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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신의 유희-160화 (160/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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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밖의 흐름

1564년 한양.

신유성은 아이를 낳은 여인들을 사정없이 안아주고 있었다. 이제는 살이 쪄서 창피하다는 이야기는 듣지도 않았다.

“어차피 또 생기면 다시 찐다. 걱정 마라.”

주녹정을 비롯한 여인들은 기겁을 했으나 황제의 강력한 의지는 거부하기 힘들었다. 산후조리가 끝나자마자 신유성과 함께 밤을 보내야만 했다. 다만 강력하게 불을 끄기 원해서 어둠 속에서만 정사가 치러졌다.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숨결은 더더욱 거칠어졌다. 흐트러진 신음은 음심을 더욱 자극했다. 숨소리와 신음의 향연 속에서 질척거리는 소리가 어둠속에서 춤을 추었다.

보지 못하는 만큼 예민해진 감각은 살 속에 파묻혔다.

질척한 부대낌이 계속 이어지며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어버렸다. 신유성은 지치지 않았다. 한 번의 사정이 끝나면 잠시 쉬었다 다시 다른 부인을 찾았다.

참아온 만큼 쌓였다.

아직 혈기왕성할 나이라 지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매일 수련을 해서 건장한 몸을 가지고 있는 신유성이었다. 매일 몸에 좋은 것을 먹어대며 수련을 한 덕분에 어지간한 전사도 울고 갈 지경이었다.

그렇게 매일 밤마다 짐승이 날뛰었다. 하지만 아침이 찾아오면 짐승은 다시 인간이 된다.

“잘 잤어?”

“네, 폐하.”

오랜만에 신유성에게 안긴 나츠는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살이 쪘음에도 불구하고 바라봐주는 신유성을 보니 가슴이 세차게 두근거렸다. 얼굴은 뜨겁게 붉어졌다.

두 사람의 입술이 마주쳤다. 신유성의 손은 짓궂게 춤을 추었다. 짐승처럼 욕심을 채우기 위해 달려들던 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장난꾸러기처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희롱하고 있었다. 부끄러우면서도 기분이 좋아진 나츠였다.

“아잉. 자꾸 그러시면.”

“이러면 뭐?”

다른 사람은 물론 자신들도 볼 수 없게 이불 속에서 다시 한 몸이 된 두 사람은 느긋하게 움직였다. 아침부터 끈적끈적했다. 그러자 하나둘 잠들었던 다른 여인들이 눈을 떴다.

“어라, 오늘은 제가 늦었네요.”

체첵이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사실은 전혀 아쉽지 않았다. 이미 일어난 상태였었지만 아침 정사는 순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었다.

모두 깨어 있었으면서도 자고 있는 척을 한 것.

나츠와의 정사가 끝난 뒤에야 신유성은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어흠!”

쌓여있던 것을 풀어내니 기분이 훨씬 좋아진 신유성은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걸었다. 출산한 뒤라 살이 쪘었던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불 끄면 그냥 안 보이니까.

“어흠!”

걸으면서 간밤의 일을 떠올리니 갑자기 바지가 부풀었다. 허나 신유성은 자랑스럽게 허리를 내밀고 걸었다. 건강하다는 증거니까.

회의를 시작하자 올라온 새로운 보고는 신유성의 기쁨을 곱절로 만들었다.

“물에도 쉽게 부식되지 않는 철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것은 설마? 스뎅?’

스테인리스강이 개발되었다는 보고였다. 여러 나라의 기술을 마구 흡수하면서 금속에 관한 자료도 상당수 얻게 되었다. 그리고 온도계의 도움으로 금속 관련 지식은 빠르게 축적되었다.

온도계가 크게 활성화되기 전에는 대장장이의 감각에 의존하는 경향이 컸다. 하지만 온도계 이후에는 감각이 아닌 눈으로 확인하기 때문에 숙련된 대장장이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하하하! 훌륭한 일을 해냈다! 정말 장하다! 이것으로 당장 식칼을 만들라!”

