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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신의 유희-148화 (148/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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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과 방어

이정이 예르마크와 치열한 술래잡기를 하는 동안, 척계광은 카크 나자르와 함께 노가이 칸국으로 진격해 들어갔다.

카크 나자르는 신이 났다.

척계광과 함께 노가이 칸국을 치고 있지만 전리품은 대부분 카크 나자르가 챙기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된 것에는 척계광의 부대 운용과도 연관이 있었다.

훈련이 덜 된 병력 3만이 척계광에게 남아있었다. 원래는 훈련을 통해 정예 병력으로 바꿀 생각이었으나 모스크바 차르국이 카잔 칸국을 집어삼킨 방법을 보고 계획을 바꾸었다.

3만 중, 가장 실력이 떨어지는 2만은 공병으로 전환 시키고 오직 1만은 전부 포병과 척탄병 그리고 총병으로 바꾸었다. 기병은 카크 나자르가 넘치도록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병력을 운용하니 약탈을 할 기회가 주어지지는 않았다. 약탈은 모두 카크 나자르의 영지군이 했다.

척계광은 이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고 요구하지 않았다. 더 좋은 장비와 말로 무장시켜 오히려 카크 나자르가 큰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주었다.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덕분에 카크 나자르는 승승장구하며 노아기 칸국을 유린했다.

그리고 척계광은 카크 나자르의 뒤를 따라 요새를 건설하며 진격하는 중이었다.

보급로에 일정 거리마다 요새를 건설하고 병력을 주둔시켰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지역에 거대한 요새를 만들기 시작했다.

돌로 만든다면 어려웠을 것이나 엔지니어 이반의 방법을 따라 나무로 순식간에 요새를 만들어낸 것이었다.

요새는 엔지니어 이반이 만들었던 것을 그대로 따라했다.

더 뛰어난 것은 못 만들어도 비슷한 것은 만들 수 있었다.

이렇게 탄생한 요새는 노가이 칸국의 병력으로는 난공불락의 요새가 되었다.

멀리서 대포를 쏘고 가까이 다가가면 총병들의 저격이 있고 더 가까이 가면 척탄병의 폭탄 투척이 이어졌다.

난전 따윈 벌어지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보급대를 공략하는 것도 소용없었다. 카크 나자르는 요새의 보급대 보호에 각별하게 신경을 썼다. 보급대에는 전쟁상인들도 껴 있었는데 이들이 바로 약탈품을 사주는 주요 고객이었다.

고객보호는 당연한 일이었다.

이들이 털리기 시작하면 척계광에게 무슨 소릴 들을지 모른다. 더구나 신국과 사이가 틀어지는 것은 절대 원하지 않았다. 아니, 새로운 원정대가 와서 전방에서 밀려나 약탈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엄청난 손해였다.

설탕과 럼주는 상당히 인기 있는 품목이었다. 이는 쉽게 구할 수 없는 것이었으나 카크 나자르는 원정에 함께 한다는 이유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 이것을 영지민들에게 팔면 막대한 부를 축적하는 게 가능했다.

이슬람 상인들에게서 사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카크 나자르는 신국 상인들과 거래하길 원했다. 더구나 모피의 경우에도 좀 더 가격을 쳐주며 사주었다.

지금까지 거래를 했던 상인들이 모조리 도둑놈으로 보일 정도로 신국 상인에 대한 신뢰는 깊어만 갔다.

그래서 신이 났다. 노가이 칸국은 그야말로 지리멸렬하고 있었고 카크 나자르의 부하들은 전의로 불타올랐다.

약탈을 하면 큰돈을 벌 수 있으니 인정사정없었다.

노가이 칸국이 원래 허약하지는 않았으나 카크 나자르가 이끄는 카자흐의 전사들도 약졸들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전력이 집중되고 보급이 원활하다보니 사기가 계속 높아졌다.

돈을 번 전사들은 요새에서 술을 마실 수도 있었다. 맛있는 것들을 사먹기도 했다.

요새에는 그야말로 돈이 흘러넘쳤다.

모든 일은 순조로운 듯 보였다. 하지만 척계광은 전혀 방심하지 않았다.

‘놈들이 왜?’

이정으로부터 들어온 보고를 받고 척계광은 지도를 바라보았다. 기습을 당한 지점은 전선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는 곳.

멀리 뒤로 돌아 들어와 기습을 가하려던 것이라고 한다면 얼추 이야기가 맞아떨어지긴 한다. 하지만 척계광은 그리 단순하게 넘기지 않았다.

‘시선을 붙잡아두려는 것일 수도 있다.’

모스크바 차르국의 공병대에 대해 몰랐다면 척계광마저도 단순하게 넘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공병대의 존재가 적에 대한 평가를 바꾸어주었다.

시선이 다른 곳에 쏠린 틈에 군사적 요충지에 재빨리 요새를 지을 능력이 공병대에는 있었다. 그러니 척계광은 시비르 원정군에 적의 공병대를 찾으라는 명령을 내렸다.

‘긴장되는군.’

