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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신의 유희-155화 (155/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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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냐 대륙이냐

신유성을 만나고 돌아가는 오스만 제국의 사신들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신국이라는 나라는 대체 어떻게 되먹은 건가!”

만남은 별 것 없었다. 단순히 인사를 나눈 것에 지나지 않았다. 우호적이지도 적대적이지도 않은 평범한 만남이 이뤄졌을 뿐.

신유성은 오스만 제국 사신들을 만나주기만 했다. 오스만 제국 사신들을 크게 대접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냥 곧 이웃이 될 테니 얼굴이나 익혀두자는 식으로 말하고는 끝이었다.

오스만 제국 사신들은 아무 것도 듣지 못했다. 멀리서 전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신국에 대한 정보는 조금 습득했다. 최대한 이런 저런 이유를 붙여서 눌러 붙어 여러 가지 정보를 입수하고자 노력한 결과였다.

“무섭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너뜨릴 수도 있습니다.”

“무너뜨려? 어떻게? 무엇으로?”

“알라의 뜻을 따르면 되지 않겠습니까?”

“으음.”

사신단의 책임자는 신음을 흘렸다. 신의 뜻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부정하다가는 이단으로 심판을 받을 테니까.

‘무엇으로 저들을 이간질 할 수 있을까?’

신국의 상황은 어느 정도 파악했다. 황제가 모든 영토를 직접 다스리는 것이 아닌 영주들이 자치권을 가지고 각자 다스리는 형태였다.

이런 형태의 국가는 영주들만 잘 구슬리면 얼마든지 무너뜨릴 수 있었다. 하지만 영주들이 모두 황제에게 충성한다면 힘들었다.

이간질을 해야만 했다.

“의심을 사게 만들면 되지 않겠습니까? 교류를 하면서 조금씩 혈연을 맺는다면 분명 넘어오는 이들이 있을 겁니다.”

허나, 이러한 생각은 말라카를 지나며 뒤집어졌다.

신국을 견제하기 위한 협력을 요청하기 위해 술탄을 만났으나 술탄의 선언이 충격적이었다.

“나는 이제부터 신국의 영주. 외교적인 일은 황제 폐하와 논했으면 좋겠군.”

“술탄께서는 설마 이교도와 손을 잡기로 하신 겁니까?”

알라를 배신한 것이냐며 한 사신이 부르짖자 술탄의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말조심하라. 난 알라를 버린 적 없다. 신국은 자치권을 인정했으며 종교의 자유를 허락했다.”

“으음.”

종교의 자유를 허락했다는 말에 결국 대꾸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허나 그들은 결국 우리와 싸우게 될 것입니다. 그땐 누구의 편을 드실 겁니까?”

“나는 신국의 영주다.”

말라카의 술탄은 불쾌한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말라카 술탄의 입장에서는 종교도 중요하지만 권력도 중요했다. 오스만 제국과의 관계를 이어가는 것은 종교의 힘을 빌어 지도자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데 중요했다. 하지만 현재 말라카를 비롯해 동남아시아의 민심은 신국으로 쏠리는 중이었다.

필요하다면 개종할 생각도 있던 것이었다. 개종해서 더 강력한 권력을 쥘 수 있다면 그럴 생각으로 가득했다.

‘어려울 때 도와준 것은 결국 신국이다.’

더구나 신국의 황제 신유성은 말라카의 술탄도 직접 만난 적이 있었다. 무척이나 어렸던 황제와 혈연을 빨리 맺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그랬다면 나도 거대한 땅을 가진 영주가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허나, 아직 늦은 것은 아니었다. 신국의 영향력 아래라면 더 크게 발전할 가능성이 있었다. 지금도 꾸준히 오가는 사략 해적들과의 거래로 많은 것이 변했다. 여기에 신국의 상인들이 본격적으로 오간다면 돈은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오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영지의 방어는 신국에 맡기면 그만이었다.

영지에서 내는 세금에는 방어에 대한 대가도 포함된 것이기 때문이었다.

‘신국 1함대가 와있다. 남만 놈들을 이젠 보지 않아도 돼서 속 시원하네.’

1함대가 말라카를 중심으로 해역을 지배하기 시작하자 포르투갈과 에스파냐 함대는 자취를 감추었다. 상대가 되질 않으니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해역에는 신국 해군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사략 해적들이 승냥이처럼 털어먹을 배를 노리고 있었다. 남만 선박이라고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덤벼들 정도로 사나웠다. 해적질을 오래하다 보니 모두 숙련된 해적으로 변신한 까닭이었다.

‘오스만 제국 따윌 두려워 할 필요 없어.’

말라카의 술탄은 불안해하지 않았다. 성지에 못 간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신국의 선봉에 설 생각이었다. 그래서 성지를 차지한 영주가 될 생각이었다.

공을 세운 자에게 영지를 나눠주는 황제가 바로 신유성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그 날이 왔으면 좋겠군.’

사신들에게 말하지 않은 속내는 술탄의 꿈이기도 했다.

