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신의 유희-195화 (195/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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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방제국

“폐하, 뜻을 거두어주십시오. 이건 위험합니다.”

신유성의 앞에 머리를 조아린 이지번은 의회에 관한 일을 거두어주길 청했다.

“좋은 일 아닌가?”

“만약 불손한 무리가 작당을 한다면 황실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습니다.”

신유성이 만들고자 하는 의회는 분명 좋은 점이 있었다. 하지만 나쁜 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만약 무리를 짓는 이들이 나온다면.’

각 지역별로 영주들이 뜻을 합치면 문제가 생긴다. 서로 뜻이 통할 때는 신국의 지배를 받아들이지만 만약 타협을 할 수 없는 것을 넘어서 앙숙이 된다면 독립을 논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닌가? 난 모든 권한을 줄 생각이 없다.”

“하오나 저들을 뭉치게 할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지번의 우려는 간단했다.

의회가 생기면 의원이 된 영주들은 자신들의 뜻을 모아 한 명의 우두머리를 내세우게 될 터, 각 파벌의 수장은 곧 ‘왕’이나 다름없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었다. 만약 파벌의 수장들이 신국의 지배를 벗어날 마음을 먹고 일제히 독립한다면 신국 황실은 유명무실하게 된다.

“신국은 너무 빨리 컸지. 속이 비었다.”

“폐하.”

“내실을 다지면서 큰다면 내가 살아있을 때 원하는 것을 다 이루지 못할 것이다. 한 번 사는 인생이다. 죽기 전에 이루고 싶은 것을 이룰 것이다.”

뜻을 정했다. 거기에 모든 것을 쏟았다.

‘돌아가는 일 따윈 없다.’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이었다.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천천히 내실을 다지며 신국의 백성들을 하나로 만드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또한 제대로 된다는 보장도 없었다.

‘로마도 무너졌다.’

유구한 역사를 지닌 로마도 결국에 가서는 무너졌다. 무너진 뒤에는 여럿으로 갈라졌었다. 종교를 통해 현재 유럽이 하나로 이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신유성은 알고 있었다.

‘종교 또한 갈라지고 있지.’

신교와 구교의 논쟁이 현재 유럽에서 일어나며 분열하고 있다는 것을.

시간을 들이고 공을 들여도 하나로 만드는 것은 매우 힘들었다. 권력자의 의향에 따라 갈라질 수밖에 없었다.

‘권력자들의 의향을 하나로 모은다. 흩어지는 것이 손해라는 사실을 주입시켜야 해.’

의회는 영주들을 낚기 위한 떡밥이었다.

거대한 떡고물이 코앞에 있다. 이것을 이용하면 얼마든지 더 큰 권력을 쥘 수 있다. 그런데 분열?

아마 분열을 조장하는 자들을 반란이란 명분하에 없애버리고 자신의 파벌을 심으려 할 터였다.

‘조금씩 해야지. 조금씩. 한꺼번에 너무 많이 주면 주제를 모르고 덤빌 테니.’

현재 신유성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이 없는 상황에서도 제국의 내정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것은 물론 계속해서 발전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좀 더 빠르게 안건을 처리할 필요가 있었다.

신유성이 원정을 위해 전쟁터에 가 있는 동안에는 안건 처리가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이것을 막을 것도 겸하고 영주들에게 떡밥도 뿌릴 겸 영주들을 중심으로 한 의회를 생각한 것이었다.

“폐하!”

허나 이지번은 이러한 신유성의 생각을 모르기에 걱정했다. 결국 신유성은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말해주지 않으면 모르지. 그리고 이 정도는 알아야 할 때고.’

이야기가 길어지자 이지번의 표정이 묘하게 꿈틀거렸다. 기쁜 것도 절박한 것도 아닌 애매모호한 표정.

허나, 마음은 한 가지 감정으로 덧칠되고 있었다.

‘설마 이런 생각을 하시다니.’

신유성의 입장에서는 생각해내기 쉬운 방법이었다. 미래의 기억 덕분에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미래의 지식이 없는 이지번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참신한 방법이었다. 작은 지식 하나도 이지번에게는 충격이었다.

“잘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시험하려는 것이다. 시험해서 잘 되면 영주들은 절대 신국을 배신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신유성의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그대가 파벌의 수장 중 한 명이 된다면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

견제 세력이 되라는 의미였다.

이지번은 침을 꿀꺽 삼키더니 고개를 숙였다.

‘내 기필코 신국의 분열을 막을 것이다!’

이후 이지번은 한양의 유력자들을 찾으며 우호를 다지는 일에 전념했다.

조용한 밤.

촛불 아래 여인의 나신을 감상하는 신유성의 머릿속은 정복에 대한 것으로 가득했다.

‘의회가 생기고 의회의 역할에 열광하게 되면 영주가 되고자 하는 자들이 늘어나겠지. 세력을 이루려는 이들은 가신을 이용해 더 많은 영주를 만들어 의석을 차지하려고 할 것이다.’