신유성의 명령에 공조는 다시 한 번 움직여야 했다.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식칼이 대령되었다.

평소 쓰던 무쇠칼이 아닌 스뎅칼.

‘빛깔이 참 곱구나.’

은처럼 반짝거리는 모습은 사람들에게 착각을 불러일으킬만한 했다.

“은화와 혼동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조치하겠습니다.”

이지번의 표정은 대번에 굳었다. 상인들이야 교육시키면 쉽게 속지 않는다고 쳐도 일반 백성들이 은화와 스테인리스강 동전을 구분하지 못할 가능성은 높았다.

“위폐는 반란과 같은 죄로 처벌하라.”

신유성의 한 마디는 곧 법이었다. 신국의 경제에서 화폐는 이제 빼놓을 수 없는 것이었다. 다시 물물교환 시대로 돌아가라고 하면 경제가 엄청나게 후퇴할 가능성이 높았다.

경제가 흔들리면 전쟁은 물론 모든 것이 흔들린다.

영주들은 신국에 속해있을 이유가 하나 사라지게 된다.

그러면 신국은 쫄딱 망하고 전쟁이 터질 뿐이었다. 그러니 위폐를 만드는 것은 국가전복 시도나 마찬가지였다.

신유성은 새롭게 얻은 식칼을 직접 사용하지는 않고 황실 주방으로 보냈다.

황제의 하사품에 황실 숙수들은 크게 감동했다. 그리고 스뎅 식칼을 사용하며 감탄했다. 관리가 훨씬 편해졌기 때문이었다.

이후 스테인리스 식칼은 엄청나게 팔리게 되었다. 그리고 많은 분야에서 스테인리스강이 사용되면서 신국의 문명은 한층 더 발전했다.

인생사, 항상 기쁜 일만 생길 수는 없는 법.

신유성이 한양에서 기쁨에 취해 있을 때, 무굴제국에서는 기쁨을 날려줄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따웅우 왕국이 도움을 요청했다고?”

“그렇습니다.”

“나의 지배를 받아들이겠냐고 물어봤나?”

“받아들이겠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래?”

악바르는 환하게 웃었다. 힘들이지 않고 따웅우 왕국을 손에 넣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신국과 전쟁 중이라고는 하지만 따웅우 왕국까지 신국에 넘어가지 않은 것은 분명 좋은 일이었다.

“좋군.”

기쁜 표정을 지은 악바르는 바로 원정군을 꾸리기 위해 사람들을 불렀다.

시크교의 사람과 라지푸트족 사람을 불렀다.

현재 악바르 밑에서 용맹한 전력은 꼽으라고 한다면 이 두 세력을 빼놓을 수 없었다.

“전쟁이다.”

“남쪽으로 갑니까?”

“남쪽은 잠시 보류하고 동쪽으로 가줘야겠다.”

따웅우 왕국으로 가라는 말에 두 세력의 사람들은 군말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악바르는 앞에서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사람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귀를 기우일 때는 신하들의 의견을 듣긴 하지만 이미 결정을 내리고 명령을 내릴 때는 잡음이 나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두 세력의 대표들이 물러간 뒤, 악바르는 기분 좋게 차를 음미했다. 하지만 곧바로 기분을 잡치게 하는 보고가 들어왔다.

“뭐라고? 그 놈들이 거절했어?”

“그렇습니다.”

보고는 바로 카트만두 계곡의 왕국들이 악바르의 제안을 거절했다는 것.

“왜?”

“아무래도 신국에 붙을 것 같습니다.”

“빌어먹을!”

좋았던 기분이 시궁창에 처박힌 기분이었다. 그래서 더 더럽게 느껴졌다.

‘신국으로 붙었다고?’

이건 좋지 않았다. 아주 좋지 않았다.

