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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신의 유희-219화 (219/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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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처한 사람들

아메리카에서 에스파냐에게 점점 위기가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직 소식을 알지 못하는 펠리페 2세는 현재 크게 웃고 있었다.

“하하하하! 신국이 참 좋은 일을 해주었구나!”

아조프 요새의 함락 소식이 전해졌다. 폴란드쪽에서 보낸 첩자가 알아낸 소식이었다. 뭔가 군사의 이동 때문에 수상하게 여겨서 조사해봤는데 대박 정보가 잡힌 것이었다.

“하지만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닙니다. 크림 놈들이 신국에 복속했다고 합니다.”

“그래, 그럼 폴란드에 좀 더 무기를 지원하지. 돈도!”

“저, 돈이 없습니다만.”

“없으면 빌리면 된다!”

‘이미 한 번 떼먹었는데.......’

신하는 속으로 한숨을 쉬면서도 입으로 말하지 않았다.

“저 돈은 어디서.......”

“메디치라면 분명 돈을 빌려줄 것이다.”

메디치 가문에서 빌린 돈은 아직도 많았다. 현재 갚지도 못하고 있었다. 이자나 겨우 낼까말까 한 수준. 하지만 메디치 가문에서는 계속 돈을 빌려주었다.

어쩔 수 없었으니까.

합스부르크라는 대고객이 무너지면 유럽이 무너지는 것이었다. 그럼 메디치 가문도 무너진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합스부르크 가문은 유럽 최고의 권력을 쥐고 있는 가문이었다. 때문에 메디치 가문은 합스부르크 가문에 돈을 빌려주고 대신 권력을 빌렸다.

이렇게 빌린 권력으로 다른 귀족들을 압박했다. 귀족들은 돈을 빌려가놓고 떼먹으려고 하는 일이 많았다. 심지어 협박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합스부르크 가문의 권력을 등에 업게 되자 돈을 떼먹는 짓을 하지 못했다.

저항하는 귀족은 합스부르크 가문의 이름으로 협박해서 응징했다. 합스부르크 가문에서도 이를 들어주고 이자를 탕감 받기도 했다.

메디치 가문은 귀족을 상대로 고리대금업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딱 한 명, 펠리페 2세에게만큼은 빚 독촉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안 빌려줄 수도 없었다.

펠리페 2세가 망하면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그 동안 원한을 샀던 귀족들이 메디치 가문을 공격해댈 테니까. 지금도 공격을 당하긴 하지만 합스부르크 가문의 비호가 있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럼 오스만 제국과의 일전은 뒤로 미루는 겁니까?”

“아니다! 지금의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적은 지금 혼란스러울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신께서 우릴 지켜보신다! 우리는 앞으로 전진 해야만 한다!”

펠리페 2세의 외침에 반박하는 신하는 한 명도 없었다.

폴란드 전선.

폴란드군은 노부나가가 이끄는 신국의 원정군을 맞이해 훌륭하게 버텨내고 있었다.

“이거 예상하고 많이 다르군.”

폴란드군은 진격로에 완벽한 요새를 지었다. 무기 또한 훌륭했다. 엄청난 양의 신기전과 대포를 보유했다. 화승총을 보유한 총병들도 많았다.

우회하고자 정보를 알아봤지만 기병 전력도 훌륭했다.

빈틈이 없었다.

그래서 노부나가는 진격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차피 배를 타면 되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노부나가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육로는 한 번 찔러본 정도였다. 리가에서 배를 타고 스웨덴을 공략한 이후에는 폴란드를 뛰어넘어 각지의 항구를 약탈할 생각이었다.

약탈에 참여할 사람은 넘쳐흘렀다.

‘바다를 장악하게 되면 한자동맹 놈들이 기어들어오겠지.’

한자동맹을 굴복시킨다면 일은 더 쉬워질 터였다.

“리가의 상황은 어떻지?”

“모든 것은 순조롭습니다. 이제 첫 갤리온이 나올 때가 되었습니다.”

“경비를 강화하고 제독에게 지원을 아끼지 마라.”

“예!”

회의를 마친 노부나가는 술병을 꺼냈다. 보리로 만든 보드카를 소시지와 함께 먹는 노부나가는 미소 지었다.

‘재미있어! 아주 재미있어!’

점령하고 그곳의 음식을 맛보는 것은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인생 50년, 돌고 도는.......”

흥에 취하자 저도 모르게 노래를 불렀다.

리가.

리가의 책임자는 이정이었다. 하지만 이제 막 개편한 원정군 발트해 방면 제독에는 이순신이 임명되었다.

소속은 육군에서 다시 해군으로 옮기게 되었다. 이순신은 육군에 남고자 했지만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이정이 제독이 되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네가 바다에서 크게 활약하면 나는 더 없이 기쁠 것이다.”

“네, 아버지.”

이제 계급에선 이정과 이순신이 동급이었다. 이정의 계급도 올랐지만 이순신이 더 많이 올랐다.