이지번에게도 말해주지 않은 속셈이었다.

영주라는 자리가 단순히 영지의 주인이 아니라 신국의 경영에 한 발 걸칠 수 있는 수단이 된다면?

의회 안에서는 모든 영주에게 한 표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니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려면 파벌의 수장은 자연스럽게 휘하에 따르는 영주를 많이 거느려야 한다. 어떤 형태로든 영주를 늘려야 한다.

그러나 기존의 영주들이 자신의 땅을 갈라 나누고자 하지는 않을 터.

‘나눠가지라고 하면 딴 영주에게 붙겠지.’

안 봐도 훤했다. 결국 해결하려면 정복 밖에 없었다. 현재 하고 있는 정복과 개척 사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만 했다.

그래야 세력을 더 늘릴 수 있으니까.

‘그리고 난 돈도 벌고 정복도 하고.’

하지만 신유성은 마냥 기존의 영주들이 세력을 넓히게 놔둘 생각도 없었다. 현지인들을 계속 포섭해나가며 영주로 만들어 싸우게 할 생각이었다.

‘정복이 끝나면.’

그땐 황제의 이름으로 헌법 몇 가지를 선포할 생각이었다. 아직 정하지는 않았다. 일이 돌아가는 것을 보며 정할 생각이었다. 미리 정하고 사람들에게 알리면 나중에는 바꾸기 힘들다. 잘못하면 발목을 잡힐 수도 있었으니까.

그래서 정하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정복 사업에 뛰어들지 않으면 뒤쳐질 것이다.’

체첵의 풍만한 엉덩이를 쓰다듬던 신유성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으응!”

강하게 쥐는 손길에 체첵은 몸을 흔들며 야릇한 눈길을 보냈다. 마치 정복해달라는 눈빛.

‘세상을 이 손에!’

달덩이 같은 엉덩이 사이에 자리한 은밀한 계곡에 물건을 맞춘 신유성은 열심히 허리를 흔들었다.

세계를 정복하는 상상과 남녀 정사의 열락이 뒤엉키며 밤은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북해도와 큐슈 그리고 일본 지역의 영주들은 경악했다.

총영주인 조식의 소집에 수상해하면서도 응한 뒤 알게 된 소식 때문이었다.

“의회? 그것이 정말입니까?”

“폐하께서는 허언을 하실 분이 아니시네.”

“허허. 허허허허.”

신유성은 몇 가지를 발표했다. 그 첫째가 바로 연방제국의 시작이었다.

기존의 영주들의 영지와 영주의 권리는 그대로 보존했다. 달라진 점은 조정 구성의 방침이었다.

영주들의 지배를 지방 정부로 표현하고 신국 전체의 일을 총괄하는 연방 정부를 따로 둔 것이었다.

의회에서 할 일은 바로 이 연방 정부의 역할에 필요한 법안을 재정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제한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외교권과 군사, 의조, 공조, 호조에 대한 권한은 아무 것도 건드릴 수 없었다. 건드릴 수 있는 것은 오직 두 가지 상업과 치안에 관한 것이었다.

“영지 간의 교류가 활발해짐에 따라 총영주들의 역할이 많이 뒤처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네.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총영주로서 처리하는 것에는 시간이 걸리지.”

그렇기에 법으로 미리 약속을 하자는 것이었다. 특정한 경우에 어떤 식으로 대처할 것인지 법으로 정해놓자는 것.

한 마디로 의회에서 미리 계약을 하자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두면 법에 따라 움직이면 되기 때문에 총영주의 업무를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법들은 마음대로 만들면 영주들의 반발이 생긴다.

결국 신유성은 반발의 여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영주들끼리 합의를 할 장을 열어준 셈이었다.

“폐하의 혜안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영주들의 가슴은 두근거렸다. 제한된 분야였지만 이 부분에서는 황제가 의회에 권한을 위임한 것이었다.

즉, 황제가 결정해야 할 일을 자신들의 손으로 할 수도 있다는 소리였다.

무엇보다 법을 만드는 데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 그것도 신국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될 상법과 연방법을 만드는 일이었다.

법을 만드는 것은 특권이었다.

이러한 특권을 일부지만 영주들에게 황제가 나눠주었으니 일단 감사할 일이었다.

‘법을 만들려면 의원수가 많은 쪽이 더 유리하다.’

조식과 얘기를 하면서 영주들은 금방 의회의 생리에 대해 파악했다. 어떤 영주든 한 표밖에 없었다. 영지 사정과는 상관없었다. 가진 능력도 이룬 업적도 관계없었다. 심지어 성별도 상관하지 않았다.

의회의 의원이 된 영주는 한 표를 행사할 권리가 생긴다. 그리고 많은 표를 확보할 수 있는 자가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

‘영주를 더 많이 확보한 세력의 뜻대로 의회가 굴러간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영주들은 신유성의 정복 사업과 개척 사업에 눈을 떴다.

