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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신의 유희-200화 (200/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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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방제국

“고용인을 더 늘리라고요? 그거야 규모가 큰 분들이나 가능한 일입니다. 규모가 작은 상인들은 힘듭니다.”

“그러니까 좀 더 세분화 하자는 것 아닌가?”

“세분화 하면 누군가는 이익이 적은 장사만 하라는 이야기 아닙니까? 결국 규모가 작은 상인들보고 떨어지라는 얘기가 되지 않습니까?”

규모가 작은 상인 출신들은 격렬하게 반대했다. 이들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삼분의 일 정도였다.

나머지 시의원들이 무시하고 숫자로 밀어붙인다면 가능한 일. 하지만 이들은 한 가지에 집착하고 있었다.

“그러지 말고. 폐하께서 어찌 생각하시겠나?”

신유성은 임시로 시의원직을 맡겨준 것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시의원들은 만장일치에 집착하고 있었다. 토론의 장을 열어주었으니 어떻게 해서든 만장일치로 동의한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했다.

이것이 신유성의 기대에 부응하는 길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절대 동의할 수 없습니다.”

중소 상인들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

중소 상인 출신인 시의원들이 격렬하게 반대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고용인을 늘리게 되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인력을 직접 고용하게 되면 들어가는 고정 비용이 늘어난다. 규모가 큰 경우에는 상관이 없다. 약간의 손실이 생겨도 그것을 상회하는 이익이 있으니까. 하지만 규모가 작은 경우에는 인건비를 아껴서 이익을 극대화했다.

신국의 상인들도 물물교환을 하던 시절과는 많이 변했다.

공장이 생기고 분업이 활성화되면서 비용을 더 절감하고 이익을 챙기는 법을 터득한 것이었다. 남아도는 인력을 필요한 때에만 고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었다.

이러면 일이 없을 때는 인건비가 나가지 않는다. 노비를 두면 노비는 먹여 살려야 한다. 밑에 고용한 고용인의 생활도 책임져야했다. 하지만 필요할 때만 계약하는 이들은 거래관계였다. 대가를 주고받으면 될 뿐, 더 책임지고 할 필요는 없었다.

규모가 작은 중소 상인들이 한양에서 살아남은 방법이 바로 이것이었다.

효율을 극대화해 적은 자본으로 살아남았다.

그렇기에 고용인을 늘리는 법안은 중소 상인들에게는 동의하기 어려운 법이었다. 아니, 독이라 할 수 있었다.

‘절대 안 돼! 이게 통과되면 우린 죽는다!’

토론은 3일 동안 이어졌다. 그래도 협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3일 후, 신유성이 보는 앞에서 이야기를 할 때 결국 문제가 터졌다.

“그럼 고용인을 늘리는 쪽으로 할 것인가?”

“죄송합니다. 시간을 조금만 더.......”

“알았다. 이번에는 열흘을 주지.”

열흘. 10일의 시간 동안 합의를 하라는 소리였다. 신유성은 밖으로 나가며 등을 돌렸다.

‘내가 비난 받을 일은 없지.’

어떤 결정이 떨어져도 원한은 결국 다수에게 향하게 될 뿐이었다. 신유성이 분위기를 조장한 것도 있지만 결국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다수가 된다.

신유성은 느긋했다.

한양에 순식간에 시의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퍼졌다. 신문을 통해 신유성이 뿌려버린 것이었다. 그러자 한양 사람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이러면 결국 장사 접어야 하겠네.”

“아니면 배를 타고 움직이는 쪽으로 가야 하나?”

“배 삯은 어쩌고.”

“그것도 참.”

걷는 것보다 더 빠른 것은 배였다. 배를 타고 강을 따라 움직인다면 한양에 금방 도착할 순 있었다. 하지만 배 삯이 싼 것도 아니었다.

“차라리 제물포로 갈까?”

“하긴 거긴 그렇게 생활비가 많이 안 들지.”

제물포는 엄청나게 번창한 항구가 되었다. 수많은 상인들이 제물포에 있으며 이곳에서 생활하는 이들이 많았다.

대부분의 건물은 교역에 집중하는 상인들이 소유했다. 이들은 땅값을 올리는 일에는 부정적이었다. 사람이 많이 모여서 땅값을 올리면 좋긴 하지만 엄청나게 올려버리면 살 사람이 별로 없었다.

한양과 달리 제물포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상당수가 노동자였다.

“정 안 되면 다른 곳으로 가지 뭐. 일자리가 여기만 있는 것도 아니고.”

한양에서 일하는 것이 가장 좋긴 했다. 대도시, 황궁 근처에서 살며 일한다는 일종의 자부심이 있으니까. 또한 한양은 최신 유행이 시작되는 곳으로 많은 것들을 경험하기 좋았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 이들은 한양은 삶의 여유를 즐기게 해주는 도시로 각광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손해를 봐가면서 일할 곳은 아니었다.

이러한 노동자들의 분위기는 곧 상인들에게도 전해졌다.

치열한 회의는 연일 이어졌다. 백화점의 한층을 시의원들이 쓸 수 있는 회의실로 개조한 곳이었다. 신유성은 참석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의원들은 열띤 토론을 벌였다.

