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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신의 유희-223화 (223/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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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무기

1572년.

신국, 정확히는 한반도에 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한 가지 슬픈 소식이 전해졌다. 그것은 바로 이황의 죽음이었다.

“그 분이 돌아가시다니.”

“허어.”

이황을 따르던 많은 이들은 안타까워했다. 그 중에는 유성룡과 권율도 있었다.

“더 좋은 세상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그만.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  보답하는 길은 영주가 되어 의회에 입성하는 것뿐이다.”

유성룡이 계속해서 탄식을 하는 동안 권율은 이를 악물었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곧 있으면 신국의 천하가 열린다. 그때 의회에 있지 못하면 영원히 뜻을 펼 수 없게 된다.”

“그래, 영주가 되어야지.”

한쪽에서 묵묵히 이야기를 듣던 한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황 덕분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성공가도를 달리게 되었다. 이황이 달아준 날개는 튼튼했다. 같은 파벌 사람들간의 유대감도 끈적끈적했다.

이황의 제자라는 간판은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이황을 존경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스승님, 스승님의 뜻을 천하에 펼치겠습니다.’

한호는 이황의 영전에서 절을 했다.

한편, 허엽은 이황의 파벌을 맡아줄 것을 요청 받고 있었다.

“초당. 그러지 말고 다시 생각해보지 그러나?”

“내가 어찌 그분의 뒤를 잇겠나. 난 부족한 사람이네.”

“그래도 스승님을 끝까지 모신 것은 자네네. 자네 말고 또 누가 적임자겠나?”

기대승은 재차 권했다. 다들 영주가 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는 와중에도 허엽은 이황의 곁을 끝까지 지켰다. 성리학을 깊게 공부한 유교의 선비들에게는 허엽이 진정으로 이황의 뒤를 이을 인물로 보였다.

하지만 허엽은 뒤를 잇고 싶지 않았다.

‘난 폐하의 명으로 지킨 것뿐일세.’

말할 수 없는 고충이 있었다. 허엽이 이황의 곁에 남은 것은 순전히 신유성의 명령 때문이었다. 이황의 곁에서 이황과 이황을 따르는 사람들을 살피는 것.

긴 시간 동안 이황의 곁에 붙어있다보니 영향을 아주 안 받은 것은 아니었다. 죄책감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행스럽게도 이황은 허엽이 정말 배신을 해야할 만한 일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이상 연관되고 싶지 않았다.

마지막 남은 양심을 지키고 좀 더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

“난 그렇게 뛰어난 선비가 아이네. 부족한 것을 알기에 그 분의 곁에 남은 거지. 하지만 수양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네. 난 멀었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어쩔 수 없군.”

기대승은 더 이상 강요하지 못했다. 결국 이황의 뒤를 이어 파벌을 이끄는 것은 기대승이 하기로 했다.

이후 허엽은 가족을 이끌고 개척을 하기 위해 나섰다.

안 좋은 소식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황이 죽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하나의 거성이 떨어졌다.

남명 조식.

영남 학파의 거두이며 신유성의 명으로 일본 지역의 총영주로 지냈던 선비는 숨을 거두었다.

“스승님!”

조식을 항상 곁에서 모시던 정인홍은 슬프게 울었다. 자리에 함께 있던 일본출신 의원들도 눈물을 흘렸다.

조식은 일본의 영주들이 생기는 문제를 언제나 지혜롭게 해결해주었다. 때문에 일본의 영주들은 조식을 존경했다.

신유성 다음으로 존경하는 인물이 조식이라고 할 정도였다.

어쨌거나 이황도 그리고 조식도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나이가 있으니 어느 정도 예상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평상시와 다름없이 하루를 시작할 줄 알았던 사람들이 갑자기 눈을 뜨지 못한 것이었다.

자고 있는 상태로 그렇게 편안히 세상을 떠났다.

많은 이들은 호상이라고 했다. 아프지 않고 살만큼 살다 죽는 것은 하나의 축복이라고 모두 입을 모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서 소중한 사람을 잃은 마음이 슬프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하네.”

수많은 일본 지역 출신 영주들은 정인홍에게 뒤를 부탁했다. 총영주의 직은 자동으로 정인홍에게 이어졌다. 정인홍은 총영주인 동시에 영주이기도 했다. 해서 의원으로 나설 수도 있었으나 의원은 대리인을 보내고 총영주의 일에 전념하기로 했다.

총영주로서 영주들 간의 불화를 막고 신국의 영향력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항상 조식이 입버릇처럼 말하던 것이었다.