인도에서 싸웠던 전공이 있어 결국 제독에 오를 수 있었다. 무엇보다 현재 발트해 방면에서 바로 활약 가능한 함장은 이순신 정도였다.

결국 이순신이 발트 함대를 키워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제독의 자리를 받아들인 이순신은 바로 예비함장들을 소집했다.

“부르셨습니까?”

예비함장 중에는 신립도 있었다. 신립은 이순신을 따라 해군으로 소속을 바꾸었다. 무관학교에서 교육 받은 것이 있기 때문에 적응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조선소를 짓고 갤리온을 만드는 동안 예비 함장들은 코그선을 타고 선박 운용을 훈련했다.

코그선은 한자 동맹에서 활발하게 사용되는 선박이었으므로 구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함장으로서 배워야 할 것은 전투에 관한 것만이 아니었다. 전투에 관한 것은 당연히 알아야 한다. 하지만 항해 자체에 대해 모르면 전투에서 아무리 성적이 좋아도 쓸모없었다.

항해를 못하면 적과 싸우기도 전에 바다에서 미아가 되어 죽을 수도 있다.

“갤리온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귀관들에게 아직 갤리온을 줄 순 없다. 이제부터는 캐럭을 타고 훈련을 한다.”

갤리온은 당분간 이순신의 기함으로 쓰기로 했다. 나머지는 지금까지 준비한 무장 캐럭을 타고 훈련할 차례였다.

“이번 적응 훈련에서 가장 먼저 목표를 달성한 사람부터 선착순으로 갤리온이 주어질 것이다.”

신립을 비롯한 예비 함장들의 눈빛이 번득였다.

갤리온은 신국 해군의 주력함이었다. 더 대단한 배로는 전열함이 있지만 숫자가 무척 적었기 때문에 바라지도 않았다.

‘드디어 영주가 될 수 있다!’

갤리온의 함장은 공을 세울 기회가 많다. 더구나 지금 있는 곳은 최전선이라 할 수 있었다.

발트 함대의 임무는 간단했다. 발트해를 장악하는 것.

발트해를 장악하다보면 공을 세우게 되고 공적이 누적되면 당연히 영지가 하사된다.

무엇보다 노부나가는 공을 세운 지휘관에게 후했다. 능력이 없으면 가차 없이 내쳤다.

예비 함장들의 사기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총 20척의 전함이 리가에서 나왔다. 캐럭으로 된 전함들은 기존의 상선들을 개조해서 마련했다. 캐럭을 만드는 조선소에서는 전투용으로 새로 생산하고 있기도 했다. 갤리온을 만드는데 조선공들을 투입했지만 캐럭을 만드는 일도 멈추지 않은 것이었다.

조선공은 아무리 많아도 모자랐다. 그래서 이순신은 조선공을 우대했다. 그러자 수많은 젊은이들이 조선공으로 지원했다.

이들도 모두 해병으로 대우해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신국의 해병은 돈을 잘 썼다. 해병들의 월급은 현지인들 수준에서 보자면 어마어마했다. 힘들게 농사를 지어도 쥐기 힘든 돈을 해병들은 매달 받았다.

되고 싶어도 해병은 되기 힘들었다. 언어가 다르니까.

그런데 조선공이라는 길이 열리니 너도나도 농사를 때려치우고 조선소로 몰려들었다.

코그선부터 캐럭까지 배를 만들며 실력을 쌓게 했다. 배를 만들 때마다 특별 수당이 지급되었다.

돈을 집으로 가져가면 온 가족이 행복해했다.

리가의 사람들은 신국을 금방 받아들였다.

어쨌거나 이렇게 해서 리가에서 해상 전력이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다.

“우선 비스뷔로 향한다!”

하지만 이순신의 목적은 비스뷔 함락이 아니었다.

며칠 지나서 비스뷔는 난리가 났다.

“온다! 놈들이 온다!”

“전투 준비!”

전함들이 출항했다. 비스뷔의 병사들은 해안 포대에 올라 포격 준비를 마쳤다. 신국이 리가에서 함대를 만드는 동안 공격할까 생각도 많이 했었지만 공격을 감행한 이들은 없었다. 리가의 해안 포대는 무시무시했기 때문이었다.

항구 자체가 요새와 같았다.

신국이 들어서면서 바뀐 것이었다. 결국 리가 습격은 포기하고 똑같이 방어로 들어가기로 했다. 배를 더 모으고 전력을 강화시켰다.

그렇게 해서 모은 전력을 비스뷔에 집중시켰다.

스웨덴의 수도인 웁살라로 가기 전에 있는 항구 도시, 최근 들어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스톡홀름을 공격하기 위해선 신국 함대는 우선 비스뷔의 전력을 상대할 필요가 있었다. 이것이 비스뷔 함대를 이끄는 자의 판단이었다.

