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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신의 유희-191화 (191/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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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무굴제국과 신국의 전쟁은 신국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악바르가 죽고 무굴제국이 무너졌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자동으로 신국의 지배를 받아들인다고는 할 수 없다.

신유성은 신페이를 남서방면 원정군 총사령관으로 임명하고 내부를 정리할 것을 명했다.

“모두 수고했다!”

전쟁이 끝나자 신유성은 홀가분해졌다. 이제는 진정한 대국이 된 것이었다. 무굴제국이라는 팽창하던 제국을 쓰러트린 진정한 저력을 가진 대국으로 거듭난 것. 명나라의 경우에는 꼼수로 먹었다는 평이 있었으나 무굴 제국의 경우에는 실력으로 무너뜨린 뒤에는 이러한 평가는 쑥 들어갔다.

“논공행상을 하겠노라!”

전쟁이 끝나면 논공행상을 해야 한다. 이것이 전쟁에 자신의 가문을 걸고 뛰어드는 이들에 대한 보상이 될 수 있었으니까.

신유성은 신페이를 비롯해 큰 공을 세운 장군들에게 먼저 큼지한 땅을 하나씩 떼어주었다.

신페이에게는 악바르의 출생지인 신드를, 나가오 가케토라에게는 거친 인간들이 많은 라자스탄을, 그리고 이에야스에게는 펀잡을 주었다. 이 외에도 인도 북부에서 여기저기 땅을 조금씩 떼어주었다. 모두 교통의 요지였다.

이후 인도 북부의 땅을 전쟁에 참여한 영주들과 그 가신들에게 골고루 나눠주었다. 땅은 넓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항복해서 신국의 지배를 받아들인 자들에게도 일정한 재산권을 보장해주었다. 이들의 배신도 공으로 인정해준 것이었다.

배신을 했다고 하더라도 신국에 하면 관대한 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였다.

그래야 더더욱 배신할 생각을 하는 타국 권력자들이 늘어날 테니까.

‘어차피 나중에는 다 내가 지배하게 될 테니까.’

하지만 신유성은 조금 초조했다.

‘그런데 이런 속도로 언제?’

슬슬 나이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서른이었다. 서른에 북으로 우랄산맥 남으로 인도까지 점령했다면 굉장히 많이 점령한 것이었다. 하지만 동쪽 바다를 건너면 아메리카가 있다.

‘아메리카에서 에스파냐와 싸워야 하고 아프리카도 있고 유럽도 있고.’

시간이 간당간당해 보였다.

‘이런 속도로는 힘든데.’

세계를 정복하기에는 속도가 조금 부족해보였다.

‘아메리카는 확실히 접수할 수 있다. 하지만 역시 부족해.’

한양에서 신국의 모든 일을 처리하는 것과 동시에 전쟁을 치러야했다.

‘몸이 하나 더 있으면 딱 좋은데.’

고민하던 신유성은 결국 일을 줄이기로 했다.

‘더 큰 것을 얻기 위해 권력을 나눈다.’

혼자 모든 것을 쥐기에는 아직 부족한 것이 너무나 많았다.

전쟁이 끝나고 신유성은 함대와 함께 움직였다. 가장 먼저 들린 곳은 말라카.

말라카의 영주는 잔뜩 긴장하고선 신유성을 맞이했다.

“그대 덕분에 전쟁을 수월하게 치를 수 있었다. 섬을 하나 주지.”

그리고는 선물로 필리핀 지역의 섬 중 하나를 줬다. 원래는 원주민이 살았었지만 원주민들은 전부 다른 곳으로 이주하고 현재는 죄수나 노예들이 농사를 짓고 있었다.

말라카의 영주 입장에서는 이렇게 상을 받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였다. 신유성이 암살당할 뻔 했을 때는 거의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적당히 포상을 한 뒤, 신유성은 계속 움직였다. 섬에서 섬으로 각 지역의 영주들을 만나면서 이동했다. 이제 한 번 돌아가면 다시 나오기 힘드니 지나가는 김에 얼굴 보고 가는 것이었다.

이러한 일은 무엇보다 다른 효과가 있었다.

영주들의 지배를 받는 영지민들에게 영주보다 더 높은 사람이 있음을 각인시켜주는 효과가 있었다.

가는 곳마다 신유성의 친위대는 위세를 떨쳤다. 숫자도 숫자지만 그들의 복장과 군기는 삼엄하기 그지없었다.

환영 인파로 나온 이들의 몸을 수색해 흉기가 될 만한 것을 모조리 압수하기도 하고 알량한 권력을 믿고 신유성에게 접근하려고 술수를 쓰던 이들은 모조리 잡아가뒀다.

신유성이 암살당할 뻔한 이후 친위대는 예민함은 극에 달한 상태였다. 나중에 신유성이 황궁에 들어가는 날, 친위대에게는 처참한 운명을 맞이할 예정이었다.