‘절대 이들이 신국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이것이 조식이 원하던 것이었다. 전국시대에는 해적질을 하며 전쟁 자금을 마련하기도 한 이들이었다. 이들이 불만을 가지고 독립하게 되면 수많은 피가 흐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조식은 항상 이들을 잘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이이 또한 두 거성의 죽음에 탄식했다. 죽음은 갑작스러웠다. 그렇기에 이이는 자신의 책임이 얼마나 막중한지 느꼈다.

‘죽음은 언제나 가깝다.’

남들이 이이의 생각을 알았더라면 불경스럽다며 덤벼들 생각을 했다.

바로 신유성의 죽음이었다.

세상에서 제일 안전한 곳은 황궁이었다. 그런데 황제인 신유성은 황궁을 벗어났다. 죽음에 좀 더 가까워 진 것이다.

이대로 무슨 일이 생긴다면 신국은 산산조각 날 게 뻔했다.

‘그런 일은 벌어져선 안 돼.’

조그만 한반도에 국한된 정치를 생각했었더라면 이이는 이렇게까지 고민하지도 않았을 터였다. 그저 나라를 좀 더 부자로 만들어 강병을 만들고 외세로부터 땅을 지키는 방법에 골몰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달랐다.

신국은 천하를 경영할 정도로 컸다. 더구나 신유성은 천하를 경영하는 장을 열어주었다.

의회 그리고 황제의 권한 위임.

이 두 가지가 겹쳐지자 의원들은 한시도 한양을 떠나지 않았다. 의회에 출석하지 않는 의원은 없었다.

황제의 대리로 국정을 살핀다는 것은 엄청난 것이었다. 당연히 빠진다는 생각은 조금도 할 수 없었다.

의원들은 저 마다 자신들이 품고 있는 생각과 욕망을 의회에 쏟아냈다. 마찰이 있고 뜨거운 설전이 오고갔다.

‘좋은 방향이다.’

싸우면서 감정이 상하기도 하지만 상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게 된다. 그러면서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서로 이해를 하면서 조금이나마 가까워지기도 한다.

이이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이상적인 상황이었다. 때문에 신국이 무너지는 것 따윈 원하지 않았다.

“지금부터 폐하를 보호할 친위 함대 창설에 관한 예산안을 편성하겠습니다. 의견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황제를 보호하기 위한 예산이라고 했다. 신유성이 가진 재산이 사실 조정의 예산보다 훨씬 더 많았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격차는 벌어지게 되어 있었다. 일년 수입도 조정보다 더 많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신유성에 비교하면 적을 뿐이지 세계에 비교하면 엄청난 양이었다.

산업이 발전하고 경제가 활성화되었다. 여기에 은행이 중심을 잡고 자금의 흐름을 가속시켰다.

느릿느릿한 물물 교환의 시대는 완전히 끝났다.

이제는 은행의 구좌에서 돈을 꺼내 쓸 수 있었다. 은화를 가지고 다닐 필요조차 없었다.

타 지역으로 가서 쓰려면 은행 정보가 갱신될 때까지 돈을 쓰기는 힘들지만 은행에 관련된 정보는 이제 증기선을 이용해 오고가며 갱신되었다.

바다가 이어진 지점에서는 대부분 불편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이 때문에 해안을 중심으로 상권이 많이 발전했다.

“전열함을 더 늘려야 합니다. 폐하께서 타시는 전열함을 보호해야 합니다.”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철선을 만드는 게 어떻겠습니까?”

“철선보다는 증기선이 더 낫지 않겠습니까?”

다양한 의견이 튀어나왔다. 이이는 서두르지 않고 의견을 다 들었다. 대신 반복되는 의견은 자중하라며 말렸다.

“그럼 의견이 대충 나왔으니 전문가를 통해 타당성을 검토해보도록 합시다.”

의견들이 많이 나왔지만 그 중에 쓸모 있는 의견이 꼭 있을 거란 보장은 없다. 그리고 다수가 선택한 의견이 꼭 옳은 것도 아니다.

지식이 부족한 다수가 선택하면 옳지 않은 것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 법이다. 그러니 먼저 전문가를 통해 사업의 타당성을 먼저 검토해야만 한다.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자세히 알기 위해 공부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의회는 항상 학자들을 소환해댔다. 서약을 하게하고 연구를 하게 만들었다.

“이번에 또 부르신 겁니까? 전 바쁩니다만?”

“그러지 마시고. 폐하를 위한 일입니다.”

“정말 폐하를 위한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결국 학자들은 동의했다. 하지만 투덜거리는 걸 멈추지는 않았다.

“나도 갈 길이 바쁜 사람입니다.”

이이는 부탁을 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학자들을 의원으로 뽑을 수 없는지 알아봐야겠군.’