“그러면 차라리 임금을 올려주면 어떻습니까? 주거비가 올라간 만큼 임금을 더 주면 될 거 아닙니까?”

“그건 별로 좋지 않습니다. 인건비가 올라가면 결국 가격을 올리지 않는 이상 이윤이 줄어드니까요. 땅값이 계속 올라가다보면 언젠가는 가격을 올리게 될 겁니다. 인건비가 계속 올라가면 이윤이 남질 않을 테니까요.”

가격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인건비만 계속 올라간다면 이윤은 남지 않게 되고 적자를 본다. 그러니 한계 이상으로 인건비를 올리면 결국 가격도 오르게 될 뿐이었다.

“그럼 인건비가 올라가는 것을 막으려면 결국 땅값을 잡아야겠군요. 지금 인건비가 올라가는 이유가 그것이니까요.”

“그럼 모두 땅값을 올리지 않기로 합의하는 겁니까?”

그러자 몇몇 땅부자들이 거부했다.

“땅값을 올리지 말라니! 그럼 난 손해 보란 말입니까?”

거금을 들여 땅에 투자한 시의원들이었다. 땅값이 계속 올라갈 것을 염두에 두고 돈까지 빌려서 땅을 산 것이었다.

땅값이 오르지 않으면 이들은 적자를 보게 되니 당연히 받아들이기 힘든 이야기였다.

그때 한 사람이 제안했다.

“그렇다면 땅값은 올리되 임대료를 올리지 못하게 고정하는 건 어떻습니까?”

“음?”

몇몇 사람들이 혹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집을 빌려주고 세를 받아먹는 일을 하기 시작한 이들은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예전에는 없던 일이었으나 신국의 경제가 발전하면서 건물을 임대하는 사람들도 많이 생긴 것이었다.

무엇보다 한양은 임대로 돈 벌기에 가장 좋은 곳이었다. 땅 살 돈은 없으나 장사를 하면서 세를 내는 것 정도는 중소 상인들도 가능했다.

“그거 좋군요.”

중소 상인들은 새로운 제안을 반겼지만 건물을 소유하고 임대로 돈을 벌던 이들은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싫소. 그렇게 되면 비싼 돈 주고 땅과 건물을 산 의미가 없소.”

임대 목적으로 산 사람들은 임대료를 통해 건물에 투자한 비용은 물론 이익까지 뽑아내야했다. 만약 이것이 안 된다면 건물을 많이 보유하고 있을 이유가 별로 없었다.

규모가 아주 큰 장사를 하는 상인이라면 건물 자체가 필요하다. 건물을 자신의 사업을 위해 쓰니까. 그렇기에 임대료를 고정한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었다. 임대업에 뛰어들지 않는 이상 그다지 신경 쓸 이야기는 아니니까.

어쨌거나 의견 하나가 나오면 꼭 반대하는 사람이 하나가 나왔다.

이를 한쪽 구석에 숨어 조용히 지켜보던 이지번은 한숨을 내쉬었다.

‘과연 합의를 할 수 있을 것인가?’

시의회만 해도 의견 일치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았다. 모두가 만족하는 타협점을 찾는 것은 어려웠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았다.

‘다수결이란 걸 한다면 금방 정해지겠지.’

다수결. 숫자가 많은 쪽이 자신에게 유리한 방안을 선택한 뒤 밀어붙이면 끝날 일이었다. 현재 시의원들처럼 만장일치를 노리지 않는다면 금방 끝날 수도 있었다.

‘금방 끝냈다면 아마도 중소 상인 출신 시의원들이 가만히 있지는 않았겠지.’

손해를 볼 것을 알면서 계속 한양에 남을 수는 없으니 결국 다른 형태로 변화가 찾아왔을 것이다.

‘과연 이것이 가능할까?’

이지번은 상인 출신 시의원들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회의에서 보여주는 모습만 해도 자신이 손해 보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있었다.

이런 이들과 만장일치로 합의점을 찾는다는 것은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시간은 한참 흘렀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계속 흘렀다. 토론은 계속 돌고 돌았다. 별 다른 의견도 없었다. 그러자 슬슬 더 이상 새롭게 제안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자 한 가지 단어가 시의원들의 뇌리에 스쳤다.

다수결.

결국 숫자로 정하는 방법 이외엔 없었다.

‘이렇게 되면 결국 머릿수 싸움이다.’

이때부터 시의원들은 각자 세력을 규합하려고 했다. 그때 한 남자가 조심스럽게 새로운 제안을 했다.

“저 제 생각에는 그냥 마차를 왕창 늘리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마차를?”

“네, 이야기를 듣고 생각해보니 결국 노동자들이 더 먼곳에서 일하러 와야하는 것이 문제가 된 것 아닙니까?”

“그렇지.”

“그러니 마차를 이용하면 시간이 줄어들 것 아닙니까?”

그때 한 사람이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 말과 마차를 대량으로 마련할 돈은 어디서 납니까? 그리고 마차를 이용하는 비용을 노동자들에게 알아서 내라고 하면 받아들이겠습니까?”

