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신의 유희-228화 (228/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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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진격

페구.

신유성에게 감자가 도착했다. 증기선을 타고 신속 정확하게 배달된 감자를 본 신유성의 입은 함지박만하게 벌어졌다.

“감자구나! 감자다! 하하하하하하! 감자구나!”

감자를 손에 쥔 신유성은 행복하게 웃었다. 다른 사람들은 영문을 알 수 없었으나 그냥 넘어갔다.

최근 신유성은 평범한 인간의 범주를 뛰어 넘어 신이라는 소리가 나돌고 있었다. 예전부터 신으로 떠받들던 사람들은 있었다. 하지만 전기를 소개한 이후에는 신의 계시를 받았다는 소리가 와전되어 신 그 자체로 변모하고 있었다.

물론 소문을 와전시킨 것은 바로 북해도 출신들이었다.

어쨌거나 이런 이유로 신유성은 신으로 떠받들어지고 있었고 생전 처음 보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해도 다 납득해버렸다.

아무리 뛰어난 지성을 갖춘 사람들이 많다고 해도 종교가 지배하는 시대였다.

“이것이 그렇게 좋은 것입니까?”

“맛 보여주지.”

신유성은 오랜만에 주방에 들어섰다. 황실 요리사는 조용히 한켠에 서서 신유성이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신유성이 한 일은 간단했다.

감자를 아주 얇게 썰었다. 이후 기름을 펄펄 끓이더니 감자를 투척했다.

차르르르 감자 튀겨지는 소리가 들렸다. 신유성은 대충 감자가 노릇하게 익자 얼른 건져냈다. 이후 기름을 제거하기 위해 채에 올려놓고 기다렸다.

기름이 다 빠진 다음에 한 일은 간단했다.

소금을 살짝 뿌려서 골고루 섞어주었다. 그리고 접시에 올렸다.

“완성이다!”

요리사는 놀랐다. 너무나 간단해서.

‘저렇게 먹어도 괜찮은가?’

신유성은 금방 만든 감자칩을 입에 넣었다.

바삭.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퍼져나가는 짭짤함.

“아아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감자칩을 빨리 먹고자 했으면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이런 저런 일이 있어 결국 이렇게 늦어지고 말았다.

‘정말 긴 시간이었다.’

눈을 감고 감자칩을 음미하는 신유성은 살짝 눈물을 흘렸다.

미래의 기억, 유학하던 시절에는 돈 몇 푼만 주면 큰 봉지로 사서 마음껏 먹을 수 있었던 게 감자칩이었다. 너무 흔해서 친구들이 먹을 때 한 개씩 뺏어먹기도 했던 감자칩이었다.

그렇게 흔하고 흔했던 감자칩.

하지만 이번에는 먹기까지 30년도 넘게 걸렸다.

30년이 넘게 흐른 뒤에야 겨우 감자칩을 맛보았다.

“크흑.”

울컥 치솟는 정체 모를 감정.

신유성은 눈물을 흘리며 감자칩을 먹었다.

황제가 눈물을 흘리며 먹었다는 감자칩은 소문이 났다. 신유성 다음으로 먹어본 것은 주녹정이었다.

“이것 참 맛있구나.”

“그렇습니다.”

처음 먹을 땐 그냥 짭짤했다. 별로 대단할 것도 없다고 여겼다. 그런데 정신 차리고 보니 손에 잡히는 게 없었다.

“더 없느냐?”

“폐하께서 씨감자로 써야한다고 하셔서 더 없습니다.”

“아쉽구나.”

다들 감자칩이 먹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신유성은 감자를 더 많이 캐기 위해 일보 후퇴했다. 모두 심어버리라고 한 것이었다.

하지만 전부 다 심은 것은 아니었다.

“아직 마지막으로 남은 감자는 폐하께서 주방으로 가져가셨다 합니다.”

“서두르자.”

주녹정은 벌떡 일어나 걸었다. 걷는다고 하지만 왠지 달리는 것 같아 보였다.

신유성은 감자를 두고 고민했다.

‘감자칩은 이제 됐고.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세트를 한 번 만들어보자.’

노리는 것은 햄버거 세트였다.

하지만 세트 메뉴는 완성될 수 없었다. 콜라나 사이다가 없었으니까. 만들 수 있는 것은 케첩 빠진 햄버거와 프렌치 프라이.

길쭉하게 감자가 잘라졌다. 그리고 튀겨졌다. 소금이 뿌려졌다.

아주 간단한 조리. 하지만 이것으로 충분했다.

간단하게 조리만 해도 감자는 맛있는 것이었다.

커다랗게 만든 햄버거를 한 입 베어 물었다. 고기의 육즙과 치즈가 어우러져 감칠맛이 춤을 추었다. 부족한 맛이 분명 있지만 30년 넘게 제대로 된 햄버거를 먹어보지 못한 신유성은 부족한 햄버거 맛에 길들여졌다.