일이 있을 때마다 전문가를 소환하는 것도 골치였다. 그래서 이이는 학회나 학교의 수장들 중에 한 명을 의원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다 신유성에게 연락을 넣었다.

김종수는 면화약이란 것에 심취했다.

‘이번에 성공하면!’

면화약의 연구는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불안정한 부분을 최대한 안정화시키는 작업이 완성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실험이 이어졌다.

멀리서 철판 뒤에 숨은 연구원이 줄을 당겼다. 그러자 권총의 방아쇠가 딱하고 총알의 뒤를 때렸다.

총알의 뇌관이 터지며 화약이 폭발했다.

엄청난 소리와 함께 총 앞에 멀리 세워두었던 호박이 깨졌다.

“성공입니다!”

연기는 없었다.

무연화약이 완성되자 김종수는 가슴이 끓어올랐다.

‘드디어 만들었다! 천하를 쥘 수 있는 무기를!’

이제 만들어진 무기는 신국의 군대가 장비하게 될 터였다. 자신이 개발하는데 참여한 무기가 세계를 정복하는데 일익을 담당하게 될 거라 생각하니 김종수는 마음이 뿌듯해졌다.

“어서 빨리 이 소식을 폐하께!”

“당장 보고하겠습니다!”

“그리고 연구원들은 집에 갈 생각 말고! 모두 비밀 서약한 거 잊지 않았겠지? 괜히 엉뚱한 짓 하다가 반역죄로 잡히면 난 모른다!”

김종수의 외침에 몇몇 연구원들이 뜨끔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들의 표정을 살피고 있던 연구원들의 눈빛이 살짝 사나워졌다.

신국 최고의 기술을 개발하는 곳에는 항상 정보원의 요원이 배치되어 있었다. 이들은 학식도 뛰어나 정말 연구에 도움을 주기도 할 정도. 하지만 이들의 본질은 요원이었다.

활발하게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고 친근하게 굴지만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은 배신자를 색출하는 일이었다.

김종수의 연구가 끝나고 몇몇 연구원은 결국 외진 곳에 격리되었다.

수많은 변화가 한꺼번에 일어나고 있었다. 나라가 큰만큼 일도 많이 일어난다. 하지만 신유성은 더 이상 업무에 시달리지 않았다.

“또! 또 해보아라!”

엉덩이 피라미드를 본 이후 신유성은 재미가 들렸다. 미녀들의 탐스러운 엉덩이로 만들어진 미라미드는 정말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았다.

사람의 무게를 지탱해야 하기 때문에 인간 피라미드 쌓기는 꽤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미녀들은 있는 힘을 냈다. 틈나는 대로 근육을 키우기 위한 운동도 했다.

신유성이 즐거워하니 할 수밖에 없었다.

주녹정과 나츠도 신유성이 즐거워하자 흐뭇하게 웃었다. 체첵과 사르나이도 마찬가지였다.

“폐하, 체첵을 찾아보시지요.”

“으음. 체첵은 어디 있을까?”

신유성은 이리저리 엉덩이를 둘러보며 맛을 보기도 하고 손으로 쥐어보기도 했다.

“으흥.”

그럴 때마다 신음이 흘렀다.

“어디 있을까?”

숨바꼭질을 하는 것처럼 신유성은 느긋하게 움직였다. 체첵은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하는 신유성의 움직임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저 여기 있어요!’

하지만 마음속의 말을 외치진 않는다. 자신의 엉덩이를 보고 찾아주길 간절히 바라면서도 바라지 않았다.

신유성이 엉덩이를 기억해주길 바라지만 주변의 미녀들과 너무나 차이가 나서 금방 알 정도로 나이 든 엉덩이로 기억되는 것은 싫었다.

그래서 너무 빨리 발견되는 것은 싫었다.

한 명씩 만져보던 손길은 드디어 체첵의 엉덩이에 머물렀다.

“응? 이건 익숙한 촉감이군.”

‘기억해주고 계셔.’

체첵의 엉덩이가 기쁘다는 듯 부르르 떨렸다.

“어디 맛은?”

은밀한 균열 사이를 훑고 지나간 혓바닥에 체첵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우리 체첵. 여기 숨어있었군.”

이후 엉덩이 피라미드는 조심스럽게 해체되었다. 주변에 서 있던 여인들의 도움으로 상처 하나 없이.

신유성은 주변의 여자들이 바라보는 것은 아랑곳 하지 않고 걸치고 있던 가운을 벗어던졌다.

“자! 상이다!”

우뚝 솟은 남근을 내밀자 체첵은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소중한 것을 대하듯 남근을 입에 물고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미녀들은 모든 행위를 지켜보았다. 언젠가 자신도 상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안남의 하노이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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