“그러지 않겠죠. 마차 이용료만큼 수당을 올려주거나 해야겠죠. 그래도 세를 올렸을 때 얹어줘야 하는 돈에 비하면 적지 않겠습니까?”

시의원들은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일리는 있어.’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일단 지금 상황은 모면할 수 있다.’

‘얼른 땅값 올려서 팔아버리고 다른 사업을 알아볼 시간은 벌 수 있다.’

각자 머릿속으로 바쁘게 주판을 튕겼다.

가장 적은 비용으로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사실에 결국 마차를 이용하자는 제안이 채택되었다.

“돈 좀 버시겠습니다. 그려.”

“하하하, 이거 속 보이는 짓이라 말하기 힘들었는데. 여하튼 감사합니다.”

시의원들은 만장일치로 제안을 통과시켰다.

마차를 늘리자는 제안을 한 시의원은 원래 말장수였다. 나중에는 말 이외에도 마차까지 제작해 팔며 돈을 번 상인이었다.

이번 안건이 통과되며 최대로 수혜를 입게 된 것이었다. 배 아파 하는 이들도 좀 있었지만 그렇다고 다수결로 가면 자칫하면 자신들이 손해 볼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었다.

노동자들에게 마차 이용료 조금 올려주는 것과 부동산 가격이 고정되어 더 이익을 보지 못하는 것을 놓고 저울질하면 결국 마차 이용료를 조금 올려주는 쪽이 더 나았으니까.

배 아파 하는 이들도 대다수가 지지하니 반대를 하지 못했다. 만약 만장일치를 깨려한다면 어떤 불이익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폐하, 꼭 의회를 하셔야만 합니까?”

“왜 그러나?”

이지번은 자신이 본 것을 신유성에게 그대로 고했다.

“참으로 봐주기 힘들었습니다. 이들에게 일을 맡긴다면 분명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만 정할 것입니다. 이는 좋지 않습니다. 때로는 손해를 보더라도 해야만 하는 일이 있습니다.”

이지번의 말은 맞았다. 신유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의 말이 맞다. 하지만 한양을 대표하는 이들이다. 한양이 망한다면 그들도 망하는 거지.”

“그리 되면 백성들의 삶이 힘들어집니다.”

“그래, 그럼 백성들이 한양을 떠나겠지. 안 그런가?”

신유성은 느긋했다.

“하오나.”

백성들이 한양을 떠난다는 것은 황제의 위엄에 금이 가는 일이었다.

“됐다.”

신유성은 마음을 바꿀 생각이 없었다. 단호한 대답에 이지번은 한숨을 내쉬었다.

‘책임을 피하시려는 건가?’

이지번도 알고 있었다. 의회의 결정은 결국 서로 싸우게 만들려고 하는 것임을. 그러면서 황제인 신유성은 자신에게 향할 원망을 회피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이지번도 나쁜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의원 일은 지나치게 자유를 준 감이 있어 보였다.

“문제점이 있다면 기록하라. 그리고 알려라. 그것이 그대가 할 일이다.”

이지번은 어깨가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절대 망종들이 날뛰지 못하게 하겠다!’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신유성은 이를 보고도 무시했다.

회의가 다시 열렸다. 시의원들은 마차를 더욱 늘리는 대신 마차 이용료만큼 임금을 올리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그대들의 생각은 잘 알았다. 미봉책이라 생각이 들지만 시의회에서 최초로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의견이니 받아들이겠다.”

신유성의 말에 시의원들은 신경이 곤두섰다.

“이 시간부로 임시 의회를 해산하고 다음 의회를 위한 시의원은 이조의 천거를 통해 뽑도록 하겠다.”

신유성은 의원을 정할 권력마저 놓을 생각이 없었다.

“이후 총영주가 있는 모든 도시는 총영주를 도시의 시장을 겸하도록 할 것이며 이들에게 시의원을 뽑을 권한을 내린다. 또한 시의 재정은 시에서 나오는 세금으로 충당한다. 교통에 이용할 마차는 시의 사업으로 할 것이며 이를 위한 재정은 시에서 지출한다. 또한.......”

신하들과 시의원들은 정신이 없었다. 신유성이 말이 만들어낼 여파를 계산하느라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중이었다.

‘우리가 낸 세금을 쓸 곳을 우리가 정한다는 이야기 아닌가?’

임시지만 시의원을 했던 이들은 모두 한 남자를 바라보았다. 이번에 대박이 난 말 장수 출신 시의원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의견을 말해 그것이 채택되자 결국 대박이 난 것.

즉, 의회라는 것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쓰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젠 시의원이 아니었다. 의회에 참여하려면 시의원이 되어야만 했다.

‘이조에 아는 사람이 있던가?’

이제는 도로 상인의 몸으로 돌아가게 된 이들은 자신이 아는 연줄을 떠올렸다. 허나, 더 많은 이들은 다른 것을 떠올렸다.

‘영주가 된다면?’

영주들의 의회에서 정할 수 있는 것들을 상상하며 상인들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몸을 떨었다.

엄청난 떡밥이 코앞에 아른거리니 욕망이 강한 이들은 저마다 흥분하고 말았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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