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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신의 유희-222화 (222/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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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처한 사람들

레판토 해전의 여파는 신성동맹과 오스만제국 양측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오스만 제국은 해상에서 웅크려야만 했고 그 여파는 상인들에게 전파되었다. 반면 유럽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터져 나오려 하고 있었다.

바로 구교와 신교의 문제였다.

레판토 해전 이전에는 그럭저럭 봉합이 가능했었다. 외부의 적인 이슬람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니까. 하지만 이제 오스만 제국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자 내부의 분열은 가속화 되었다.

프랑스의 위그노는 그렇지 않아도 불만이 많았기에 더 격렬히 저항하기 시작했다. 합스부르크 가문의 독주에 불만을 품은 세력들도 하나둘 신교로 돌아서기도 했다.

그리고 에스파냐를 강타한 하나의 소식은 기폭제가 되었다.

“뭐라고? 그게 정말인가?”

“그렇습니다! 신국의 함대가 나타났습니다!”

아메리카에서 도주해온 사람들은 정체불명의 함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정보를 종합해본 결과 신국의 함대라는 것이 밝혀졌다.

“어떻게? 그들은 동쪽에 있지 않나?”

“서쪽으로도 올 수는 있습니다. 바다를 건너면.”

건너야 할 바다가 엄청나게 커서 어지간한 항해술로는 건너기 어렵다. 그런데 신국이 역으로 바다를 건너 아메리카에 나타난 것이었다.

신국의 정확한 위치를 모르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경로로 왔는지는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한 상황.

‘은이 안 와? 그럼 안 되는데?’

어찌 되었든 은은 와야 했다. 신대륙, 아메리카의 은이 없으면 에스파냐는 더욱 힘들어지게 되니까.

“함대를! 함대를 보내!”

펠리페 2세는 실성한 사람처럼 소리를 질렀다.

에스파냐는 신국의 출현을 숨기려고 했다. 하지만 입단속을 하는 것이 늦었다. 상인들 사이에 소문이 퍼지자 그 다음부터는 마른 산에 산불이 난 것처럼 사방으로 확 퍼졌다. 신교 세력은 더욱 힘을 받았다.

교황청은 교황의 기도가 통해서 신성동맹함대가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며 선전하는 중이었는데 신국함대의 출현으로 타격을 입었다.

새로운 거대한 세력의 등장.

이미 알고 있었으나 동쪽이 아닌 서쪽의 신대륙에서 모습을 드러냈다는 사실이 문제였다. 이 때문에 에스파냐의 재정이 어렵게 꼬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신교 세력이 고개를 드는데 일조했다.

“더 이상 합스부르크의 독주를 간과할 수 없다.”

잉글랜드의 여왕 엘리자베스 1세는 소식을 듣자마자 기회가 왔다고 여겼다. 그리고 지금이야말로 치고 나갈 기회라는 것을 느꼈다.

“일전에 해적 하나가 에스파냐 약탈에 성공했었다지?”

“네, 신국의 도움을 좀 받았다고 합니다.”

“그를 불러오라.”

부름을 받은 프랜시스 드레이크는 바로 달려왔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여왕이 부르는데 어물거릴 순 없는 일이었다.

“폐하를 뵙습니다.”

“그래, 신국에 대해 말해보라.”

인사를 하자마자 거두절미하고 본론 돌입. 드레이크는 영주가 되기 위해 복속했다는 내용을 쏙 빼고 신국의 함대가 얼마나 강한지만 이야기했다.

“그 중에서 전열함이란 것이 있는데 이 배가 굉장히 무섭습니다.”

“전열함?”

“네, 전열함이요.”

“크다고?”

“네, 큽니다.”

모르는 함선이 나오자 엘리자베스 1세는 관심을 보였다. 신하들도 마찬가지였다. 해군 제독도 이야기를 들으며 설명을 부탁했다.

“그러니까 그게 아마.......”

드레이크는 자신이 본 것을 숨기지 않고 설명했다. 신국에서도 딱히 비밀로 감추려는 의도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드레이크를 보내며 말하지 말라고 한 것도 없었다.

그렇기에 드레이크는 자신에게 유리하다 생각되는 내용을 마구 떠들었다.

“어마어마하군.”

전열함의 설명을 들은 해군 제독은 고개를 저었다. 레판토 해전에서 어떻게 신성동맹함대가 오스만제국함대에게 치명타를 입혔는지는 이미 파악했다. 그것은 바로 갤리아스라는 군선 덕분이었다.

그런데 전열함 이야기를 들어보니 갤리아스 따윈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들렸다.

‘그런 배를 보유하고 있다니. 신국의 저력이 무섭군.’