비스뷔는 조금 아래로 쳐져 있어서 딱히 항로를 막는 것은 아니었지만 잘못하면 뒤를 잡힐 수 있기 때문이었다.

비스뷔에 전력을 모은 칼마르 동맹국들도 같은 의견이었다.

비스뷔의 전력은 신형 캐럭 40척이었다. 더 많은 전력은 모으질 못했다. 각 국에서 전력을 전부 보내지 않은 탓이었다.

어쨌거나 해상전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비스뷔 근처까지 온 이순신은 망원경으로 적들을 살폈다.

“수가 상당하군.”

“후퇴하시겠습니까?”

“후퇴는 없다.”

이순신은 물러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우리의 대포는 우수하다. 철저하게 훈련받은 대로 하도록.”

40척의 전함 대 20척의 전함. 숫자에서 확실히 밀린다. 하지만 이순신은 진다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더 많은 적을 상대하는 전술은 이미 가르쳐주었다. 철저히 포격전으로 간다. 잡힐 것 같으면 무조건 거리를 벌린다!”

이순신의 명령이 신호를 통해 각 함장에게 전해졌다.

발트해의 차가운 물살을 가르며 전함들이 속력을 올렸다.

“쏴!”

화염이 치솟은 뒤에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잠시 뒤에 포탄이 떨어진 바다에는 물기둥이 솟았다. 가끔 포탄은 배에 틀어박혔다.

“젠장! 재수 없는 새끼들!”

비스뷔 함대는 철저히 농락당하고 있었다. 함대를 둘로 쪼개서 포위망을 만들려고 했으나 소용없었다.

이순신의 발트 함대는 절대 가까이 붙지 않았다. 대포도 아주 가끔 쐈다.

“저 놈들 목적이 뭐 같나?”

“놈들의 항구로 끌어들이는 게 목적 같습니다.”

“젠장!”

비스뷔 함대의 제독은 혀를 찼다. 신국 함대를 만났을 땐 이길 거라고 생각했다. 당연했다. 숫자가 확실히 차이나니까.

그런데 신국 함대는 거리를 좁히지 않았다. 오히려 더 벌리며 유도하는 것 같았다.

“더 쫓지 않는다!”

결국 비스뷔 함대는 물러났다.

한편, 이순신은 발트 함대를 이끌고 유유히 리가로 돌아왔다.

첫 해전은 졸전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순신의 입장에서는 성공적인 해전이었다.

‘아무도 죽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 코그선이나 몰던 함장들이었다. 해병들도 상당수가 신참이었다. 육군이었다가 해병으로 전환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더 많은 함선을 보유한 함대와 만나고도 한 명도 죽지 않고 돌아왔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었다.

가끔 공격도 날려서 맞추기까지 했다.

‘좋았어.’

첫 훈련은 성공적이었다.

해전이 끝나자 신립을 비롯한 함장들은 주점에 모였다.

“오늘 어땠지?”

“음, 확실히 좀 어렵기는 하던데.”

“해병 숙련도가 중요해.”

“포술 훈련을 좀 더 하는 편이 좋겠다.”

많은 의견이 오갔다. 코그선으로 훈련할 때와는 분위기 자체가 달랐다. 실전을 겸한 해전이라 긴장도 많이 했다. 의외로 실전으로 들어가니 마음이 조급해지는 면이 있었다.

“긴장하니까 생각이 잘 안 되던데.”

“긴장을 푸는 법을 가르쳐주지. 일단 술을 한 모금 마셔.”

“미친. 전투 중에 무슨 술. 술 따위에 의존하다가는 언젠가 큰 사고 친다.”

긴장을 푸는 법에서부터 여러 가지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러면서 함장들은 조금씩 더 성장했다.

“그나저나 제독님도 참 독하지. 훈련 삼아서 해전이라니.”

“그래도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았잖아?”

“그건 그렇지.”

출항하기 전부터 지겹도록 들은 이야기였다.

“어쨌거나 내일 모레 출항이니까 오늘은 실컷 마시자.”

함장들을 비롯해서 리가 항구의 주점에서는 술판이 벌어졌다.

이후 다시 출항했을 때 이순신은 또 다시 비스뷔로 향했다. 목적은 당연히 훈련. 그렇게 10번 정도 비스뷔의 함대를 상대로 훈련했다. 치열한 전투는 한 번도 치르지 않았다. 그렇게 한 달이 흘렀을 때였다.

“오늘은 스톡홀름으로 간다.”

“네? 비스뷔를 치지 않고요?”

“스톡홀름의 배들을 먼저 부순다. 약탈은 없다.”

이순신은 한 밤중에 출항했다. 이렇게 출항한 발트 함대는 비스뷔에 걸리지 않았다. 비스뷔를 칠 때는 언제나 낮에 출항한 탓이었다.

비스뷔에서 신국의 배들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스톡홀름이 습격 당한 이후였다.

이순신은 비스뷔를 멀리 돌아서 스톡홀름을 습격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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