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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신의 유희-221화 (221/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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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처한 사람들

레판토 해전이 벌어지기 한참 전, 신국의 함대는 카리브해로 진입했다. 이때부턴 그야말로 미친 듯이 날뛰었다.

“보이는 건 적! 다 박살낸다!”

거칠 것이 없었다. 전열함 2척은 그야말로 무적이었다. 뒤를 따르는 갤리온들도 무시무시하긴 마찬가지.

엄청난 양의 화약을 사용했으나 화약이 부족할 일은 없었다. 보급선은 화약을 다 쓰든 못 쓰든 계속해서 화약을 날라주었다.

보급 라인이 살아있기에 막대한 양의 화약을 사용해도 부족하지가 않았다. 만약 화약이 떨어졌다면 하는 수 없이 백병전을 해야 했을 것이다.

어쨌거나 카리브 해의 항구들을 거치며 배를 박살내고 다녔다. 소식을 들은 에스파냐 세력이 함선을 모아 대항해왔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에스파냐 세력은 가진 보물을 챙겨서 본국으로 일단 피했다.

신국 함대는 카리브해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흩어졌던 위그노 해적들은 신국 함대의 등장에 환호했다.

“하하하! 꼴좋다 에스파냐 놈들!”

“대체 누구래?”

“몰라! 하지만 누구든 우리 편이다! 에스파냐를 죽이면 우리 편이야!”

에스파냐를 향한 위그노의 원한은 깊고 깊었다. 에스파냐 해상 세력이 카리브에서 사라지자 위그노 해적들은 바다로 뛰쳐나왔다. 그리고 신국 함대를 향해 접근했다.

“꼭 이럴 필요 있나?”

“이미 결정한 일이다. 다 동의해놓고 왜 또 이래?”

“그게 불안해서 그러지. 저들이 우리까지 죽이면 어쩌려고.”

“이제 와서 이러면 곤란하다. 우린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산다. 빌어먹을 에스파냐 놈들의 똥구멍에 말뚝을 박아줄 수 있다면 저들의 개가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겠다.”

위그노 해적들은 캐럭을 타고 신국 함대로 다가갔다. 배를 약탈했던 해적들이었다.

한편, 캐럭을 발견하자 탐색이 시작하는 신국 함대였다.

“전방에 선박 하나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전투 의지가 보이나?”

“안 보입니다! 돛은 반 정도 접혀 있고 모든 선원이 갑판 위에 서서 손을 머리에 들고 있습니다. 백기가 보입니다.”

“일단 작은 배를 보내봐. 함정일 수도 있으니.”

작은 보트가 내려졌다. 보트를 탄 해병들이 위그노 해적의 캐럭에 올라탔다.

“너희들은 누구냐?”

에스파냐어로 묻자 해적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당신은 에스파냐 사람인가?”

“에스파냐? 그 웃기는 놈들하고 우릴 착각하다니 눈구멍이 썩었나보군. 나는 위대한 신 연방 제국의 해군이다. 너희는 정체를 밝혀라.”

“그럼 에스파냐어 말고 다른 말로 합시다.”

“난 외국어는 에스파냐어 밖에 모른다.”

해군 장교가 에스파냐어밖에 모르는 이유는 간단했다. 에스파냐인들을 포로로 잡아 심문하기 위해 배운 것이기 때문이었다. 또한 에스파냐 선박의 항해 일지를 읽고 정보를 얻기 위해서도 에스파냐어는 필요했다.

“어쩔 수 없죠.”

결국 대화는 에스파냐어로 이뤄졌다. 그리고 위그노 해적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밝혔다. 신국을 도와 에스파냐 세력을 아메리카에서 몰아내는 데 협조하겠다는 것이었다. 대신 에스파냐 함대와 싸울 때 도움을 달라는 것 정도.

“그러지 말고 신국에 복속하는 것이 어떤가?”

“네?”

“지금 복속하면 현재 차지한 영역의 영주로 인정해줄 것이다.”

