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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냐 대륙이냐
전쟁으로 인해 관계가 점점 더 어지럽게 얽히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탐험대는 맹렬하게 섬들을 탐색했다.
겨울이 되었지만 탐험의 열기는 뜨거웠다. 수많은 섬들이 탐험대에 의해 기록되었고 영주들은 이를 개척하기 위해 정보 수집에 들어갔다.
그렇게 탐험대는 점점 남쪽으로 향했다. 섬에는 당연히 여러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다. 발달하지 못한 문명을 지닌, 원시적인 부족들도 상당했다.
원래부터 그랬는지 아니면 어떤 사건으로 인해 문명의 암흑기가 찾아와서 그런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날씨가 변덕이 심하군.”
필리핀 민다나오 섬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몰루카해가 나온다. 여기서 탐험대들은 여러 방향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동쪽으로 움직였던 탐험대는 굉장히 큰 섬을 발견했다.
뉴기니섬이었다. 허나 탐험대에게는 그냥 이름 모를 섬에 불과했다.
이름도, 정보도 없는 미지의 섬.
탐험대와 용병들은 기대와 긴장을 품고 섬에 발을 디뎠다. 사람은 아직 만나지 못했다. 반기는 것은 비가 전부였다.
“뭔가 느낌이 좀 으스스한데요?”
“그래? 그럼 돌아가자.”
부하의 말에 탐험대장은 곧바로 물러날 것을 명령했다. 탐험도 중요하지만 안전도 중요했다. 비로 인해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무리할 필요는 없었다.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잘못해서 독사나 독충에게 걸리면 답도 없었다. 그렇기에 조심해야만 했다.
하지만 등을 보이자 뭔가 날아왔다.
“컥!”
창이었다.
탐험대원 하나가 쓰러지자 탐험대와 함께 움직이던 용병이 빠르게 움직이며 주변을 살폈다.
“후퇴!”
만약을 대비해 등에 메고 다니던 방패를 앞으로 향하고 외쳤다. 매복을 당한 상황이니 맞서 싸우기보다는 물러나는 것을 택한 것이었다.
여기저기서 창이 날아왔다. 용병들은 방패를 이용해 후퇴하는 탐험대를 보호했다.
“돌아가자! 시체는 나중에!”
무거운 시체까지 가지고 갈 수 없어 용병들은 일단 물러났다.
다음 날, 날씨가 좋아지자 탐험대는 죽은 대원의 시체를 찾기 위해 움직였다. 해변에 만든 거점에서 멀지 않은 곳이기에 찾아가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시체가 없었다.
“이게 무슨?”
“놈들이 가져간 모양입니다.”
“으음!”
시체가 없어졌다는 사실에 탐험대는 이를 갈았다. 장례를 치러주기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전쟁터에서 죽은 것도 아니고. 찾아서 집으로 돌려보내주고 싶습니다.”
시체를 찾으려다가 전쟁이 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용병들은 전쟁 걱정은 하지 않았다.
“놈들의 전력을 파악부터 하고.”
용병들은 영주들이 사적으로 고용해 등록시킨 용병들이었다. 영주의 사병과 같은 존재들이라 봐도 무방했다.
전쟁이 난다면 바로 원정대로 전환해 싸울 의지를 갖고 있었다.
익숙지 않은 방패를 앞으로 한 용병들은 서서히 추격에 들어갔다. 비가 그치자 시야 확보가 좀 더 용이했다.
“이쪽으로.”
긴장으로 목이 타들어가는 느낌. 탐험대는 계속해서 인근을 수색하며 사람이 다녔을 법한 길을 찾았다.
동물들이 자주 다니는 길로는 동물의 길이 생긴다. 마찬가지로 사람이 자주 다니는 곳은 사람을 위한 길이 생긴다.
자연스럽게.
“찾았습니다.”
탐험대는 길을 찾았다. 그리고 길을 따라 움직이니 마을이 하나 나왔다.
“별 것 아니군.”
무장은 정말 빈약했다. 탐험대 입장에서는 미개한 수준. 하지만 전투는 꼭 무기의 성능만 가지고 하는 것은 아니었다. 탐험대보다는 원주민의 숫자가 많으니 긴장하지 않을 순 없었다.
“싸웁시다.”
이미 동료가 죽었다. 서로 안면을 트고 말다툼 끝에 죽은 것이라면 대화를 시도해 볼 순 있었다. 하지만 다짜고짜 공격부터 해왔다.
