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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진격
‘어찌한다?’
모두가 잠든 상황, 신유성은 자신의 몸 위에 걸쳐진 다리를 밀어냈다. 미녀들의 다리가 툭하고 침상에 떨어졌다.
간단하게 옷을 입고 방을 나서자 궁녀들과 친위대들이 곁에 섰다. 궁녀들은 부러운 눈빛으로 슬쩍 안쪽을 살펴보며 신유성의 곁에 섰다.
“어디로 갈까요?”
“정원으로 가자.”
목적지를 들은 궁녀는 등불을 들고 정원으로 향했다.
조각상과 나무들이 가지런히 서서 조화를 이루는 정원에 들어선 신유성은 의자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밤하늘에는 수없이 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네.’
올려다보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상하게 내려다보는 기분이었다. 어디가 위고 어디가 아랜지 구분이 안 갈 것 같았다.
잠시 우주에 대한 상식을 떠올리며 감상에 빠져있던 신유성은 음료를 주문했다.
달짝지근한 망고주스를 마시자 정신이 좀 더 깨어나는 느낌이었다.
‘타흐마스프. 만만치 않단 말이야.’
빳빳하게 고개를 세우고 싸우자고 달려드는 것만이 상대하기 힘든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랬다면 신유성은 간단하게 진격 명령을 내렸을 것이다. 그러면 신페이가 신이 나서 페르시아를 박살내고 페르시아는 신유성의 것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타흐마스프 1세는 이러한 의도를 읽고 고개를 숙이고 들어왔다.
‘그 땅을 다 주긴 싫은데.’
페르시아. 나중에는 이란이라고 불릴 지역에서 나오는 석유를 생각하면 한치도 양보하고 싶지 않았다.
‘아라비아 반도하고 이란 그리고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남미 일대와 텍사스만 손에 넣으면 그럭저럭 다 모으는 건데.’
알래스카에서도 석유가 나오긴 하지만 너무 춥다는 이유로 혼자 다 차지할 생각은 없었다. 광활한 러시아 지역에서는 천연 가스가 있다. 그곳도 대부분 신유성의 것이나 다름없었다.
지하자원은 모두 신유성의 것이나 다름없었으나 그래도 지상의 권리까지 가지고 있으면 여러모로 더 이득을 챙길 수 있었다.
그때였다.
“폐하.”
체첵이 다가왔다.
“잠이 안 오나?”
“폐하의 곁이 아니면 잠이 잘 안 옵니다.”
“하하, 이리 와라.”
체첵은 신유성의 곁에 앉았다. 넓은 의자여서 둘이 누워도 충분했다.
신유성은 옆에 앉은 체첵의 허리를 감쌌다. 그러자 체첵은 더욱 품으로 파고들었다. 허리를 더듬던 손은 곧바로 밑으로 내려가더니 탐스러운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하지만 신유성의 성욕이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이미 한바탕 했기 때문에 심장은 고요했다. 눈은 여전히 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아아!’
체첵은 신유성을 올려다보며 얼굴을 붉혔다. 처음 맺어진 그 날부터 지금까지 체첵은 언제나 소녀와 같은 심정으로 살아왔다. 아무리 신유성을 봐도 질리지가 않았다.
‘행복해.’
신유성과 함께 별을 올려다보던 체첵은 행복했다. 하지만 다른 여인들과 함께 정사를 치르지 않아 살짝 욕구불만을 느끼기도 했다.
습관적으로 엉덩이를 쓰다듬던 손은 어느새 옷을 헤치고 은밀한 곳으로 향했다. 체첵 또한 신유성처럼 가벼운 옷차림이라 숨어있던 음부까지 도달하기까지 가로 막는 옷의 장벽은 얼마 되지도 않았다.
은밀한 곳을 쓰다듬던 손에 느껴지는 끈적한 물기에 신유성은 약간 마음이 동하는 것을 느꼈다.
“이리로.”
신유성은 체첵의 옷을 벗겼다. 주변에는 어느새 궁녀들과 친위대가 등을 돌리고 인의장벽을 만든 상황.
궁녀나 친위대 모두 여자였기에 체첵은 거리낌이 없었다.
별이 쏟아지는 밤, 정원에서 나신을 드러낸 체첵은 조용히 신유성의 앞에 섰다.
“별보다 아름답다.”
“감사합니다, 폐하.”
체첵은 웃으며 신유성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우뚝 솟은 남근을 머금고 머리를 움직였다.
잠시 이어지는 애무에 흥분한 신유성은 체첵을 끌어앉았다.
의자에 앉아 마주보며 끌어안은 상황.
체첵은 자신의 안으로 파고드는 신유성을 느끼며 환하게 웃었다.
‘놓치고 싶지 않아.’
그래서 더욱 힘을 주었다. 지금 이 순간, 신유성을 온전히 차지하고 있는 것은 체첵이었다.
