 공은 포수의 글러브에 순식간에 빨려들어갔다.

“오오오오!”

신유성의 투구를 본 금군은 저마다 탄성을 내뱉었다. 금군을 주축으로 한 야구단에서도 보기 힘든 투구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안다.

신유성이 땅볼을 굴려도 타자들은 전원 배트를 휘두를 것이란 것을.

황제가 던진 공을 감히 받아칠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는 야구 시합을 하면서 가끔 공을 던진 투수를 향해 공이 날아가는 일이 생긴 뒤에 더욱 굳어진 사고방식이었다.

황제의 안전을 지키는 이들이 황제를 다치게 할 수도 있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것은 해선 안 될 금기였다.

신유성도 잘 아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탄성에도 불구하고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감동은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경기장을 지었으니 시합 관람은 해야 했다.

며칠 후, 야구장 개장 기념 시합이 벌어지게 되었다.

시합을 하는 야구단은 신유성을 보호하는 금군 출신들이 모인 황실 야구단과 신유성을 믿는 광신도들이 모여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던 북해도 야구단이었다.

신유성은 귀빈 전용석에서 관람하게 되었다. 다른 곳보다 높은 곳에 위치해있으며 격리된 공간이었다.

나머지 관중석에는 사람이 가득했다.

황제와 함께 야구를 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기념 시합 표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허나, 시합을 보는 신유성은 시큰둥했다.

“너무 조용하군.”

심판의 목소리와 선수들의 외침 정도가 다였다. 신유성은 따분했다.

“음악이라도 연주하게 할까요?”

옆에서 조용히 자리를 지키던 주녹정은 신유성을 바라보았다.

“아니, 사람들의 응원 소리가 없으니까 뭔가 허전하군. 나야 중립을 지켜야 하니 아무 것도 못하지만.”

“알겠습니다.”

주녹정이 구석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호위 하나가 바로 움직였다.

“폐하께서 응원하라고 하시었다!”

“뭣들 하는가! 얼른 일어나라!”

가관이었다. 권력자의 한 마디는 엉뚱한 사태를 야기했다. 하지만 조직적이지 않은 응원은 오히려 소음 공해에 가까웠다.

“에이, 비켜라!”

결국 신유성이 앞으로 나갔다.

“북을 가져와라!”

거대한 북이 금방 대령되었다. 신유성은 직접 북 앞에 서서 북을 치며 박자에 맞춰 한글자씩 응원을 했다. 그제야 사람들은 질서정연하게 신유성을 따라 외쳤다.

한사람씩 목소리가 응집되자 엄청난 함성이 되었다.

또렷이 들리는 하나의 의지.

북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자리로 돌아온 신유성은 그제야 미소 지었다.

“이제야 좀 볼 맛이 나네.”

떠들썩한 소리. 일체된 응원. 흥겨움이 흘러나오니 경기가 더욱 치열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신유성은 하나의 문화를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어 현실화했다.

문화를 사랑하는 것은 신유성뿐만이 아니었다.

셀림 2세.

오스만 제국의 위대한 술탄, 쉴레이만 1세의 아들인 셀림 2세는 군사적인 문제보다는 문화에 더 관심이 많은 남자였다.

원래 셀림 2세는 후계구도와 거의 상관없었다고 할 수 있었다. 위로는 형들이 있었다.

하지만 메흐메드는 천연두로 죽었고 인기가 많던 강력한 후계자로 지지를 받던 무스타파는 음모 속에 죽었다. 그리고 이제 쉴레이만 1세의 후계자로는 셀림 2세로 굳혀졌으나 문제가 있었다.

“아름답구나. 더 해보거라.”

국정보다는 문화적인 것에 관심이 더 많은 것이었다. 특히 정복에 관한 일들에는 의지가 약했다.

셀림 2세는 시를 낭독하는 미녀를 바라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일을 하셔야 할 시간이십니다.”

“아아, 조금만 더.”

“하지만 술탄께서 아시면.”

“휴우....... 알았다.”

셀림 2세는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회의장으로 향했다. 회의장에는 신하들이 있었다. 허나, 셀림 2세는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듣고 계십니까?”

“듣고 있다. 계속 하라.”

신하들은 무성의한 셀림 2세의 행동에도 별 말을 하지 못했다. 장차 술탄이 될 사람이었다. 그러니 쓴 소리를 함부로 내뱉기가 곤란했다. 그렇다고 아주 멍청해서 사고를 치지도 않았다. 좋은 의견이 있다고 하면 그 의견대로 하라고 허락은 해주니까.

권위에 집착하지는 않으니 오히려 신하 입장에서는 일하기 편한 면도 있었다. 하지만 쉴레이만 1세의 강력한 지도력에 비하면 많이 부족했다.

원래부터 셀림 2세가 이랬던 것은 아니었다.

모두 쉴레이만 1세가 너무나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어려서부터 항상 아버지처럼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 살아온 셀림 2세.