“우릴 우습게 본 대가를 치르게 해줍시다.”
용병들이 공격 준비를 마쳤을 때, 원주민들이 탐험대를 발견했다.
“쏴!”
활을 쏘자 원주민들이 픽픽 쓰러졌다. 탐험대원 중 몇몇은 쇠뇌를 이용했다.
원주민들은 화들짝 놀랐지만 이내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방패 앞으로!”
“방패 앞으로!”
방패를 든 용병들은 원진을 짰다. 여러 개의 방패로 원진을 짜자 방패벽이 생겼다. 원주민들은 방패를 때렸으나 방패벽은 무너지지 않았다.
“버텨라!”
용병들은 이를 악물고 벽을 유지했다. 원주민들이 아무리 밀어도 소용없었다. 그 틈에 쇠뇌 장전을 마친 탐험대들이 하나 둘 다가왔다.
눈으로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를 하자 대장은 몇몇 용병들에게만 명령을 내렸다.
“열어!”
잠깐 방패를 치운 사이. 쇠뇌에서 화살이 발사 되었다. 그리고 열린 방패가 있는 곳으로 다른 용병들이 검을 쑤셨다.
“아아아아악!”
원주민 전사들이 비명을 질렀다.
“닫아!”
열렸던 부분은 다시 방패로 막혔다. 이후 계속 같은 일이 반복되자 원주민 전사들이 슬금슬금 물러났다.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서였다.
“놈들이 멀리 물러났다! 활을 쏜다!”
화살은 아직 많이 남았다.
탐험대는 결국 원주민들을 쫓아내고 마을을 차지했다. 조금씩 마을로 전진하니 목적을 깨닫고 원주민들이 물러난 것이었다.
숫자에서는 아직 우위에 있었지만 탐험대의 방패벽이 굳건하니 어떻게 해볼 수가 없었다.
“여기!”
마을을 뒤지던 용병 하나가 외쳤다. 그리고 탐험대는 시체를 찾았다.
온전치 못한 시체를.
“이건?”
근처에서는 죽은 대원의 소지품이 발견되었다.
“우욱!”
대원 하나가 헛구역질을 하며 물러났다.
“이.......”
대장은 분노로 부들부들 떨었다. 온전치 못한 시체를 본 순간 ‘먹혔다’는 것을 깨달았다.
원주민들이 시체를 먹은 것을 깨달은 탐험대는 이를 악물었다.
“돌아간다.”
“대장!”
“돌아갔다가 다시 돌아온다. 우리만으로는 시간이 너무 걸린다.”
유골을 챙긴 탐험대는 조용히 돌아갔다.
탐험선은 분노로 만선이었다.
한편, 동쪽이 아닌 남쪽으로 내려간 탐험대는 요상한 상황에 처했다.
“저기 섬이다!”
“오오! 상당히 큰 섬!”
“대체 얼마나 큰 거야?”
멀리서 보는데도 엄청나게 컸다.
“그냥 길쭉한 거겠지. 대장! 상륙합니까?”
“피곤하냐?”
“아니요!”
“그럼 좀 더 돌아보자. 얼마나 큰 건지 확인 해보자.”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하지만 며칠 뒤, 대장은 이상함을 느끼며 상륙했다.
“정말 크긴 큰가보다.”
“물 좀 채우고 쉬었다가 다시 가죠?”
“그래, 어이! 누가 고기 좀 잡아와!”
“알겠습니다!”
보급이 나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저장 식품만 배에서 먹다보면 질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용병들이 짐승을 사냥했다. 탐험대원들은 바닷가에서 조개를 구워 물에 담갔다.
“신선한 고기!”
“으아아아! 술 한 잔만 합시다!”
해변가에서 탐험대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고기를 굽고 술을 마셨다. 불침번을 서게 된 이들은 조용히 고기만 먹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물에 담갔던 조개를 끓여 국물을 들이켰다.
“크아! 좋다!”
“속 풀렸으면 가자.”
탐험대는 계속해서 섬을 돌았다.
“정말 크긴 큰가보다.”
며칠 전에 했던 말을 반복하며 탐험대장은 다시 상륙했다. 신선한 음식을 구할 수 있으니 굳이 배에 실은 저장식품을 소모할 이유가 없었다.
‘식품도 아끼고 좋지 뭐.’
식품 상태와 양을 계산하며 탐험대장은 가능한 많은 음식을 섬에서 조달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음식을 구해 저장하는 기술 또한 교육 받았기에 탐험대원들은 모두 능숙하게 일을 해냈다.
