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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신의 유희-211화 (211/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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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정원

의회가 정식으로 시작된 다음날부터 한양은 엄청나게 시끄러워졌다. 의회에서의 안건은 곧바로 신문에 실렸다. 아침에 일어나 신문을 펼친 한 상인은 신유성의 선언을 듣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폐하께서도 참 대단하신 분이시지.”

다른 사람이 말했다면 헛소리한다고 비웃었을 것이다. 하지만 신유성이 말하니 정말 그렇게 될 것 같았다.

보여준 게 있으니까.

왕족도 아니고 양반도 아니었다. 돈 좀 있는 역관의 자식으로 이뤄낸 일이었다. 중간에 정략혼이 끼어있었으나 그것으로 인해 신유성의 업적이 폄하되지는 않았다.

정략결혼을 하고도 아무 것도 못 하는 인간들도 많았으니까.

무엇보다 정략결혼은 서로 주고받을 것이 있을 때 하는 것. 하나의 거래라고 생각하면 정략결혼 또한 신유성의 능력인 것이었다.

“그나저나 돈을 깎다니 썩을 놈들.”

“그러게 말이여!”

중소 상인들은 돈 계산을 할 때 더욱 세심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뭔가 이상한 돈을 쓰면 바로 신고하기 위해서였다.

한편, 이이는 이지번과 조식과 함께 자리했다.

“저는 폐하의 뜻에 찬성입니다.”

예상했던 대로 신유성은 세계를 모두 삼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명분만 보시면 안 됩니다.”

이지번은 신유성과 가까이 지냈던 사람 중 하나. 신유성이 내세운 명분이 전부가 아님을 환기시켰다.

“폐하께서 무슨 뜻으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는 중요하지 않네.”

가만히 있던 조식은 힘겹게 말을 꺼냈다. 이제 나이가 들어 기력이 예전 같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중요한 얘기에 빠질 순 없었다.

“무슨 뜻이십니까?"

“폐하가 원하시는 것은 신국이 흩어지지 않는 것일세. 단순히 세상을 휩쓸고 싶으셨다면 의회 따윈 필요도 없다는 말이네.”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말이었다.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폐하께서 굳이 의원들에게 권력을 나눠주실 필요는 없었지요. 하지만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신국은 오래 가지는 못할 것입니다.”

빠르게 성장한 만큼 연결고리는 매우 빈약했다. 하지만 의원들의 욕망을 최대한 자극해 의회에 묶어두는 데 성공했다.

“우리가 할 일은 의회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것이네. 그리고 의회를 통해 신국이, 의원들이 올바른 길로 가도록 힘쓰는 거지.”

“맞는 말씀이십니다.”

이지번도 동의했다. 이지번이 가장 원하는 것이 바로 신국을 올바른 길로 이끄는 것이었다.

“그리고 황실이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당연한 일을. 언젠가 의원들은 황실을 압박하려 할 것이네. 그렇게 되면 나라는 다시 엉망이 될 것이야. 사화가 또 일어나지 않는다는 법이 없으니.”

의원들이 뭉쳐 강력한 세력으로 발전한다면 황실로서도 무시하기 힘든 세력이 될 것이 분명했다. 이지번은 이것을 경계했다. 자칫 잘못하면 엉뚱한 자들이 신국을 뒤집으려 할 테니까.

“앞으로 여러 가지로 할 이야기가 많아. 그러니 젊은 서생들을 최대한 많이 끌어들여야 할 것일세. 그리고 그들을 영주로 만들어야 하네.”

영주 확보는 곧 의원 확보와 동일했다. 신유성은 백성들의 투표로 의원을 뽑지 않고 영주들이나 영주 대리인들에게 의원 자격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영주를 더욱 많이 확보해 황실파가 더 큰 세력을 유지해야만 했다.

의회의 영향으로 개척 사업은 더욱 활발해졌다. 이제 한양에 돈 좀 있다는 사람들은 개척에 뛰어들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 노동자들까지 개척에 뛰어들자며 모아놓은 돈을 가지고 패를 이루기까지 했다.

이런 와중에 신유성은 황실 친위대를 더욱 늘리기로 결정했다.

“함대를 더욱 늘린다. 아울러 새로운 원정군을 만든다.”

제3원정군.

사령관은 의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양에 왔던 척계광으로 임명했다.

“그대는 군을 이끌고 신대륙을 정복해주길 바란다. 무척 힘든 일이 될 것이다.”

“신대륙을 폐하께 바치겠습니다.”

척계광은 거절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줄곧 또 다른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신유성도 이러한 척계광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제3원정군을 만든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수많은 이들이 지원했다. 돈이 별로 없는 집안의 사람들은 모두 원정군에 지원했다. 원정군에서 공을 세우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으니까. 또한 잘 하면 영주가 되기도 한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신대륙은 넓었다.