한편, 아유타야 왕국의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으로 치달았다. 왕을 모셔야 할 자들이 갑자기 신국의 영주가 되었다. 황당한 상황.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해당 지역의 백성들이 이러한 결정에 오히려 찬성하는 분위기라는 것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더 강한 국가의 일부가 되면 바인나웅과 같은 이의 정복을 받을 필요가 없으니까.

자치권이 보장되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내세운 결과 해당 지역의 백성들은 대부분 신국의 백성이 되는 것에 찬성한 것이었다. 반대하는 이들은 아유타야의 왕을 모시기 위해 떠나긴 했지만 소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더 황당한 것은 바로 바인나웅이었다.

“빌어먹을 신국.”

밥상을 차렸더니 딴 놈이 먹었다. 다 된 밥을 도둑맞았다.

화가 치미는 상황이었다.

“그냥 공격해!”

바인나웅은 신국을 무시하기로 했다. 아무리 신국이라 하더라도 열대림 속에서의 싸움은 자신이 유리하다고 생각한 바인나웅이었다.

이 결정에 신국으로 복속한 영주 하나가 결국 영지를 잃었다. 하지만 영주는 잡히지 않고 무사히 대피했다.

“감히 신국을 공격하다니!”

안남의 막무습은 당연히 이를 바로 보고했다. 그러면서 병력을 일으켜 다른 영주들을 보호하기 위해 움직였다.

소식을 들은 사략 해적들은 눈을 번득였다.

“이것은 기회다. 그렇지 않아도 남만 놈들하고 붙어먹던 녀석들이었어.”

사략 해적들이 나섰다. 하지만 그 전에 이미 나선 존재가 있었다.

후지바야시 켄은 바인나웅이 신국에 복속을 요청한 지역을 쳤다는 사실에 이를 갈았다.

“감히!”

신국을 무시한 처사라고 켄은 생각했다. 그렇지 않아도 켄은 바인나웅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과거 신유성이 포르투갈 함대를 추격해 공격했던 곳이 바로 페구였다. 따웅우 왕국의 도시였다.

즉, 따웅우 왕국은 남만인들과 교류를 하며 항구를 빌려주고 이득을 취하고 있었다. 말라카의 입장에서도, 신국의 입장에서도 그다지 좋게 볼 수 없는 군주가 바로 바인나웅이었다. 하지만 아직 원정군을 일으키지 않았기 때문에 바다에서의 견제 이외에는 별다른 수단이 없었다.

“함대는 출격 준비하라! 내가 직접 가겠다!”

말라카에서 켄이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오스만 제국의 사신들은 귀국을 좀 더 미루기로 했다.

켄의 함대는 총 40척의 갤리온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나머지는 모두 해역을 돌면서 행여나 있을 타국 선박을 감시했다.

40척의 갤리온은 바람을 타고 무섭게 바다를 갈랐다. 그리고 얼마 뒤, 페구에 도착하자 항구의 부두를 향해 포격을 시작했다.

부두에 정박했던 배들은 모조리 파괴되었다. 나포도 하지 않았다. 부두가 파괴되어 못 쓰게 될 때까지 포를 쐈다. 화약이 거의 다 떨어질 때쯤 해서야 포격을 멈춘 켄은 되돌아왔다.

이후, 사략 해적들이 따웅우 왕국의 해변을 털기 시작했다. 해적들은 반항하는 적은 무조건 죽였다.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자 바인나웅은 결국 퇴각해야만 했다. 원정 때문에 본토가 털리고 있으니 후퇴해야만 했다.

덕분에 한숨 돌리게 된 아유타야의 왕인 마하 차크라파트는 안남에 사람을 보내 부당함을 설파했다.

“그들은 아국의 배신자들이니 처단해야겠소.”

“그들은 이미 신국의 백성이 되었으니 불가하오.”

“도리에 어긋난 처사요.”

“도리에 어긋난 요구요.”

막무습은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지금 물러나면 내 이익은 줄어든다.’

피해를 입긴 했다. 이 피해는 복속을 청한 영주들의 땅을 다시 되찾아줄 때에 복구하기가 쉬워진다.

“그것보다 우선 귀국은 우리 영주의 땅을 돌려주셔야 할 것이오.”

“그 땅은 원래부터 우리의 것이었소.”

“정확히 말합시다. 바인나웅이 점령했던 땅이 아니오? 바인나웅은 우리 신국이 물러가게 했으니 당연히 우리 것이오.”

아유타야에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바인나웅이 차지했던 땅을 두고 분쟁이 일어났다. 신국은 아유타야 왕국과도 전쟁을 하게 된 것이었다.

이에 해적들은 아유타야 왕국의 남부를 털었다. 또한 말라카의 술탄은 기회다 싶어 진격했다.

바다는 신국이 지켜주고 있으니 타국의 침범을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침범 당하더라도 신국이 다시 되찾아줄 것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안심하고 병력을 북진시킨 것이었다. 후지바야시 켄에게 동의를 받은 뒤 병력을 북진 시키자 아유타야 왕국은 또 다시 전쟁에 휩쓸렸다.

오스만 제국의 사신들은 무섭게 주변을 공략하는 신국의 영주들을 보며 걱정하기 시작했다.

