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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진격
요한 3세의 명령으로 인해 스톡홀름은 방어를 갖출 수 있었다. 국왕의 군대가 들어오자 스톡홀름 주민들은 안도했다. 국왕의 군대가 온 것은 바로 자신들을 버리지 않았다는 의미였으니까.
사기는 높았다. 하지만 오래 가지는 못했다.
드레이크의 약탈이 시작되고 계속해서 들려오는 안 좋은 소식. 더구나 덴마크 해군마저 격파 당하고 폴란드가 신국으로 넘어갔다는 사실은 스톡홀름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이거 이러다가 큰일 나는 거 아닌가?”
“그냥 복속하는 게 낫지 않을까?”
일부 시민들은 불안에 떨었다. 그리고 신국에 복속하는 편이 더 이익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가 퍼지도록 가만히 놔둘 국왕의 군대가 아니었다.
더구나 요한 3세는 구교를 다시 일으켜 세우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왕이었다.
“악마의 속삭임에 넘어가는 자들을 심판하라!”
펠리페 2세가 시작한 선동은 어느덧 스웨덴까지 전해졌다.
한 번 선동이 시작되자 쉽사리 배신할 수 있는 분위기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배신할 기미를 보이면 극형에 처했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귀족들의 행동은 좀 더 조심스러워졌다. 무엇보다 종교적 선동에 넘어간 사람들이 문제였다.
신국에 복속한 폴란드의 귀족들은 모조로 파문당했다. 권리가 사라졌다. 이제 그들은 가톨릭 입장에서는 짐승과 다름없는 사람들이었다.
죽인다고 해도 죄가 되지 않는다. 인간이 아니라고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교회의 종교인들이 선동하고 여기에 이끌린 일반 백성들.
이들을 마냥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바로 귀족들이었다.
스톡홀름에도 선동의 여파가 밀어닥쳤다.
그리고 복속을 거론했던 귀족 몇 명이 처형되었다. 밀고자는 바로 하인들이었다. 밀고자들이 국왕의 군대를 찾으면 곧바로 귀족들이 체포되었다.
예전이라면 하지 않을 짓이었다.
귀족은 누가 뭐라 해도 귀족. 일반인에게 실수를 했더라도 같은 귀족끼리 감싸주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래서 신고가 들어와도 묵살해버리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아니었다.
체포된 귀족들은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몇몇이 처형되었다.
본보기였다.
지켜보고 있으니 허튼 수작 말라는 의미였다.
어쨌거나 이런 이유로 스톡홀름을 비롯해 스웨덴에서는 이탈자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쏴!”
신국의 화력은 무시무시했다. 스톡홀름의 방어벽을 완전히 무너트릴 요량으로 포격을 계속 쏟아내기만 했다.
대포의 사정거리가 더 길었기 때문에 안전거리에서 스톡홀름을 포격할 수 있었다. 스톡홀름에서 오히려 도시 밖으로 나와서 공격을 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피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시간만 계속 흘러갔다. 어쨌거나 포격은 도시 외곽만을 두들겨 그리 큰 피해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스톡홀름의 분위기는 날씨만큼이나 하루하루 암울해져갔다.
요한 3세는 한숨을 내쉬었다.
“빌어먹을 놈들이군.”
시련의 끝이 보이질 않았다. 신국은 실수하지 않았다. 포격을 계속 퍼붓는 것은 엄청나게 돈이 많이 드는 일이었다. 그런데 신국은 쉬지 않고 계속 두들겼다.
이대로 놔둔다면 스톡홀름을 포격만으로 철거할 기세였다.
“놈들이 이곳으로 향하는 조짐은 없나?”
“아무래도 폴란드를 정리하느라 오지 않는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이 유일한 기회라는 거군.”
신국 원정군의 거대함은 이미 파악되었다. 하지만 파악 되었다고 어쩔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스톡홀름을 공격하는 군대의 규모가 아주 크진 않다는 것.
질적인 면에서는 엄청나게 차이가 났으나 숫자에서는 스웨덴이 더 앞설 수 있었다.
“공격한다.”
“하지만 그러면.”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목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설마 이교도에게 머리를 숙일 생각은 아니겠지?”
귀족들은 반대하지 못했다. 반대하면 파문. 파문당하면 당연히 귀족 사회에서 매장 당한다. 애초에 귀족으로서의 권리 자체가 바로 종교를 통해 보장되는 것이었다.
결혼을 주관하는 것은 종교였다.
즉, 종교가 바로 상속권을 증명해주는 공공기관인 셈이었다. 그러니 파문당하면 권리를 박탈당한다. 귀족이 아니게 된다.
“아닙니다. 악마들을 처단하는 일에 빠질 생각은 없습니다.”
의심을 받은 귀족은 서둘러 변명하며 선봉에 서겠다고 했다.