얘기만 잘 하면 개척할 땅을 받아낼 수도 있었다.

돈이 많은 자들은 직접 개척에 뛰어들고 돈이 없는 자들은 목숨을 걸고 원정군에 지원했다.

한양에서 원정군을 모집한다는 소식은 곧바로 신국 전역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제3원정대의 1차 집결지로는 북해도가 선정되었다.

페르시아.

“그들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다고?”

“서쪽으로 갔습니다.”

“신국의 함대가 서쪽으로 간 까닭은?”

“자국 상선이 습격당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허허허.”

타흐마스프 1세는 웃고 말았다.

‘드디어 신국이 한 건 해주는구나!’

페르시아의 왕, 타흐마스프 1세는 신이 났다. 그렇지 않아도 오스만 제국이 최근 들어서 시비를 걸어왔다.

오스만 제국이 페르시아를 자꾸 건드리는 이유는 페르시아가 갑자기 급성장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신국과의 교역을 통해 페르시아 경제는 급성장을 하는 중이었다. 신국의 배들은 뻔질나게 페르시아에 들어와 양과 융단 그리고 그 외 상품들을 사갔다. 반면 신국에서는 엄청난 양의 금속 제품을 들여왔다.

무기도 팔았다. 신국에서 쓰지 않게 된 구형 대포를 처분한 것이었다. 이것만 해도 어느 정도 쓸 수 있기 때문에 페르시아에서는 구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사갔다.

“그들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은 없나?”

“그런 건 없었습니다.”

“아쉽군.”

한 다리 걸쳐서 오스만 제국을 치고 싶었다. 그러면 페르시아가 더 커질 기회니까. 하지만 함대만 갔다고 한다면 응징 차원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인도 지역에서 오스만 제국을 치려면 페르시아를 거쳐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정말 크나큰 오해였다.

그리고 이 오해는 오스만 제국이 무너지는 순간까지 풀리지 않았다.

“기회입니다. 그들을 치죠.”

카자흐 지역을 포함한 인근 지역의 총영주인 장거정은 드디어 기회가 왔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바로 지원군을 편성코자 했다.

“하지만 원정군은 함부로 짤 수 없는 것 아닙니까?”

“다 방법이 있습니다.”

장거정은 상선이 습격당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군사적 지원을 하겠다고 제2원정군 사령관인 신페이에게 연락을 했었다.

신페이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우리가 지원군을 편성하면 바로 제2원정군 소속이 될 겁니다. 작전권은 임시로 제가 받았으니 사령관께서 사람을 보낼 때까지만 절 따라주시면 됩니다.”

“하하하! 그런 거라면 얼마든지요!”

칸국 출신 영주 대리인들은 회의가 끝나자마자 병사를 모집하겠다며 각지로 떠났다. 이들 영주 대리인들은 한양으로 떠난 영주들의 후계자들이었다.

대부분 젊었다. 그리고 젊은 만큼 호전적이기도 했다.

기회가 오자 잡았다. 신국에 복속한 이후 엄청나게 부유해진 덕분에 어딘가에 힘을 쏟고 싶어 안달이었다. 계속해서 들려오는 정복 소식은 젊은 후계자들의 마음을 이리저리 뒤집어 놨다.

인근 지역의 전사 출신들은 힘을 써보지 못해 안달이었다. 과거처럼 마음대로 국경을 오가며 약탈을 하지 못하는 것이 근질거릴 정도였다.

그런데 기회가 왔다.

기병으로 이루어진 군대가 모이는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그리고 이들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장비와 말에 대한 비용은 모두 청구가 가능했다.

청구된 비용은 신유성의 개인 재산으로 결제가 된다.

숨만 쉬어도 돈이 쌓일 지경이라 이렇게라도 쓰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정도로 신유성은 돈이 많았다.

남사고함은 무스카트로 향했다. 한 때 포르투갈이 점령하고 있던 지역이었으나 현재는 오스만 제국이 차지하고 있는 곳이었다.

무스카트 앞바다에 나타난 신국의 함대를 본 오스만 제국 선박들은 화들짝 놀랐다. 규모가 작은 어선부터 상선들은 도망치기에 바빴다. 대신 군함들은 싸우기 위해 열심히 기어나왔다.

허나, 모두 헛수고였다.

“쏴라! 다 날려버려!”

옛날에는 적선을 나포하기 위해 노력했던 신국이었다. 하지만 이젠 병력을 아끼기 위해 나포를 하지 않고 침몰시켰다.

전열함인 남사고함을 중심으로 도열한 갤리온들.

신국의 전함들이 불을 뿜자 무스카트에서 기어 나오던 군함들이 침몰하기 시작했다.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하나둘 침몰하는 것이었다.