바인나웅이 무굴 제국의 편으로 돌아섬으로써 아군이 늘었다. 더불어 신국을 괴롭힐 기회가 생겼다. 그런데 갑자기 히말라야 산맥 쪽에 적이 하나 생겼다. 무굴 제국 입장으로서는 갑자기 옆구리를 찌르는 견제가 들어온 것이나 마찬가지.

카트만두 계곡을 비롯해 히말라야 산맥에서 살아가는 부족들은 매우 용맹했다. 시크교나 라지푸트족의 전사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카트만두 계곡을 그대로 내버려두었던 것은 정복하기는 어렵고 얻을 것은 별로 없었기에 내버려둘 정도였다. 만약 상대가 허약했다면 가만히 두고 볼 이유는 없었다. 일단 먹어두면 노동력 확보에 도움이 되니까.

‘둘로 나눠야 하나?’

악바르는 결국 시크교로 카트만두 계곡의 전사들을 견제하기로 했다.

신유성의 소꿉친구이자 신국 최고의 장인 자리를 향해 달려가는 남자, 김종수는 새로운 동료를 얻게 되었다.

센가지 카즈마였다. 원래는 이가 닌자였으나 신유성의 의뢰를 받고 화승총 제작 기술을 배우기 위해 대장장이가 되었었다. 이후 신유성의 밑에서 열심히 화승총 제작을 하는 장인들을 가르쳤고 이제는 더 이상 가르칠 필요가 없어졌기에 무기 개발을 위해 계속 김종수와 일하게 되었다.

하지만 목적은 단지 그것 뿐만은 아니었다.

‘요즘 요상한 놈들이 자꾸 꼬인다고 했지?’

김종수는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었다. 김종수가 가진 특허만 해도 어마어마했다. 지금부터 놀고먹어도 3대는 거뜬히 사치를 할 정도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는 명장이었다.

그렇기에 김종수를 노리는 자들이 있었다.

이런 저런 인연으로 가장해 접근해서 어떻게 해보려는 작자들이었다. 더구나 최근 스테인리스강이 개발되면서 모든 요원들에게 지시가 떨어졌다.

위폐 생산을 막으라는 지시였다.

위폐 제작을 시도하는 자는 무조건 잡으라는 명령이었다. 경제, 인간의 욕망을 끌어 모아 하나로 뭉친 신국이었다. 그렇기에 신용에 금이 가는 위폐는 신국에 치명적이었다.

북해도에서 민감하게 날뛰는 것이 이해가 가는 일.

카즈마는 김종수의 주변을 감시하며 이상한 자들을 잡아내는 것이 주어진 임무였다.

“요즘 어딜 그렇게 가십니까?”

“아, 이번에 기생이 새로 들어왔는데 말이지.”

김종수는 여자를 꽤 밝혔다. 돈을 많이 벌었으니 즐기기 위해 쓰는 것이었다. 더구나 같이 어울리는 사람이 바로 황제의 형인 신주성이었다.

신주성은 동생인 신유성과 달리 여자를 상당히 밝혔다. 원래 하던 일이 여자들의 나체를 그려서 파는 일이기도 했다. 이렇게 번 돈으로 한 때는 신유성을 약간이나마 돕기도 했다.

신주성은 아직도 가끔 여자를 그렸다.

황족의 체면상 말려야 하는 일이긴 했으나 신유성의 반대로 그대로 내버려두었다. 약간 안 좋은 소문이 돌긴 했으나 신주성은 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다. 언제나 예의를 다해 여자들을 대했기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어릴 적 한 동네에서 살았던 인연이 이어져서 신주성과 김종수는 자주 어울렸고 기생을 자주 불렀다.

잔치라고는 하지만 시끄럽지 않아도 조용했다. 약간 술이 들어가면 서로 다른 방으로 가서 뜨거운 시간을 갖는 것이었다.

‘기생이라. 최근 한양에 들어온 기생과 자주 만난다고 했지.’

카즈마의 눈이 번득였다.

새벽.