“그래, 그대는 그러면 어떻게 할 셈인가?”

“에스파냐의 세력을 저지하고 싶습니다. 아울러 신대륙으로 건너가 신국이 땅을 차지하기 전에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교섭에 들어갈까 합니다.”

“교섭이라. 현명한 선택이다.”

엘리자베스 1세는 드레이크를 칭찬했다.

“그대의 일을 돕겠다. 추가로 배를 더 배정해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엘리자베스 1세는 드레이크가 아메리카로 넘어가 에스파냐가 차지했던 은광을 먼저 선점하도록 은밀히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엘리자베스 1세는 꿈에도 몰랐다.

‘흐흐흐, 배가 더 생겼군.’

여왕이 배정해주는 배는 기본적으로 여왕의 소유였다. 드레이크가 운용한다고 해서 그 사실은 변하질 않는다. 하지만 드레이크는 신경을 끊었다.

‘신국에 복속하게 되면 다 내 배지.’

꿀꺽할 생각이었다.

드레이크가 물러나자 바로 회의가 시작되었다.

“신국과 동맹을 맺는 편이 좋습니다. 에스파냐와 사이가 나쁘다니 동맹으로 끌어들여야만 합니다.”

“이것은 기회입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지내며 그 전열함이란 것을 알아내야 합니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겠나?”

“폐하의 혼사는 어떻겠습니까?”

갑자기 나온 이야기에 엘리자베스 1세는 움찔했다. 그러나 바로 거절했다.

“그것은 신국에 대해 좀 더 알아본 뒤에 얘기하지. 그들은 기본적으로 이교도 아닌가? 잘못하면 얼마 전에 벌어진 일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

좀 더 지켜보자는 이야기였지만 완곡한 거절이었다.

신하들은 더 강경하게 주장하지는 못했다. 여왕의 나이도 걸림돌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일단 동맹을 위한 사신을 보내기로 한다.”

반대하는 이들은 없었다. 에스파냐 함대를 박살냈다는 신국의 함대가 유럽으로 진출한다면 잉글랜드는 그만큼 자유로워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프랑스는 어찌하시겠습니까?”

“신국과 함께 동맹을 맺고 싸우는 것은 어떻습니까?”

현재 프랑스는 카를 9세가 왕으로 있었다. 카를 9세는 병약했기 때문에 국정의 대부분은 카트린 드 메디치가 챙기는 중이었다. 하지만 프랑스는 심각한 내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구교와 신교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구교를 이끄는 자는 바로 강력한 힘을 가진 기즈 대공이었다.

그렇기에 먹기 좋은 먹잇감 같이 보였다.

“지나친 욕심은 화를 부른다. 우리의 목적은 일단 합스부르크의 힘을 약화 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프랑스는 내버려두면 알아서 분열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좀 더 약해질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여왕의 의견에 반대하는 이는 없었다. 좀 더 좋은 때를 기다리자는 것이었으니까. 프랑스는 큰 나라였다. 그리고 아직 신국과는 동맹도 맺지 못했다. 너무 앞서 나가봐야 힘만 빠질 뿐이었다.

“그럼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하지.”

엘리자베스 1세는 회의가 끝나고 휴식에 들어갔다.

리가.

이순신은 해전에 대한 소식을 듣고는 관심을 보였다.

“자료가 어디 있다고?”

“지금 청사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가지.”

식사를 하던 이순신은 바로 일어났다. 그리고 시청 청사에 도착해 자료를 받아보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은 이순신은 바로 승패의 원인을 깨달을 수 있었다.

‘갤리아스 덕분이군.’

갤리아스란 배의 특징이 바로 오스만제국의 패인이었다. 갤리아스는 대형 갤리 상선에서 발달한 군선이었다. 이 때문에 오스만제국은 이것을 보고 보급함이라고 착각을 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보통 보급함이 아닌 군선으로 어마어마한 화력을 지녔었다.

“휘유. 70척 가까이 잡아냈다니 무시무시하군요.”

“이래서 배가 중요한 것이다.”

“그렇긴 합니다.”

“으음.”

이순신은 신음을 흘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갖고 싶다.’

전열함에 대한 갈증이 피어올랐다. 이제 갤리온을 생산하기 시작했지만 갤리온보다 더 뛰어난 전열함이 갖고 싶었다.

‘전열함만 있다면.’

두려워할 적은 아직 없었다.

“본국에 요청을 한다. 발트해에 전열함 한 척만 보내달라고 해.”

“알겠습니다.”

시청의 직원은 바로 본국으로 연락을 띄웠다.