갑작스러운 복속 제안.

위그노 해적들은 궁금해서 이야기를 자세히 들었다. 그리고 환한 표정을 지었다.

“복속하겠습니다! 하게 해주세요!”

“저부터! 저부터 시켜주십시오!”

아메리카는 넓었다. 원주민들과 함께 지내며 차지한 영역들도 있었다. 이야기만 잘 하면 자신들의 영역을 얻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신국의 영주가 되면 이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더불어 종교의 자유가 허락된다는 말이 크게 와 닿았다.

위그노는 본국인 프랑스에서도 박대 받고 있었다. 학살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고 구교 세력과 전쟁 중이기도 했다. 그래도 프랑스 왕들이 위그노 해적들을 인정하고 돕는 이유는 위그노 해적들이 가져다주는 부와 에스파냐에 대한 견제 때문이었다.

에스파냐도 싫지만 프랑스 왕실에 대한 애정도 없었다.

그렇기에 복속 제안을 받았을 때, 영주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망설이지 않고 받아들였다.

“그럼 안내 하도록. 공을 세우면 한 지역을 떼어주기로 하지.”

위그노 해적들의 안내를 받아 신국 함대는 더욱 정확하게 에스파냐 세력을 압박했다.

에스파냐로 보물을 실어 나르는 보물선 라인은 붕괴했다.

잉글랜드, 런던.

프랜시스 드레이크는 런던의 땅을 밝으며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빌어먹을 공기는 여전하군.”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 좋으신가?”

“세금 낼 시간인데 좋기는.”

드레이크는 투덜거리면서 항구관리와 얘기를 나눴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보물이 엄청나지 않나?”

“아, 좀 털었지. 신국 때문에 정신없던데? 그래서 쉬웠어. 그리고 다음에는 잉글랜드 사람이라고 하면서 신국 항구에서 사온 거지 뭐. 에스파냐를 죽일 놈이라고 하니까 거래를 허락하더라고.”

“하하하, 정말 대단해.”

해적이라고 항상 약탈만 하지 않는다. 만만하면 약탈하고 위험하면 거래한다. 해적도 결국 자신의 약탈품을 팔아야하기 때문에 상인과 연결 되어 있기도 했다.

“그나저나 에스파냐가 오스만 제국 상대로 이겼다고 떠들던데. 그쪽에서는 지들 기도를 신이 들어줬다고 하더라고.”

“어림없는 소리지. 내 생각에는 신국 덕을 톡톡히 본 거야. 신국이 오스만 제국을 쥐고 흔드는 사이에 약해진 걸 친 거지. 신의 기도는 무슨.”

드레이크는 에스파냐의 승리를 폄하했다.

“그렇지? 하여간 웃기는 놈들이라니까.”

항구 관리는 드레이크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에스파냐와 사이가 안 좋기에 좋은 소리가 나올 리가 없었다. 더구나 잉글랜드는 피의 메리 때문에 신교가 피를 흘리기도 했었다. 에스파냐를 향한 적개심이 없을 리가 없었다.

“그나저나 빨리 해줘. 나 바쁜 몸이야.”

“왜?”

“얼른 배사서 에스파냐 놈들을 쳐야지. 그 놈들 기고만장한 꼴은 못 봐.”

“그래, 내 금방 끝내주지.”

레판토 해전의 승리로 에스파냐를 비롯한 신성 동맹은 축제 분위기였다. 해전에서 대승을 했기 때문이었다. 이젠 지중해는 유럽인의 것이나 마찬가지.

앞으로 오스만 해적들에게 약탈을 당할 걱정은 줄어들었다. 아니, 이제부턴 오스만 제국을 약탈해 노예로 만들 차례였다.

어쨌든 바다를 지배하게 되었으니 발전은 시간문제.

잉글랜드의 입장에서는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니 드레이크처럼 의욕이 있는 사략 해적들의 활약이 필요했다. 항구에서 대놓고 해적이 활보해도 괜찮은 이유는 이것이었다.

