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신의 유희-196화 (196/271)

0196 / 0271 ----------------------------------------------

신연방제국

개척과 관련된 것들은 상당히 많았다. 무기를 생산하는 이들부터 시작해 보존 식품까지. 많은 것들의 수요가 폭등하고 있었다. 사재기를 의심하는 사람도 있었으나 사재기는 아니었다.

“아휴! 말도 마세요! 지금 예약이 꽉 찼어요.”

“내가 두 배로 주지.”

“두 배요? 그거 받고 위약금 물면 남는 거 없어요.”

“세 배!”

계약이 해지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하지만 가격이 엄청나게 높아져 사는 것이 손해라고 여겨지자 다른 움직임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 돈이면 직접 만든다.”

사람을 고용하려는 움직임도 일어났다. 어쨌거나 물건을 만들어 팔면 무조건 돈이 된다는 이야기에 개척 산업이 활성화 되었다.

여기에 또 하나의 폭탄이 투척되었다.

신문 기사가 뜬 것이었다.

“폐하께서 그러니까 의회를 만들었는데 영주가 되면 의회의 의원이 될 수 있다고?”

“그렇다니까. 그래서 저 난리지.”

뒤늦게 알아차린 신흥 부자들은 정색하더니 개척 대열에 동참했다. 영주들과 연관이 있던 이들이나 이에야스의 회관처럼 고급 회관에 들락거리던 이들과는 거리가 먼 것이 신흥 부자들이었다.

이들은 성실하게 일해 겨우 부를 손에 넣은 이들로 정치적 인맥은 그다지 대단치 않았다. 이 때문에 의회에 대한 일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의원? 의원이 될 수 있다고?”

“영주가 되면 의원까지?”

언젠가 개척을 해서 영주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긴 했었다. 영주가 되는 것은 하나의 꿈이었으니까. 하지만 신흥 부자의 입장에서 개척은 매우 위험한 일이기도 했다.

실패하면 쫄딱 망하니까.

아메리카의 경우에는 전염병이 돌고 있었다. 개척자들이 겪는 수많은 어려움을 접한 신흥 부자들은 만반의 준비를 하지 않는 이상 개척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몸만 가지고 갔다가 쫄딱 망해서 영주는 되기는커녕 기반을 몽땅 잃을 수도 있었으니까.

그래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었으나 신유성으로 인해 이것이 깨졌다.

‘이거 기회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영주가 되려면 영지가 있어야 했다. 그런데 개척 관련 물품들의 물가가 폭등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그만큼 경쟁자가 많다는 소리.

‘더 늦기 전에!’

신중함은 날아갔다. 더 늦으면 기회가 없어진다는 불안이 신중함을 버리게 했다.

개척할 땅이 없어지면 영주가 되기 위해서는 정복 전쟁에 참전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개척보다 몇 배는 더 어려운 일. 그 다음 방법은 기존의 영주들의 자리를 빼앗는 것 뿐. 이것은 정복 전쟁에 참전해 공을 세우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웠다.

그러니 기회가 사라지기 전에 잡아야만 했다.

아내들이 하나둘 자식들을 외가에 보내기 위해 준비하는 중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오직 매화만이 시간이 남았다.

매화의 외가는 돌쇠뿐이었다. 그리고 돌쇠는 한양에 있었기 때문에 따로 준비를 할 일도 별로 없었다.

덕분에 매화는 오랜만에 신유성을 독점하고 있었다.

“이건 어떤가요?”

매화는 자신의 몸으로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었다. 신유성의 몸을 정성스럽게 애무하며 이런 저런 것을 시도하는 중이었다.

이런 저런 것의 시도는 신유성도 즐거웠다.

“그만하고 올라와라.”

“네.”

푹신한 의자에 기대앉은 신유성의 위에 올라탄 매화는 엉덩이를 내렸다. 뜨거운 기둥이 매끄럽게 안으로 파고들었다.

이어서 흔들리는 매화의 허리 움직임은 요염하기 짝이 없었다. 천천히 돌아가는 허리의 움직임과 조임에 신유성은 기분이 좋아졌다.

문득 생각나는 순진한 시절의 모습과 차이가 확연했다. 얼굴에는 아직도 순진함이 남아있었다. 귀여운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 아래 자리 잡은 것은 기쁨에 허덕이는 음란한 탕녀.

오직 신유성만이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허리를 살짝 쓰다듬자 가슴에 손을 짚으며 더욱 강렬하게 허리를 돌렸다. 이어서 질컥거리는 음란한 소리가 가득 찼다.

매화는 정신이 없었다. 모든 것이 하얗게 변해가는 것을 느꼈다. 몸을 관통하는 신유성의 존재를 확실히 느끼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악!”

절정에 이른 매화는 신음을 흘리며 앞으로 기울어졌다.