허리의 움직임은 느릿했다. 절대 서둘러서 금방 끝내고 싶지 않은 의지가 들어간 움직임이었다.
꽉 조이는 체첵의 안을 느끼며 신유성은 별을 바라보았다.
‘좋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조인다. 그래, 더 조이는 것도 좋겠지.’
신유성은 페르시아를 어찌할지 결정하고는 정사에 집중했다.
두 사람은 별빛 아래서 쾌락의 빅뱅을 경험했다.
다음 날, 신유성은 페르시아 사신을 불렀다.
“내 조건을 말하겠다. 우선 복속을 한다면 왕국이 차지한 땅과 같은 면적의 땅을 다른 곳에 영지로 주겠다. 이걸 받아들인다면 복속을 허하겠다.”
“하지만 그러면 그곳에 살고 있던 백성들은 어찌합니까?”
“신국의 백성들은 모두 거주 이전의 자유를 가지고 있다. 왕을 따라가겠다고 한다면 보내준다.”
사신은 곤란했다.
‘믿을 수 있을까?’
복속한 뒤, 땅을 정리하겠다며 갑자기 뒤통수를 친다면? 정말 바보가 되기 딱 좋았다.
말만 듣고 결정하긴 어려운 일이었다. 집에서 쓰던 농기구를 빌려주는 일도 아니고 나라를 걸고 하는 일이었다.
“내 조건은 협상 불가다. 받아들이지 않겠다면 어쩔 수 없다.”
사신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없음을 깨닫고 페르시아로 돌아갔다.
발트해, 셸란섬.
“털자!”
“우와아아아!”
“돈이다!”
드레이크의 해적단은 날이 갈수록 거대해졌다. 돈에 꼬인 이들이 상당히 많았다. 폴란드가 신국에 복속한 이후 배들이 더 늘어났다. 그리고 폴란드 출신 선원들이 드레이크의 밑에 붙었다. 상선들은 해적선으로 이용되었다.
드레이크의 해적단은 이제 바다 위에서 적을 만날까 걱정할 필요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느려터진 전투력도 없는 상선도 해적선으로 쓰기 시작했다.
이순신의 허락을 받고 배를 등록한 뒤 열심히 약탈을 다녔다. 덴마크와 스웨덴 남부는 필사적으로 저항했으나 해적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배 한 척 타고 갑자기 나타나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으음, 여자들은 웬만하면 건드리지 말고. 어린애들도. 상처가 나면 안 돼. 알았지? 애들도 험하게 다루지 말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배에 태우기 전에 반항했던 놈들의 대장들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모가지를 잘라. 우리가 법이라는 것을 알려줘야 편해진다.”
“예, 알겠습니다.”
드레이크의 밑에서 일하던 해적들은 폴란드 출신 해적들을 교육시켰다.
드레이크는 한쪽에서 술병을 들고 마시며 보고를 들었다.
“화약의 재고는 충분합니다. 다음 도시까지 가도 될 것 같습니다.”
“아니야. 무리하지 말자고. 싸우다 화약 떨어지면 칼 들고 싸워야 해. 여기 허무하게 죽고 싶은 놈 없지?”
“그럼 어떻게 합니까?”
“뭐 더 가져갈 거 없어?”
“집이라도 뜯어갑니까?”
“없으면 그냥 가자고. 항상 만선일 순 없잖아.”
“그러지 말고 여기서 반나절만 더 가면 마을이 하나 있다는데 거기로 가죠?”
“아니야. 너무 깊이 들어가면 피해가 생길수도 있어. 그냥 돌아가자.”
드레이크는 고개를 흔들었다.
얘기를 들어도 돈냄새가 나질 않았다. 돈도 안 되는데 괜히 위험한 일을 자초할 순 없었다.
“우리가 군대처럼 무장하고 진짜 군대처럼 사람이 많다지만 그래도 싸우다가 죽고 싶은 놈은 없을 거 없잖아. 안 그래?”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돌아가자고.”
무려 5천에 달하는 해적단이었다.
웬만한 병력으로는 드레이크의 해적단을 막을 순 없었다. 군대가 동원되어야만 했다. 하지만 신출귀몰하는 드레이크의 해적단을 상대할 수 있는 군대는 없었다. 항상 배를 타고 움직이니 쫓질 못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안에 넓게 군대를 포진시킬 수도 없었다. 군대를 분산시키는 것이야말로 신국 원정군이 원하는 것이었으니까.
셸란섬에 주둔한 대부분의 군대는 코펜하겐을 중심으로 수비에 들어가 있었다. 오직 소수의 기병들만이 해안선을 따라 움직이며 해적들을 기습할 기회를 엿보는 중이었다.
“돌아간다!”
해적들은 배를 띄웠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뤼베크에 도착했다.