섬에서 다시 밤을 보낸 탐험대는 다시 출발했다. 그리고 며칠 후, 탐험 대장은 했던 말을 또 해야만 했다.
“정말 크긴 큰가보다.”
“그런데 대장. 여긴 날씨가 좀 이상한 거 같지 않아요?”
“그러게. 왜 이렇게 덥지?”
분명 항해를 시작한 건 겨울이었다. 날짜를 확인해 봐도 겨울이었다. 그런데 현재 있는 지역의 날씨는 여름 같았다.
“내 머리가 이상해졌나? 좀 쉬었다 가자.”
탐험대는 쉬었다가 다시 항해를 시작했다.
얼마 뒤, 탐험대 대장은 또 다시 익숙한 한 마디를 던졌다.
“정말 크긴 큰가보다.”
탐험대장의 말에 지도를 작성하던 항해장이 문든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대장.”
“왜?”
“이거 섬 맞을까요?”
“섬이잖아?”
“아닌 거 같은데요?”
항해장은 의문을 숨기지 않았다.
“이 정도 크기면 이건 섬이라고 할 수 없어요. 아마도 엄청나게 큰 땅입니다. 이건 대륙이라고요.”
“에이, 여기에 무슨 대륙이. 봐라. 항구도 없잖아. 지금까지 사람 그림자도 못 봤다. 이렇게 살기 좋은 곳이 대륙이면 사람이 살고 있을 것 아냐? 그럼 엄청나게 큰 나라가 있었을 거고 항구가 보여도 이상하지 않잖아.”
“북해도 몰라요? 거기 아이누도 그냥 섬에서 살았잖아요.”
“그래, 그건 섬이니까.”
“그리고 신대륙도 있잖아요. 폐하의 명령으로 서쪽으로 가서 발견하게 된 땅!”
“그거야 폐하의 선견지명이 있어서 그런 거고. 어쨌거나 여긴 아직 사람이 안 보였어. 그런고로 난 섬이라고 생각한다.”
탐험대장과 항해장의 대화를 듣던 대원들은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갑판장이 나서서 외쳤다.
“이게 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손 들어봐.”
반 정도가 손을 들었다.
“대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대원들의 행동에 탐험대장과 항해장의 토론이 멈췄다.
“내기하자!”
“우와아아아! 난 섬이라는 데 은화 10개!”
“항해는 항해장이! 난 항해장을 믿는다! 대륙에 10개!”
갑판장은 돌아다니면서 기록을 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내기가 성립되었다. 결국 탐험대장과 항해장도 내기에 동참했다. 두 사람은 특별히 은화 100개씩 걸었다.
자존심을 건 내기가 성립되었다.
섬이냐? 대륙이냐?
내기를 시작한 탐험대장의 표정은 날이 갈수록 어두워졌다.
“제발! 제발!”
꺾이는 곳이 나와 섬과 같은 모양이 되길 기원했다. 하지만 아무리 해안을 따라가도 급격하게 꺾여 들어가는 곳은 없었다.
“흐흐흐! 제 승리 같은데요?”
처음 돌아보기 시작했던 지점에 도착한 뒤 항해장은 지도를 보여주었다. 지도에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땅이 그러져 있었다.
“이럴 수가.”
섬인지 알고 시작한 확인 작업 끝에 알게 된 것은 섬이라고 하기에는 무지막지하게 큰 땅이란 것이었다. 대륙이라 불려도 이상하지 않은 크기. 하지만 탐험대장은 결코 지고 싶지 않았다.
“이건 그냥 엄청나게 큰 섬이야. 봐. 다른 곳하고 연결 안 됐잖아.”
“대장. 그냥 인정하시죠.”
“대장 말이 맞아! 이건 그냥 엄청나게 큰 섬이야!”
섬에 건 대원들은 대장을 따라 섬이라고 우겼다. 허나 대원들은 양심에 찔리는지 강력하게 주장하지는 못했다.
섬이라면 금방 돌 수 있었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 발견한 땅은 금방 확인이 되지 않았다. 긴 시간 동안 항해한 끝에 시작점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탐험대가 발견했던 땅은 바로 호주였다.
훗날 탐험대가 돌아가 보고를 올리자 많은 이들이 흥미를 보였다. 그리고 논란은 계속 이어졌다.
섬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만만치 않았다.
이는 바로 기준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논란이었다.
후일 기준이 정해질 때까지 논란은 그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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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