햄버거를 삼킨 뒤에는 입가심으로 망고 주스를 마셨다. 달달한 느낌. 목을 긁어주는 탄산의 느낌이 없는 것이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입맛을 다시며 감자를 입에 넣었다.

‘케첩에 찍어먹어야 제 맛인데.’

하지만 케첩은 없었다. 그래서 마요네즈에 찍어 먹었다. 맛이 이상했다. 기억하는 그 맛은 당연히 아니다.

아쉬워하면서 신유성은 다시 햄버거를 먹었다.

그때 주녹정이 주방에 나타났다.

“폐하! 소첩도 한 입 주시지요.”

허물없이 다가오는 주녹정이었다. 체통은 어디론가 날려 보낸 뒤였다.

“왔구나. 자, 먹어보아라.”

황후의 행동이 가벼웠지만 신유성은 내버려두었다. 귀엽게 웃으며 다가온 주녹정은 신유성에게 팔짱을 끼며 고개를 들었다.

먹여달라는 뜻이었다.

신유성은 프렌치 프라이를 하나 넣어주었다. 오물거리며 맛을 본 주녹정은 감탄했다.

“참으로 대단합니다. 이런 것이 세상에 있었다니.”

“세상은 넓고 먹을 것은 많다.”

“과연.”

곁에서 듣고 있던 요리사는 문득 ‘먹기 위해 세계를 정복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했으나 떠벌릴 생각은 하지 않았다.

“자, 너희들도 와서 맛을 보아라.”

후궁들과 새로 들인 여자들 중 동침했던 여자들에게만 맛을 한 번씩 보여줬는데 동이 났다.

“지금은 부족하지만 열심히 늘리다보면 언젠가 배불리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이어서 신유성은 요리사에게 주의사항을 전했다.

“싹이 난 감자에는 독이 있으니 요리에 써선 안 될 것이다.”

신유성의 주의사항은 친위대에 금방 퍼졌다. 요리사도 기억에 담아두었다.

‘이렇게 신경 써주시다니!’

요리사는 감동했다. 만약 모르고 싹이 난 감자를 썼다가 신유성이 중독되었다면 요리사의 목숨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모진 고문 끝에 목숨을 잃는 것을 물론 감자를 납품했던 이들의 목숨까지 함께 사라질만큼 심각한 일이었으니까.

그것을 신유성은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알려준 것이었다.

‘이 분은 얼마나 자비로운 신이신가?’

인세에 강림한 신이라는 소문을 요리사는 진심으로 받아들였다.

또 한 명의 신유성 신도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리가.

비스뷔를 연속해서 약탈한 드레이크와 해적들은 돈방석에 올랐다. 비스뷔에 살던 사람들은 모조리 사로잡혀 노예가 되었다. 호전적인 남자들이 끝까지 저항한 탓이었다.

싸우느라 해적들의 피해도 있었다. 그러나 해적들은 금방 보충 되었다. 해군에 들어가지 못한 젊은이들이 해적이 되겠다고 나선 탓이었다.

드레이크의 해적단이 엄청나게 돈을 벌고 그 돈을 리가에서 펑펑 써대니 젊은이들이 눈이 돌아간 것이었다.

위험한 일이지만 짧은 시간에 큰돈을 벌 기회였다.

‘안나도 좋아할 거야.’

연인이나 아내를 생각하며 해적질에 참여했다.

어쨌거나 이런 이유로 리가에는 비스뷔에서 사로잡힌 노예들이 많았다. 사로잡힌 남자들은 모두 중노동에 투입되었다. 여자들도 농사에 투입되었다.

아이들은 부모들과 따로 떨어져 정신교육부터 받게 되었다. 신국에 대항한 죄로 노예가 되었다고 교육했다.

“너희들은 부모가 폐하께 지은 죄를 갚아야 한다! 충성하라! 목숨을 다해 충성하면 폐하의 자비가 내려질 것이다!”

신유성을 신격화하며 신처럼 모실 것을 강조하는 교육이었다.

아이들은 금방 세뇌되었다.

“폐하께서 내리시는 자비다! 맛있게 먹어라!”

카레를 비롯해 햄버거 등 평소에 먹어보지도 못한 고급스러운 요리가 급식으로 배급되었다. 아이들은 먹는 것에 훌러덩 넘어갔다.

부모의 밑에서 지낼 때는 힘들었다. 배부르게 먹지 못한 날이 많았다. 하지만 신유성의 노예가 되자 온갖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었다.

물론 부모의 애정이 없어 정서적으로 불안한 것은 있었다. 부모가 보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보모들은 얘기했다.

“폐하께 지은 죄는 중하단다. 너희들을 살려주신 것만 해도 폐하의 자비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단다.”

