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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신의 유희-229화 (229/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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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진격

스톡홀름.

전운에 휩싸인 항구 도시에 약탈자들이 나타났다. 약탈자들은 교활했다. 스톡홀름의 시민들이 방어를 단단히 굳히고 있는 것을 보고 바로 달려들지 않았다.

“어떻게 할까요?”

“어쩌긴. 무리해서 털 필요 없지. 다른 곳으로 가자.”

드레이크는 고민하지 않았다. 스톡홀름은 돈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곳이었으나 방어가 강했다. 무엇보다 바이킹의 후예들은 난전에서도 강했다. 섣불리 건드릴 수 없는 자들이었다.

스웨덴 나무꾼들이 도끼를 들고 가까이에서 설치면 피하는 게 좋을 정도.

항구가 아닌 먼 곳에서 상륙했던 드레이크는 다시 배를 타고 해안을 따라 남하했다. 스웨덴 함대가 멀쩡했다면 이렇게 여유를 부릴 순 없었겠지만 스웨덴 함대는 이순신이 박살냈다.

하루거리에 있는 어촌은 드레이크에 의해 털렸다. 이후 드레이크는 해안을 따라 움직이며 어촌이란 어촌은 다 털었다.

소식을 들은 다른 어촌들은 마을을 버렸다. 하지만 드레이크가 모든 곳을 털지는 못했다.

덴마크 해군이 나타난 탓이었다.

셸란 섬의 코펜하겐을 지키던 덴마크 해군은 스웨덴의 해안이 털리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도와줄 의리는 없지만 해적들이 날뛰어서 스웨덴이 약해지는 것은 덴마크도 원하지 않는 일.

“놈들은 찾아라!”

덴마크 해군은 드레이크의 함대, 해적단을 찾기 위해 북상했다. 하지만 덴마크 해군은 코펜하겐 앞바다를 벗어나지 말았어야만 했다.

“놈들이 나왔습니다.”

“좋군.”

이순신은 때를 기다렸다. 셸란섬은 존재 자체가 천혜의 요새 같은 곳이었다. 섬으로 되어 있지만 육지가 굉장히 가까웠다. 배를 타면 하루도 지나지 않아 반대편에 도달할 수 있었다.

보통 육지와 연결되어 있지 않은 섬은 교통이 좋지 않아 발전하기 어렵지만 셸란섬은 달랐다. 발트해 안쪽의 배들은 발트해를 벗어나기 위해서 한 번쯤 거치는 곳이 코펜하겐일 정도였다. 덴마크 해군이 꽉 틀어막고 있으면 밖으로 나가지도 못한다. 그 정도로 좁았다.

덕분에 덴마크는 상당히 발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덴마크 해군도 더불어 발전했다. 또한 해협의 좁은 곳에는 많은 포대가 있었다.

잘못해서 해안에 접근하게 되면 포탄 세례를 받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좁은 해협에서 전투하는데 움직임이 제한되면 싸우기가 더 힘들어진다.

한 마디로 셸란섬을 끼고 도는 덴마크 해군은 무시하기 어렵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덴마크 해군이 해협을 벗어났다.

‘절호의 기회!’

기회를 엿보고 있던 이순신은 함대를 움직여 슬그머니 퇴로를 막았다.

며칠 후.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신국의 함대라니?”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나타나서!”

“젠장!”

이순신의 함대는 밤에 움직였다.

뛰어난 항해사가 있고 정확한 지도가 있다면 한 밤중에도 항해는 가능하다. 어차피 위치를 파악한 뒤 속도를 계산해서 정확한 시간에 방향을 틀어주기만 하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이순신은 절대 육안에만 의지하지 않았다. 철저히 계산해서 상대의 허를 찌른 것이었다.

이 때문에 덴마크 해군의 입장에서는 갑자기 적이 나타난 것처럼 느껴졌다.

숨을 곳도 없었는데 갑자기 숨어 있다가 튀어나온 것으로 보이는 것이었다.

“전투 준비!”

어쨌거나 적이 나타났으니 싸워야 했다. 해협을 벗어났으니 유리한 곳도 아니었다. 심지어 함선의 숫자도 모자랐다.

“철저히 거리를 벌려! 다가오게 하지 마!”

최대한 거리를 벌리며 도망칠 생각이었다. 어쩔 수 없이 몇 척은 제물로 바쳐야겠지만 함대 전체가 박살나는 것보다는 나았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이순신에게 통하지 않았다.

“적이 도망치려고 한다. 10대는 적의 기함 예상경로를 틀어막아라. 놓치지 마라.”

덴마크 함대는 결국 도망치지 못했다.

덴마크 해군을 격파한 이순신은 뤼베크의 함대까지 격파했다. 이후 발트해는 거의 신국의 손에 들어왔다. 이순신이 칼마르 동맹의 함대를 박살내고 다니는 동안 드레이크는 신나게 스웨덴을 휘저었다. 그리고 리투아니아의 해안가에 병력을 집중한 노부나가는 파병을 보냈다.