신유성은 부드럽게 매화를 안으며 마저 허리를 움직였다. 품에서 매화는 움찔거렸지만 멈추지 않았다. 이윽고 뜨거운 분출이 시작되자 움직임을 멈췄다.

부드러운 매화의 몸은 엿처럼 신유성의 몸에 붙었다.

“폐하, 죄송합니다.”

“뭐가?”

“기쁘게 해드리려고 했는데.”

“나도 좋았다.”

“하지만.”

신유성은 여전히 멀쩡했다. 몸이 상할 때까지 여자에 빠져 지내지도 않았고 술도 별로 찾지 않은 덕분에 체력이 급감하는 일은 별로 없었다. 더구나 항상 정력에 좋은 것을 먹으며 검술 수련으로 단련한 몸은 짐승 같았다.

‘나 혼자서는 만족시키기 힘들어.’

매화는 절실하게 느꼈다. 아무리 운동을 하고 관리를 해도 신유성을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폐하, 제가.......”

그래도 포기하지 못하고 다시 애무를 하려 하지만 신유성은 매화의 허리를 잡고 놔주질 않았다.

“그냥 이대로 있자.”

안에 파고든 굵직한 일부를 느끼며 매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괜히 움찔거리며 힘을 주었다.

하려던 것을 못하게 한 것에 대한 은밀한 반항이었다.

“그런데 ‘재’는 요즘 무얼 공부하고 있지?”

‘재’. 정확히는 신재. 신유성의 아들이었다. 적통인 신혁과 같은 해에 태어난 신재는 매화의 아들이었다.

“요즘은 검술을 익히고 있습니다.”

“검술? 그런 걸 익혀봐야.”

“폐하께서 하시니까요.”

자식이 자신을 따라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그래, 공부 좀 못하면 어때.’

검술은 전쟁터에 나가지 않는 이상 쓸 일이 별로 없었다. 황자가 용병을 할 것도 아니니까.

공부에 비하면 정말 쓸 일이 별로 없었다. 황자이기 때문이었다. 신재가 직접 싸울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봐도 좋았다. 지금도 철통같은 경호를 받고 있으니까.

무엇보다 외할아버지가 되는 돌쇠가 신재를 끔찍이 아꼈다.

지금도 틈만 나면 황궁에 찾아와 신재를 만나고 돌아가곤 할 정도였으며 원하는 것이 있으면 뭐든 사줄 기세였다.

“그런데 최근 신재가 자꾸 신대륙을 가보고 싶다고 해요.”

“신대륙? 거긴 왜?”

“폐하께서 안 가보신 곳이라고 먼저 가보겠다고 해요. 요즘 다 그 얘기 하던 걸요.”

“그래?”

이건 몰랐던 이야기였다.

호기심에 자세히 물어보니 간단했다. 더 넓은 세상을 알고 싶다는 욕망과 신유성이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을 먼저 보고 와 자랑하겠다는 속셈이 합쳐져 만들어진 결과였다.

“신대륙에 가는 건 아직은 허락할 수 없다.”

“후훗, 실망하겠는데요?”

“원하던 대답 아니었나?”

웃으면서 대답 대신 가슴을 부비는 매화였다.

매화의 입장에선 자식이 위험한 곳에 가는 것은 그리 달갑지 않았다. 신유성이 전쟁터에 간 것만 해도 마음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기분인데 자식이 전염병이 난무하는 아메리카에 가는 걸 환영하긴 어려웠다.

“아흑!”

신유성의 손이 민감한 곳을 건드리며 부드럽게 애무했다. 매화는 가슴이 다시 세차게 뛰었다.

‘날 원하고 계셔.’

몇 번을 안겨도 질리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나이가 들어가는 다른 여자들을 보며 살짝 불안하긴 했다.

‘나이가 들면 보기 흉할 텐데.’

사랑하는 사람에게 언제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되길 원하지만 육체의 아름다움이란 것은 영원하지 않은 법.

버림받는 것 따윌 걱정할 시기는 지났지만 아직도 신유성을 향한 애정이 뜨겁게 불타오르는 매화는 미안하기만 했다.

좀 더 즐겁게 해주고 싶은데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더욱 뜨겁게 불타올랐다.

‘이번에는 반드시.’

신유성을 만족시키기 위해 단단히 각오하고는 몸을 움직였다. 부드러운 여체는 흐느적거리며 신유성을 감쌌다.

뜨거운 열기로 쾌락을 지폈다.

하지만 그래도 신유성에게는 역부족이었다. 이번에는 기절하고 말았으니까.

다음 날, 신유성은 신재를 만나러 온 돌쇠를 불렀다.

“이번에 해주어야 할 일이 있다.”

“하명하시지요.”

“의사당을 만들어줘야겠다.”

“의사당이요?”