부모와 만날 수 없어 울던 아이들도 결국은 부모가 잘못해서 자기와 헤어지게 되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후 아이들의 마음은 맛있는 요리와 신유성에 대한 믿음으로 가득하게 되었다.

“폐하를 위해 살렴. 그래서 너희들의 충성이 인정받는다면 너희들의 자식들은 노예가 아닌 제국민이 될 거란다.”

조금 큰 아이들은 이 말을 이해했다. 이후 신국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했다.

노력한 아이들에게는 훈장 같은 메달이 주어졌다. 상장과 트로피들이 주어졌고 많이 가진 이들에게는 넓고 깨끗한 방이 주어졌다. 먹는 음식은 더욱 고급스러워졌다.

옷도 고급스러운 옷으로 변했다.

아이들의 눈에 이런 변화는 엄청나게 부러운 것이었다. 반면 노력해서 더 나은 대접을 받게 된 아이들은 여유로운 생활을 하게 되었다. 상류 사회의 놀이를 하나씩 즐기게 되었다. 야구 관람도 했다. 소년들의 경우에는 고급 매춘부와 잠자리를 하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다.

보상으로 아이들을 길들였다.

길들여진 아이들은 그렇게 신국의 백성으로 변했다.

한편, 돈을 많이 번 드레이크는 스톡홀름의 해군이 모두 박살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드디어 털 수 있는 겁니까?”

“가라.”

스톡홀름의 해군은 박살났지만 여전히 항복하지 않고 저항했다.

“감사합니다.”

드레이크에겐 그저 기쁜 일이었다. 진한 돈 냄새가 물씬 풍겼다.

“이것들아! 또 한 탕 하러 가자!”

“오오!”

비스뷔를 탈탈 털어서 더 털 것이 없어지자 해적들은 손가락을 빨았다. 그런데 새로 털 곳이 생겼으니 다시 사기가 급상승했다.

드레이크는 해적들을 이끌고 약탈에 나섰다.

“이제 칼마르를 박살낸다.”

드레이크가 스톡홀름으로 향하자 이순신은 칼마르로 향했다. 아직 프리깃은 건조도 시작 못했지만 위그노가 합류하며 넘겨준 선박들 덕분에 숫적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칼마르 동맹은 지켜야 할 항구가 많았다. 때문에 저 마다 배가 흩어져 있었다.

항구 하나가 피해를 입더라도 한 곳에 모여 이순신의 함대와 싸웠다면 승산이 있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순신은 애초에 전부 모이지 못하는 방법을 썼다.

비스뷔를 건드리는 척하다가 스톡홀름을 친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언제 어디로 우회해서 공격해올지 모르니 계속 모여 있을 순 없었다. 차라리 리가를 급습하는 방법이 있었지만 리가의 해안 포대는 무시무시했다.

상륙은 꿈도 꿀 수 없었다.

더구나 해안 포대에 설치 된 대포들의 사정거리는 엄청났다. 배에 쓰는 대포와 달리 포대에 설치한 대포는 크기고 엄청나게 컸다. 화력은 두 말할 것도 없었다.

이런 대포가 400문이 넘어갔다. 그리고 지금도 대포는 끊임없이 설치되고 있었다.

포병들은 정체불명의 배가 다가오면 냅다 대포부터 쐈다.

멀리서 살핀다고 살피는데도 근처에 떨어지는 포탄에 물기둥이 치솟으면 도망치고 말았다.

이런 이유로 리가는 군항으로 거듭나는 중이었다.

결국 이순신의 계략으로 한 곳에 모이지 못한 칼마르 동맹은 각개격파 당할 수밖에 없었다.

떨어져 있으면 당한다는 것을 알지만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었다.

항구를 외면하면 항구가 털리니까.

비스뷔를 밀어버리고 탈탈 털어버린 드레이크가 바로 그 증거였다.

결국 칼마르 동맹은 명목상으로 동맹만 이어가고 있지 군사적으로는 서로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웁살라.

스톡홀름의 함대가 모두 박살났다는 소식을 들은 요한 3세는 암울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왜 막지 못한다는 것인가?”

대답하는 신하는 없었다.

이순신의 발트 함대가 숫자도 더 많았고 무장도 더 강했다. 해병들의 숙련도도 많이 올라갔다.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약한 적을 완벽하게 제압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순신은 실수하는 장군이 아니었다.

백병전 따윈 하지도 않고 스톡홀름 함대를 포위하곤 빙글빙글 돌며 포격으로 하나씩 침몰시켰다.

이러한 과정을 설명해봐야 소용없기에 다들 입을 다물었다.

“놈들에게 항복할 순 없다.”

요한 3세는 피가 끓었다.

‘신국은 가톨릭의 대적!’

항복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요한 3세는 구교에 치우친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요한 3세는 병력을 추가로 스톡홀름으로 보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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