세금으로 배에 실린 상품의 일부를 뜯긴 이후 드레이크는 상인을 찾았다.

“이거 전부 처리하고 싶은데.”

“흠, 전부 사지.”

향신료는 비쌌다. 덕분에 떼돈을 벌 수 있었다. 배에 가득 실린 향신료 덕분에 해적들은 모두 부자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어떤 해적도 자신의 배당을 떼가지 않았다.

“배를 산다. 에스파냐 놈들을 치겠다는 마음에 변함은 없겠지?”

“물론이지!”

“그럼 가자!”

주점에 들려 취하는 게 보통이다. 바다에서 돌아오면 하는 짓이 술 마시고 여자를 품고 돈을 쓰는 것이 해적들의 보통 일상이다.

하지만 드레이크를 따르는 해적들은 다르게 행동했다.

조선소에 가서 배를 주문하는 것은 물론 항해에 필요한 물건들을 알아보러 다녔다.

드레이크는 선장실에서 상자 하나를 꺼냈다.

“배를 산다. 캐럭이라도 좋다. 무조건 많이 주문하는 거야.”

잉글랜드로 돌아오기 전, 드레이크는 신국에 복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리고 하나의 작전을 제안했다.

그것은 바로 잉글랜드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신국의 배는 뛰어나다. 조선소에서는 계속해서 배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배들은 드레이크가 손에 넣기 어려웠다. 그래서 작전을 제안했다.

잉글랜드를 이용하자고.

캐럭이라고 하더라도 배가 많으면 좋은 것이었다. 캐럭으로 사략 해적으로서 활동할 수도 있으니까.

후지바야시 켄은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이고 돈까지 주었다. 드레이크의 활약은 인상적이었다. 특히 보물을 약탈하는 후각은 그야말로 천부적이라고 할 정도였다.

운을 타고 난 것인지 드레이크가 약탈하면 항상 쓸 만한 것들이 나왔다.

어쨌거나 이렇게 해서 드레이크는 잉글랜드로 돌아왔다. 자신에게 반대하는 해적들은 모조리 죽이고 신국에 복속하겠다는 해적들만 남긴 채로.

어차피 해적들의 죽음을 조사하는 관리는 없었다.

항구에서 죽었다면 조사하겠지만 잉글랜드 밖에서 일어난 죽음에는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조사하기도 힘들고 조사관들의 입장에서는 조사할 가치도 없었으니까.

“이거 좀 기다려야 할 텐데.”

“기다릴 수 있다.”

드레이크는 총 10척의 캐럭을 주문했다. 대량 주문에 다들 깜짝 놀랐지만 드레이크를 따르는 해적들이 에스파냐에 복수하기 위해 배당을 포기했다는 소문이 퍼지자 다들 감동했다.

이는 귀족의 귀에도 들어가 지원하겠다는 약속까지 이어졌다.

드레이크는 당연히 거절하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에스파냐를 쳐서 도움에 보답하겠습니다.”

물론 단순히 입으로 감사하고 외면할 순 없었다. 이면에는 도움을 받은 만큼 나중에 배당을 주기로 했으니까.

‘영지만 생기면 돼. 영지만.’

약탈품을 많이 챙겨서 돈을 버는 것도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영주가 되는 것이었다.

드레이크와 해적들은 모두 영주가 되는 꿈을 꾸고 있었다. 그래서 돈을 모아 배를 늘리는 일에 동의한 것이었다.

한편, 바다로 나온 신유성은 배를 타고 항주에 들렀다.

다시 들린 항주는 아름다웠다.

신유성은 여자들과 함께 항주의 거리를 거닐었다.

거리에는 오가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신유성이 나온다고 하니 다들 안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길가에는 병사들이 깔려 있었다.

함부로 다가가려 한다면 그 자리에서 목이 달아날 수 있었다.

항주의 사람들에게는 매우 불편한 일이었으나 불평을 드러내는 이는 없었다. 돈이 많은 이들은 오히려 환영했다.