한편 전열함에 올라탄 신유성은 항주를 떠났다. 황제의 함대는 유유히 남쪽으로 향했다. 그러다 해안을 따라 움직였다. 빠르게 서쪽으로 나아가려면 필리핀을 거쳐 말라카로 가면 됐지만 신유성의 목적은 단순히 빠르게 서쪽으로 가는 것은 아니었다.

홍콩에 들린 뒤에는 해남도에도 들렸다. 그러면서 해당 지역의 빈민들에게 쌀을 뿌렸다.

“황제 폐하 만세!”

“황제 폐하 만세!”

공짜 쌀이다. 물론 선착순으로 나눠줄 뿐이었다. 아무런 대가도 없이 주는 쌀. 이를 받은 이들의 반응은 당연히 호의적이었다.

“그대들이 일을 열심히 하는 것! 학문을 탐구하는 것! 이 모든 것이 바로 짐을 위한 일이다! 그러니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마치 선거에 나가는 후보처럼 연설하고 다녔다. 쌀까지 뿌렸으니 진짜 선거였다면 불법이었다.

물질로 사람들의 마음을 잡았다.

주녹정은 신유성의 행동을 보며 웃었다.

“모두가 폐하를 칭송하고 있습니다.”

“내가 잘났으니까.”

농담을 던지며 낄낄 거렸다. 위엄이라곤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 하지만 주녹정의 표정은 여전히 밝았다.

“세상이 참 넓습니다.”

황궁에서의 생활과는 비교하기 어려웠다. 편리하고 화려한 것은 황궁이 최고였다. 하지만 아무리 화려한 곳에서 살더라도 매일 같은 곳에서 생활하다보면 질리는 법.

여행은 불편한 점이 많았지만 신선한 자극을 받기도 했다.

더구나 여행은 홀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신유성과 함께였다.

“좋지? 이래서 내가 의회를 만들었어.”

사실과는 다른 이야기. 주녹정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이야기였으나 이렇게 말하는 것이 싫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소중하게 대해진다는 느낌은 더없이 달콤했다. 신유성의 입에서 나온 거짓말도 결국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했다.

너무나 소중하고 달콤한 추억이 가슴에 아로새겨지는 순간이었다. 혼자 영원히 독점하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순 없었다.

황실의 평화가 곧 신유성을 위한 일.

주녹정은 피곤하다는 핑계로 먼저 방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나츠가 나타나 신유성의 품에 안겼다.

“폐하.”

한 여자가 자리를 뜨고 또 다른 여자가 달라붙고. 그래도 신유성은 귀찮아하지 않았다.

“그래, 나츠. 보고 싶었는데 마침 잘 왔다.”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해도 모두 다 받아들여졌다. 거짓말인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신유성이 속삭이는 달콤한 말을 거부하지 않았다.

나츠는 신유성을 올려다보며 강아지 같은 눈빛을 했다.

“정말이신가요?”

“그럼. 자, 오늘은 어디로 갈까?”

“침실은 어떤가요?”

“침실? 거기에 가면 뭔가 좋은 구경이라도 할 수 있는 건가?”

“네, 재미있는 풍경을 볼 수 있을 겁니다.”

두 사람을 낄낄 거리며 침실로 향했다. 그리고 신유성은 보았다. 미녀들의 엉덩이 피라미드를.

“오오. 이것 참 멋지군.”

미녀 대회에서 본선에 올랐던 여자들은 모조리 신유성을 따라 움직였다.

“마음에 드시는 엉덩이가 있나요?”

“음, 여기 있는데?”

신유성은 나츠의 엉덩이를 꽉 쥐었다.

한편, 아메리카에서는 몇몇 병사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새로운 작물이다! 이거 봐라! 이거!”

“이게 뭔데?”

“맛있어! 근데 싹 난 거 먹으면 안 좋은가봐. 먹지 말라고 하던데?”

카리브해에 진출한 신국 함대에 화약을 보급하기 위해선 보급 라인이 살아있어야 했다. 이말은 즉, 카리브해까지 아메리카 해안선에 계속해서 보급항을 지었다는 의미였다.

보급항이 지어지자 원주민들과의 교류가 있었다. 원주민들은 자신들의 식량을 신국의 것과 바꿔갔다. 물론 호전적인 원주민들은 모두 사살되었다.

어쨌거나 이렇게 교류를 하다 보니 많은 것을 얻게 되었다.

이번에 새롭게 얻게 된 것은 바로 ‘감자’였다.

“우하하하하! 얼른 보고서 써야지!”

“아! 아깝다! 내가 근무만 아니었어도!”

“야! 야! 너 나 잊으면 안 된다!”

감자가 보고서에 올라갔다. 다른 지역에서는 토마토와 옥수수도 올라갔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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