수십문의 포격이 한 번에 한 척에게만 집중되기 때문이었다.

그야말로 벌집이 된 것처럼 난타를 당하다 침몰했다.

갤리선들이 열심히 노를 저어 접근하려 했으나 가까이 접근하기도 전에 선두부터 하나씩 박살났다.

약 십여척이 그렇게 박살나자 더 나타나는 군함은 없었다.

더 이상 덤비는 적이 없는 것을 확인한 신국의 함대는 계속해서 적을 찾아 움직였다. 페르시아만을 한 번 휘저으며 적선들을 모두 박살낸 뒤에는 아라비아해를 거치며 다시금 박살냈다. 그리고 홍해의 입구에 있는 항구를 박살내고는 보급을 위해 다시 페르시아만으로 향했다.

리가.

이정은 아들과 함께 리가의 항구에 들어섰다. 노부나가는 이정에게 리가에서 원정 해군을 양성할 것을 지시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잘 모르니 네가 알아서 해라.”

“예.”

노부나가가 이런 명령을 내린 이유는 오직 하나, 이순신 때문이었다.

발트해로 진출하게 되었으니 이제 멀리 육지로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육지로 스웨덴을 치려고 하면 굉장히 돌아가야만 했다. 하지만 바다를 통해 간다면 순식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리가는 매우 중요했다.

한자 동맹에 속해 있던 도시이기도 한 리가는 경제적으로도 매우 발전한 도시였다. 하지만 이젠 신국의 것이 되었다.

리가에 속해 있던 이들은 신국의 지배를 거부했고 이로 인해 결국 모두 몰살을 당하고 말았다.

노부나가의 원정군은 지배를 거부한 권력자들에게 잔혹했다. 남자는 모두 광산으로 보내고 여자는 노예로 만들었다.

어쨌거나 이제 신국의 땅이 된 리가에서 이순신은 원정군의 발트 함대를 양성해야만 했다.

노부나가가 이정에게 명령을 내린 이유는 이순신에게 명령을 내릴 경우 자칫하면 이정보다 계급이 더 높아질 것을 우려해서였다.

덕분에 이정은 일은 아들에게 시키고 편히 쉬게 생겼다.

“나는 주점에 가 있을 테니 그리 알고.”

“네.”

할 일이 없어진 이정은 주점에서 리가의 음식과 술을 즐길 생각이었다.

이순신은 바로 선박 파악에 나섰다.

선박들은 대부분 그리 대단한 것들이 아니었다. 갤리온은 없었다. 쓸 만한 것은 캐럭 정도였다.

‘이걸론 부족하다.’

갤리온에 타봤던 이순신이었다. 캐럭에 만족할 수 없었다.

이순신은 바로 부하인 신립과 함께 움직였다.

“조선공들을 불러와.”

불려온 조선공들은 모두 불안한 표정이었다. 새로운 지배자가 어떻게 나올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중이었다.

“너희들에게 앞으로 군함을 만들게 할 것이다. 함께 하는 동안에는 군의 통제를 따라야 한다.”

다소 강압적인 이야기를 통역을 통해 들은 조선공들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강제노역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만약 일을 같이 하게 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을 하고 싶지 않은 자는 돌아가도 좋다.”

이순신의 마지막 말에 조선공들은 눈치를 보았다.

돌아가도 된다고 정말 넙죽 받아들이긴 어려웠다.

‘이건 또 무슨 시험이지?’

하기는 싫고 돌아간다고 말하자니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었다. 가도 된다고 했지만 이순신을 비롯해 신국에서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결정하기가 어려웠다.

“하겠습니다.”

하지만 한 용기 있는 조선공이 일을 하겠다고 나섰다.

‘어차피 이 사람들 아니면 일하기도 힘들 텐데.’

불이익이 생길지도 모른다면 강압적이긴 하지만 차라리 일을 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결국 하나둘 먼저 나선 조선공을 따라 일을 하겠다고 했다. 돌아간다고 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좋다. 그럼 가장 먼저 나온 자가 이제부터 지을 조선소의 책임자가 될 것이다. 앞으로 다른 조선공들의 관리는 그대가 해야 한다.”

용기를 낸 자에게 조선소 관리인을 맡겨버렸다.

이후 이순신은 자신이 알고 있는 갤리온의 설계도를 그려주었다. 설계도를 본 조선공들은 감탄했다. 전투를 위해 만들어진 배라는 것을 단숨에 알아본 것이었다.

하지만 이순신이 아는 것은 갤리온의 설계도 뿐이었다.

“이제부터 이 배를 지을 조선소를 짓는다.”

조선소에 대한 것은 결국 조선공들에게 맡겨야만 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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