“여기의 음식이 그렇게 잘 팔린다고?”

“그렇습니다.”

“그럼 한 번 먹어봐야지.”

그리고 이것이 가장 중요했다. 신유성은 유명하다는 가게에 들려 물건을 사거나 음식을 맛보았다.

황제가 다녀간 가게.

이거 하나면 광고 효과로는 그만이었다.

식사를 마친 신유성은 여자들과 함께 잠시 산책을 하다 숙소로 돌아갔다.

밤이 되자 소피아는 연화와 함께 신유성의 방으로 향했다.

두 사람이 방에서 신유성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한참 지나서야 신유성이 들어섰다. 한바탕 수련을 한 신유성의 몸은 땀으로 흥건했다.

“씻고 싶다.”

방 한 가운데 가서 서자 소피아와 연화가 다가와 옷을 벗겨 주었다. 그때 밖에서 물통을 든 친위대가 나타나 물통을 놓고 나갔다.

작은 물통이어서 안에 들어가 앉을 수는 없었다.

물통 옆에 놓인 빈통 위에 서자 소피아는 바가지로 물을 퍼서 신유성의 몸에 뿌렸다. 그러자 연화가 정성스럽게 물수건으로 땀을 닦았다.

간단하게 땀을 닦아내고 머리까지 감은 신유성은 두 여자를 바라보았다.

하얀 몸의 소피아와 단련된 몸의 연화.

대조적인 모습에 남성이 불끈했다.

“이리 오라.”

소피아와 연화는 망설이지 않고 신유성의 품에 안겼다. 품을 양분한 두 사람의 시선은 신유서의 가슴에서 마주쳤으나 경쟁심을 보이거나 하지 않았다.

절대 신유성을 두고 다투지 말라는 교육을 받았으니까. 신유성을 기쁘게 하는 것이 존재 이유라는 식으로 세뇌 교육을 받았다.

계속 되는 교육과 신유성과의 황홀한 관계 그리고 누릴 수 있는 부귀는 신유성을 떠받들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눈처럼 하얀 엉덩이와 고무공처럼 탱탱한 엉덩이를 양손에 쥔 신유성은 손을 바쁘게 움직였다.

상반된 여자의 몸이 주는 감촉에 흥분은 더욱 차올랐다.

“으으응.”

“폐하.”

두 사람의 신음이 가슴을 타고 올라가 신유성의 귓가에 퍼졌다.

촉촉하게 젖은 음성만큼 계곡도 물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하윽!”

신유성은 일단 소피아의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는 연화를 일으켜 세워 엉덩이를 보이게 했다. 허리를 흔들자 소피아는 연신 신음을 흘렸다.

여러 번 받아들이며 이제는 신유성에게 딱 맞게 된 은밀한 곳은 뜨거운 물이 흘러넘쳤다. 한편, 연화는 엉덩이 사이로 파고든 신유성의 숨결에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뒤를 빨리는 것에 큰 쾌락을 느꼈다.

다리에 힘이 빠져서 덜덜 떨렸다. 그러나 쓰러질 순 없었다. 결국 앞으로 허리를 숙이고 바닥을 짚었다.

아래에서 신음하며 올려다보는 소피아의 눈을 내려다보았다. 소피아는 쾌락에 빠져 흐릿한 눈을 하고 있었다.

연화의 눈도 곧 비슷하게 변했다.

새로 들어온 두 여자는 신유성에게 밤새 농락당하다 잠들었다.

정사가 끝나자 신유성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신대륙을 얼른 손에 넣어야 하는데.’

품에는 여자를 안고 있었으나 정신은 세상을 품을 생각으로 가득했다.

‘게임이 하고 싶은데.’

한숨을 내쉬며 신유성은 눈을 감았다. 현대 문명에 비해 부족한 것이 많지만 실컷 여자를 안는 것으로 겨우 따분함을 풀어낼 뿐이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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