뤼베크는 신국에 저항하던 항구였으나 노부나가가 군대를 보내 침묵시켰다. 폴란드가 복속한 뒤에 일어난 일이라 그다지 어렵지도 않았다.
이후 뤼베크에 살던 사람들은 모조리 노예가 되었다. 그리고 도시를 차지한 것은 바로 해적들과 발트함대였다.
“이번에는 좀 적군.”
“한 번 싹 털었으니까요. 코펜하겐을 털어야 하는데 거긴 알다시피 안 되잖아요.”
“아쉬운 일이야.”
드레이크와 거래를 하는 상인은 입맛을 다셨다. 코펜하겐이야말로 진짜 알짜배기였다.
“얼른 계산이나 해줘요. 가서 한 잔 해야 하니까?”
“그러지.”
상인이 품목을 전부 확인하고 계산을 마쳤다. 그러자 드레이크는 회계사를 불러 선원들에게 돈을 분배하도록 했다.
분배는 언제나 공평하게 해야 했다. 각자의 지위에 따라 정해진 비율대로 정확히 계산해야만 했다. 선장의 경우에는 가져가는 게 좀 더 많다. 그리고 선장이 시원찮다 싶으면 해적들은 새로운 선장을 투표로 뽑을 수 있었다. 허나 드레이크를 몰아내자고 주장하는 해적은 아무도 없었다.
돈냄새는 기가 막히게 맡는 드레이크였기 때문이었다.
일을 모두 끝내자 드레이크는 해군 사무실로 향했다.
“화약이 좀 남았습니다. 다음 보급 땐 좀 빼주셔도 됩니다.”
“성실해서 좋군.”
“하하, 떼먹지 않습니다요.”
화약을 남긴 뒤에 빼돌려서 팔면 돈이 된다. 중간에서 횡령을 하고자 하면 이런 식으로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드레이크는 한 번도 횡령을 시도하지 않았다.
괜한 짓을 해서 감옥에 가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래, 계속 그렇게 하는 게 좋아. 성실한 것도 공적에 가산점을 주니까. 영주 한 번 해봐야 하지 않겠어?”
“그래야지요.”
유럽이 구교를 중심으로 다시 뭉치고 있는 가운데 신국은 어마어마한 땅을 꿀꺽꿀꺽 삼키고 있었다.
부자가 된 이들은 개척에 나섰고 개척에 나선 이들은 치열한 투쟁과 개발 끝에 신국의 영토를 늘렸다.
그렇게 점점 신국의 영토가 아닌 땅이 줄어드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안달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드레이크는 여전히 차분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이후 향한 곳은 시끌벅적한 주점이었다.
주점은 정신이 없었다. 술과 음식이 테이블마다 넘쳐흘렀다.
“대장! 여기!”
드레이크는 안으로 들어갔다. 한적한 자리에는 간부들이 여자를 하나씩 끼고 앉아있었다.
“흑발을 좋아했었지?”
“그래.”
자리에 앉자 흑발의 미녀들이 품에 안겼다. 노예 출신의 매춘부들이었다.
“이제 돈도 어느 정도 모였는데 슬슬 개척을 하는 건 어때?”
“돈이라. 하고 싶은 녀석은 가도 좋아. 대신 정착지의 약탈품은 우리가 가져가는 건 알지?”
“당연하지.”
드레이크의 부하들은 이제 모두 선장이 되었다. 그리고 이들 또한 영주가 되길 희망하고 있었다. 발트해에서 했던 해적질로 엄청난 돈을 번 것이었다.
“그런데 대장은 대체 어딜 노리는 거야?”
“나? 나야 당연히 잉글랜드지.”
“거긴 지주들 때문에 힘들지 않아?”
“땅값이 비싸긴 하지만 나도 계획이 있다.”
“어떤 건데?”
“그거야 비밀이지. 니 놈들이 선수 칠지도 모르는데.”
“헤헤, 우리 사이에 그러지 맙시다?”
“술이나 마셔.”
드레이크는 피식 웃으며 맥주를 비웠다.
“크으. 시원해서 좋구만.”
“자자, 여기 알탕도.”
“그래, 알탕 좋지.”
따끈한 알탕의 국물을 마신 뒤 잘 익을 알을 한 가득 입에 넣고 씹었다. 입안에서 바스라지는 식감을 즐기며 드레이크는 옆에 앉은 여자들의 가슴을 주물렀다.
‘좋구나.’
드레이크는 행복을 느꼈다. 해적질은 언제나 힘든 일이었으나 신국의 사략 해적으로 활동하는 것은 너무나 편했다.
‘얼른 이곳을 정리해야 해. 그러면 다음은 에스파냐다!’
발트해를 벗어나면 에스파냐를 털어먹을 생각에 드레이크는 흥분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