“그럼 신께 그대의 신앙을 증명하도록.”
요한 3세는 불만 어린 표정을 지은 자들을 모조리 선봉에 서도록 했다.
물론 정적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웁살라에서는 다시 한 번 징병이 시작되었다.
“놈들이 군대를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 그럼 요새를 더 단단하게 하도록.”
“알겠습니다.”
스톡홀름 근처에 주둔한 신국 원정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대신 매일 같이 벽을 쌓아 올렸다.
적에게 포격을 날리면서도 요새를 계속 지어 이제는 단단한 곳이 되어가고 있었다.
숙련된 공병들 덕분에 공사는 빠르게 진행 되었다. 여기에 증기의 힘을 이용한 거중기가 사용되었다.
공사는 빠르게 진행 되었다.
신드.
신유성을 찾은 페르시아의 사신은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다. 신국의 황제인 신유성을 만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숨 막히네.’
사신은 신유성을 만나기도 전에 하지 말아야 할 행동들에 대해 교육 받았다. 절대 갑자기 몸을 움직여선 안 된다는 것부터 손을 잘 보이게 하라는 것까지.
여기에 만나기 전에는 몸을 씻어야 했다. 옷도 수색한 뒤에 입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더구나 도착했을 때부터 계속해서 건강 검진을 받았다.
‘기침도 하지 말라니.’
농담인줄 알았지만 친위대는 진지했다.
기침하면 목이 떨어질 거라고. 정 못 참겠다 싶으면 양손으로 코와 입을 막으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어디 조금이라도 아픈 곳이 있으면 신유성을 아예 못 만나게 할 기세였다.
과보호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었다.
‘그만큼 위대하다는 거겠지.’
알현을 위해 사신은 지루한 시간 동안 대기했다. 그리고 한참이나 시간이 흐른 뒤에야 신유성이 나타났다.
“오래 기다리게 했군.”
“아닙니다.”
신유성은 유창하게 페르시아어로 말했다. 덕분에 사신은 통역을 통하지 않고도 말을 전할 수 있었다.
“사실 할 말이 있어서 불렀다. 나는 곧 오스만 제국을 정벌하러 움직일 것이다.”
사신의 표정은 밝아졌다. 페르시아의 입장에서도 오스만 제국은 적이었다. 그러니 강력한 신국이 공격한다니 기분이 좋아졌다.
‘잘 하면 이득을 볼 수 있겠.......’
“그래서 말인데 페르시아는 가만히 있어줬으면 좋겠군.”
“네?”
생각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오스만 제국을 징벌하는 것은 아국의 힘만으로 충분하니까.”
한 마디로 빠지란 소리였다. 숟가락 얹지 말고.
“하지만 함께 한다면 더 쉽지 않겠습니까?”
“페르시아와 좋은 관계를 맺긴 했지만 솔직히 믿지 못하겠다.”
대놓고 안 좋은 소릴 하고 있는 신유성이었다.
신유성도 사실 얼마나 상대를 무시하는 소리인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페르시아가 더 커지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 집어 삼켜도 모자랄 판에 공짜로 더 키워줄 생각은 없었다.
지금까지는 필요에 의해 사이좋은 척을 했을 뿐이었다.
“지금 무시하시는 것입니까?”
사신은 울컥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었으니까.
“무시? 아니다. 세상에는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다. 이제는 그대들을 믿지 못하게 된 것 뿐이다.”
사신은 머리를 굴렸다. 어떻게 하면 신국을 압박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답은 없었다.
교역에서도 밀리고 군사적으로도 밀렸다. 종교적인 문제도 통하지 않았다.
사신은 조용히 물러났다. 서둘러 돌아가 이 사실을 알려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었다.
“신페이. 원정군은 나와 함께 움직인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들을 그렇게 자극할 필요가 있었습니까?”
“불만이 있다면 덤비겠지. 그리고 덤비면 좋은 거고.”
교역 중단으로 인해 피해가 좀 있겠지만 신유성은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신유성이 말을 꺼낸 순간 상인들 사이에서 이야기가 퍼지고 있었다. 손해 보지 않으려면 서둘러 발을 빼는 게 이득이란 것을 모를 인간들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만약 그들이 치고 들어온다면.......”
“조금 위험해지긴 하겠지만 우리에겐 이것이 있다.”
신유성은 탁자 위에 올려놓은 육혈포와 소총을 가리켰다.
소총은 후장식 장전 형태의 엽총이었다.
한 발씩 밖에 장전하지 못하지만 후장식이기 때문에 전장식 소총보다는 장전하기가 훨씬 편리했다.
“확실히 뛰어난 무기이긴 합니다. 하지만 난전이 되면 어렵습니다.”
“페르시아 정도는 막을 사람들이 많지 않나? 공을 세운 자는 영주로 세운다.”