어렸을 때는 눈물 나게 노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라면서 스스로의 한계를 깨달았다. 노력해도 쉴레이만 1세는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냥 전혀 다른 사람일뿐이었다.

이때부터 쉴레이만 1세는 거대한 장벽이 되었다. 처음에는 별로 걱정할 일은 아니었다. 쉴레이만 1세의 뒤를 잇는 것은 자신의 형들이 될 테니까.

하지만 메흐메드가 천연두로 죽었다. 무스타파는 반란을 꾸민다는 의심을 받아서 죽었다. 아들인 무스타파를 죽인 것은 다름 아닌 쉴레이만 1세.

셀림 2세는 갑자기 후계자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느끼게 된 심리적 압박은 상당했다.

자상하고 섬세하며 부드러운 성격을 가진 셀림 2세는 욕망이 소용돌이치는 권좌와는 많이 맞지 않았다. 더욱 강력한 제국을 만들기 원하는 이들이 보기에는 그저 유약해 보일 뿐이었다.

쉴레이만 1세의 평가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아직도 그러고 있나?”

쉴레이만 1세는 셀림 2세의 활동에 대해서 보고 받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후계자는 녀석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모스크바 차르국의 이반 4세나 신국의 신유성과 싸우게 된다면 필패는 정해져 있었다. 군대를 이끌 재목이 아니니 전쟁을 피해야만 했다.

“수상이 많은 일을 해야만 한다.”

“알겠습니다.”

“우선 모스크바 차르국과 신국에 평화사절을 보낸다. 양국이 싸우고 있으나 우린 어느 쪽도 편들지 않는 중립을 지킨다.”

“차르국은 정교회의 세력이 강합니다.”

“그렇지만 모든 이들을 적대할 순 없다. 잠시 쉬어갈 줄도 알아야지. 알라께서 부르신다면 나는 떠나야만 한다는 것을 기억해라.”

쉴레이만 1세는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그렇게 평화 사절이 모스크바 차르국과 신국으로 향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절이 향한 곳은 무굴 제국이었다.

알렉산드로 고이바티 슈이스키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반 4세의 지원을 받게 되었지만 돌아가는 사정은 그에게는 별로 좋지 않았다.

‘죽어라 노력해도 본전이군.’

실패는 죽음, 성공은 본전. 정말 맥 빠지는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알렉산드로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전투에 임했다.

“적의 움직임은?”

“사방으로 기병들이 날뛰고 있습니다.”

“전형적이군.”

“하지만 요새를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그래도 해야만 한다.”

요새 전술은 꽤나 큰 효과를 보았었다. 기병이 다수인 병력은 나무로 만든 요새로 막아낼 수 있었다.

포병과 총병이 함께 움직이면 가능했다. 그렇기에 공병의 역할이 더더욱 중요했다.

좀 더 안전하게 싸울 수 있는 요새를 빠르게 짓는 것은 결국 공병의 역할이었으니까.

‘그가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알렉산드로는 발명가이자 엔지니어인 이반 그리고예비치 비로디코프를 떠올렸다. 카잔 원정에서 함께 했던 이반은 원정을 성공적으로 이끈 원동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쉽지만 그가 보내준 일꾼들로 만족해야 하나.’

이번 전쟁에서는 나서지 않은 것이었다. 그래서 아쉬웠다.

카잔 원정에서는 28일 만에 요새를 완성했던 인물이었다. 덕분에 적을 효율적으로 압박하는 것은 물론 타격을 줄 수 있었다.

알렉산드로는 신국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카잔 원정때처럼 뭔가 획기적인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현재 상황에서는 힘의 싸움이다. 하지만 전력은 저쪽이 더 우세해.’

공격해 들어갈 수는 없었다. 시비르 칸국은 이젠 쿠춤이 완전히 장악한 상태였다. 안으로 조금 파고들었던 알렉산드로는 선발대가 밀리자 결국 원래 있던 자리로 후퇴해야만 했었다.

그리고 산발적인 전투만 여기저기서 벌어졌다.

어느 쪽도 우세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저 경계에서 지속적으로 상대의 신경을 건드리는 일만 계속할 뿐이었다.

‘군대보다 이반을 보내주지.’

하지만 알렉산드로가 원하는 엔지니어 이반은 오지 않았다. 대신 잔혹한 이반 4세가 독이 든 성배와 같은 군대를 지원해주었을 뿐.

‘이 병력을 날려먹는다면 죽는다.’

그렇기에 알렉산드로는 소극적으로 전투에 임할 수밖에 없었다. 뭔가 뾰족한 수가 생기기전에는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러한 알렉산드로 때문에 신국의 병력과 쿠춤은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보고를 받은 척계광은 차르국의 병력 움직임이 수상하다고 여겨 대치할 것만을 주문했다. 그리고 전력을 다해 다른 쪽을 정리해나갈 것을 명했다.

덕분에 죽어나가는 것은 샤 칸이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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