신유성을 암중에서 호위, 아니 수호하는 신페이는 아직도 친위대를 믿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재훈련은 물론 능력 향상을 위한 온갖 훈련이 예정되어 있었다.

어쨌거나 신유성은 황제로서의 존재감을 마구 뿌리고 다녔다.

말라카 이후에는 아체를 비롯한 섬들을 들렸다. 보르네오 섬에서는 꽤 시간을 많이 보냈다. 여기저기 들리다보니 시간은 점점 지났다. 귀향은 금방 이뤄지지 않았다.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었지만 그래도 할 일은 해야 했다.

황제의 방문을 통해 영주가 아닌 황제가 최고 권력을 가진 자라는 것을 각인시키는 작업을 계속 이어나갔다. 전체가 아니라 일부만이라도 직접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다. 복속한 영주들과 그들을 따르는 이들에게 위엄어린 모습을 직접 보게 해주는 것도 필요했다.

어쨌거나 이렇게 돌아다니며 안남으로 향하다가 전열함과 마주하게 되었다.

남사고함.

전열함의 위용은 어마어마했다. 신유성이 탄 갤리온이 무척 왜소해 보이게 만드는 웅장함을 가지고 있었다.

‘아, 좋다.’

전열함의 갑판도 무척이나 높았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마치 높은 건물에 올라선 기분이었다. 바다 위를 떠다니는 요새라고 해도 좋을 정도.

“어서 빨리 포격을 해보라!”

한 번 보고 싶었다. 전열함의 일제 사격을.

바다로 나온 뒤, 사람이 없는 무인도로 향했다. 이후 사정거리에 들어가자 사정없이 포격이 이뤄졌다.

‘허억!’

수십문의 대포가 일제히 불을 뿜으며 만들어낸 포성은 천둥이라도 친 것 같았다. 온 몸으로 공기의 진동이 느껴질 정도였다.

“으으으으음!”

짜릿짜릿했다.

‘이것이 내꺼다! 다 죽었어!’

그렇지 않아도 해전에서 신국을 상대할 존재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엄청난 힘을 손에 넣은 것이었다.

‘계속 만들어야지. 최소한 20척은 필요해.’

지킬 곳이 많기 때문에 당연했다.

‘한 40척 있으면 좋겠다.’

최소한 20척이지 신유성은 더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전열함 한 척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자재는 그리 만만히 볼만한 것이 아니었다.

이후 전열함에서 내린 신유성은 안남으로 향했다. 전열함은 말라카와 페구를 거쳐 해안을 따라 움직여 뭄바이까지 향했다.

안남을 거쳐 해남도 홍콩을 들린 신유성은 계속 해안을 따라 움직이다 항주에 도착했다.

“어서 오시지요.”

“신수가 훤하군.”

“감사합니다.”

신유성은 다시 척계광과 마주하게 되었다. 척계광과 청교공주는 진심으로 신유성을 환대해주었다. 신유성은 항주에서 시간을 좀 더 보냈다.

할 일이 있기 때문이었다.

“푹 쉬었으면 이제 슬슬 일 해야지?”

“어디로 가면 됩니까?”

“생각 같아선 신대륙으로 가줬으면 하는데.”

척계광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소신이 가서 할 일이 있을까 싶습니다.”

할 일이 없다는 것은 자신에게 너무 쉽다는 소리였다. 누가 가도 잘 해낼 수 있다는 이야기.

“그쪽에도 남만인들이 있을 것이네. 어디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렇습니까? 하지만 돌림병이 돌고 있으니 병력을 너무 많이 투입하는 것은 안 좋을 것 같습니다.”

“돌림병은 어디든 있을 수 있지.”

접촉이 없으면 전염병은 널리 퍼지지 못한다. 하지만 상업을 통해 교류를 하다보면 퍼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신유성은 군대를 이끌고 휘젓고 다니고 있었다.

“의술에 더 투자하도록. 죽고 싶지 않다면. 여기라고 마냥 안전한 것은 아니니까.”

신유성은 전염병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설명을 들은 척계광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척계광도 오래 살고 싶었다. 아이들도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선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의술이 발전할 필요가 있었다.

“내가 괜히 여기 저기 돈 쓰는 게 아니다.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거지. 그리고 그대가 원정을 가지 않겠다면 내가 가겠다.”

결국 척계광은 아메리카 원정군 총사령관직을 맡기로 했다. 척계광이 거절해서 신유성이 또 황궁을 떠나 전쟁을 하러 간다고 하면 많은 이들의 원성을 살 수 있었다.

“하지만 당장 원정을 가란 이야기는 아니다. 부족한 것이 많으니 준비를 해야겠지. 천천히 준비하도록. 준비에만 5년이 걸릴지도 모르겠어.”

“네?”

“그럴 일이 있다.”

척계광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항주를 떠난 신유성은 천진에 들렸다. 천진의 항구는 상선들이 가득했다. 생기가 넘치는 모습에서 돈의 향기가 났다.