인도 지역에는 사람이 참 많았다.
“정 불안하면 용병이라도 고용하도록. 돈은 내겠다.”
돈이 많으니 군대를 계속해서 만들 수 있었다.
“폐하께 심려를 끼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만약 페르시아를 정복한다면 그곳은 모두 내 것이다. 영지는 다른 지역으로 준다고 하라.”
“하지만 별로 쓸모없는 땅 아닙니까?”
“꼭 그렇지도 않다. 하지만 사람 살기 좋은 땅이 아닌 것은 확실하지.”
순간 신페이는 또 신유성이 무엇인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흥분한 신페이는 바로 움직였다. 신으로 모시기 시작한 신유성이 또 뭔가 있어서 페르시아를 원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폐하께 바쳐야 한다!’
신유성은 대놓고 페르시아를 무시했다. 불만이 있으면 쳐들어오란 식으로 도발했다. 그리고 원정군을 이끌고 북상할 계획이었다.
이 모든 행동에 분명한 목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신페이는 맹목적으로 변했다.
“폐하는 페르시아를 원하신다. 그래서 도발하셨다. 공을 세우면 다른 곳에 영지를 내주시겠다고 하셨다.”
신페이의 부하들은 표정이 무척이나 진지해졌다.
“폐하께서 꼭 얻으시겠다고 결심하신 것이라면 바쳐야지요. 어떻게 해서든 이루겠습니다.”
“큰 희생은 필요 없다. 지금 본국에서 들어오는 신무기를 활용하면 쉽게 이길 수 있다.”
“확실히 대단한 무기입니다.”
“만약을 대비해 용병을 고용하는 것도 좋겠지. 히말라야의 친구들을 고용하는 것도 좋겠군.”
“그들이라면 방어는 잘 해낼 겁니다.”
난전이 시작되면 구르카를 비롯한 히말라야 전사들을 능가하는 사람들을 찾아보기는 좀 힘들었다. 있다면 싱할라족 정도.
하지만 싱할라족들은 실론섬에서 자기들만의 삶을 즐기는 중이었다. 인도 점령이 끝난 뒤에는 아주 평화로운 종족으로 돌변했다. 귀신 같이 싸우던 모습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였다.
“어쨌거나 인원을 더 늘린다.”
“알겠습니다.”
신유성이 원하는 일이라고 하니 신페이와 부하들은 평소보다 더 펄떡거리며 뛰어다녔다.
“폐하, 그들을 치시는 것입니까?”
이야기를 들은 주녹정은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싸워도 좋고 안 싸우고 먹을 수 있으면 더 좋고.”
“허면 혼례는 어떻습니까?”
“그건 좀.”
신유성은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도 미녀들을 계속 끌어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모두 주녹정이나 후궁들이 선별한 여자들뿐이었다.
반면 페르시아와 국혼을 하게 된다면 후궁들과 동등한 입장이거나 아니면 주녹정과 맞먹으려 할지도 몰랐다.
어쨌거나 한 국가의 공주였으니까.
주녹정은 더 이상 권하지 않았다. 신유성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준비한 것이 있습니다.”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더욱 환하게 웃으며 주녹정은 신유성을 이끌었다. 다른 방으로 들어가자 그곳에는 많은 미녀들이 신유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 중요한 부위만 살짝 가린 옷차림이었다.
여기까지는 신유성에겐 별로 특별할 것은 없었다. 불끈 힘이 솟는 풍경이긴 했으나 자주 보았으니까. 하지만 한 가운데에 조심스럽게 바라보는 여인들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색다른 미녀들이었다.
인도 미녀들이었다.
이제 막 성인이 된 젊은 처녀들은 실오라기 하나 입지 않고 다소곶이 침대 위에 앉아있었다. 신유성의 손길을 기다리며.
미녀들은 남자 앞에서 옷을 벗는 것은 처음이었다. 부끄럽긴 했지만 숨기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사고 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뽑히기 위해 살인적인 경쟁을 뚫어야 했다. 무려 10000:1이라는 경쟁을 뚫고 뽑혔다. 물론 이 숫자도 사실은 적다면 적은 편이었다.
진정으로 시간이 많고 온 인도의 여인들에게 참가 기회가 주어졌다면 경쟁은 더 심해졌을 것이다.
어쨌거나 고르고 골라 뽑은 미녀들은 모두 신유성의 취향이었다. 신국에서 미녀의 기준이란 바로 신유성의 취향을 의미했다.
“뒤로 돌아라.”
인도 미녀들이 엎드리자 풍만한 엉덩이 사이의 계곡이 보였다.
옷을 벗은 신유성은 힘을 주었다. 불기둥이 일어났다. 불기둥은 엉덩이를 향해 진격했다.
신음이 방안에 울려 퍼졌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