김종수는 뜨거운 정사 이후 곯아떨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종수의 옆에 누워있던 미녀는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다른 방으로 들어간 미녀는 치마에 숨겨둔 주머니에서 세필과 먹물이 든 작은 통을 꺼냈다. 그리고는 천에 뭐라고 몇 자 적은 뒤에 뒷간에 들어갔다.

이후 여자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방으로 돌아갔다. 그때, 닌자들이 나타나 뒷간으로 들어갔다.

“찾았냐?”

“그래, 아주 기막힌 년이네.”

“뭔데?”

“뭔가 거래할 모양이다. 날짜와 장소가 적혀있어.”

다음 날, 기생은 은밀히 납치되었다.

“내가 누군지 알고! 놔! 너희들 폐하의 친구분이 날 얼마나 찾으시는지 알아? 죽고 싶지 않으면 생각 잘 해라!”

여자가 겁을 주었다. 그러자 모여든 남자들은 놀라지도 않았다.

“그래, 말해라. 그분과 어떤 관계인지 소상히 말해.”

여자는 주절주절 떠들었다. 대부분 거짓말이었다.

“시간 아깝게 거짓말은 하지 말지? 난 시간 낭비가 제일 싫어.”

고문이 시작되었다. 여자라고 봐주고 그런 거 없었다.

최대한 고통과 공포를 안겨주기 위해 닌자들은 악착같이 굴었다. 유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신유성에 대한 충성심이 모든 것을 극복하게 해주었다.

“말해. 그 날짜와 시간은 뭐지?”

여자는 어느새 줄줄이 실토하고 있었다. 끔찍한 고통이 계속 이어지는데 갑자기 억지로 약을 복용하게 되어 정신이 몽롱해졌다. 몽롱함 속에서 겪은 일은 간단했다.

닌자들은 일상적인 이야기를 물었다. 사실을 말하면 다음 질문. 거짓말을 하면 거짓말은 나쁜 것이라며 고통을 주었다. 이 일을 계속 반복하자 여자는 저도 모르게 갑자기 튀어나온 질문에 말하지 말아야 할 내용도 대답하고 말았다.

약물과 고통으로 의식을 길들여버린 것이었다.

“알아냈습니다. 놈들은 그리 대단할 것 없는 놈들입니다. 그냥 최근에 일이 어려워지자 짜고서 일을 벌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 그래도 확실한 게 좋으니 일단 다 잡아들여.”

파리들이 꼬인 것이었다. 허나, 파리가 많이 꼬인다고 파리 잡는 일을 게을리 하면 결국 파리에게 지게 된다.

“끝이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전부 폐하를 위한 것임을 명심하라.”

“예!”

신유성의 광신도인 북해도에 소속된 이가 출신 닌자들은 더러운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기꺼이 파리를 잡는 파리채가 되어 피를 묻혔다.

제물포.

‘드디어 왔다!’

오다 노부나가는 감격어린 표정으로 제물포를 바라보았다. 두 눈 가득히 들어오는 배들의 모습은 신국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알 수 있는 척도였다. 부두에는 인부들이 쉬지 않고 움직였다. 일이 흘러넘친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가 발전했다는 것. 강한 국가라는 의미였다.

신유성을 경호하다 실수해 소원해졌었으나 신유성은 결국 노부나가를 다시 불렀다. 한 가지 일을 맡기기 위해서였다.

‘이번에는 절대 실수하지 않는다!’

노부나가가 맡은 일은 하나. 바로 카자흐 방면 원정군 총사령관이었다. 신유성은 척계광을 불러들이고 그 자리에 노부나가를 앉히려 하고 있었다. 이러한 결정이 알려지자 일본의 영주들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서 오시지요. 우선 숙소로 안내하겠습니다.”

“차르국의 말을 가르치는 사람은 어디 있나?”

“숙소로 보내겠습니다.”

노부나가가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간단했다. 카자흐 방면 사령관이 되기 위한 지식을 쌓고 새로운 원정대를 뽑아 순차적으로 교대를 하는 것이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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