“어서 오십시오.”

천진의 항구에는 이이가 마중 나와 있었다. 북경에 있어야 할 사람이지만 황제인 신유성이 온다니 천진까지 와서 기다린 것이었다.

“수고가 많군.”

“폐하께서 하시는 일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이이는 진정 그렇게 생각했다.

무굴제국과의 싸움에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긴 했다. 하지만 신유성의 재력은 결코 백성들의 생활을 힘들게 하지 않았다. 더구나 사망한 이들의 사망 보상금도 모두 치르고 남을 정도로 아직도 여유가 있었다.

숨만 쉬어도 돈이 쌓이니까.

지하자원을 독점한 신유성의 부는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만 갈 뿐이었다.

‘진정으로 천하를 발 아래 두실 생각인가?’

이이는 신유성의 행보에서 하나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것은 신국이 진정으로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을 하나의 나라 안에 품는 것이었다.

명나라가 세계의 중심이라고는 했었지만 진정으로 세계를 모두 품은 것은 아니었다.

‘아직 서른도 안 되신 분이.’

이뤄낸 업적은 하나하나 모두 숨 막힐 정도의 업적이었다. 허나, 신유성은 만족을 모르는 사람 같았다.

아직도 부족하다는 듯 계속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내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만약 신유성이 진정으로 세계를 일통한다면 한 가지가 해결된다.

‘외적의 발호가 사라진다.’

타국과의 전쟁이 없어지는 것이었다.

세계를 통일하면 내전은 벌어질지 몰라도 적어도 타국과 치르는 전쟁은 사라지게 된다.

이이가 보기에는 굉장한 일이었다.

‘전쟁 없는 세상이라!’

그렇게 된다면 더더욱 학문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그래서 이이는 흥분하고 있었다.

전쟁을 없애기 위해서 전쟁을 한다. 전쟁을 없애기 위한 전쟁이란 뭔가 상당히 모순이 되는 이야기 같았다. 그러나 싸울 적이 없어지면 전쟁은 없어지게 된다.

신유성이 하는 행동은 적을 없애버리는 행위였다.

‘과연 어떤 세상이 될까?’

이이는 궁금해서 참기 힘들었다.

자금성에 들린 신유성은 명나라 황족들을 살폈다. 부족함이 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아직 살아있는 융경제는 신유성을 그리 반가워하지 않았다.

“모반을 일으킬 징조는?”

“그런 사람들은 모두 잡아들였습니다.”

이이는 신유성의 뜻에 따라 융경제를 비롯해 반란을 일으킬 조짐을 보이는 이들은 빼놓지 않고 잡아들였다. 가정제의 아들, 융경제라는 미끼가 있기 때문에 덫에 걸리는 사람들은 꽤 있었다.

“잘했다.”

“황공합니다.”

이이는 고개를 숙이며 신유성의 말을 기다렸다. 사방이 탁 트인 정자에 바람이 불었다. 시원한 바람은 뜨거운 차를 살짝 식히고는 스쳐지나갔다.

“내 그대를 부른 이유는 한 가지 상의 할 것이 있기 때문이다.”

“말씀하시지요.”

“조만간 한양에 의회라는 것을 세울 생각이다.”

“의회가 무엇입니까?”

“의회의 의원들이 의사 결정을 하는 곳이다.”

국회에 대한 간단한 설명에 이이는 놀란 눈을 했다.

“폐하, 그것은.......”

군주의 권력을 신하들에게 나눠준다는 소리였다.

“이에 대해 어찌 생각하나?”

“장단점이 있으니 뭐라 말하긴 어렵습니다.”

장점은 간단했다. 무능한 황제가 있어도 국정은 제대로 돌아갈 수 있었다. 반면 단점은 의원들이 담합하면 황제를 허수아비로 만드는 것은 물론 잘못하면 나라가 쪼개질 수도 있었다.

“모든 것을 맡길 생각은 없다. 다만 더 큰 것을 얻기 위해 조금 나눌 뿐이다. 내가 모든 일을 할 순 없는 법 아닌가?”

총영주란 직위도 그랬다. 신유성을 대신해 해당 지역을 감시하고 문제가 생기면 중재하는 것이 일이었다.

“허면 어떤 일들을 맡길 생각이십니까?”

“내정에 관한 것만 맡길 것이다. 사소한 것들은 의원들의 손으로 처리하는 것이 나도 편하고 모두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백성들이 힘들게 될지 모릅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그대가 해줘야 할 일이 많다.”

‘허어! 이 분은!’

감격한 이이는 울컥하는 마음을 다스리며 고개를 숙였다.

“아직 생각만 하고 있으니 준비할 것이 많다. 그렇게 알고 준비해줬으면 좋겠군.”

“폐하의 뜻대로 이뤄질 것입니다.”

이이는 그 자리에서 큰절을 올렸다.

차를 한 모금 마신 신유성은 연못을 묵묵히 감상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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