‘기세가 상당하다. 그리고 이건 뭔가? 어떻게 이렇게 서로 하나가 된 것처럼 움직이는 것인가?’

전부 다른 나라 사람이었다. 그런데 말라카의 술탄도 그렇고 신국의 함대를 움직이는 후지바야시 켄도 그렇고 오래 전부터 한 나라 사람이었던 것처럼 서로를 신뢰하고 있었다. 더구나 안남도 움직였다.

종교까지 다른 이들이 신국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들은.......’

사신들의 책임자는 금방 이들이 뭉치게 된 원인을 파악했다.

‘정말 두려운 남자군. 신유성은.’

영주로 삼는다는 것.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점령에서도 통했다.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

탐욕을 이용해 영주들이 신국을 위해 싸우게 만든 것을 파악한 것이었다. 신국의 힘을 빌려 타국의 땅을 차지하면 이익이 생긴다.

그냥 보물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땅을 영지로 하사받게 된다. 물론 다 주는 것은 아니었다. 신유성이 조금씩 요구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신유성이 요구하는 것은 언제나 약간의 땅이거나 혹은 공이 있는 다른 사람을 영주로 세우는 정도였다.

이러한 사실은 명나라 점령 후 상인들을 통해 신국은 물론 주변국에까지 널리 퍼졌다. 북해도를 비롯한 정보기관의 요원들이 뒤섞여서 일부러 퍼트린 효과도 무시할 순 없었다.

어쨌거나 이러한 효과 때문에 권력을 쥔 자들에게 하나의 선택지를 더 생겼다.

“어서 돌아가서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신국은 이간질로 어떻게 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이익 앞에선 원수와도 손을 잡는 게 권력자였다.

신국의 강력한 군대를 본 오스만 제국 사신들의 책임자는 하루 빨리 돌아가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더운 여름이 되자 신유성은 욕조에 나무판자를 띄워놓고 그 위에 누웠다.

“아, 덥다. 그래서 아유타야와 전쟁 중이라 이건가?”

“그렇습니다. 또한 따웅우 왕국과도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원정군을 보내자는 건가?”

“원정군에 참여하고 싶다는 영주들이 많습니다.”

예약을 받았다면 향후 100년까지 예약이 꽉 찰 정도로 영주들의 열의는 무지막지했다. 할 수만 있다면 모든 원정에 참여하고 싶다며 매일 같이 총영주에게 서신을 보내는 영주도 있었으니까.

나가오 가케토라가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과거의 과오를 뉘우치고 있으며 하루 빨리 공을 세워 죄값을 갚고 싶다고 난리였다.

나가오 가케토라보다 좀 덜 하지만 오다 노부나가도 원정에 보내 달라고 열심히 신청하는 영주 중에 하나였다.

“말라카만으로는 안 되는 건가?”

웬만하면 2차 원정군을 일으키는 시기는 늦추고 싶었으나 현실은 예측불능. 아유타야의 상황 때문에 결국은 원정군을 일으켜야만 했다. 경제 성장이 조금 늦어지더라도 불가피했다.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흐음.”

찬물을 떠서 가슴에 뿌린 신유성은 눈을 감고는 손에서 느껴지는 서늘함을 즐겼다. 허나, 머릿속은 온통 전쟁 생각으로 가득했다.

“노부나가도 슬슬 싸울 때가 되긴 했지만 역시 이번에는 안남과 말라카에 기회를 주고 싶군.”

“그럼 전부 거절할까요?”

“아니, 딱 두 명 더. 유구와 큐슈에 참가의사를 묻도록.”

이지번은 둘 다 신유성의 외척이기에 어느 정도 이해했다. 하지만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허나 그들은 외척이 아닙니까? 너무 그들만 키워주신다면 다른 영주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생각 중이야. 남쪽에 섬이 많으니까. 그들을 모두 파악하는 대로 흡수할 수 있는 이들은 흡수할 생각이다. 그때 원정대에 참여하는 영주들에게 기회를 줄 생각이다.”

신유성이 생각하는 것은 하나의 해상 원정이었다.

‘호주를 발견한다면 영주들이 한 동안 땅따먹기 하느라 불만은 보이지 않겠지.’

“그럼 탐험대와 용병을 보내야 하겠군요.”

“영주들에게 미리 얘기해놔. 그러면 알아서 꾸릴 것이다.”

신유성이 의도한 대로였다.

이지번부터 아들 이산해에게 탐험대와 용병을 고용해서 동남아시아의 섬들을 조사하는 일에 보냈으니까. 한양에 살던 이에야스를 비롯해 수많은 영주들에게 소식은 순식간에 퍼졌다.

“탐험대를 꾸린다! 이는 정찰 임무와 같다! 지도를 파악한다! 아울러 무사들은 일단 용병으로 등록한다!”

정보를 많이 알수록 전쟁에 유리해진다. 또한 원정대에 참여했을 때 가장 알짜배기를 먹으려면 역시 미리 정보를 알고 있는 편이 좋았다. 때문에 영주들은 필리핀을 비롯해 인근의 섬들을 조사하기 위한 탐험대와 용병들을 자비를 들여 지원하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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