목표는 스톡홀름이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고스란히 폴란드로 전해졌다. 그러나 폴란드는 반응하지 못했다.

1572년 7월 7일.

“이 중요한 때에!”

폴란드는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순간에 놓여 있었다. 거대한 신국의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 매일같이 쳐들어와 본토를 약탈하는 크림족과 노가이족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이들을 아무리 막아보려고 해도 소용없었다.

보내는 기병대는 보내는 대로 다 박살났다. 끊임없이 무기와 화약을 공급받는 크림족과 노가이족은 폴란드군을 농락했다.

요새는 박살내지 못하지만 요새를 털 필요는 없었다.

이 때문에 폴란드는 계속해서 약해지고 있는 상황. 그런데 왕국의 중심인 지그문트 2세가 사망했다.

영면에 들어 깨어나지 못하게 되었다.

“서둘러 다음 왕을!”

“어떻게?”

폴란드 귀족들은 당황했다. 지그문트 2세는 왕위를 이을 후손을 남기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왕을 뽑아야지요.”

누군가 말했다. 대부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누굴?”

귀족들은 서로를 견제했다. 어제까지 모두 동등한 위치에 있었는데 갑자기 한 명을 왕으로 모신다?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다른 나라에서 잠시 데려옵시다.”

어차피 왕을 선출하는 것은 폴란드의 귀족들이었다. 귀족들은 이에 동의했다. 하지만 모든 귀족들이 동의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이 어느 땐데.’

합스부르크 가문의 지원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관계는 미묘했다.

지그문트 2세가 죽기 몇 개월 전에 왕비인 캐서린이 죽었기 때문이었다. 캐서린의 죽음으로 합스부르크와의 관계가 느슨해진 것은 사실이었다.

혈연으로는 여러 왕가와 이어져 있는 폴란드 왕가였기에 가계를 따져서 적당히 다른 나라의 왕자를 왕으로 모시는 것은 가능했다.

명분만 그럴싸하면 그만.

하지만 불만을 품은 귀족들은 폴란드 귀족으로 남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신국에 복속하자.’

아직 큰 피해를 입지 않은 지역의 귀족들은 더 늦기 전에 신국에 복속할 생각을 했다. 지그문트 2세가 죽은 혼란을 틈탄다면 일은 더욱 쉬워진다.

폴란드 귀족들의 회의는 빠르게 진행 되었다. 전쟁 중인데 왕위를 오래 비워놓는 것은 좋지 않으니까. 그렇게 해서 뽑힌 것은 의외로 프랑스의 앙리 3세였다.

하지만 앙리 3세는 폴란드 땅을 밟을 기회가 없었다.

“복속하겠다. 그 말인가?”

“그렇습니다.”

“좋은 일이군. 하지만 그걸 어떻게 믿지?”

“함대를 드리죠.”

“그렇다면 믿어보겠다.”

노부나가는 뜻밖의 행운에 속으로 웃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복속하기로 한 폴란드의 귀족들이 폴란드 함대를 바다로 끌고 나와 이순신에게 넘겼다.

배에 탄 해병들은 모두 신입들로 영문도 모르고 나와 명령만을 따랐다. 하지만 이들은 나쁜 대접을 받지 않았다. 신국의 병사가 되겠다는 맹세를 하자 전부 받아들여졌으니까.

어쨌거나 이렇게 폴란드 함대까지 손에 넣게 된 발트 함대는 더 이상 무서울 게 없어졌다. 이 때문에 순간적으로 발트해에 사략 해적들이 증가했다. 항구를 털기만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소리에 노인들까지 사략 해적을 하겠다며 배를 탔다.

어쨌거나 일부 폴란드 귀족들의 배신으로 남은 귀족들은 당황했다.

“이대로는 얼마 못 버팁니다!”

“젠장!”

신국에 절대 복속할 수 없다고 버티는 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중립적인 위치에 있던 이들은 단숨에 남은 이들을 배신했다.

8월의 어느 날, 강경파들이 모여 신국에 끝까지 저항하자며 결속을 다지는 파티가 습격 당했다.

습격자들은 파티장 안에 폭탄을 투척했다.

파티장 안에 있던 이들 중 살아남은 이들은 없었다.

반대파가 모두 죽은 상황에서 남은 귀족들은 군권을 빠르게 장악하고 신국에 복속했다. 노부나가는 빠르게 군대를 이동시켜 귀족들의 남은 가족들을 사로잡았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각지에 만들어진 요새의 폴란드군은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순순히 항복하면 신국의 병사로 5년만 고생하면 된다는 말에 넘어왔다.

1573년이 되기 전에 폴란드는 노부나가의 손에 떨어졌다.

폴란드에서 벌어진 일은 유럽을 충격에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막강한 폴란드가 그렇게 쉽게 무너질 줄 몰랐던 것이었다.

“왕의 죽음이 결정적이었습니다.”