모스크바 차르국, 노가이 칸국, 부하라 칸국 그리고 모굴리스탄의 샤 칸까지 척계광이 신경 써야 할 곳은 넘쳐났다.

사방에서 보고가 올라왔고 이를 분석해내야만 했다. 허나, 척계광은 이것을 기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의욕을 불태웠다.

원정군 총사령관으로 이렇게 싸워볼 기회는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기회가 왔을 때 확실히 업적을 남겨야 역사에 남는 명장이 될 수 있었다.

‘자식들에게 오명만 물려줄 순 없다.’

배신자의 가문보다는 명장의 가문으로 남길 원했다. 그렇기에 신유성에게 충성하며 공을 세우고자 하는 것이었다.

원정군 총사령관이라는 직책은 위대한 업적을 쌓기에 부족함이 없는 자리. 때문에 척계광은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위업을 달성해낼 생각이었다.

척계광은 하나하나 보고를 챙기며 적들의 움직임을 예상하고 대응책을 토론하며 최선책을 선택했다. 회의가 너무 길어져 중간에 식사를 할 정도였다. 허나 길고 긴 회의는 결국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요새 상황은?”

“별 다른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보급로에서 영주들간에 다툼이 좀 있었다고 합니다.”

“다툼이?”

“아무래도 막대한 재물이 오가다보니 도적들이 꼬이는 모양입니다.”

“폐하께서 알아서 하실 것이다.”

“예.”

이황은 척계광의 대답을 들으며 궁금해졌다.

‘과연 어떻게 해결하실까?’

호기심에 직접 물어보고 싶었으나 신유성은 상당히 먼 곳에 있었다. 질문 한 번 하기 위해 돌아가기에는 너무나 멀었다.

이황이 언급한 것은 이미 신유성에게 보고가 되어 있었다.

중원 감숙성에서 카자흐를 거쳐 각 지역까지 이어지는 보급로는 너무나 길었다. 연락을 주고받는 방법도 말이 최고의 방법이었다. 하지만 말을 너무 오래 달리게 하면 결국 죽게 된다.

아무리 빨라도 배로 움직이는 것보다는 느린 상황. 때문에 역참과 보급 거점이 길게 생겨났다.

연락을 하는 이들은 역참을 통해 말을 갈아타며 보고서가 담긴 상자를 배달했다. 또한 전쟁상인들은 이 역참이 설치된 곳을 쉬어가는 곳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긴 보급로가 생기자 자연스럽게 도적들이 꼬였다.

영주들이 지배하는 땅이라고 해도 구성원 전체의 움직임을 제한할 수는 없었다. 거칠고 탐욕이 강한 무리들은 보급품에 욕심을 품었다.

허나, 이들의 시도는 항상 실패했다.

전쟁상인들은 결국 어딘가의 영주 휘하의 상인들이었다. 영주들이 전쟁상인들을 보내면서 호위 병력도 함께 보내는 일은 흔했다. 아니, 물건을 운반하는 이들 전체가 다 병력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들의 활약으로 도적들은 쉽게 물리쳤다. 그러나 문제는 이후에 생겼다.

도적들을 죽이거나 추적하는 과정에서 해당 지역의 영주들과 마찰이 생기는 것이었다. 영주는 자치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영지에서는 왕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자신의 영지에서 다른 영지 사람이 날뛰니 이를 그냥 두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렇기 때문에 사건 해결을 놓고 분쟁이 생긴 것이었다. 이 때문에 신유성이 만든 중앙 법원에서는 종종 영주들 간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재판이 열렸다.

“또 싸움이 났다고?”

“그렇습니다.”

“재판이 많이 밀렸나?”

“그 정도는 아니지만 이대로 간다면 불만이 더 늘어날 겁니다.”

이지번의 보고에 신유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재판 기록을 쭉 살펴보던 신유성은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결국 다른 영지 사람이 자기 영지에서 날뛰는 게 싫은 것 아닌가?”

“맞습니다. 자존심 상한다는 이야기죠.”

“이해한다. 당연한 일이지.”

신유성은 영주들을 탓하지 않았다.

“나쁜 건 도적놈들이지. 하지만 이대로 간다면 계속 문제가 생길 테니 해결책을 내놓겠다. 내 이름으로 용병 회사를 만들겠다.”

“용병 회사요?”

“그렇다.”

황제의 이름으로 만드는 용병회사. 이들은 또 다른 황제의 군사 집단이라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신유성은 자신이 모든 지분을 갖지 않기로 했다.

“영주들의 투자금을 받는다. 지분을 나누겠다. 이후 지분을 가진 영주들은 각자의 영지에서 용병들의 활동을 보장해야만 한다.”

용병 회사의 소식이 신문을 타고 빠르게 신국에 퍼지자 모든 영주들이 회사 지분을 사기 위해 달려들었다. 황제인 신유성이 하는 사업이었다.

명분도 확실했다. 상인 보호를 위한 것.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영지 방어를 위해 고용할 수도 있었다. 이는 다른 나라들과 영지를 마주한 영주들이 크게 반겼다.

자신의 영지에서 병사를 모집하지 않아도 병력을 빌려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황제인 신유성이 만든 용병 회사의 용병이었다.