신유성은 원하는 의사당의 크기를 말했다. 1만 명의 의원들이 앉아서 연설을 들을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는 것.

“힘들지 않겠습니까?”

“기술을 연구한다면 가능할지도 모르지. 지금 당장에는 1만 명이나 들어갈 장소가 필요 없겠지만 나중에 더 늘어날 테니까. 그리고 기왕이면 임시로 거주할 공간도 만들었으면 좋겠군.”

신유성은 작은 호텔을 주문했다. 고층 빌딩을 짓고 싶긴 했지만 아직 그런 기술은 없었다. 그렇기에 깔끔한 적당한 크기의 방을 갖춘 적당한 크기의 빌라 같은 건물을 여럿 주문했다.

‘미리미리 준비해둬야지.’

의회를 만들기로 했지만 소식이 전해지고 전부 소집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렇기에 신유성은 조금 빨리 먼저 얘기부터 꺼낸 뒤 차근차근 필요한 것들을 주문한 것이었다.

“아, 그리고 건물들 사이에 백화점도 하나 짓도록. 생활에 불편함이 없어야 할 테니까. 백화점은 매화에게 주는 선물이다.”

돌쇠는 환하게 웃었다.

신유성을 위해 지은 백화점에서 나오는 수익만 해도 어마어마했다. 신국 전역에서 들어오는 물품을 갖춘 백화점은 상류 사회에서 인기였다.

이러한 건물이 의원들이 사는 빌라 단지 안에 조성된다면 효과는 확실했다. 의원들은 영주이거나 혹은 영주의 대리인으로 무척 가까운 사이일 터였다. 이런 이들이 돈이 없을 리가 없으니 소비가 늘어날 것이고 그것은 곧 매화가 얻는 수입이 늘어난다는 이야기였다.

딸을 향한 애정이 식지 않았음을 확인한 돌쇠는 즐거웠다.

뭄바이.

전쟁은 끝났다. 그리고 이순신은 육군으로 전출 신청을 냈다. 하지만 바로 전출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귀관의 이야기는 알겠다. 하지만 꼭 육군으로 가야 하는가? 폐하께서는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하셨네. 세계의 바다를 지배할 자랑스러운 해군으로 남는 것이 어떻겠나?”

후지바야시 켄은 직접 이순신과 만났다. 계급으로 따지면 사실 켄이 만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순신이 세운 공적이 있었고 이를 흥미롭게 생각했었기에 켄은 이순신의 전출을 말리려고 했다.

‘수적 열세에서도 도망치지 않고 싸웠다. 이런 인재를 다른 곳에 내줄 순 없지.’

뛰어난 함장이 다수 필요한 상황이었다. 아사신의 습격으로 인한 피해는 쉽게 회복이 되지 않고 있었다.

적당한 경험이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지휘관을 찾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시간이 좀 더 지난다면 경험 많은 선장들이 많아져서 쉽겠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현재 개척 열풍이 불면서 오히려 해군의 함장이 되기보다 개척선의 선장이 되려는 이들이 더 많았다.

개척선의 선장, 혹은 탐험대의 대장이 되어 영주가 되려는 것이었다.

이미 영지를 여럿 가지고 있는 켄은 느긋했으나 다른 이들을 달랐다.

“육군으로 가고 싶습니다.”

“혹시 영주가 되고 싶어서 그러나? 그런 것이라면 해군에 남아있으면 되네. 해군은 앞으로 할 일이 많으니까. 공을 세울 기회도 많아. 함장으로 있으면 내 책임지고 자네를 영주로 만들어주지.”

“그게 아닙니다. 아버지와 함께 싸우고 싶습니다.”

이순신은 이정이 아직도 전선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편지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렇기에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으음, 마음을 바꿀 생각은 없는 건가?”

“죄송합니다.”

이순신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결국 켄은 어쩔 수 없이 이순신을 땅으로 보내줘야만 했다.

“정말 가시는 겁니까?”

배에서 내리려고 하는 이순신을 보며 해병들은 모두 아쉬워했다. 한 배를 탄 전우로서 헤어지게 된다니 아쉬웠던 것이다.

“그래, 미안하게 됐다.”

“아닙니다. 그 동안 함께 싸울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영광이었습니다!”

해병들은 이순신을 잡지 않고 배웅해주었다.

“고맙다. 나도 너희들과 싸울 수 있어 영광이었다.”

인사를 받으며 이순신의 마음도 살짝 흔들렸지만 결국 발을 멈추진 않았다.

오랫동안 생활했던 배에서 내린 이순신은 신드까지 이동한 뒤, 북쪽으로 향하는 보급 마차에 올랐다.

목적지는 우랄 산맥이었다.

============================ 작품 후기 ============================

넋 놓고 있었더니 시간 참 잘 가네요.

조아라 문제가 빨리 해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