펠리페 2세는 한숨을 내쉬었다. 폴란드가 신국에게 넘어간 이상 합스부르크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았다.

이제는 그야말로 생사의 결전을 벌여야 할 때였다.

“신국이 왔다. 그들은 악마들이다. 이것은 신이 내린 시련이다. 우린 뭉쳐야 한다. 시련을 이겨내야 한다.”

펠리페 2세는 종교적인 선동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신교와 구교의 갈등은 잠시 가라앉았다. 오스만 제국을 물리쳤더니 새로운 적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달콤한 말로 우리를 유혹한다. 자유를 주겠다고. 믿고 싶은 것을 믿으라고. 하지만 그것이 바로 악마의 목적이다! 신의 뜻을 받들어 하나로 뭉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우리를 분열시켜 서로 반목하게 만들려는 악마의 수작이다!”

선동은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한편, 페구에서 일을 마친 신유성은 뭄바이를 거쳐 신드에 도착했다. 바로 신국의 원정군인 신페이가 주둔하고 있는 지역이었다.

“폐하아아아아아아아!”

빠르게 걸어와 신유성의 앞에 넙죽 엎드린 신페이는 눈물을 흘렸다.

“폐하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저를 벌하여주십시오!”

“그대는 성실히 일하지 않았던가? 벌이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

“폐하의 지배를 거부하는 자들을 징치하지 못한 이 죄인을 벌하여주십시오!”

원정군 사령관으로서 큰 공을 세우지 못했던 것을 자책하는 것이었다.

“그대는 이미 큰일을 해주었다.”

하지만 신페이가 해낸 일은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인도 전역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일이 쉬운 일이 될 수가 없었다.

반란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는 자들을 탈탈 털어버리고 치안을 확립했다. 넓고 넓은 인도를 신국에 모두 속하게 만든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었다. 업적이었다.

신유성이 재차 칭찬하자 신페이는 감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래, 벌을 주고 싶지 않지만 정 벌을 받고 싶다면 주겠다. 이제부터 나는 북상할 것이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열도록 하라.”

“성은이 망극합니다!”

하지만 군대의 이동은 그리 쉽게 이뤄지진 않았다.

“그런데 가기 전에 옆나라 사신이나 불러서 얘기를 해봐야겠구나.”

페르시아와 얘기를 좀 해볼 필요가 있었다.

타흐마스프 1세는 신국의 황제가 근처에 왔다는 사실에 반색했다.

“오오! 얼른 사신을 보내도록 하라!”

하지만 왕을 초대하거나 그런 일은 할 수 없었다. 신유성이 페르시아로 들어가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타흐마스프 1세가 신국으로 움직이는 것도 마찬가지.

서로 믿는다고 해도 왕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그것은 곧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그러니 왕이나 황제는 친척이 아닌 이상 서로 얼굴을 마주 할 일이 별로 없다.

그래서 사신을 보내 대화를 한다.

굉장히 번거로운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타흐마스프 1세의 사신은 금방 신드에 도착했다. 배를 타면 금방이었으니까. 신유성은 굳이 내륙 깊숙이 들어가지 않고 항구에 머물렀다. 여차하면 전열함을 타고 도주하기 위해서였다.

‘허어! 이토록 삼엄하다니.’

페르시아의 사신은 배에서 내리며 경악했다.

신유성이 없을 때 몇 번이고 왔던 곳이었다. 그때는 정말 편하게 들락거릴 수 있었다. 일이 없어도 장사를 하기 위해 들락거리기도 했었다.

그런데 신유성이 도착하자 달라졌다.

부두에서 도시로 이어지는 모든 길목에 병사가 길을 막고 감시했다. 이 때문에 줄이 길어지고 통행이 불편해졌지만 아무도 찍소리 하지 못했다.

몇 번 소란을 일으킨 이들은 지위를 불문하고 모두 잡혀갔기 때문이었다.

모두 신유성을 보호하기 위해 신페이가 벌인 일이었다.

하소연하는 자들이 있었지만 신페이는 무시했다.

“허락받지 못한 자가 폐하의 곁에서 발견되면 이 도시를 날려버릴 테니 그리 아시오.”

신페이의 눈빛은 살벌했다.

조금 느슨하게 해달라고 청탁을 하려던 이들은 입을 다물었다. 신페이는 신유성을 지키기 위해선 학살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었다.

어쨌거나 이런 일로 경계가 매우 삼엄했다. 교역으로 활발했던 도시의 활기가 시들었다.

“페르시아에서 온 것인가?”

“그렇습니다.”

“거짓을 말하지 않는 것이 좋다. 거짓이 하나라도 있을 경우 죽음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일개 병사가 엄청나게 뻣뻣하게 굴었다.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사신이 따졌지만 병사의 상관은 사신을 보며 인상을 썼다.

“숨기는 것이 있는 거 아닌가?”

오히려 병사를 편들었다.

어쨌거나 사소한 문제로 인해 사신이 신유성을 직접 만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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