‘더 많은 영주를 내 편으로 만들 기회가 있다!’

능력이 좀 있는 영주들은 파벌의 수장이 되는 꿈을 꾸었다. 특권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자신의 영향력을 뽐낼 기회이기도 했다.

어쨌거나 의회를 반대하는 영주는 없었다. 그다지 쓸모없을 것 같은 특권이라도 일단 받아두고 싶은 것이 보통 사람들의 심리다. 준다는 걸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지금 영주로서의 권리에 더해 의회의 의원이 되는 것은 분명 무엇인가 더 얻는 것이었다.

더구나 영지에 대리인을 두고 의회가 있는 한양에서 지내는 것이 나쁠 리가 없었다.

모리 모토나리는 나이가 들었지만 여전히 한양에서 막대한 부를 쌓은 부호로서 왕성한 사업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신유성이 계획한 ‘의회’라는 것을 보고 두 눈을 빛냈다.

‘효과 하나는 끝내주겠군.’

의회가 생기면 어떤 것이든 안건이 올라오고 이것을 처리하는 것은 영주들이 된다. 모토나리는 점령 지역의 토착 영주들까지 나서서 의회에서 토론하는 모습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폐하시다.’

전쟁을 하는 것과 동시에 내실을 다지는 길을 걷고 있는 것이 모토나리의 눈에 보였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모토나리는 바로 아들에게 연락을 넣었다. 휘하의 가신들을 전부 개척에 동원해 최대한 많은 영주를 만들라는 것이었다.

가신들의 입장에서도 나쁜 이야기는 아니었다. 영주가 된다는 것은 영광스러운 이야기였다.

한편, 한양에 머물고 있는 슈이스키 가문의 피터도 모토나리와 같은 생각을 했다.

‘우리 세력을 더 확보해야 해!’

모스크바 차르국 출신인 슈이스키 가문의 경우에는 세력을 만들기가 어려웠다. 인종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 먼 곳에서 왔기 때문에 다른 영주들과 유대감을 쌓는 것이 어려웠다.

하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부하들을 영주로 만드는 방법 이외에도 또 하나 더 있었다.

모스크바 차르국의 보야르들을 설득하는 것이었다. 이들이 신국의 지배를 받아들이고 영주가 된다면 하나의 세력으로 의회에 입성하는 것이 가능했다.

‘아버지가 잘 해내시겠지. 내가 소식을 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신국의 전령이 더 빨리 소식을 전할 테니.’

피터는 만약을 위해 같은 내용을 편지로 보낸 뒤, 다음 일에 착수했다.

‘부하들을 영주로 만들어야 한다.’

“이봐, 영주가 될 수 있다면 어떨 것 같나?”

“좋죠!”

피터를 따라 한양에 남은 몇 안 되는 부하들이 있었다. 이들은 가문에 충성하는 이들이었다.

“이번에 폐하께서 의회를 만드신다고 했으니 영주가 되면 의원이 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렇지. 즉, 너희들도 의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영주가 되기 위해선 자본이 있거나 세력이 있어야만 했다. 혼자만의 힘으로는 영주가 되기 힘들었다.

“소가주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피터의 은근한 물음에서 이미 어찌 돌아갈지 알아차린 부하들은 신국의 방식으로 아예 절을 올렸다.

“그 마음 변치 않길 바란다.”

어차피 해줄 일이었지만 이렇게 충성 맹세를 받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피터는 계약서를 쓰도록 했다. 개척에 필요한 자금을 대주고 후일 영지를 갖게 되면 영지의 세금 일부를 피터에게 준다는 내용이었다.

나중에 가서는 후회하게 될지 모를 일이지만 아직 생기지도 않은 영지의 수입을 논하는 것이라 부하들은 일단 받아들였다.

“그럼 어서 개척을 가야지.”

“어디로 갈까요? 호주? 아니면 신대륙?”

“신대륙은 위험하지 않을까요? 거긴 전염병이 돈다던데.”

부하들은 각자 저마다 아는 정보를 털어놓았다.

“가고 싶은 곳으로 가면 된다. 어차피 너희들의 영지가 될 땅이 아니더냐?”

얼굴들이 활짝 펴졌다.

“그럼 전 호주로 가겠습니다.”

“저는 신대륙으로 가겠습니다.”

이어서 피터의 부하들은 각자 개척을 위해 쓸 배를 구입하기 위해 상인을 찾았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뭐라고요? 2배를 줘야 한다고요?”

“지금 조선소에 가도 배를 구하긴 힘들 겁니다.”

피터와 같은 생각을 한 이들은 많았다. 어떻게 해서든 영주를 늘리고자 하는 이들이 선박 구매에 들어갔고 배를 가진 일반 상인들은 배를 팔기를 주저하는 중이었다.

배값을 비롯해 개척 관련 품목의 가격이 전부 폭등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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