보통 용병들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신뢰. 아군이었다가 불리한 상황에서 고용주를 배신하며 도적으로 변하는 일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황제인 신유성의 회사 용병들은 이런 짓을 할 수 없었다.

황제의 이름에 먹칠을 한다면 척살이 기본이었다. 황제의 이름을 걸고 활동하는 용병들이니 영주들도 신뢰할 수 있는 것이었다.

사략 해적으로 활동하다 해적질에 질리거나 좀 더 안전한 일을 하고 싶어진 이들이 용병으로 가입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용병 수급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용병 회사를 만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신유성은 사절단이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멀고 먼 오스만 제국에서 온다는 사절단이었다.

‘드디어 오스만 제국인가?’

오스만 제국은 강력한 국가였다. 이슬람 제국의 중심. 신유성은 오스만 제국과의 격돌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는 있었다.

너무나 강대한 세력이라서 지금까지처럼 쉽게 무너뜨리기는 어려운 존재였다.

그래서 오스만 제국의 사절이 무슨 이야기를 할지 몹시 궁금했다.

‘항복 따윈 아니겠지.’

얼마 전에는 티베트의 세력들이 앞을 다투듯 복속을 신청했었다. 서로를 향해 칼날을 겨눈 상태이기 때문에 신국이란 변수가 나타나자 결국 모두 신국으로 넘어온 것이었다. 너무 늦어서 전쟁이 터지면 신국이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었다. 만약 신국에 속하지 못하게 되면 결국 상대 세력과 신국의 병력이 힘을 합쳐 쳐들어오니까.

멸망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운이 좋은 거지.’

흐름을 타고 있기에 결국 티베트를 피흘리지 않고 합병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약소국들은 신국을 두려워해 복속을 신청하며 영주가 되고자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스만 제국처럼 강국들은 오히려 반대라고 볼 수 있었다.

싸우자고 달려들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잘못하면 에스파냐 꼴이 된다.’

전쟁을 오래하면 재정에 문제가 생긴다. 생산력이 둔화되고 경제에 문제가 생긴다. 그러면 딴 생각하는 이들이 늘어난다.

신국처럼 급하게 성장한 경우에는 분열이 더욱 빠르게 일어날 수 있었다.

그러니 신유성은 오스만 제국과는 되도록 전쟁을 피하고 싶었다. 모스크바 차르국에 이어 오스만 제국하고도 전쟁을 하게 된다면 부담이 컸다.

‘아직 동남아를 손에 넣지 못했다.’

적어도 동남아까지 손에 넣고 증기선과 후장식 소총을 개발할 때까지는 세계를 상대로 한 전쟁은 피하는 것이 좋았다.

문득 신유성은 갑갑함을 느꼈다.

‘젠장.’

갑갑함에 여자를 안고 싶었으나 또 다시 안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매화와 레이가 다시 임신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신유성은 주녹정을 찾아갔다.

“폐하.......”

주녹정은 제발 다시 생각해달라고 애원했으나 신유성은 더 참을 수 없었다.

“더 못 참겠다. 걱정할 것 없다. 넌 내 여자다. 난 내 여자를 버리지 않는다.”

짐승처럼 옷을 벗기고 달려드는 신유성의 박력에 결국 주녹정은 몸을 맡겼다. 열심히 살을 빼고 있었으나 아직 다 빠지지 않아 풍만한 몸이었다. 허나 욕정에 사로잡힌 신유성에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흐윽!”

신유성은 거칠게 풍요로운 몸을 탐했다. 주녹정은 거칠게 자신을 탐하는 신유성을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무굴제국.

제국의 황제, 아불 파트흐 잘랄 웃 딘 무함마드 악바르 1세는 오스만 제국의 사절을 맞이했다.

“먼 길 오느라 수고했다.”

“황송합니다.”

오스만 제국의 사신들은 쉴레이만 1세의 뜻을 전했다. 평화를 원하며 신국을 견제해주길 바란다는 이야기였다.

“신국이라. 들어보긴 했다. 남쪽 지방을 털고 다니는 해적들이지.”

해적이라고 비하하긴 했지만 악바르는 절대 신국을 과소평가 하지 않았다. 순식간에 거대한 제국을 세운 신유성을 매우 경계했다.

“아무쪼록 부탁드립니다.”

“알았다.”

악바르는 신국을 견제해주기로 약속했다. 물론 공짜는 아니었다. 오스만 제국은 악바르에게 물질적인 지원을 계속 해주기로 약속했다.

지원에는 뛰어난 철을 만드는 방법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로써 남부 원정은 더욱 확실해졌다.’

사절단을 내보내고 지도를 바라보는 악바르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악바르가 원하는 남부는 바로 인도 아대륙이었다.

현재 악바르는 인도를 장악하기 위한 전쟁에 돌입한 상태였다. 문제는 바로 힌두교였다. 악바르는 이슬람을 믿고 있었기 때문에 힌두교 지도자들이 저항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빠르게 정리하고 신국을 견제한다.’

허나 이제 쉴레이만 1세의 지원까지 받게 되었으니 인도 정복은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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